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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하늘을 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영화를 봅니까
영화평론가겸 감독 정성일의 책중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는 영화를 보는 이유를 세상에 대한 경험과 감각이라고 했다.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도 결코 그것에 과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따뜻함이 배어나는 그의 글에 흠뻑 빠진다.
가장 최근에 트리 오브 라이프에 대해 정성일씨가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나와 비슷한 느낌으로 약간은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쓴 글이다.
트리 오브 라이프가 개봉되기 전부터 그의 영화에 대한 찬사 기사일색이었다
철학적이고 심미적인, 그의 영화는 이상하게 보는 내내 그저 그랬다
무언가 불편하고, 브래드 피트의 모습도 흐르는 강물에서의 반항적이면서도 순수한 모습도 사라져서 서운한데다가 숀펜도 너무 잠깐 나오고 , 우주의 탄생을 30분이상 보여주는데, 인내심과 지루함을 참아가며 보기엔 내가 너무 산만하다
그 정도 풍경은 아니더라도 자연이 던져주는 황홀경을 나는 수시로 아주 작은 틈에서도 보고있고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체험하는 게 좋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난 도록으로 보는 그림의 느낌도 거의 믿지 않는다
영화관에서 꼼짝 안하고 자연의 위대함을 감탄하기엔, 난 너무 활동적일런지도 모르겠다
다만, 내가 머물렀던 몇 십년이 지나도 내 눈에 선한 텍사스의 거리 풍경, 하늘을 배경으로 낮은 집들의 한적한 모습, 햇빛 아래 반짝이던 수영장, 햇살아래 빛나던 나무들을 본 것만으로 위안을 삼았다
영화보는 중산에 극장을 뛰쳐나간 사람이 8명, 숫자를 세어볼 정도로 좀 지루했다
보고나서 , 뭔가 흡족스럽지 않았지만 , 영화의 느낌을 물어보는 같이 미술사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느낌을 얼버무렸다
그 영화 별로야라고 말했을 때 , 사람들이 내게 오해하고 왜곡하며 평가하는 그것을 견디기 힘들었던 거 같다,
그래서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간쯤의 애매한 느낌을 말해줬다.
나는 종종 나의 느낌과 나의 생각들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구나를 느꼈다
서글펐다.
내 자신의 존재 의식을 결여로 두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느낀다.
재너 레빈처럼 우주 공간에서 내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한 노력을 나름 많이 한다,
주로 책에 많이 의지하는 편이고 영화나 음악, 그림 보는 것들,아프면서도 타자와 접촉하는 것들
모두 무엇인가로 채워야하는 조급증도 있을테고 또 거기에서 느껴지는 동질감, 그로 인해 치유의 효과도 한몫하겠지,
책은 다른 사람들 추천에 의한 책보다 회사 앞에 서점에 가서 이리저리
책을 들추다가 눈에 띄는 책을 집어든다.
누군가의 권위의 힘이 아닌, 내 스스로 골라서 내가 읽은 책들에게 더 많은 애정이 간다.
강신주님 책도 그렇게 눈에 띈 책인데 상처 받지 않을 권리라는 제목에 저절로 손이 갔다.
말 한마디 못해서 끙끙 혼자 앓고 있는 소심함 때문에 상처에 민감하다
말 잘듣는 순한 첫째 딸을 칭찬하면서 길들였던 어른들에게 , 존재론적인 힘이 약했기에 그 역할을 수십년동안 수행해냈다
그게 천성인지, 교육의 효과인지 나신도 헷갈리는데, 나름의 오랜 분석을 통한 결과 어느 정도는 천성적인 것도 있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책은 특히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 욕망을 쇼핑들을 통한 방법으로 해소한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그 쇼핑으로 인해 그것을 갚아나가기 위해 노동력을 제공해야하는 개인들의 아픔을 주목한다.
알고 있던 사실이다. 새로울 것없는 내용이지만, 가슴이 쏴하게 아팠다.
나는 쇼핑에 대해 부정적인 편은 아니다
내가 나름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중의 하나라고 여기고 있고,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손상되고 마모되어 가는 자존심 내지 존재의 희미함을 가장 손쉽게 메꾸어 주고, 자존감을 조금은 회복시키는 도구로써 쇼핑의 미덕을 무시하지 않는다.
물론 그것이 전부일 때, 그것만 집중하는 삶은 아니라고, 일부이고, 그리고 그것에 연관된 내 마음의 흐름을 읽어낸 것만으로 흡족하다.
내 쇼핑은 타인의 욕망을 배제할 때가 많다.
오롯이 내게 집중하는 나만의 의식이다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이뻐보였으면 하는 희망은 있지만, 내 순수한 느낌이 제일 먼저다.
살면서 그렇게 내 느낌을 확실히 밀고 나갈 수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다행히 자본주의에 살아나갈 수 있는 적응력 있는 나의 두뇌와 따뜻한 가슴에 감사하고 싶다. ㅋ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은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은 거의 동시에 읽었다.
실은 둘의 내용이 비슷한 거 같아서 헷갈린다.
소제목이 거의 오랜 기간동안 혼자서 고민해오던 문제들이고 내가 관심을 가진 학자들의 의견을 아주 쉽게 버무려내었다.
라캉, 짐멜, 이리가레이 시몬베유, 바흐치느 맥루한, 클라스트르,바르트, 마르크스, 나카무라 유지로, 블랑쇼, 기드보르, 보드리야르, 카뮈등과 우리 나리 시인과 연결시켜서 자연스레 우리네 삶은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엔 위의 언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짧게 해설해 놓아서, 사실상 그들의 깊은 이론을 다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더 알고 싶은 학자들이 나올 것이고, 이를 계기로 어떠한 사상에 더 깊이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내가 그동안 깊게 관심을 가졌던 학자들도 있고 다소 생소한 학자들도 있었지만, 워낙 이해하기 쉽게 써놓아서 좋았다.
아마도 강신주님이 대중들에게 어필이 된 이유가 그동안 우리가 조금 어렵다고 느꼈던 학자들의 이론을 친절하게 설명해 놓고, 더 깊게 공부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해서가 아닌가 싶다.
특히나 타자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언급이 되는데 , 정말 도저히 독해가 불가능한 타자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고 있는 중이어서 인지, 더 관심있게 읽었다.
내가 타자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타자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어떠한 예리한 눈도 나를 다 담아낼 수 없을 거라고는 알지만, 무참히 엇나가는 그 평가에 실망도 하고 상처도 입는다.
그럼에도 나또한 타자를 누군가를 파악할 때 의존하는 몇몇 빈약한 자료들에 의해 그를 알고 있다고 오만하지 않았나 싶다.
요즘엔 타자의 속내를 끝내 다 알 수 없다는 태도로 타자아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고, 누구에게라도 여지를 남겨두는 사람이고 싶다.
누군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감정이입하는 것의 한계도 인정한다.
내가 알고 있는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만 나는 존재하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알고 있는 개념들의 한계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의 한계일런지 모르겠다.
그중에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은 이성복 시인과 라캉을 연결시켜서 설명한 장이다.
이성복-- 앞날
당신이 내 곁에 계시면 나는 늘 불안합니다.나로 인해 당신 앞날이 어두워지는
까닭입니다 내 곁에서 당신이 멀어져가면 나의 앞날은 어두워집니다 나는 당신
을 잡을 수도 없습니다 언제나 당신이 떠나갈까 안절부절입니다 한껏 내가 힘
들어하면 당신은 또 이렇게 말하지요 당신은 팔도 다리도 없으니 내가 당신을
붙잡지요 나는 당신이 떠나야 할 줄 알면서도 보내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 성복의 시는 항상 마음 아리게 읽는다.
어떻게 남자분이 이렇게 섬세하게 여성의 마음처럼 표현하는지 모르겠다
이 시를 강신주님은 타자에게 기쁨을 주지 못할까 노심초사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기쁨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남성이면서도 상대방인 여성의 욕망을 긍정하고 읽어내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랑이란 결국, 사랑을 받고 싶다는 욕망을 위해 자신을 버리고 타자가 욕망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적인 히스테리적 욕망과,
내 눈 앞에 있는 타자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강박증적인 남성 사이의 기묘한 줄다리기 내지는 균형잡기는 아닐까
영화를 보았다.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탄 소년)이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참 처절했다
로나의 침묵에서는 그 절박한 상황에서의 남녀간의 연민이 어떻게 사랑으로 변해가는 지를 아리게 보여줬다면, 이 영화에서도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소년이 어떻게 다시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갈 수 있을까를 같이 고민해보는 영화다
열두살 어린 소년에겐 아빠가 곧 존재의 정당성을 지지해주는 주요한 인물이다.
자신의 존재를 뒷받침해줘야할 아빠가 무책임하게 살아있음에도 , 자식을 보육원에 맡겨 버린다.
아빠를 향한 아이의 집착은 어쩌면 그 소년이 살고 싶은 그 욕망일런지 모른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정을 제공할 아버지란 대상의 상실은, 그가 앞으로 헤쳐나가야할 세상이 얼마나 암담할 것인가를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존재의 우연성에 비참성까지 더 해진 소년의 세상과의 화해는 처절했다.
결국엔 주말 위탁모의 진심어린 애정에 의해 소년은 세상을 향해 손을 내민다.
자신의 누군인지 자신을 규정하고, 자의식을 얻는 과정은 , 혼자서 해내기엔 어렵다.
그 과정엔 항상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바라보고 관심가져주는 타인이 있어야 한다.
어릴때는 부모가 그 역할을 , 그 다음엔 친구가 ,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누군가가 내 말을 이해주고 사랑을 하고 받아야지, 온전하게 살아있다고 느껴진다.
나에 대한 온전한 느낌도 , 어떨 땐 나만큼 나를독해하고 있는 타인에 의해 얻어진다.
삶이 도저히 독해불가여도, 내 느낌을 표현할 수 있고, 나를 정리할 수 있으면, 우울도 덜어지고, 기꺼이 내 삶에 끼여든 타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부모가 해주던 그 역할 , 그 뒤로 그 공백의 공간을 맡아준 서로 관심을 가져주는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삶의 아주 일상적인 부분이 되어버린 그 지점에서 때론 따분하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네 삶이란 그렇게 자신의 존재론적인 지위로 인한 사랑을 무한하게 받았던 그 어린 시절을 되풀이하고 싶은 것일런지 모른다.
나의 어떤 자질이나 취향이 아닌, 그저 나로써 충분했던 ,조건이 없는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갈망이 일생일런지 모른다.
그러한 무한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잃어버린 소년의 암담함이 참 절절하게 공감이 되었다.
그 영화는 나를 왜이렇게 많이 찔렀는지 모르겠다.
그 영화의 찌름이 내게 말을 건네어, 지금의 내 상황의 편안함에 감사도 했지만, 그보다 지금 어딘가에 소년처럼 기댈 곳 없는 부서진 마음을 가진 타인에게 조금의 기댐을 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이고 싶다.,
그림을 구매하는 것도 일종의 쇼핑과 같은 행위이다.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고, 매일 내 곁에 두면서 눈마주치고 웃어보고 싶은 거다
천경자가 내 마음에 들어온 날, 나는 몸살을 해댔고, 기어이 그 그림을 곁에 둠으로써 그 그리움을 쉬게 할 수 있었다.
눈부시게 마음이 환해진다.
정말 아름답다 너의 향기.
밑에 보이는 작가가 네덜란드 태생- 요리스 라만이다
전시회 첫날 혹시나 그를 볼 수 있을까 기대도 했는데, 정말 그가 왔다.
장근석이랑 견줄 수 있는 최강 연예인급 미모다
휴스톤에서 시카고에서 올해 암스텔담에서 그가 만든 작품을 보고 내내 입을 벌렸다
그동안은 나카지마 의자를 구입하는 게 목표였는데, 이 사람의 작품을 보는 순간 , 간단하게 나카지마를 배반한다.
요즘 이 사람 때문에 이 전시장을 내내 들락거린다.
이음새 하나 없이 너무 정교하고 세심하고 화려하다
나뭇잎을 보는 것만 같은 그의 테이블이 너무 좋아서 한참을 넋을 놓고 쳐다봤다
작품을 손으로 만져보는 결례를 범하고 말았다.
느낌도 너무 좋다.
동백나무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 같이 느끼고 싶다,
요즘엔 동백나무꽃, 노오란 모과 나무 열매 보는 맛에 행복하다.
겨울이 덜 막막하다. 이들과 함께 있으면
12월 4일 일기 중에서~
만성적인 슬픔으로 지치는 겨울이다
십이월이 그렇게 시작된다.
몸도 마음도 그렇게 얼어가는 것만 같다.
글로 누군가와 소통하지 않으면 쓰러질지 모르겠다.
친구에게
---하나 ----
어제 후배가 출연하는 연극을 보고왔습니다. 참 착하게 맑은 순수한 애였지요.
연극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얼 때 그 애의 미이지와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배의 순수합과 연극이라는 옷이 참 잘 맞아보였어요.
요번 연극 공연은 소극장이 발디딜틈없이 꽉차서 안도의 한숨을 지었습니다.
투잡을 하는데 좋아하는 연극만을 하며 살 수 있었음 좋겠어요.
오늘 점심엔 은행나뭇잎이 아름다운 정동길을 걸었습니다
이젠 은행나뭇잎이 많이 떨어져도 제 마음에도 나뭇잎이 지고 있습니다
그 길에 정동 갤러리에서 흔들리는 섬이란 제목으로 흑백 사진전을 하고 있네요.
흑백의 대청호수를 찍은 사진인데요
요즘 무척 흔들리고 휘청거리는 제 마음을 들킨 것 같아요
다 받아줄 것처럼 잔잔해보이는 호수도 참 많은 사연과 삼키기 어려운 사연들을 가지고 있겠지요
흔들리면서 존재를 증명하고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마음 묘하게 나를 블편하게하는 사람들도 어쩌면 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마음의 생채기가 있었을까요
사람마다 다 편한 자리가 있을텐데 저마다의 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네요.
저는 냉철하지는 않지만 구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 것 처럼 그렇게 들어줄 것도 같습니다
그거 또아프더라도요
날씨는 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흐릿했던 날 흐릿했던 맘 걷어내고 오늘 하루쯤은 맘껏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그대와 내가 사는 세상 더 향기롭게.
----친구에게 두울.---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하는 삶인지라 안타까운게 더많이 느껴질지도 모르지요
자신을 성찰하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자족하지 않을까요
어느게 옳은지는 모르지만 다만 내게 주어진 성향에 최선을 다할뿐이지요.
k씨나 저나 그저 무엇인가를 계속 채워야만하는 인간의 실존적인 조건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더라 꽤나 이것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게 사는 것 같아요. ㅋ
사물이 아니게에 무엇인가 의미있는 걸 찾고 싶어지고 무엇인가에 완전히 빠지고 누군가와 아 느낌들은 나누고 싶지요.
자신 하나로 온전해지지 못하는 게 인간의 비극이자 미덕일지 모르겠어요
나에 대한 확신을 어느 정도는 타인이 해주어야 하잖아요
완전한 자기신뢰도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도 흔들리고 내안의 균열이 일어나 이를 도와주고 인정할 수 있는 누군가를 끊이멊이 찾아 헤메이나봐요
말로썬 다 표현할 수 없는 나란 사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글을 통해 이렇게 표현하고 이를 그저 아무런 사심없이 그래도 받아주는 친구에 의해 존재의 무상성이 조금은 덜어지지요
칼로저스란 사람이 한 말 가운데에
누군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나를 이해해주면 나는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되어 앞으로 나아살 수 있다
한평생 그런 동무를 찾으며 내가 살아있노라고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싶은 것 같아요
일방적이 아닌 상호간에 균형을 잡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길
그래서 덜 두렵고 덜 힘들지 않을까요
내 감정을 원할하게 트는 이 글 쓰기 행위 참 소중해요
오늘 바람이 몹시 차가워요
바람이 끌고 가버릴 것 같은 가슴에 그래도 무엇인가의 온기로 채워놓을래요.
늘 , 어딘가에 무언가에 빠져있어야만하고 무엇인가로 채워야만 하고 내가 가진 조건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만족하기보다는 늘 갈구하는 삶
이렇게 무언가를 보고 느끼고 부딪혀야만 내가 살아가는 의미가 느껴지고 그 느낌들을 표현해야만 하는 삶
요즘의 나는 무언가로 채웠을까
토요일 아침에 일찍 집을 나섰다.
인사동에 경인 미술관에 지인이 하는 전시회에 다녀왔다.
인사동에서 가장 운치있는 미술관중의 하나
단풍나무잎, 은행나무잎이 아직 다떨어지지는 않았다.
미술관에서 나뭇잎이 바람과 함께 춤을 추며 떨어지는 장면을 보았다.
어느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장면이다.
크로키다
30초에서 1분 사이에 색칠까지 다해야한다고 한다.
짧은 순간 모델의 모습을 살피고 모델에게게 받은 느낌과 자신안의 내면이 만나서 표현해내야한다.
아주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어쩌면 사람의 이성보다는 자신안에 내재되어있는 본능에 충실한 그림이 아닐까 싶다.
이것저것 계산하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야겠다는 의지적인 측면보다는 , 순간의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감성을 표현한 것이기에 그리고 나서 내 속에 무엇인가가 녹아지는 ,해방되는 그런 느낌이 들 것 같다.
그림을 본 첫번째 느낌은 참 시원하겠다. 자신안의 응집되어 있던 에너지나 열정, 감정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와 자유로워지는 작가의 느낌이 내게도 전해졌다.
작가에게서 얼필얼핏 느껴지는 마음 속의 커다란 정열을 내가 받은 기분
두번째 연두빛 그림을 내가 혼자서 보았다면 참 많이 슬폈을 거 같다.
연두빛이 주는 느낌은 화사함보다는 무언지모를, 알싸한 고독한 느낌이 배어든다.
가느다란 몸에서 느껴지는 가여운 고독과 절망의 느낌은 , 나뭇잎이 바로 눈앞에서 흩날리는 초겨울이라서 더 깊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아비정전에서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한평생 날라다녀야 하는 아비일까
길 위에서 죽음과도 같은 잠에 쓰러지며 , 그 길위에 꿈꾸듯이 서있었던 리버 피닉스일까
그림에서 사람 옆에 덩그마니 놓여져있는 것이 페르소나라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버텨내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나를 잃어버리지는 않았을까
누구에게나 어디서너 호감을 받을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겉모습도 신경을 썼고 , 배려도 잘 했으며, 심지어 내면까지도 채우려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때론 내면의 감정까지도 통제하고 관리하지는 않았을까
감정을 자신의 느낌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어리석음은 훗날 수습할 수없는 정서적인 격동에 사로잡힘도 알고 있다.
내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지 헷갈릴정도로 사회가 정한 페르소나에 충실하며 살아왔다.
나를 들여다보고 생각하면서, 이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인지, 사회에서 부여된 생각인지 따져보는 작업 쉽지도 않고, 많은 부분 이미 길들여진 것 같다.
저렇게 페르소나를 던져버리고 홀가분하게 자유롭게 살고 싶지만, 점점 더 용기도 안나고 쉽지 않음을 고백해야겠다
타인의 시선에서만 존재하는 삶,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삶,그런 삶에선 무얼해도 더 많이 허전해지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며 더듬어가는 삶, 버겁지 않고 많이 가벼워지기를
경인 미술관에서 급히 나와 미술사 수업을 들으러 바삐 압구정으로 향했다.
수업이 끝나고 간단하게 식사를 하면서 망년회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세번째주 토요일에 망년회 하기로 했는데 나는 이날 세 개의 모임이 있다.
머리가 마구 아프다.
식사를 하고 각자 약속이 있어서 바삐들 다 나간다.
집에 가기는 너무 이른 ? 시간이다.
혼자 있기는 싫은데 마땅히 같이 할 친구가 없었다.
전화로 불러낼 친구도 생각나지 않는다.
한친구는 아프고, 한친구는 요즘 마음이 안좋아서 칩거중이고 , 한친구는 애들 챙기느라 주말엔 거의 나들이를 안한다.
전화번호에 명단을 들여다보다며, 토요일 오후 나와 같이 시간을 보낼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정말 많이 놀랐다.
친구가 많다도 그렇게 혼자 자랑을 해대던 내가, 정말 친구가 필요했던 순간, 곁에 결국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이 곁에 많아서 늘, 혼자 있고 싶다고 소리치던 그 순간은 늘 자발적인 외톨이를 자처한 거지만, 그때 그 시간엔 절실하게 사람이 그리웠는데도 혼자였다.
어쩌면 내자신이 작아지고 연약한 존재라고 느껴지는 필사적으로 외로운 순간, 사람은 혼자일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상실의 감정을 철저하게 확인한 오후였다.
전화를 하면 받아줄 사람은 있지만 그마저 기분이 다운이 되어서, 혼자의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이 코리아나 미술관
삼국시대 귀걸이인데 참 모던하다
그다음엔 현대 갤러리로 갔다.
개인적로 화려한 외관에 이 미술관을 좋아한다.
권기수전
권기수의 그림을 보면 행복하다.
마음이 가라앉은 날
나는 이 그림이 걸려있는 한강에 나가서 차한잔을 마신다.
그 커피숍의 커피는 참 맛이 없음에도 가끔씩 그곳을 가는 이유는 권기수 그림과 구자동 그림과 강물 때문이다.
지하에 이 공간을 나는 너무도 사랑한다.
햇빛 쏟아지는 날 이 공간에서 햇빛을 받으며 그림을 감상하는 이 순간, 내 상심이 소멸되는 것만 같다.
나의 집은 , 지붕을 햇빛과 달빛을 받을 수 있게 하리라
현대 갤러리 2층, 3층에서는 경매 물건들을 전시 중이다.
워낙 물량이 많아서 보는데 한참 걸렸다.
소유하고 싶은 그림이 많겠지만, 가격이 비싸니, 내가 살 수 있는 한도내에선 가장 탐나는 물건이다.
고가구 중에서 약장과 반닫이가 좋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강화 반닫이는 너무 고가고,실은 너무 화려하단 생각도 들고.
소박한 느낌의 언양 반닫이나 강화 반닫이를 놓고 고민을 나름 했다.
그런데 실은 이 반닫이를 이번헤이그에 갔을 때, 가구점에서 보았다.
강화 반닫이인듯 싶었는데 거기엔선 채 100만원이 안되었었다.
가격이 싼 걸 앍고 있었지만, 배달 부분 때문에 포기했었다.
그런데 외국에서는 왜그렇게 싸게 나오는 것일까
미술관을 나와서 압구정 씨지비에서 50/50을 보았다.
처음엔 내용도 보지 않고, 그저 조셉 고든 레빗이 나온다고 해서 봤다.
거기다가 안나 켄드릭의 상큼함까지 좋아한다.
시나리오 작가의 실화라고 하는데 젊은 청년이 희귀암에 걸려서 살 확률이 50대 50
내용은 무거운 내용인데 유머러스하고 경쾌하게 풀어냈다
눈물웃음 다 나오게 만드는 영화다
비지스의 TO LOVE SOMEBODY도 나오고,레디오헤드의 HIGH AND DRY도 영화 속에 나온다.
어스름한 저녁
영화를 보고나온 입구에 젊은 아줌마 아기를 업고 있는 아줌마가 인형을 팔고 있다.
여리여리한 아줌마. 귀여운 여자 아기, 저 아줌마 가끔씩 보는데 볼 때마다 안쓰러워서 인형을 샀었다
집에 세개나 있다.
또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커피 몇 잔 덜 마시자라고 생각하고 인형을 샀다
실은 내가 얼마나 인형을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은 안다.
장식장에 인형이 차고 넘쳐서 조금 못생긴 인형들에겐 미안하다. 그들이 밝게 서있을 자리가 없어서 서랍장 속에 갇혀서 누워있기 때문이다. 이 애도 어쩜 누워있을지 모른다. 집에 이쁜 애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ㅋ
내가 그렇게 잔정이 많은 애라고는 생각하지 않은데, 그렇게 나를 가슴 아프게 안타깝게 발길을 못걷게 만드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집에 가는 길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하루 조금은 외로웠던 나의 하루를 푸념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은 외로웠던 하루로 인해 눈부신 아름다운 십이월을 만났다.,
빛나는 것은 오히려 내 안에 있었다.
겨울엔 하모니가 소리가 참 잘 어울린다.
하모니카 소리 닐 영의 노래, 밥 딜런.,
쓸쓸한 마음에 이 노래를 들으면 무엇인가 저릿하게 슬퍼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슬픔을 걷어내고 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채울 수 있는 힘도 받기도 한다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첫댓글 페르님 감성분열입니다..차근차근 몰입한 뒤에 다시 댓글쓸께요,,답글달지 마세요..
그래도 흩어진 감성을 정리한 뒤..마음으로 읽고싶어요 몇 줄의 댓글이 아닌...
예
잘 읽었어요^^눈이 좀 따갑긴하지만...ㅎㅎ
끝없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페르가 부럽고, 이쁘고,한없이 퍼질러지고싶은 나에게 자극제가 되네요.
알 수없는 나의 본질을 화두로 돌리렵니다.
나무야님 눈 따갑지요. ㅋㅋ 내면 외면 다 성찰하지요 저 ㅋㅋ 나무야님이야말로 절대 퍼지르고 싶지 않으신 분 같은데요. ㅋ 알 수 없는 나의 본질을 저도 화두로 돌릴래요. 죽을 때까지 나는 누구지? 나는 뭐야? 나 왜이래? 이러다 죽을 것 같아요. 그래도 좋아하려구요. 저니까요. ㅋ 번번이 나무야님 덕분에 와인 마시고 넘 좋고 고마워요. 담달엔 만담 개그 어쩌지요. 아 재미난데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