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은 충청북도 중심부에 있는 인구 3만5천명의 작은 동네다.
아마 이름을 알려줘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요새는 고속도로가 뚫려서 조금 나아졌다지만,
얼마 전만 하더라도 생활권인 청주까지 자가용으로 1시간을 달려야 했을 정도로 교통이 좋지 않은 곳이다.
지금도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버스로 무려 6,200원을 주고 1시간을 훌쩍 넘게 가야만 한다.
이렇듯 주요 대도시와 비교적 멀지 않으면서도 체감거리는 무척 크게 느껴지기에, 마치 육지 속에 숨어있는 조용한 섬과 같다.
모든 것이 조용하고 고요한 동네. 그 속으로 한 번 아득히 달려볼까 한다.
청주에서 1시간 20여분을 달려 보은이라는 동네에 도착했다.
지도로 봤을땐 바로 옆이라 금방 갈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상당한 시간과 요금이 소모되었다.
다행히 우등형이라 편하게 자면서 갔지만 워낙 구불구불한 도로를 지나가느라 몸이 이리저리 쏠려 오히려 더 피곤해진 상태.
졸린 눈을 간신히 비비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다.
바로 이게 보은터미널 건물이다.
보은읍내도 버스터미널도 생각보다는 꽤 큰데, 아마 이것도 지리적으로 고립되어있는게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청주에서 상주로 가는 중간 길목임에도 워낙 길이 험해서 왕래가 잦지 않았기 때문에,
상권도 교통도 독자적으로 클 수 있지 않았나 감히 추측해본다.
옛 영화를 조금이나마 반영하듯 사방팔방 유리창으로 상점 간판이 붙어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아 폐허를 방불케하고, 조그만 병원만이 2층 건물 구석을 지키고 있다.
건물 앞은 택시가 잔뜩 막고 있어 다소 복잡하기도 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다 입구에서 떠들고 있던 두 소녀가 갑자기 말을 한다.
자세히는 못들었지만 대충 '파파라치?ㅋㅋ' 이라는 내용같다.
어이도 없고 살짝 욱해서 획 돌아보니 시선을 회피한다.
하긴, 멀쩡히 생긴 사람이 쓸데없이 건물이나 이리저리 찍고 있으니 오해할 만도 하겠지.
이상한 시선을 한 두번 느껴본 것도 아니고 그 시선이 너무 민망하면서도 계속 하고 있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파파라치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기분이 확 잡친다.
그래도 몇 만원을 들여서 온 여행인데 그대로 갈 순 없지라는 생각에,
철판 제대로 깔고 다시 셔터를 눌러댄다.
터미널 대합실이나 매점이나 너무 어두워서 사진이 간신히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만 나온다.
한가한 평일 오후임에도 나름 드나드는 사람이 많은걸 보면 영업은 그럭저럭 되는 것 같은데...
발매기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을 보면 그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기는 사람이 직접 표를 주는게 아니라 본인이 발매기에 가서 표를 직접 끊어야 되는데,
아주머니 한 분께서 정기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 듯 하셨다.
관리인을 한 명 둘거면 차라리 매표소에 근무를 세우는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느 시골터미널이나 마찬가지지만 여기도 30년전 모습 그대로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따끈따끈한 버스들과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철도가 다 쓸어가는 이웃 옥천, 영동과는 달리 규모가 다소 큰 편이지만,
이것 또한 대중교통이라고는 버스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크게 된 것일뿐.
군세가 쇠퇴한 지금은 버스 노선도 그리 많지 않고 관리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보은터미널에서 나가는 길에 사진을 더 찍어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종합터미널 대형마트 병원' 광고물이 크게 걸려있는 사진과,
포장도 제대로 안 된 낡은 주차장에서 버스와 자가용이 한 데 어우러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다.
버스터미널 뒷 편에서는 앞에서 볼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차 안에서 사진찍는걸로 아쉬움을 달랜다.
있었던 시간은 단 15분.
난생 처음 밟아본 보은 땅에서 다시 다른 일상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옥천으로 이동을 했는데, 같은 금강권임에도 후미진 고개를 서너 번 이상 넘었던걸롤 기억한다.
그만큼 보은은 타지역으로 갈 땐 산을 몇 번이고 넘어야만 하는 '첩첩산중'이라는 것이다.
하늘로 날아다니고 터널로 슝슝 달리는 고속도로가 뚫려도 마찬가지.
여전히 나에게는, 그리고 이 곳을 터전으로 살아오신 분들에게는 보은 자체가 또다른 하나의 세계이다.
몇 십년 몇 백년이 흘러도 영원히 육지 속의 섬으로 남아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첫댓글 잘보았습니다 그런데왜제목에 옥천군이라는지명표기가 되어있네요 보은은예전에 가보았지만 상주 청주 대전행은활발했던거같아요 ㅋ남서울행두그렇구요 보은은한마디로국도운행이많습니다
안그래도 오류를 보고 수정하려던 찰나에 댓글을 다셨군요.;; 서울-청주, 상주, 속리산행 위주에 대전행도 적잖게 다녔던 것 같습니다. 고속도로가 뚫렸음에도 정작 이용하는 노선이 거의 없죠. --;;
예전에 공주에서 속리산 갈때 공주-동대전-보은,속리산 루트를 이용해서 잠시 들른 기억은 나네요... 대전에서 보은갈때엔 특별히 고개를 넘는다는 느낌을 못 받았는데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맥시멈님의 요즘 기행을 보고 저도 조만간 충북 북부지방과 경북 내륙지방을 여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ㅋ
그 버스가 옥천을 들렸다면 아마 몇 번 넘었을 겁니다. 강원도처럼 높지는 않지만 조그만 고개를 몇 번 넘더군요. 충북, 경북쪽 계획중이시라니... 장마 그치면 날 잡고 가보세요. ㅎㅎ 저도 경북 내륙쪽을 계획하고 있지만 날씨가 받쳐주질 않으니 자꾸 미루게 되네요 ㅜ_ㅜ
대전에서 보은으로 바로 가는 길과 옥천을 경유해서 가는 길이 있습니다. 보은으로 바로 가는 길은 실제로 많이 험하죠
저 동네가 보은읍 삼산리 이고 맨밑에 하천이름이 보청천입니다 ----이곳 또한 저하고 인연이 많은곳이고 청주 계시는 아버님의 평생에 결코 잊지 못할곳이죠 (70년대초에 지금 속리산 법주사가 있는 사내리의 모습을 있게 만드신분이니까요 )
그당시에 보은 터미널에서 청주오려면 비포장도로에 보은 --속리산 보은---산외면 보은 ---옥천 가는 방향 일부만 포장되어 있었고 75년 ---76년 경 전체적인 포장공사가 시작되고 있었읍니다
그당시 버스는 BF101 모델이 운행 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새한 자동차 제조 그때 신차가 처음출고
청주--보은 --속리산 . 옥천 ---보은 ---속리산 구간을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달리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도 보은터미널은 버스 승하차 할때 비포장이었던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진보니 별로 달라진게 없네요
아버님께서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군요...! 70년대 중반까지 비포장도로를 구불구불 달렸을거라 상상하니 머릿속에서 그려지지도 않는군요. 저 터미널이 비포장 당시부터 있던 건물이라는게 새삼 놀랍습니다.
저도 4년전에 한 번 가본적이 있는데, 터미널 외.내부는 우중층하게 생겼는데, 유독 화장실만 깨끗한것을 보고 놀랐었습니다.
화장실을 가보지 않았는데 깨끗하게 수리를 한 번 했나보군요~
보은의 경우 청주에서 25번국도가 지도상으로 매우 가까운 거리지만, 피반령이라는 험한 고개의 여파인지 청주에서 보은까지는 지방도로 우회하는 게 정석입니다. 실제로 시외버스 운행경로도 이렇게 설정되어 있고요. 옥천같은 경우도 위아래로 접경이지만 실상 생활권은 두 지역이 다릅니다.(보은:청주에 근접,옥천: 대전권) 두 지역의 버스 운행정보나 시외버스 구간 경유만 봤을 때는 같은 도면서 왠지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북내 다른 지역도 이런 관계와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청주에서 보은가는 길이 버스까지 우회할 정도로 심각하군요. 보통 그런 도로들은 개량을 하는게 대부분인데, 고속도로 때문에 개량을 안 하는건가요? 보은, 옥천의 관계는 그나마 다른 군들보다는 낫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막말로 같은 동네였던 괴산과 증평만 보더라도 확 차이가 나는걸요.
윗분 글대로 청주 --남일면 효촌 ---미원 --창리 --보은 내북 --산외 --보은읍 이런경로로 버스가 엣날부터 지금도 운행을 하고 있읍니다 청주 --효촌 --가덕 --피반령 ---회인 --회남 --보은 이렇게 다니면 거리가 짧은데 피반령이라는 고개 때문에 우회해서 운행을 합니다 -----피반령이 사고가 많이 나는 구간입니다 (대형사고 )
----거주하는 인원이 적다보니 사람 있는곳으로 찾아서 우회 하다보니 그럴수도 있다 하는데 피반령쪽으로 직진하면 최소 30분은 일찍 갈수도 있을듯 합니다
서울이나 청주에서 바로 가려는 비중도 상당히 될텐데 어느 정도는 피반령으로 직진하거나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직통을 뚫어주면 안될까 싶기도 합니다...;
예전엔 속리산고속터미널이 따로 있었죠..삼화고속하고 강남노선을 운행했었는데, 옥천경유로 운행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건물이 남아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옥천 경유해서 고속버스가 운행 을 했었읍니다
무려 고속버스가 운행을 했었군요... 지금 고속버스는 없지만 건물도 그대로고 영업도 계속 하고 있답니다.
지금은 청주에서 속리산을 가려면 청주 --효촌 삼거리---문의 IC 청원 상주고속도로 --보은 IC---속리산 이렇게 가면 가깝고 빨리갑니다 (일반 승용차 운전자분들 )
자가용 코스로 가면 30분도 채 안 걸릴 것 같더군요. ㅎㅎ
작년에 옥천에서 보은 거쳐 충주,이천으로 국도길을 가봤는데,옥천에서 보은가는 길은 도로는 잘 되어 있는 편인데
차량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산을 여러개 넘었던 기억이 납니다.
도로는 잘 되어있는데 공사중이라 난잡한 구간도 간혹 있더라구요..; 말씀하신 부분이 다 맞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