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맑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시어, 시구 풀이]
별 하나 : 시적 화자와 일대일의 친밀한 대면적(對面的) 관계에 있는 존재
밤이 깊을수록 : 새벽이 다가오면서 ‘별’과 시적 화자의 사이가 일단 끝을 맺게 되는 상황
어디서 무엇이 되어 / 다시 만나랴. : 친밀한 인간 관계가 사라짐에 따라 친밀한 관계의 회복을 바라는 시적 화자의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나타나 있음
[핵심 정리]
지은이 : 김광섭(金珖燮, 1905-1977) 시인. 호 이산(怡山). 함북 경성 출생. 초기에는 고독과 불안이라는 허무 의식을 노래하였고, 이후 생활적인 소재를 인간애로 노래하였다. 대표작으로 ‘동경’, ‘마음’, ‘성북동 비둘기’ 등이 있다.
1연 별과 화자 사이의 친밀한 관계 맺음
2연 시간이 흐름에 따라 관계가 일시적으로 단절됨
3연 다시 만나고 싶은 소망
제재 : 별
주제 : 친밀한 인간 관계에 대한 그리움
출전 : <성북동 비둘기>(1969)
▶ 작품 해설
이 시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간결한 문체로 표현하고 있다. 시인이 1965년에 뇌일혈로 쓰러졌다가 기적적으로 다시 살았는데, 그 후 다시 건강을 회복한 작가는 삶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에 깊이 잠겨 있었을 것이다. 그의 다른 시 ‘생(生)의 감각’이 나타내고 있는, 살고자 하는 열정이 이와 같은 체험의 한 반영이라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관계를 소망하는 이 시에 담긴 마음 또한 ‘잃어버릴 뻔한 소중한 것’의 하나를 다시금 되새기는 태도를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 시는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문구를 새삼 떠올리게 하는데, 현대인의 이러한 숙명적인 고독과 관계의 단절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하늘에 무수한 별이 있지만 단 하나의 별과 정다운 관계를 맺고 있는 화자의 모습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떠올리게 한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별이 흐려지는 상황은 이와 같은 친밀한 관계의 소멸에 해당하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자문(自問)은 이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인 것이다. 한편, 이 시는 김환기 화백의 그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로 형상화되기도 했으며, 그림과 같은 제목으로 대중 가요로 만들어져 애창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