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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욕심 이름욕심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라”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호랑이의 중요성은 가죽에 있고, 사람은 이름이 중요하다는 뜻이기에 “이름값을 하라”는 말도 같은 뜻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이름은 평생 불리어지는 파장의 기운이어서 자신에게 항구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어린 시절에는 아명이나 별명으로 부르기도 하며 특히 옛날에는 병마가 그 아이의 이름을 모르게 하기 위하여 아주 흔한 이름을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 자기 자신을 한마디로 나타내는 상징적인 이름인 자(字)를 갖게 되는데 자(字)는 오늘날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아이디 또는 닉네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게 어느 정도 사람 구실을 하게 되면 주위에서 호(號)를 붙여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성경은 하나님의 축복이 이름에 임한다고 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통성명을 할 때 소개받은 이름만으로도 반갑고 슬며시 웃음이 나오며 행복해지는 축복받은 이름이 있다. 또한 아이를 낳으면 작명소를 찾아 사주팔자와 맞추어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하는 사람들도 적잖게 있다. 그러나 나는 내 아들과 딸의 이름을 즉흥적으로 내가 지어 주었다. 그저 부르기 쉬우면서도 흔하지 않은 아주 특별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지었기에 아이들이 청년기에 들 때까지도 참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자식 욕심이 많은 탓일까? 아니면 이름에 대한 욕심 탓일까? 호적에 올려 진 이름 이 외에도 핸드폰에 저장해 둔 이름으로 딸아이에게는 내 사랑이라 칭한다. 사랑이라는 말은 왠지 잔잔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며 자분자분하다. 큰 기대감도 없으면서도 크게 와 닫는 절절함을 생각할 때 딸에게 주는 애칭으로 참 맘에 든다. 아들 녀석에게는 내 희망이라 칭한다. 희망이라는 것은 있는 사람에게는 있고 없는 사람에게는 없는 것처럼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면서 우리 삶에 빛이 되어주는 길과 같은 것이다. 거창한 것도 아니면서 든든하고 큰 것, 희망이 있어서 존재감과 의욕과 욕망이 되는 것이기에 그 또한 아들 녀석에게 준 희망이란 애칭을 사랑한다. 얼마 전에는 딸아이가 출가를 하게 되어 사위가 생겼다. 나는 사위를 내 보배라 칭한다. 사위도 자식과 진배없다고는 하지만 참으로 어려운 건 사위였다. 그러나 내 딸이 있었기에 생겨난 한없이 귀하고 소중한 또 하나의 가족, 우리의 보배인 것이다. 우리가 아내와 남편을 부를 때 “여보, 당신”이라 한다. ‘여보’는 ‘보배와 같은 사람’이란 뜻을 가지고 있으며 ‘당신’은 ‘내 몸과 같다’라는 말이라 한다. 내 딸에게 존귀하고 보배로운 사람 그 사람이 내 사위이기에 그 또한 흡족한 애칭이다. 이제 나에게 며느리가 생기면 내 소망이라 하겠다. 아들이 선택해 그와 한 몸을 이루어 둥지를 틀어 살아줄 때 남자와 여자라든지 어느 쪽을 칭하여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각자의 인격체로서 큰 기대감을 갖지 않으면서 가슴에 품어 사는 사랑, 즉 소망 말이다. 참으로 감사일 것 같다. 그야말로 사랑스러울 것 같다. 이름은 자신을 나타내는 브랜드(brand)이다. 기업은 자기 회사의 이름인 브랜드를 알리는데 과감하게 투자를 한다. 브랜드는 그 회사가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얼굴이고, 소비자들이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다. 물론 사람도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출세해서 묘비명에 아무개 판서 누구라고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로써 이름을 남긴다는 것이기에 내 사랑 쥬리와, 귀한 사위가 되어 준 내 보배 민호, 그리고 내 희망 수렴이는 내가 지어준 이름과 불러주는 애칭에 대한 이름값도 똑똑하게 잘 할 것이며 의로써 멋지게 살아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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