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후반 산울림의 김창완처럼 소박하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담백한 모습의, 랩도 아니고 읊조림도 아닌 장기하 특유의 독백 보컬은 은근히 리드미컬하면서 귀에 착착 달라붙는 맛이 있어서 자꾸 반복해서 듣게 만드는 중독성을 가지고있다.
올해 데뷔하자마자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의 '숨은고수' 무대에 올라 관중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모으며 교주로 등극하기도 했던 장기하와 얼굴들의 초절정 히트곡 '싸구려 커피' 장교주의 독백스런 싸구려 커피을 우리모두 알현해보자.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 본다. 아직 덜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 쉬기가 쉽질 않다. 수 만 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 붙었다가 떨어진다. (랩) 뭐 한 몇 년 간 세수대야에 고여있는 물 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 이거는 뭐 감각이 없어 비가 내리면 처마 밑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 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비가 그쳐도 히끄무레 죽죽 한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위를 뒤덮고 있는 건지 저거는 뭔가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금만 뛰어도 정수리를 꿍 하고 찧을거 같은데 벽장속 제습제는 벌써 꽉차 있으나 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 볼 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제멋대로 구부러진 칫솔 갖다 이빨을 닦다 보면은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최 치석은 빠져나올 줄을 몰라 언제 땄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가 한모금 아뿔싸 담배 꽁초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
출처: 따식이의 연결장소 원문보기 글쓴이: 따식아 밥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