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의 유래
비무장지대(평화의댐 북방 14km 휴전선 부근)를 순찰하던
한 청년 장교가(한명희,당시 25세. 소위, 전 서울시립대 교수)
잡초가 우거진 곳에서 이끼 낀
무명 용사의 돌무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비목'의 작사자 한명희 교수
6.25때 숨진 어느 무명 용사의 무덤인 듯 옆에는
녹슨 철모가 딩굴고 있었고, 무덤 머리의 십자가 비목(碑木) 은
썩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보였습니다.
<비목>
녹슨 철모, 이끼 덮인 돌무덤
그 옆을 지키고 있는 새 하얀 산목련,
화약 냄새가 쓸고 간 깊은 계곡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
그는 돌무덤의 주인이 자신과 같은 젊은이였을
거라는 깊은애상에 잠깁니다.
4년 뒤 당시 동양방송(TBC) 에서 일하던 한명희 PD에게
평소 알고 지내던 장일남 작곡가는(한양대 음대 명예교수, 2006년9월 별세)
가곡에 쓸 가사 하나를 지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돌무덤과 비목의 잔상이 가슴 속에 맺혀 있던 한명희 PD는
즉시 펜을 들고 가사를 써 내려갔습니다.
조국을 위해 산화한 젊은 넋을 기리는 "비목"의 가사는
이렇게 탄생되었답니다.
<장일남의 빈소를 찾은 한명희>
이 노래는 70년대 중반부터
"가고파", "그리운 금강산"과 더불어 한국인의 3대 애창곡으로
널리 불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초연(硝煙)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가곡 "비목" 의 고향인 강원도 화천군에는
전쟁과 분단의 흔적들이 아직도 이곳저곳에 서려 있습니다.
6.25 당시 화천댐을 놓고 벌인 치열한 공방전으로
붉게 물들었던 파로호는 지금 신록 속에 푸르기 그지 없고
군사 정권 시절 댐 건설의 필요성을 놓고 논란이 일었던
평화의 댐은 민통선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댐 옆에는 가곡 "비목" 의 탄생을 기념하는 '비목공원'이 들어섰습니다
<평화의 댐>
파로호는 호수 모양이 전설의 새 대붕(大鵬) 을 닮았다고 해서
원 이름은 대붕호(大鵬湖)였답니다.
그러던 것이 1951년 화천댐 공방전에서
국군이 중국군 3개사단을 물리치고 대승을 거두자
훗날 이곳을 방문했던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적을 격파하고 포로를 많이 잡았다" 는 뜻으로
"파로호(破虜湖)" 라는 새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파로호는 1944년, 화천댐 건설로 생긴 인공호수로
산 속의 바다라고도 불립니다.
호수에는 쏘가리, 잉어 등 70여종의 민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파로호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는
화천읍에서 평화의 댐으로 가는 460번 지방도 오른쪽에 있습니다.
파로호 휴게소에 차를 대고 5분 정도 걸어올라가야 합니다.
비목공원은 1998년, 가곡 '비목' 을 기념해서 만들었습니다.
산비탈에 돌로 한반도 모양의 단을 쌓았고
곳곳에 돌무덤과 비목을 세웠습니다
<비목공원>
주차장 입구에 "비목" 노래비가 서 있어 방문자들은 누구나 한번씩
그 앞에 서서 가사를 되새겨 본다고 합니다.
현재 비목공원에는 기념탑 외에
철조망을 두른 언덕 안에
녹슨 철모를 얹은 나무 십자가들이 십여 개 서 있어
한국전쟁이라는 민족 비극의 아픔을 되새기게 해줍니다
<비목 시비 >
화천군에서는 매년 6월 3일부터 6일까지 이곳 비목공원과 화천읍내
강변에 들어서있는 붕어섬 등에서 "비목 문화제"를 개최합니다.
진중가요, 시낭송 등으로 짜여진 추모제, 비목깎기 대회,
주먹밥 먹기대회, 병영체험, 군악퍼레이드 등이 나흘간 펼쳐진다고 합니다.
거기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산자락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렸고
그 사이로 북한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근래 호랑이 발자국이 발견됐다고 해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비목의 주인공과 많은 선열들의
숭고한 넋을 생각하며 "비목"의 가사를 다시 되새겨 봅니다
가곡 '비목'은 적막에의 두려움과 전쟁의 비참함, 그리고그 때문에 더욱 간절한 향수
등이 서정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는 노래입니다
비목
1.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2.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지친 울어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파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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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심히 들었던 비목에 이런 사연이 숨어있었다니... . 파로호, 비목공원을 꼭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녁에 비바람 긴 세월로...' 그렇게 사라져간 용사들이 지켜 온 나라인데... . 노래도 감사합니다.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저도 처음 자세히 알았습니다. 이 글은 어느 시인께서 메일로 보내주셨습니다. 그 언니는 하루도 안 빼놓고 '오늘의 묵상'도 보내주십니다. 제 신앙이 무디다고 자꾸 하느님께로 끌어주시지만 저는 사람이 더 좋거든요. ㅎ~
하루도 빼지 않고 받으시는 복을 타고 나신 것 같습니다. 자기 친 어머니 아니고 누가 하루도 빼지 않고 그를 위해 기도하고 마음을 내겠습니다. 부럽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엄정행님의 목소리로 잘 듣고 갑니다.
내 엄정행님 좋아 할 줄 알았습니다.
비목이 만들어진 유래는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저가 매우 즐겨부르는 가곡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십자가에 덮힌 젊은 병사의 모자와 돌무덤은 첨 봤습니다. 가슴이 아립니다. 정말 저들은 나라를 위해 소중한 목숨을 버렸는데... 그 가족들은 너무 오랜 시간 가난과 설움에 살아왓을 겁니다. 이제 부터라도 월남전이나 6.25참전용사와 가족들에게까지 국가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군은 6.25때 추락한 헬기 잔해를 지금까지 한강에서 찾고 있습니다.
맞는 말씀이네요. 그래도 촛불시위로는 하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합시다.
6월이면 더 많이 불리어지는 노래 비목, 언제 들어도 마음이 숙연해 집니다. 피아노 앞에 앉으면 자주 쳐 보는 곡입니다. 녹슨 철모에 가슴이 찐해 옵니다. 호국 영령들을 기리며... (낮에 답글 달았었는데 지금 와 보니 도망갔네요. 딴 짓 하다가 급히 나가는 바람에...)
그대나 나나 덜렁거리는 것을 누가 말리우?
제가 좋아하는 가곡 '비목'이 이렇게 만들어 졌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엄정행님의 목소리를 선택하여 듣습니다.
저도 엄정행의 음성이 제일 친근합니다. 잘 생겨서 그런가? 염불에는 뜻이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