2010년 2월 28일
삼일절과 기독교 정신
주안에서 사랑하는 성도님들에게,
요즘 신세대에게 ‘삼일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요? 혹시 ‘빨간 날’이라고 하지 않을까요? 마침 아동부 아이가 교회에 놀러 왔기에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삼일절은 3월 1일이예요.’ 그러더군요. 물론 그 아이의 말도 맞습니다. 우리는 ‘3월 1일’을 ‘삼일절’이라고 부르지요. 그런데 왜 3월 1일을 특별히 기억하고 지키는지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삼일절은 1919년 3월 1일, 당시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 하에서 신음하던 우리 민족이 거국적으로 독립을 선언하며 만세운동을 일으켰던 날입니다. 본래 2월 8일에 일본 동경에서 유학하던 조선학생들이 이 일을 시작했다지요. 이 소식을 들은 국내에 있는 기독학생들이 같은 거사를 준비하다가 어른들이 하는 독립운동의 제의에 결국 함께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독립선언문의 대표 33인을 보면 16명이 기독교인이고 15명이 천도교인, 그리고 2명이 불교인입니다. 그 숫자에서 보듯이 우리 기독교인들이 얼마나 이 운동에 적극 참여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박은식이 쓴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 따르면, 독립만세운동에 200여만 명이 참가하여 7,509명이 사망, 15,850명이 부상, 45,306명이 체포되었으며, 헐리고 불탄 민가가 715호, 교회가 47개소, 학교가 2개소였다 합니다. 일제에 의해서 만세운동이 탄압을 받을 때에 유독 그렇게 많은 교회가 불에 탄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만큼 기독교인들이 독립만세운동에 적극적이었다는 뜻입니다. 불에 탄 47개의 교회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곳이 바로 경기도 화성에 있는 ‘제암리감리교회’입니다. 일제 경찰들은 1919년 4월 15일 오후, 제암리교회에 교인들을 모이게 하고는 문을 폐쇄하고 불을 지른 후에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이로 인해 2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는 4월 5일 발안지역에서 발생했던 만세운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제암리교회에 대한 무자비한 보복이었습니다.
그 모진 탄압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독교인들이 왜 그렇게 독립만세운동에 적극적이었을까요? 여러 가지를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저는 독립선언문 중에 등장하는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확신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아아 새 하늘과 새 땅이 눈앞에 펼쳐지누나. 힘의 시대는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누나. … 얼음과 찬 눈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것이 저 한때의 시세였다면, 온화한 바람, 따뜻한 햇볕에 서로 통하는 낌새가 다시 움직이는 것은 이 한 때의 시세이니, 하늘과 땅에 새 기운이 되돌아오는 이 마당에, 세계의 변하는 물결을 타는 우리는 아무 주저할 것도 없고 아무 거리낄 것도 없도다.”
‘새 하늘과 새 땅’은 하나님이 다스리는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세상의 권력이 아무리 총칼을 휘두르며 꽁꽁 얼어붙은 세상을 만들고 하더라도, 결국 평화와 자유와 해방과 부활을 가져오는 하나님의 나라가 봄처럼 임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입니다. 삼일운동 당시 기독교인의 숫자는 전체 인구의 1%정도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그 미약한 힘으로도 삼일만세운동의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했다고 하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 많이 있습니다. 숫자가 아니라 믿음이 세상을 바꿉니다. 예수님의 제자는 겨우 열두 명이었습니다.
삼일절 기념예배를 드리면서 우리들에게도 믿음의 선배들이 가졌던 애국애족의 뜨거운 마음이 신앙 안에서 새롭게 불타오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요한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