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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산문 수상작
장원
금호중앙여자고등학교 3학년 4반 박예지
-여행-
반쯤 열린 가게셔터 안으로 미지근한 바람이 스며든다. 나는 막 잠에서 깨 부스스한 머리를 만지며 하품을 후두둑 쏟아냈다. 장사를 하기엔ㄴ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아빠는 가게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쓸고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뭄에 마른 땅 같은 아빠의 입술 위로 땀 한 방울이 흐른다. 나는 수건을 건네며 아빠에게 말했다.
“벌써 장사 할 준비하는 거야? 하여간 아빠 부지런한 건 매일 봐도 적응하기 어렵다니까.”
“손님들한테 깨끗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드려야지, 물건을 사러 우리 가게까지 와 주시는 분들인데.”
아빠는 나를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나는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불을 털었다. 아빠가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가게 일에 땀을 쏟아내는 것에는 사실, 다른 이유가 있었다.
최근 재래시장의 상권을 파고든 거대 자본의 마트와 백화점으로 인해 시장을 찾는 발길이 조금씩 끊기고 있었다.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사 가는 아빠 가게의 단골손님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백화점으로 빠져 나가버렸다. 아빠의 어깨는 한 동안 엿가락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웃음기 쫙 빠진 아빠의 얼굴에다 대고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 애를 먹곤 했다. 내 모습이 마음에 걸렸는지 얼마가지 않아 아빠는 적막을 툴툴 털어내고 일어났다. 이럴 때 일수록 더 힘내서 장사해야 한다면서, 불행의 연속이었던 마음은 어느새 다행으로 바뀌었다.
천원 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비닐에 가득 담긴 채소와 과일 위로 눅눅한 햇빛이 흘러내린다. 참에 취해있던 시장의 골목과 가게들도 깨어났는지 분주하게 움직이며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고개를 내밀었다. 이자에 앉아 부채질을 하고 있는 그 때, 첫 번째 손님이 왔다. 아빠는 안면이 있는 단골손님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더운데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걸로 많이 담아드릴게요. 뭐 드릴까요?”
“이번 주말에 가족여행을 가는데 고기 구워 먹을 거라 꽃상추랑 고추 좀 사려고요.”
“여행 좋죠. 이번 여름은 유독 더워서 시원한 바다도 좀 가줘야 되는데 이러고 있으니, 휴가철이 저희한테는 황금기라 어디로 선뜻 발을 떼기가 힘드네요. 허허.”
아빠는 말하는 내내 나를 힐끔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아마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아줌마를 바라보던 내 모습을 본 듯싶었다. 아빠는 쓴 웃음을 삼키며 손님에게서 돈을 받았다. 3천원. 그렇게 많은 양의 채소를 담아 팔았는데도 고작 3천원이 전부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행 좀 가자고 조를 생각이었는데 구겨진 천 원짜리 3장을 보니 그 말이 쏙 들어갔다.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가가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아빠는 마지막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쾌활한 모습으로 손님을 보냈다. 뚱한 얼굴로 있는 나에게 아빠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 딸, 삐졌어? 아빠 조금만 이해해 줘. 돈 많이 벌어서 나중에 더 좋은 데로 여행가자. 약속할게.”
입을 비죽거리며 외면하는 나를 두고 아빠는 어디론가 달려가더니 이내, 내 뺨에 차갑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갖다 대었다. 나는 코웃음을 쳤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입에선 환한 웃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이스크림 봉지를 뜯어 꼭지를 따고 쪽쪽 빨아 먹었다. 얼음을 혀끝에서 굴리니 사르르 녹았다. 아이스크림처럼 응어리진 내 마음도 조금씩 녹고 있었다. 입안에 퍼지는 배의 달콤한 향을 맛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작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은 내가 아니라 아빠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성실하지만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시장 구석에 자유를 옭아매야 했으니까. 평소와 별반 다를 것 없이 반복되는 삶에 채워도 채워도 주머니는 두둑해지지 않아 아빠는 나 몰래 괴로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시장이, 야채가게가 아빠에겐 여행일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 즐거움을 얻고 행복해하듯 아빠는 비록 적은 돈일지라도 물건을 사고 만족스러워 하는 손님을 보면 즐거워했으니까. 나는 지금 아빠와 단 둘이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여행할 수 있는 둘만의 따뜻한 여행을.
행복함을 누리고 싶다면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한 일들을 마음껏 상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아빠와 나의 여행처럼.
우수
근화여자고등학교 2학년3반 박다정
-여행-
아침 7시, 영어로는 am7. 매일 지정된 이 시간이면 나는 여행 갈 준비를 하기 바쁘다. 8시까지 출국절차를 밟으려면 시간이 꽤 빠듯하니 말이다. 주말동안 꾹꾹 숙성시킨 머리의 기름때를 제거하기도 하고 먼지에 꽁꽁 싸 메인 교복을 펄럭펄럭 괴롭히면서, 나는 그렇게 ‘여행객’이 된다. 자,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되죠? 가이드님?
“학교 마치고 영어랑 수학 과외 있으니까 딴 길로 새지 말고 곧장 집으로 와.”
세상은 나와 같은 여행객들 천지다. 다만, 여행지는 제 각자 다르다.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믿지 못하겠다면 주위를 둘러보아라. 넥타이, 교복, 치마, 유니폼 ……. 그 지역의 기후와 문화에 맞춰 천으로 제 목을 질끈 조인 사람들이 시야에서 많이 건져질 것이다.
그들 중엔 죽은 표정을 지운 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대체 무엇에 쫒기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의 눈에 생기가 없음은 분명했다. 그래서일까? 어느새 나는 그들을 ‘시체’라 칭하고 있었다. 지하철에 다닥다닥 붙어 옮겨지는 시체! 익숙한 일상이라는 듯 무표정으로 응수하는 시체. 대체 어느 여행을 얼마나 다니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
“나 평범, 오늘 시간표 좀 불러 봐.”
네, 오늘 학교에서의 여행코스 말씀이시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국어, 수학, 사회, 음악이야!”
“아, 미친. 수학이야?”
2학년 3반이라는 같은 여행단 친구는 코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친구는 아씨, 숙제 덜 했는데……. 하며 바쁘게 책을 펼쳤다. 이렇게 여행 준비를 덜 마친 여행객들에겐 반성문 등의 불이익이 따를 수 있으니 명심!
“나 평범! 떡볶이 먹으러 가자!”
맛나분식의 떡볶이. 학교에 여행가면 꼭 한번 거쳐야 한다는 필수코스! 하지만 다른 여행지가 날 기다리고 있는 걸.
“넌 무슨 떡볶이 하나 먹을 시간이 없냐?”
미안, 이미 여행비용을 지불하고 출국절차를 모조리 밟아버린 상황이라……. 여행이 없는 날이 오게 된다면 꼭 먹으러 가자 정말 올진 모르겠지만.
-이번 역은 사당, 사당역입니다.
사당의 사가 죽을 사(死)라고 착각해버릴 정도로 열차 속에 담긴 사람들은 우중충하기 그지없었다. 지친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리며 저마다의 휴대폰, 날짜 지난 헌 신문을 스윽 훑어보는 게 고작이었다. 저 들의 여행지에 또 다시 도착을 하면 느릿하게 일어서 나가는 기력밖에 남지 않은 듯 했다. 아침에 보았던 시체들의 최후였다. 그래도 내 여행은 저들보다 조금 더 낫지 않을까? 하며 고개를 돌렸을 때엔, 그들의 얼굴을 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집에 오고 있는 거 맞지? 빨리 와!
휴대폰 액정을 가득 채운 문장은 화면을 넘어 팔을 타고 내 목을 조이고 있었다. 시체들의 목을 죄인 색 색깔의 천들처럼 아마, 시체들이 쫒기고 있던 것은 그들에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여행’이 아니었을까. 힘겹게 고개를 들자 건너 문 옆에 붙여진 포스터가 보인다.
‘즐거운 제주도 여행!’
즐거운 여행? 푸하하하, 웃음이 났다. 여행이 즐겁다고? 여행을 즐기기엔 여행은 너무 무거웠다. 무거운 짐 덩어리 무거운 여행을 즐기기엔 서로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죽어 있었다. 지금 이 순간조차도.
아침 7시. 영어로는 am7. 매일 지정된 이 시간이면 나는 무거운 여행을 갈 준비를 하기에 바쁘다. 또 다시 내일, 또 다시 오늘.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되죠? 가이드 님?
선덕여자고등학교 1학년 6반 하바름
-여행-
태풍이 온다더니 우리나라를 비켜가고 갑자기 너무 더워져서 숨이 턱턱 막힌다. 몰해 여름은 무지하게 더울 거란다. 장마는 시작되었는데 비는 그다지 많이 오는 것 같지 않다. 일 년 중 사람들이 여름에 제일 여행을 많이 가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날씨가 덥다보니 시원한 곳을 찾아가서 쉬고 싶어서 이기도 하고 텐트를 치고 자기도 좋기 때문이다. 여름은 살아있는 계절 같다. 아침에 해가 일찍 뜨고 저녁엔 해가 늦게 지기 때문에 사람들의 활동량이 많아지는 것 같고 그래서 여행하기가 좋은 계절 같다. 하지만 나는 여행을 많이 가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여름방학에 가까운 곳으로 하루정도 잠깐씩 다녀왔다. 며칠씩 여행을 간적은 거의 없었다. 나는 캠핑을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여건은 안 되고 같이 갈 사람도 없었는데 몇 년 전 이모가 캠핑을 가자고 했다. 캠핑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그 시간마저도 너무 신이 나고 들떴었다. 내가 준비 할 것은 오로니 내 몸밖에 없었지만 그저 이야기만 듣고 생각만 하여도 설레어서 잠이 오지 않았다. 1박2일의 여정을 가지고 표충사 계곡으로 떠났다. 점심때 무려에 도착해서 텐트부터 치는데 텐트를 잘 못 쳐서 한참동안 고생 하다가 겨우 다치고 나니 배가 너무 고팠다. 조금 이른 저녁이지만 우리들은 배가 너무 고파서 일단 저녁을 먹기로 했다. 준비해 간 고기와 음식들을 모두 펼쳐 놓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밖에 놀러 와서 먹는 고기는 너무 맛있었다. 다 먹고 나니 배는 부른데 너무 더웠다. 그래서 무작정 물속에 뛰어들었다. 물속은 뼈 속까지 시원했다. 이모와 언니 그리고 나는 한참 같이 놀고 텐트에 들어가 쉬는 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잠깐 오는 소나기이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오히려 더 많이 퍼 부었다. 조금 있다 보니 계곡물이 점점 불어서 위허하다고 비상 사이렌까지 울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다가 깨서 허겁지겁 짐들을 챙겨서 집으로 돌아왔다.
새벽녘에 집에 도착하니 엄마는 깜짝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하셨지만 모두들 너무 지쳐서 금세 잠이 들고 말았다. 나의 설레던 척 캠핑여행은 해프닝처럼 끝나고 말았다.
여행이란 언제나 계획대로 되면 좋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떠나기 전엔 언제나 거창한 계획과 많은 준비물을 챙겨가지만 가서보면 꼭 한 두 가지씩 빼먹고 오고 계획한 시간대로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여행이 다녀와서 짜증만 나고 다시 가기 싫어지지는 않는다. 그것이 여행의 묘미이니까…….
계획은 잡고 가지만 그때그때 달라지는 상황에 대처하면서 살아가는 인생도 여행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직 많이 살아 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살아가는 삶 중에 공부하는 거나 친구들과 사귀는 거나 가족들과 잘 지내는 것들을 볼 때 내가 마음먹은 애로 계획대로 딱딱 된 적은 없다. 하지만 나는 즐겁게 살고 있다. 그것처럼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여유를 갖고 모든 것을 대할 때 즐거움이 커지는 것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겨도 잘 해결하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듯이 살아가면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 때 여유를 가지면 잘 해결하고 살아 갈 것이다. 좀 더 자라서 어른이 되면 내가 계획해서 몸으로 부딪히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문화고등학교 3학년 5반 최형민
-여행-
여행은 희망의 섬을 찾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다 누구나 새로운 꿈을 꾸고 싶어 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아닐지? 나는 오늘도 떠나고 싶다. 집을 지으면 창을 내고 싶듯이 새로운 세상을 동경하는 것이 사람들의 속성이 아닌가?
나의 배낭에 꿈을 가득 넣어 메고 집을 나선다.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동경하는 세상으로 몸과 마음이 떠난다. 집과 학교, 도서관으로 발길이 움직였던 것과는 달리 부푼 가슴으로 자유의 공간으로 떠난다.
청소년! 고민과 갈등, 누가 내 마음을 찾아 줄는지, 아니면 잡아 줄는지. 하는 야릇한 희망을 가지고 낯선 곳으로 내 발을 담근다. 그래 한번 떠나보자. ‘대학입시 성적 등등 모든 것 다 비우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보자’ 하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어 떠난다.
내가 머물렀던 바람과 새소리가 달리 들리는 곳으로 걷는다. 누구의 간섭도 없는 발길 닿는 곳으로 걷는다. 누구나 꿈을 꾸듯이 그렇게 새로운 꿈을 꾸며 걷는다. 한 번도 떠나보지 못한 내 일상에서 용기를 내어 오늘은 떠난다.
신라의 하늘아래 사람들이 모여 모두 여행을 떠나자고 하듯이 오늘은 떠난다. 내가 보았던 것과는 달리 모든 것들이 달리라고 생각하였지만, 나선 곳 낯선 사람 하나하나가 내 가슴에 담긴다. 여행다운 여행 한번 해 보지 못한 내가 열린 가슴과 부푼 꿈으로 가볍게 걷는 내 발길에는 꿈의 자국들이 남는다.
나의 청춘이 어느 날까지 있을지는 몰라도 자꾸만 방황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아마 이런 마음이 여행이란 배낭에 꽁꽁 묶어 보고 싶은 것이 내 속 마음이 아니겠는가?
오늘도 떠나지 못한 것이 몸을 치유하기 위해 여행이란 이름을 붙들고 내 마음을 달래는 것은 다 까닭이 있는 것 같다. 학교 자습을 등지고 자연의 공간에 앉아 내 사유의 여행을 찾는 일이 아닌가 생각 된다.
이 순간만큼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 입시의 중압감 고민 등에서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의 날개를 달아 나르고 싶다. 이것이 진정한 나의 마음의 여행이 아닌지!
먼 훗날 황성공원에서 자유의 날개를 펼치고 싶었던 추억을 생각하면서 나의 내적 성숙을 기원해 본다. 이 순간이 참 행복하다. 사유의 여행!
가작
신라공업고등학교 3학년1반 심우섭
-여행-
내면의 평화와 안식을 찾기 위해서 나는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 해 보고 싶었다.
처음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심하셨지만 난 가고 싶었다. 넓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 견문을 넓혀 사물을 보는 시각을 넓히고 싶었다. 내 결심이 너무 확고해 부모님께서는 더는 말리지 않으셨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여행비용은 지불해 주지 않겠다. 가려거든 혼자 힘으로 가거라. 만약 조금이라도 돈을 요구 했다간 다시는 여행을 간다는 말은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고가 나든 무슨 일이 생겨도 혼자 해결 하거라. 그 어떤 도움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너무 모질고 깐깐한 조건이지만 난 조건을 받아들이고 혼자 여행을 떠났다.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내가 직접 스스로 번 돈 10만원을 가지고 여행을 갔다. 먼저 어디를 갈 것인지 목표를 정해야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디를 가도 길은 있다. 내가 가는 길이 곧 목표인데 꼭 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목표 없이 걸었다. 한참을 검다 어느 시장에 도착했다. 그 곳엔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다. 너무 먹고 싶었지만 돈을 아껴야 하는 관계로 참았다. 그렇게 아쉬움을 남긴 채 그 곳을 떠났다. 또 한참을 걷다. 두 번째로 도착한 곳은 옷가게 이었다. 명품 옷가게라 좋은 옷들이 많이 있었다. 너무 비싸서 사지는 못했지만 좋은 구경을 한 것 같다. 그렇게 구경을 다하고 어느덧 밤이 되었다. 여행을 하면서 처음 시작은 좋았으나 지금이 문제였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망설이다 노숙을 할지 아니면 방을 구할 지 고민했다. 고민한 끝에 방을 잡았다. 처음 방을 잡은 거라 긴장 했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그렇게 외롭게 밤을 보내고 다음날 다른 곳을 가기 위해서 준비를 했다. 이번에도 길을 정하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갔다. 아무 생각도 없이 가다가 어느 곳에 도착했다. 도착한 곳은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그곳은 공장도 없고 인터넷도 없고 자동차도 없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거기에는 소와 닭 토끼 자연이 있었다. 여행을 가면서 많은 것을 보았지만 이 곳 만큼 좋은 것은 없었다. 나는 이곳을 마지막으로 정하고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그만 여행을 마치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내가 간 곳들을 다시 돌아 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틀 동안 많은 곳을 다녀왔구나. 와 내가 이만큼 왔구나.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님께서 여행을 다녀온 아들을 보시더니 웃으시면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첫 여행을 무사히 끝내 다행이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교훈 삼아 어느 일을 하던 포기하지 않을 자신감이 생겼다. 난 이제 곧 두 번째 여행을 준비 할 생각이다, 이번엔 혼자가 아닌 여자와 같이 갈 생각이다.
선덕여자고등학교 2학년 7반 김세희
-여행-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나는 오늘도 작은 듯 한 캐리어가방을 앞에 열어 둔 채 눈을 감는다. 먼저 선크림을 꺼낸다. 따가운 햇빛에 공격당하지 않게 눈에 보이는 내 모든 살에 덕지덕지 펴 바른다. 며칠 전에 샀던 푸른색의 하늘거리는 원피스에 하얀 샌들을 신고 집을 나선다. 가방에서 날개 한 쌍을 꺼내 붙이고 바다로 간다. 가방에서 낚싯대 2개와 언제 함께 바다낚시를 가자던 아빠를 꺼낸다. 고요한 바다와 함께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내와 옆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조잘거리는 여자가 보인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희미해져간다. 다음 장소로 떠날 때가 왔다.
눈을 감는다. 뜨면 보이는 푸른 숲 하얀 자전거와 할머니 집에 있는 진돗개 태풍이를 꺼내서 자전거 길을 함께 달린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눈인사를 나눈다. 헥헥거리는 태풍이의 숨소리와 귓가를 스치는 바람소리가 평화롭기 그지없다. 저 너머로 도착지점이 보임과 동시에 다른 곳으로 떠난다. 이국적인 풍경 이번에는 외국이다. 이번에는 친구와 사진기를 꺼낸다. 꼬지와 비슷해 보이는 고기,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과자들, 이 모든 것들을 친구와 사진기에 담는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살며시 눈을 뜨면 보이는 텅 빈 캐리어 여자는 살며시 웃는다. 설레임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속삭인다.
“즐거운 한 여름 밤의 꿈”
이 여자는 즐거운 여행을 한 것이다. 여행의 두근거림과 설레임 소중한 이와 함께 하는 기대감과 즐거움까지 느꼈다. 진짜배기 여행은 아니다. 하지만 여자는 소풍가지 전날 밤 설레임을 느끼는 어린아이가 되었다. 반쯤은 여행을 떠나는 것에 성공했다. 굳이 멀리까지 갈 필요는 없다. 부모님과 그리고 친구들과 또는 혼자서 떠나지 못할 여행계획을 세우며 조잘거리며 웃고 다짐하는 그 시간이 먼 훗날의 소중한 추억이 된다.
나는 아직도 일상을 떠난 여행을 꿈꾸고 있고, 우리는 영원히 꿈꿀 것이다.
경주여자정보고등학교 1학년 1반 이지원
-여행-
어둠을 삼킨 하늘은 먹물같이 짙은 구름으로 세상을 감싸 안고 구슬프게 울어 재꼈다. 쏟아지듯 내리는 서늘한 빗방울에 꽃잎을 가다듬으며 몸을 단장하던 백일홍은 깊이 고개를 숙였고, 햇살을 담으려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흘리던 참새들은 비를 피해 우거진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어둠에 휩싸인 채 정자에 가만히 앉아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고함치듯 떨어지는 빗소리에 살며시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이 멈춘 듯, 애달픈 빗소리만이 나를 적셨고 굳게 닫힌 눈은 나를 꿈속으로 끌고 가려는 듯 열리지 않았다. 처연하게 울려 퍼지는 빗소리는 편안함 속으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차갑게 가라앉혀진 머릿속은 흩어진 기억들을 주워 담아 그려냈고, 나는 기억 속으로 짧으면서도 길다면 긴 애잔한 여행을 떠났다. 고요한 어둠은 붕 뜬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는 나를 감싸 품어 주었고, 미소를 띄우며 어둠을 받아들이던 나는 아쉬움이 남아 좀 더 기억 속을 더듬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힘차게 기지개를 키며 살며시 눈을 뜬 나는 어둠이 내뿜는 화사한 빛에 찡그리듯 미소를 지었다. 상쾌한 기분에 여전히 쏟아지고 있는 빗물을 보며 웃음을 터뜨린 나는 다시 한 번 눈을 감고 기억속의 여행을 회상했다.
신라공업고등학교 3학년 2반 손상우
-여행-
한국이다! 나는 몇 개월간 긴 여행을 끝내고 내 고향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는 공항에 첫 발이 닿을 때 눈물이 나려 하였다. 다시는 오지 못할 줄 알았는데... 라고 생각하며 몇 개월전 나는 불치병이라는 것과 마주하게 되었다. 의사선생님께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 할 때 세상 모든 것 들이 원망스러웠다. 나는 살아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부모님께서 외국으로 가라고 하였다. 나는 영혼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고 외국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이웃들과 친해졌고 나는 세계여행을 계획하였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빈민촌에 한번 갔을 때 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하루 세끼도 못 먹는 그들이 더 열심히 살고 있었고 더 행복해보였다. 그리고 그 계기로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 못 해본 것들을 하기로 하였다. 나는 죽는 게 두렵지 않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살아 있는 것을 감사히 여긴다.
경주여자고등학교 1학년 1반 이은주
-여행-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려도 손가락 사이로 계속 새어나온다. 바람이 머리칼을 간지럽힌다. 절로 콧노래를 흥얼인다.
“오늘 날씨 참 좋다.”
발걸음마저 경쾌해진다. 그리고 오늘 나는 떠난다. 너와 함께 어릴 적 그날처럼.
유난히 햇살 좋고 따뜻한 4월이었다. 오른 손엔 솜사탕을 들고 왼 손에는 너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우리는 신이 났었다. 딱 거기 까기. 그리고 나서 어딜 갔는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빨려갈 듯 했던 그날의 경치, 온도 그리고 설레서 주체 할 수 없던 심정, 잊을 수 없는 그날의 향기만이 기억 날뿐이다. 너 또한 그랬다. 오직 그것들에 취했다. 그 날 우리는 생생히 남으면서도 희미한 기억을 새겼다.
십여 년이 지난 오늘 너와 나는 이제 희미한 그 기억의 일부를 찾기 위해 떠난다. 설레는 그 감정 떨림은 그대로다. 내 오른 손의 솜사탕과 내 왼손을 잡고 있는 너도 그리고 그날, 우리를 취하게 한 그 공기마저도 그대로다.
“아빠 빨리 가요!”
우리는 발걸음을 내 딛는다.
장려
경주여자고등학교 1학년 2반 임소현
-여행-
갈매기가 끼룩거리고 하늘을 가로 지른다. 추운 바람이 밀려오지만 우리 가족은 그리고 친구 가족은 겨울의 기운을 맞아서 한 걸음에 몇 킬로미터를 달려 넓고 푸른 바다에 도착한다.
햇빛이 따갑게 비치던 그런 화사한 풍경은 아니지만 그 대신에 시원한 바람이 나의 귀에 속삭이고 차가운 기운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날이었다.
푸른 경치를 바라보며 파도 안으로 들어가는 그런 기분은 아니기에 심심하던 나의 마음을 달래어 모래사장의 모래와 왔다갔다 약 올리는 파도와 술래잡기를 신청하는 나
그들에게 놀이를 신청한 것은 나이지만 결국 그 술래잡기 놀이에 내가 잡히어서 내가 술래잡이가 된다.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기에 내가 술래잡기가 되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나의 마음을 분하게 만들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달래러, 순간 나의 모래 발길질로, 나의 신발이 한 번 더 모래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모래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나의 신발 한 쪽과 함께 바다 속으로 풍덩.
순간 당황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저 신발을 건질 수 없느냐 도와달라고 하는 사이에 신발은 벌써 바다 속의 세상 어딘가에 가 버린 것. 지금쯤이며 나의 신발은 이 세상어딘가에 도착해 있지 않을까? 나의 신발의 여행은 계속 될지도 모르기지만 이 신발 한 짝 덕분에 아빠 등 위에서 포근한 아빠의 냄새 커다랗고 든든한 아빠 곁에서 잠 들 수 있었다.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 3학년 3반 곽준기
-여행-
공기 주머니를 연신 누른다. 호수에 연결된 장난감 말의 발이 앞뒤로 뒤뚱거린다. 전진해야 할 말이 트럭의 덜컹거림에 자꾸만 후진을 한다.
플라스틱 말은 발치로 떨어진다. 옆에서 운전하던 아빠가 흘겨본다. 나는 말을 주워 만지작거린다. 공기주머니를 누르면 어색한 모양새로 토끼처럼 뛰는 싸구려 장난감이다. 자기도 부끄러운 걸 아는지 몸 전체가 붉게 물들어 있다. 그마저도 싸구려 빛이다.
트럭이 멈춘다. 아빠가 창문으로 담뱃재를 털고 기어를 내린다.
“다 왔다. 내려라.”
모래가 깔려있는 어느 학교 운동장이다. 아빠가 화물칸의 천막을 들치고 장사 준비를 시작한다.
내 손에서 말을 가져가 장난감 바구니에 담는다. 신발 코로 모래를 턱턱 찬다.
이 학교는 운동회가 한창이다 애들과 학부모들이 돗자리를 펴고 그늘 밑에서 맛있는 걸 먹는다. 피자를 먹고 치킨을 먹고 심심하면 돈을 받아 아빠의 싸구려 장난감을 사서 논다. 나는 놀이터 쪽으로 가 그네에 앉는다.
아이들이 분주하게 아빠의 주위에 몰려있다. 싸구려 장난감이 뭐가 좋다고, 싸구려 장난감은 고장 나도 다시 사버리면 그만이다. 싸구려는 고칠 걱정마저도 사치다.
주말이 지나고 학교로 갔다. 아침부터 교실은 소란스럽다. 주말에 어떻게 놀았는지, 무얼 먹었는지 자랑처럼 떠든다. 친구가 신나게 떠들다가 나에게 묻는다.
“넌 주말에 뭐 했어?”
어제의 일들을 떠올린다. 부모님과 친구들과 재밌게 노는 아이들을 구경했었다. 아빠 얼굴이 떠오른다. 나는 친구의 얼굴을 바라본다.
“ 그냥 여행을 좀 갔었어.”
선덕여자고등학교 2학년 6반 설인정
-여행-
여행 하면 나는 작년에 제주도로 수학여행 갔던 거와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갔었던 단석산의 계곡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제주도에 갔던 거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데 그 때 비행기 창밖으로 보았던 바다는 아직까지도 기억에 생생히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 때 보았던 그 예쁜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다. 다시 제주도레 가고 싶을 정도로.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갔었던 계곡은 대단한 진풍경도 아니었고 초라한 숙박 집에 머물렀지만 나에게 그 보다 소중한 기억은 없다. 그 시절의 나는 할머니 댁에만 가도 여행 온 것처럼 기뻐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행은 꼭 거창하게 외국으로 간다는 게 아닌 소박한 곳일지라도 꼭 누구와 함께 있을 필요도 없이 자기 자신이 행복하고 만족한다면 그곳이 집 앞이라도 여행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신라공업고등학교 3학년8반 김기태
-여행-
심적인 안정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친구 네 명과 인도로 떠나는 즐거운 여행을 했다.
카레도 먹어보고 타지마할을 보며 심적인 안정을 찾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돈독하게 하여 기분 좋고 보람된 여행이 되었다.
첫댓글 경대 사범대 곽준기 학생의 글이 오래토록 가슴을 아프게 한다.
강하게 자라주길...삶에서 어려운 환경은 큰 시련이지만
그대가 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지도 모를 일이기에
젊은 그대에게 박수를 보내며^^
마지막 "그냥 여행좀 갔었어" 진솔한 이야기에 박수를
배단영선생님의 애정어린 맘으로 곽준기 학생은 새로운 앞날을 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