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항에서 우수영 (진도대교)까지 항해 (6)
요트 마리나에서 어선들이 정박되어 있는 입구 쪽으로 나오면 해양경찰 동명 출장소가 있어 입항 신고 하면서 2시경에 우수영으로 출항한다고 하였다.
오후 1시 만조시간을 이용해 목포항을 빠져 나가기로 하고 거리도 가장 짧은 구간이라 마음 편하게 출항하였다.
서서히 목포내항에 건설 중인 높은 다리의 낭간 사이를 지나자 서로 경쟁하는 두 대의 연안 여객선이 요트 뒤를 추격해와 빨리 오른쪽으로 피해서 지나가게 하니 맞은편에서도 견인선 처럼 생긴 배가 들어온다.
항내가 꾸불꾸불하고 입출입하는 배들이 많아 속도가 느린 요트는 항로 가장자리에 붙여 주의하면서 항해해야 한다.
어제 밤 늦게 들어올 때는 늦은 밤이라 지나는 선박들이 없었는데 낮이라 많은 선박들이 오고 간다.
빠른 조류를 타고 나오면서 어제 밤에 헷갈리게 했던 등대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항입구 화원반도 끝자락에 있던 등대를 좌측으로 돌면서 진도대교 쪽으로 향했다.
해남 화원반도를 계속 바라보면서 항해하니 골프장도 보이고 아름다운 바닷가 전원주택도 보였다.
화원반도 중간쯤에 육지 쪽 작은 섬과 바다 쪽 좀 더 큰 섬 사이로 직진하니 바닷물이 시냇물처럼 진도대교가 있는 곳으로 흐르니 요트의 속도도 빨라졌다.
오후 6시쯤 되자 진도대교 바로 앞 좌측으로 푹 들어간 우수영으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수심이 깊은 곳이라 바닷물이 소용돌이치는 곳이 많이 보인다
장기간 정박할 만한 곳을 찾았지만 마땅치 않아 공사 중인 선착장 벽에 하려고 하니 나이드신 동네 어른이 더 안쪽 바지선이 있으니 거기에 정박하라고 했다.
바지선 쪽으로 가니 바지선 양쪽과 앞쪽 모두 어선들이 정박되어 있어 앞쪽에 정박된 어선에 묶어 정박하였다.
아무래도 불안해 지켜보니 바닷물이 바지선 옆으로 흐르며 어선들과 같이 요트가 물이 흐르는 쪽으로 밀리고 선미가 바지선에 닿았다. 마침 옆에 있던 작은 어선이 동네 친구들과 낚시 하러 가서 바지선 옆에 정박된 큰 어선 옆에 다시 정박하였다.
조류가 센 진도대교 옆이라 그런지 우수영 항내의 조류는 이상하게도 와류처럼 선착장을 따라 흘렀다.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 고무보트를 내리고 두 개의 닻을 싣고 바지선 전방 20~30M 닻을 내렸다.
조금 있으니 낚시하러 갔던 배가 들어와 요트 앞에 정박하고 추석날 밤이라 동네 친구들끼리 배위에서 만나서 친구들의 부인들까지 동반하여 갓 잡아온 아나고와 다른 고기들을 횟감으로 하면서 술잔을 기울이며 나를 초대하였다.
밤이 깊어지자 그들은 집으로 가고 혼자서 맥주를 마시면서 내일 아침 일찍 6시 조류에 맞춰 목포로 돌아가기로 했다.
사실 여기에 장기간 정박해 놓고 저녁에 고향 마을로 가서 어릴 적 불알친구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려 했는데 요트 정박지로 적당치 않아 내일 조류 때에 맞춰 출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녁에 심심해서 동네 이곳저곳을 들렸는데 다른 이유도 있었다.
얼마 전에 열반하신 법정스님이 태어났던 동네여서 늦었지만 생가도 보고 싶었고 고향집 가는 길목이라서 언젠가는 한번 들르고 싶은 곳이었다.
저녁 늦게 동네사람에게 물어보니 법정스님의 생가를 소개해 줘서 가보니 선착장에서 2~30M 떨어진 곳이었다.
집주인은 여러 차례 바뀌었고 스님의 친척들은 도시로 이사 갔다고 하면서 어떤 안내표시도 없어 아쉬웠다.
해남에는 문인들도 많아 길을 가다보면 어느 시인의 생가 이정표들을 볼 수 있는데 스님의 경우는 어떠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속세를 떠나 출가했다고 하지만 속세에 찌들어 앞만 보고열심히 살아왔던 저로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해남군에서라도 그분의 무소유 정신을 기르기위해 간소하나마 작은 탑이라도 세웠으면 하는 바램이다
저녁 늦게 가게를 보는 노인이 있어 고향이 해남 화산인데 배타고 3일 걸려 고향에 왔다고 하면서 배를 정박하기 힘들어 내일 아침 일찍 목포에 간다고 했더니 “예끼! 미친놈!” 이라고 하였다.
고향집이 엎드리면 코 닿을 곳인데 추석날 저녁에 집에도 가지 않고 허름한 옷차림에 다른 동네 와서 여러 가지 질문과 법정스님에 대해 물으니 어이가 없고 약간 미친놈처럼 이해하기 힘든 모양이었다.
고향집에는 아무도 없어 텅 비어 있지만 동네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어릴 적 초등학교 친구를 목포로 초대하여 요트 위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 만나지 못하고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실컷 하고 싶다.
화원반도 골프장
십자모양이 정박예정지
멀리 진도대교
윗사진의 육지와육지를 연결하는 작은 막대가 진도대교
우수영 전경(진도쪽에서 봄)
)
진도쪽의 하얀등대도보임
우수영쪽서 바라본 진도대교
맞은편이 진도
첫댓글 고생하셨습니다.
도전 정신에 박수를.......예전에 우수영에서 부산까지 2박3일을 항해했는데 첫번째 관문인 진도대교를 역조류로 통과하려고 시도하던 요트들이 생각나네요.
멋있습니다.
하지만 안전에 우선을 두시길.......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