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스트] 26 - 초대 받지 않은 손님 1
S#1. 캠퍼스 밤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캠퍼스의 중앙도로..
가로등 밑으로 안개라도 끼는지 음산한 분위기..
S#2. 오리연못 가
백곰이 손전등을 들고 아무 생각없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그러다 문득 보면.. 저만치 어둠에서 누군가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다.
백곰, 걸음을 멈추고 그리로 손전등을 비추는데,
완전히 공포에 질려 달려오는 학생의 얼굴에 바로 비추인다.
백곰 : 거기 누구요!
그러나 학생은 정신없이 뒤(연못 쪽)를 돌아보며 달려와 백곰을 치며 지나쳐 달려간다.
백곰 : 어이 학생. 어이!
그러나 정신없이 달려가버리는 학생.
백곰, 더 부르지도 못하고 그 학생의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다가 문득 연못 쪽을 돌아본다.
연못에는 안개만 끼고 분수대는 멈춰있고. 아무 소리없이 조용하다.
백곰 연못을 보며 걸어가다가 뭔가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 한다.
깜짝 놀라 보면, 나딩굴고 있는 자전거. 아마도 아까의 학생이 버리고 간 것인 듯.
백곰의 발에 차여서 그런 것일까. 바퀴가 아직 돌고 있다. 천천이.... 기익기익 소리를 내며..
S#3. 캠퍼스 낮
밝은 대낮, 오가는 학생들..
게시판 부근. 옥주가 지민이를 끌고 게시판 쪽으로 온다.
지민 : 글세 뭔데에..
옥주 : 보믄 안대니까.. 빨리 좀 와봐. (게시판의 게시물 중에 하나를 찾아 가르키며) 이거야 이거. 어때.
지민, 내키지 않아서 읽어본다.
공고문에는 [뇌파측정 피험자 모집. 일시 : 7월 20-24일 모집인원 남녀 각 20명 ........표준 연구원]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지민 : 무슨 아르바이트가 이래.
옥주 : 내가 알아봤는데 이거 보수도 괜찮아. 딱 한번 가서 한시간동안 가만 앉아있기만 하면 되는거야.
지민 : 이거 주사 맞구 마취하고 그러는 건 아니지?
옥주 : 아이구.. 뇌파측정이래잖아. 그냥 머리에다 전극같은 거 붙이고 가만이 있으면 되는 거래니까.
지민 : (고개부터 젓더니) 안할래. 나 저런 거 싫어.
옥주 : 왜애. 이렇게 쉬운 아르바이트가 어딨다구 그래 너.
지민 : 언니. 난 초등학교 일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예방주사 한번도 안 맞은 사람이야. 난 내가 무서운 건 절대로 안해.
호러영화도 안본다구.
옥주 : 여기서 호러영화가 왜 나와.
지민 : 그런 영화 보면 꼭 주인공이 밤에 집 밖으로 나오잖아. 그것도 혼자. 그리고 꼭 지하실로 들어간다구.
난 그런 바보같은 짓 안해. 무서운 건 아예 시작도 안한다구.
옥주 : (한심해서 보다가) 나 벌써 신청해놨단 말야. 여자 두명이라구.
지민 : 왜 두명이야. 언니 혼자 가면 되지.
옥주 : 넌 무서운 게 싫다구 했지? 난.. 뭐든지 혼자 하는 게 싫어.
지민 : (문득 옥주의 등 뒤 쪽을 보더니) 그럼 저 언니한테 부탁해봐.
옥주도 돌아보면 지원이 가방을 메고 책을 들고 오고 있다.
옥주, 지민을 돌아본다. 둘, 마주보고 은밀하게 웃는다.
S#4. 도서실 / 낮
지원, 책을 찾다가 돌아본다. 거기 옥주가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지원을 보고 있다.
지원, 한숨을 쉬고 자리를 이동한다. 그러다 돌아보면 옥주가 졸레졸레 따라오고 있다.
S#5. 도서관 다른 곳
지원 걸어오고 있다. 그 두어걸음 뒤에서 계속 따라오는 옥주.
지원, 할수없이 걸음을 멈춰 돌아선다.
옥주 얼른 다가오더니.
옥주 : 응? 언니. 같이 가자아...
지원 : 너 돈이 필요하면 좀 제대로 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게 어때.
옥주 : 그렇게 많은 돈은 필요없단 말야. 딱 거기서 주는 만큼만 있으면 된다구.
지원 : 뭐에 쓸 돈인데?
옥주 : (머뭇거리더니) 사실은 다음주에 재명이 생일이거든. 생일선물 봐놓은 게 있는데, 용돈은 벌써 다 써버렸구.. 그래서..
지원 : (어이없어 웃고, 보다가..) 언제 가야 되는데?
옥주 : (팔짝 뛰며 지원의 팔짱을 끼며) 난 언니가 해줄줄 알았어. 내일이야. 내일 오후 세시. 시간 괜찮지?
지원 : 어디서 하는거라구 했니?
옥주 : 표준 연구원. 여기서 얼마 안 걸려. 금방 갈 수 있다구.
S#6. 표준 연구원 외경 / 밤
되도록 을씨년스럽게... 바람이 몹시 불고 있다.
그 음산한 분위기 안에 연구원 간판이 보인다.
S#7. 연구원 내부 복도 / 밤
음산한 분위기.. 아무도 없는 복도를 천천이 트래킹해간다.
그 중의 한 방 앞에서 잠시 멈춘다. [인간공학부]라는 팻말이 문득 덜렁거리며 움직인다.
S#8. 실험실 내부
아무도 없고, 불은 꺼져있고.. 창문에서 새어들어온 창백한 빛으로 보이는 내부.. 주욱 둘러보고...
창 밖으로는 바람이 몹시 불어서 나뭇가지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현재 기압의 변동과 여러 가지 파동에 의해 영계와의 틈이 잠시 벌어지는 상황이라는 가정)
많은 기계들 중에 VCR에 시선이 멈춘다. 그 기계로 천천이 줌인해 들어간다.
아주 깊숙히까지 들어가는 기분.
S#9. 이교수 랩 / 밤
중희가 세수를 하고 난 뒤에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들어서다가 보면..
만수가 컴퓨터 앞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읽고 있다.
그 뒤에는 명환이 컴퓨터 앞에서 작업 중이고.
중희 만수의 뒤에 가서 들여다보고는.
중희 : 너 증말 고향에 계신 부모님 보기가 미안하지도 않냐. 벌써 몇시간째 비비에스만 읽고 있는거야?
만수 : 아이참. 가만 있어 봐요. 이거 보통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중희 : 니 눈에 보통 일이 보일 리가 있냐?
만수 : 오리연못에서 귀신을 봤단 얘기.. 이거 읽어 봤어요?
중희 : 그거 여름이면 꼭 한두번씩 올라오는 얘기잖어.
명환 : (뒤에서) 귀신이 있으면 대체 뭐하구 있는거야. 만수 저 녀석 빨랑 안 잡아가구.
만수 : 헤 귀신이 날 잡아가요? 하이구 우리 엄마가 점 봤는데 내가 아흔아홉까지 살 수 밖에 없는 팔짜래는 거 아닙니까.
명환 : (짜증스러운) 너 야식 시킨 거 안 찾아올거야?
만수 : 아참 먹는 거.. 야식.. 이쁜 거.. (벌떡 일어나 문으로 가는데)
명환 : 정만수.
만수 : 예?
명환 : 오리연못에 귀신은... 진짜다. 하얀 소복을 입고 있는데 눈알이 없대. (자기 딴엔 무시무시하게..)
만수 : 아이구 선배님. 공학도 맞습니까? 그런 거 믿구 그러심 후배인 저로서는 실망이죠. 저 다녀옵니다.
낄낄거리며 나가는 만수.
명환, 시선 돌리다 보면 중희, 명환을 한심해서 보고 있다.
명환 : (머쓱해서) 뭘 봐.
S#10. 전자동 건물 앞 / 밤
유리자동문이 기잉 열리고 춤스텝을 밟으며 나서는 만수. 자전거 보관대로 가서 자기 자전거의 자물쇠를 열려다가.
만수 : 처녀귀신? 파하..
바람이 많이 불고 있다.
S#11. 오리연못가 / 밤
바람에 나무들이 흔들리며 소리를 내고 있다.
연못 가운데의 조명탑에만 조명이 들어와서 주변은 어둡다.
인적이 드문 깊은 밤이다.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는 만수. 연못 근처를 지나가는데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전거가 흔들린다.
저전거를 세우고 내리는 만수. 체인이 빠졌다. 투덜거리며 체인을 다시 끼우느라고 낑낑댄다.
그러다가 문득 손을 멈춘다.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소리 : (낮게 흐느끼는 듯한 여인의 울음소리)
만수 후딱 고개를 들더니 주위를 살펴본다. 물론 아무도 없다. 흐느낌 소리가 여전히 들려온다.
주위를 살피던 만수의 시선이 연못으로 향하는 순간. 만수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만수가 바라보고 있는 곳. 바로 연못 위에 둥실 떠있는 허연 물체의 형상.
만수, 비명도 제대로 안나오는 상태에서 뒤로 기어 도망치려는데 제대로 도망쳐지지도 않는다.
계속되는 울음소리가 바람소리에 섞이고..
그 다급하고 공포스러운 상황이 흔들리며 보여지고..
S#12. 도서관 전경 / 아침
S#13. 도서관 컴퓨터 일각
학생들 몇이 모여서 뭔가 재미나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의 옆에 보이는 컴퓨터 앞에 몇 명이 모여서 비비에스를 읽고 있다. 더러 웃기도 하고..
그들의 뒤를 지나쳐 오는 정태와 민재.
민재 학생들이 보는 화면을 슬쩍 보고는..
정태 : 만수형 또 한번 히트를 치는구만. 이번엔 귀신 목격담이야? 아주 비비에스에 도배를 하는 모양인데.
민재 : 말두 마. 만수형땜에 우리 랩식구들은 아주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야.
정태 : 야 아무리 그래두 좀 유치한 거 아니냐. 연못 위에 처녀귀신 이라니.. (웃는)
민재 : (걸음을 멈추더니) 근데 말이야.
정태 : (보면)
민재 : 만수형이 뭔가 보기는 봤나봐.
정태 : 뭔가 헛거를 봤겠지. 바람 부는 밤이랬으니까 비닐 봉지가 날렸나.
민재 : 만수형은 그걸 귀신이라고 아주 믿고 있는 거 같대니까.
S#14. 이교수 랩 / 낮
중희가 너무나 한심해서 한 곳을 보고 있다.
거기 만수가 앉아서 비비에스의 글을 치고 있는데..
목에는 커다란 십자가 목걸이를 달고 있고. 주머니에는 마늘 다발이 비어져 나와있다.
만수는 보기 드물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다.
문이 열리며 명환이 들어선다. 만수를 보고 중희를 보더니.
명환 : 아직도 저러구 있는거야?
중희 : 점점 맛이 가는 거 같은데요.
명환 : (만수에게) 정만수.
만수 : (히익 놀라며 돌아본다)
명환 : 교수님이 부르신다. 얼른 가봐.
만수 : 네에.
고분고분 일어서서 문으로 가다가 애처롭게 돌아보더니.
만수 : 중희형.
중희 : 뭐.
만수 : 같이 가주면 안될까.
중희 : (으이그.. 한 대 패주고 싶다) 그 마늘이나 빼놓구 가라. 어?
S#15. 이교수 연구실
문이 열리고 만수가 들어서다 보면 처장과 이교수가 같이 앉아있다.
만수 얼른 깊숙이 인사를 한다. (십자가 목걸이는 아직 하고 있는 상태)
처장 : (이교수에게) 저 학생입니까.
이교수 : 네. (좀 창피해서) 정만수 일루 앉아봐.
만수 : (주춤주춤 옆으로 앉으면)
이교수 : 니가 요즘 비비에스에다가 귀신 얘기 잔뜩 올리구 있니?
만수 : (금새 열내서) 교수님. 그냥 귀신 이야기가 아니구요. 제가 진짜루 목격을 한거거든요. 근데 그게..
처장 : 학생.
만수 : 예?
처장 : 학생이 학교 게시판에 쓰고 있는 귀신 이야기 말이에요. 그거 재미있어 하는 학생들도 많겠지만,
그런데 이런 얘기가 너무 진짜처럼 소문이 나면 곤란해집니다. 뭔 말인지 알겠어요?
만수 : 그렇지만 그건..
이교수 :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 좀 있으면 교환학생들도 우리 학교에 올거구... 중고등학생 캠프도 있을건데
지금 니가 올리는 글들을 걔들도 읽을 거 아니니.
만수 : (멍해서 보는)
처장 : 학생들의 우스개 장난까지 규제를 하는건 아니에요. 다만 학교의 행사도 있고 하니까 협조를 좀 해달라는거지.
이런 얘기까지 해서 미안하구만.
만수 : (뭐라 말 못하는.. 그저 울고 싶을 뿐)
이교수 : 그리고.. 너. 그렇게 시간이 많니. 프로젝트 하나 더 해볼래?
만수, 정말 불쌍한 얼굴이 된다.
S#16. 표준 연구원 전경 / 낮
지난번 밤에 보았을 때와 거의 비슷한 앵글로..
S#17. 내부 복도
역시 지난번 밤에 보았던 바로 그 복도를 걸어가는 옥주와 지원.
옥주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옥주 : 여긴 좀 기분이 안좋다. 그치.
지원 : 니 기분이 안좋은 모양이지 뭐.
옥주 : (비죽거리다가) 언닌 세상 사는 게 참 재미없지.
지원 : 왜.
옥주 : 언닌 세상에 그렇게 재밌는 것두 없고 무서운 것도 없구 막 웃기는 것도 없구 그럴 거 같애. 맞지?
지원 : (피식 웃고) 방이나 잘 찾아봐. 무슨 연구실이라고 했지?
옥주 : (살피다가) 어 저기다. 저 방.
그들이 보는 연구실에 붙어있는 팻말. [인간공학부]
S#17-1. 인간공학부 연구실
지원과 옥주가 작성한 서류를 내민다. 받아드는 연구원, 상현.
상현 : (들여다보며) 음.. 빠진 건 없고... 바로 시작해도 상관없지요?
옥주 : 다른 사람들은 없어요? 다른.. 아르바이트생들..
상현 : 두분이 마지막입니다. 저도 이거 얼른 끝내고 싶어요. 오늘에야 겨우 끝내게 생겼네.
지원 :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데요?
상현 : 세팅하고 실험하는 시간까지 쳐서 넉넉잡고 두시간이면 되요. 한사람씩 해야 되는데 누가 먼저 할래요?
옥주 : (얼른 뒤로 빼며 지원의 눈치를 본다)
지원 : 제가 할게요.
상현 : 이쪽이 (서류 보며) 구지원씨?
지원 : 네.
상현 : (챠트를 들어 애들이 작성한 서류와 대조하며 뭔가를 기입하는)
지원 : 정확히 어떤 실험인거죠?
상현 : (작업하며) 감성공학이라고 들어봤어요?
지원 : 인간의 오감에 인위적으로 자극을 주고.. 그에 따른 뇌파의 반응을 측정하고..그렇게 해서 사람의 감성을 정량화하는
연구라고 배웠는데요.
상현 : (새삼 지원을 보며) 잘 아네요. 혹시 앞으로 감성공학쪽의 공부할 생각없어요? (웃는)
S#18. 복도
상현과 지원, 옥주가 걸어오며.
상현 : 오늘 실험은 간단한겁니다. 시청각 신호로 뇌의 쾌, 불쾌 중추를 자극한 다음에 학생들의 심전도랑 뇌파를 측정해보는거죠.
옥주 : 저기 정말로 괜찮은거죠?
상현 : 아이구 걱정마요. 그냥 영화보는 기분으로 앉아있다 나오면 되요. 중간에 졸지만 말아줘요. 알았죠?
S#19. 실험실
앞의 밤에 보았던 그 실험실.
가운데 쉴드룸이 있고 그 앞에는 스크린이 있다. 쉴드룸 밖에 여러가지 계측 장비들이 둘러싼 형태.
지원이 쉴드룸 안의 의자에 앉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다른 연구원인 민병찬이 지원에게 전극을 붙일 준비를 하는 동안 상현은 다른 기계들을 살피고 있다.
그 가운데 보이는 문제의 VCR.
잠시 후 상현이 바로 그 VCR에서 비디오 테이프를 꺼내 제목을 확인하더니 다시 넣는다.
지원의 머리와 이마 팔 등에 전극이 붙여지고 있다.
S#20. 복도
옥주가 지루한 듯 다리를 흔들며 기다리고 있다.
문득 일어나서 실험실 문 앞에 바싹 붙어 안의 소리를 들어본다.
누군가 복도를 걸어오자 얼른 딴청을 한다.
S#21. 실험실 내부
이제 쉴드룸 안에는 지원만 앉아있고,
상현과 연구원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실험준비를 마무리하고 있다.
병찬 : (마이크에 대고) 이제 40분 동안 연속적인 영상과 음향신호가 나올 겁니다.
만에 하나라도 못견딜거 같으면 바로 말씀하시구요.
지원 : 네.
병찬 : 좋습니다. (스타트를 시킨다)
조명이 꺼지면서 앞에 놓인 스크린에서 화면이 펼쳐진다.
알프스 계곡, 시원한 풍경들... 스피커에선 개울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모니터에 지원의 뇌파그래프와 심박수등이 기록된다.
지원, 편안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보고 있다.
//시간경과.
스크린에 불쾌함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보여진다. 전쟁, 맹수들의 사냥장면등...
음향도 구급차 사이렌 소리나 사람들의 울음소리.
지원, 얼굴을 조금 찡그리지만 시선은 계속 스크린에 향한다.
출력되는 데이터를 꼼꼼히 체크하는 상현.
//시간경과
상현이 고개 들면 어느새 쉴드룸에는 옥주가 들어가 있다.
옥주, 눈을 똘망똘망 굴리며 눈앞에 펼쳐지는 그림을 본다
S#22. 오리연못가 / 낮
전혀 아무 이상이 없이 평화롭기만 한 연못가.
오리들이 놀고 있고.. 주변에는 학생들이 오가고 있다. 그 위로.
박교수 : (E) 좀 더 정확하게 말해봐아.
S#23.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와 남희. 그리고 만수.
박교수 : 정확하게 어떤 위치에 있었지?
만수 : (드디어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서 기쁘다) 정확하게.. 연못 위에 떠있었죠. 허공에 이렇게 둥둥..
남희 : (한심해서 만수를 보고 있는)
박교수 : 호오.. 어떻게 생긴 물체였는데?
만수 : 어떻게 생겼냐하면.. 그게.. (생각해보는)
박교수 : 눈으로 봤대매... 사람형상이었나.
만수 : 맞습니다. 사람같았어요.
박교수 : 사람같았던 거야. 사람이야. 얼굴이 있었어? 눈코입 다 본거야?
만수 : 그렇게 정확하게 볼 수가 없었어요. 어두운 밤이었고.. 또 너무 놀라서.. 그게 잘..
박교수 : 그게 문제야.
만수 : 예?
박교수 : 자넨 과학을 하는 사람이야.
만수 : 정확하게 공학돈데요.
박교수 : 좌우지간.. 과학이든 공학이든.. 모든 현상을 정확하게 관찰하고 규명하는 게 우리들의 기본 자세다 이거지.
그런데. 어두운 밤에 귀신을 볼 기회가 어디 그리 흔한가. 이건 아주 드문 케이스라고.
그런 귀한 기회를 그냥 놓쳐버리다니.. 에이.. 아까워라...
만수 : (버엉해서 보는)
남희 : (이제는 박교수도 한심하다) 교수님 설마 만수 얘기를 믿고 그런 말씀을 하는 건 아니시겠죠.
박교수 : 왜. 만수군이 직접 봤대잖아.
남희 : 교수니임.
박교수 : 이름을 귀신이라고 붙여서 그렇게 질색을 하는 모양인데. 이름을 다르게 붙이면 되지뭐. 초자연적 물질 가시화현상.
이럼 좀 그럴듯해?
남희 : (말도 하기 싫다)
박교수 : (만수에게)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지?
만수 : (김이 좀 샌 기분이지만) 저는 분명히 귀신을 목격했는데 아무도 안 믿어준다. 그래서 서럽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박교수 : 그렇지. 그런데 자네가 왜 그렇게 무시를 당하는 줄 아나?
만수 : (생각해보더니) 제가 정만수라서 그런 거 같습니다. 남희선배나 민재가 이런 얘길 했으면 아마 조금은 믿어주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요.
박교수 : 그게 아니야. 기본적으로 자네의 접근방식이 틀려있잖아 지금. 최소한 자네가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귀신을 만났을 때 얼씨구나.. 이게 웬 횡재냐.. 이러구 덤벼들었어야지. 지금 자네하는 꼴을 봐. 십자가 목에다 걸고..
사람들 틈에 숨어서 징징대고 있지않냐고. 그럼 당연히 우리가 무시할 수 밖에 없지. 안 그래?
만수, 불쌍한 얼굴로 눈만 껌벅이며 보고 있다.
S#24. 산디과 실기실 / 밤
아무도 없는 실기실.
옥주, 자기 책상에 앉아 오브제를 다듬고 있다.
잘 안되는지 이리저리 위치를 바꿔가며 재료를 만지다가 문득 손을 멈춘다.
옥주 귀를 기울인다. 어디선가 아주 작게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다섯살 정도의 여자애가 훌쩍훌쩍 우는 소리)
옥주, 문쪽을 돌아본다. 이제 아이의 울음소리는 좀 더 크게 들려온다.
옥주, 일어나서 주춤주춤 문쪽으로 다가선다. 망설이다가 문고리를 잡는데, 순간 밖에서 문이 확 열린다.
옥주, 비명을 지르는데 문 밖에 있던 대욱과 지민도 놀라서 같이 소리를 지른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마주본다.
대욱 : 임마 깜짝 놀랐잖아. 뭔 소리를 그렇게 질러대.
지민 : 아우 언니 놀래 죽는 줄 알았어.
옥주 : 밖에 둘 밖에 없어?
지민 : 왜?
옥주 : 들어오다가 애가 우는 거 못 봤어?
대욱 : (들어서 자기 책상으로 가며) 야아 장난치지 마. 무섭잖아.
옥주 : 아니 진짜루 들었는데.. 애가 울었다구.
대욱 : 하지 말래니까.
옥주, 어쩔줄 몰라 서있다가 문 밖을 슬쩍 기웃거려 보고..
지민 : 나 이제까지 대욱이 오빠한테 모터에 대해서 배웠다. 내일은 직접 모터 다는 법 갈쳐준대.
옥주 : (아무래도 밖이 이상하다)
대욱 : (자기 책상에서 가방을 챙겨 나오며) 옥주 넌 밤 샐거야? 자아식 그러게 과제는 미리미리 좀 해두지이.
지민 : 그럼 언니 수고해.
둘 가려는데.
옥주 : 잠깐만.. 나두 갈거야. 같이 가. (부지런히 책상을 치우는데) 좀 기다려어.
대욱 : 왜. 혼자 있기 무서워서?
지민 : 뭐가 무서워. 여긴 학교잖아요.
대욱 : (짖궂은 표정이 되더니 지민에게) 너 아직 우리 학교에 내려오는 얘기들.. 모르는구나. 해줄까?
S#25. 캠퍼스 밤
바람에 종이조각 하나가 구르고.. 음산한 분위기 위에.
대욱 : (E 음침한 목소리로) 원래 우리 학교엔 떠도는 귀신들이 많다구. 여기 대덕벌이 소문난 명당자린 거 알어?
그래서 큰 집과 큰 묘가 많았거든. 그걸 연구단지 만들면서 죄다 쓸어버린거야. 그때 이후로 떠도는 귀신들이 많대지 아마.
S#26. 기숙사 앞 밤
기숙사의 가동과 나동이 좀 기괴한 각도로 보여지면서.
대욱 : (E) 여기 학부 기숙사 가동하고 나동도 유명한 곳이야. 이게 미러 형태로 지어졌거덩.
기숙사 앞에 대욱과 옥주와 지민이 서서 기숙사를 보고 있다.
지민 : 미러형태?
대욱 : 어. 좌우대칭구조로 되있다구. 계단 방향에 화장실 구조. 방문까지 완전대칭이래. 확인해봐.
지민 : 그런데요?
대욱 : 그래서 바로 이 가운데가 음기가 모여드는 골짜기 형태가 되버린거야. 음기 알지? 양기의 반대. 귀신들이 좋아하는 거.
세명 일제히 가운데를 바라보는데. 순간 불어온 바람.
지민과 옥주 히익.. 해서 서로 붙잡고.. 대욱도 저도 모르게 움찔하고. 어색해하다가..
대욱 : 그뿐인 줄 알어. 우리 기숙사에 자살한 사람들 있지.
지민 : 들었어요.
대욱 : 그 사람들이 꼭 몇동 몇호에서만 죽었다는 얘기도 알어?
지민 : 정말루요?
옥주 : (대욱을 노려보다가) 그만 좀 해요. (지민한테) 거짓말이야. 넌 그말을 믿니?
지민 : (아직 으스스하지만) 안 믿어.
대욱 : (낄낄 웃고) 재밌잖아.
지민 : (심각한 얼굴) 근데 대욱오빠 그 얘기 알어요?
대욱 : 뭐.
지민 : 원래 귀신들은요. 귀신 얘기를 하는 주위에 몰려든대요.
대욱 : 정말?
대욱 기분이 으스스하다. 지민도 말해놓고 지가 무서워서 주위를 돌아보고.. 옥주의 팔짱을 끼어잡는다. 그 때 갑자기.
대욱 : (지민의 뒤를 가르키며) 으아아아..
지민과 옥주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서로에게 달려든다.
대욱 재밌다고 낄낄거리는..
S#27. 기숙사 복도 / 밤
지민과 옥주가 계단을 올라온다. 서로 반대방향으로 헤어져 간다.
옥주 : 그럼 잘 자.
지민 : 어.. 언니도 잘 자..
옥주, 아무 생각없이 복도를 걸어온다. 밤이 늦어서 주위는 조용하다. 텅 빈 복도에 옥주의 발소리만 울린다.
옥주의 뒤 이만치에서 옥주를 따라가는 시선으로...
옥주 문득 멈추더니 뒤를 돌아본다.
옥주의 시선으로 보이는 복도. 텅 비어있고. 아무도 없다.
옥주 다시 뒤돌아서 걸어가기 시작한다.
뒤의 시선.. 점점 옥주의 뒤로 다가간다. 어느만큼 다가섰을 때.
S#28. 옥주의 방문 앞
옥주 카드를 꺼내 방문을 열려고 한다. 카드가 잘 안들어간다.
짜증을 내며 카드를 쑤셔넣는데..
소리 : (아이의 훌쩍이는 울음소리)
옥주, 손이 멈춘다. 완전히 굳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린다.
옥주, 하얗게 질려서 천천이 고개를 돌려본다.
옥주의 시선, 빈 복도. 옥주, 후딱 고개를 돌려 반대편을 본다. 역시 아무도 없다.
순간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친다.
옥주, 공포에 질린 채로 다급하게 키를 꽂아 문을 연다. 안도하여 문을 미는데, 바로 그 순간.
문 안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손. (남자 어른의 손임)
옥주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지며 기며 도망치다가 울며 다시 본다. 조금 열려진 문에는 아무것도 없다.
옥주, 완전히 기가 빠져서 울며 주저앉아 있다.
주위의 문 몇 개가 열리며 여학생 몇이 내다본다.
S#29. 지원의 방
잠옷 차림의 지원, 방의 불을 끈다. 창문으로 창백한 빛이 들어온다. 여전히 방의 침대 하나는 비어있는 상태.
지원 자기 침대로 가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조용한 가운데, 머리맡에 놓인 시계의 초침소리만 가늘게 들린다.
지원 잠이 안 오는지 누운 채로 뒤척인다.
눈을 감은 지원의 얼굴. 그 위로 비치는 달빛.. 그리고 잠시 후..
소리 : (피아노 소리)
지원이 눈을 번쩍 뜬다. 작게 들리던 피아노 소리가 이제 확실해진다. 바로 방안에서 들리는 것처럼.
지원, 천천이 방안을 둘러보다가 시선이 책상 쪽에서 멎는다.
경악하여 보고 있는 지원의 눈 앞, 지원의 책상에 앉아있는 열살 정도 소녀의 뒷 모습.
분홍색 드레스 차림에 긴 머리칼, 뒤로 조금 묶어서 분홍색 리본으로 묶고 있다. (피아노 연주회때의 옷차림)
소녀는 책상이 피아노인 듯 연주를 하는 모습이다.
문득 소녀가 손을 멈춘다. 피아노 소리도 멈춘다. 소녀가 뒤를 돌아 보는 듯. 얼굴이 보이기 직전.
지원 벌떡 일어나 앉는다. (마치 이제까지는 꿈이었던 듯)
지원이 보고 있는 책상에는 아무도 없다.
지원, 얼어서 책상을 보다가 문득 소리내 중얼거린다. 스스로에게 납득이라도 시키려는 듯.
지원 : 이건 꿈이야. 꿈이었어. ...꿈이었다구.
S#30. 복도 / 밤
지원이 세면도구를 들고 걸어오고 있다.
S#31. 세면장 / 밤
불이 켜지고... 지원이 들어온다. 수건을 걸어놓고 물을 튼다.
찬물을 받아 세수를 하는 지원의 모습이 바로 앞의 거울에 비쳐진다.
카메라는 거울을 통해 지원의 어깨 너머의 비어있는 공간을 점점 크게 보여준다.
마치 그녀의 뒤에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문득 고개를 들더니 후딱 뒤를 돌아보는 지원. 뒤에는 아무 것도 없다.
물이 뚝뚝 흐르는 얼굴로 거울을 들여다보는 지원. 피곤한 표정이다.
S#32. 캠퍼스 전경
밝은 낮이다.
S#33. 석학의 집
진영이 양손에 물건을 산 봉투를 들고 들어선다.
미순, 서빙을 하고 돌아서다가 진영을 보고는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미순 : 날이 너무 더워서 샤워라도 하구 오셨나요?
진영 : 아뇨.
미순 : 그럼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한숨 자고 오셨나요?
진영 : 그게 아니구요...
미순 : 근데 워째 10분이면 다녀올 심부름을 30분을 넘겨?
진영 : (물건 적당한 곳에 놓으며) 오리연못 때문에요.
미순 : 오리연못?
진영 : 요즘 거기서 귀신이 나온다구 그러잖아요. 그래서.. 연못이 안 보이는 데루 빙 돌아왔거든요.
미순 : 얘가 왜 또 헛바람 새는 소릴 하구 있어. 너 그럼 우리 가게에서 귀신이 나온다구 그럼 여기두 빙 돌아다닐거냐?
진영 : (진지하게) 그럼 관둬야죠. 사표 쓰는거죠.
미순 : 뭐여?
하는데 문이 벌컥 열리며 재명이 들어선다. 잔뜩 화가 나있다.
미순 : 쟨 또 왜 저리 힘주고 있어?
재명 둘러보는 곳. 한 구석에 대욱과 마이클, 지민이 앉아서 도면을 놓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재명, 씩씩대며 다가서며.
재명 : 대욱이 형. 사람이 왜 그래?
대욱 : 어이. 최재명. 안 그래두 너 부를려구 했어. (도면 들어보이며) 우리 지금 로봇 바디 얘기 하구 있는데 말이지...
재명 : (도면을 휙 제쳐버리고) 어제 옥주한테 무슨 말을 한거야?
대욱 : 어제? 옥주가 뭐.
재명 : 형이 밤중에 뭔 소릴 했길래 옥주가 헛거를 보고 앓아누웠냐고.
마이클 : 옥주 아파? 왜?
재명 : 옥주 지금 의무실에 누워있어. 알어?
지민 : 어머. 왜요?
재명 : 옥주가 어제 귀신을 봤대잖아.
마이클 : 귀신? 고스트? 오 마이갓.
재명 : (대욱을 끌어일으키며) 일어나.
대욱 : 대체 뭔 소릴 하구 있는거야? (어이없어 웃고 있다)
재명 : 가서 옥주한테 똑바로 말하라고. 어제 한 소리 다 헛소리였고. 여자기숙사에 귀신같은 거 없다고 말하라니까.
진영 : (어느새 옆에 와 눈이 동그래져서) 오리연못 말고 딴데도 귀신이 나오는거에요? 어딘데요?
S#34. 동아리방
만수, 민재, 정태, 진수.
만수 : (인쇄한 종이 몇장을 펄럭이며) 세명이야. 세명. 오리연못에서 내가 본 바로 그 귀신을 목격한 학생이 세명이라고.
이거 응? 이거 좀 봐. 그 학생들이 올린 글이잖아. 우리가 본 게 다 똑같은 거래니까.
나머지 모두 한심해서 듣기를 괴로워하고 있는 중이다.
민재 : 그래서.. 오늘 밤에 같이 가자는거야? 그 귀신 보러?
만수 : 그래. 이런 건 혼자 암만 목격해도 소용이 없잖냐. 남들이 안믿어주면 고만이라고. 그니까 같이 가서 같이 보자 이 얘기지.
정태 : 무서워서 같이 가자는 게 아니고?
만수 : 하아 이 자식들.. 니들은 과학자로서의 태도가 영 글렀구만. 뭔가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걸 발견하면
그걸 끝까지 추구하는 게 우리 과학자며 공학자의 태도 아니냐.
진수 : 형이 봤다는 거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만수 : 어떻게.
진수 : 형이 밤중에 나오기 전에 귀신에 대한 비비에스 글을 읽고 있었다면서요. 그럼 벌써 공포를 느낄 준비가 되있었던 거죠.
사람이 공포를 느낄 때는 뇌속에서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호르몬이 분비되잖아요.
민재 : 어어.. 바로 그거야. 그런 강력한 호르몬이 분비되는 상황에선 뇌세포들이 제기능을 발휘할 수가 없지.
그래서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뇌세포들이 제멋대로 변형시켜 엉뚱한 걸 인지하는 거라고.
만수 : (둘을 번갈아 째려보고 있다가 종이를 흔들며) 그럼 이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 다 똑같은 호르몬이 분비되고 있었단거야?
게다가 이 세사람이랑 내가 귀신을 본 시간까지 똑같단 말이다. 새벽 한시에서 한시반 사이.
진수 : 거기가 연못가라면서요. 밤에 연못 옆이라면 그 부분의 온도나 습도의 변화땜에 공기의 상태가 변화되었을 수 있어요.
민재 : 그렇지. 요즘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잖아.
정태 : 꼭 그렇게 볼수만은 없을걸. 사실 귀신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런 경험을 못해본 거잖아.
그리고 없다는 걸 증명할 방법도 없다고.
만수 : 그렇지 그거야 그거.
정태 : 내가 아는 놈 중에 유체이탈이라는 걸 경험해봤다는 애가 있거든. 이 놈이 밤에 자다가 목이 말라서 부엌에 갔더니
지 동생이 수박을 자르고 있더래. 그래서 야 나도 좀 주라.. 그랬대요.
만수 : (얼른 아이들 사이로 끼어들며) 그래서.
정태 : 그러다가 잠이 깼대. 어라 꿈을 꾼거구나.. 하고 진짜로 일어나서 부엌에 갔대. 그랬더니 거기 수박을 자른 칼이랑 도마가
놓여있더라는거지.
만수 : (더 가까이 다가들며) 그래가지고.
정태 : 이상해서 동생 방에 가봤더니 동생이 수박을 먹고 있더래는거야.
민재 : 에에이. (웃으며 책을 챙기는)
만수 : 그러니까 얘들아. 오늘 밤에 나랑 연못에 가보자 어? 가서 자연현상인지 귀신인지 알아보재니까.
민재 : 형. 난 귀신이 앞에 나타나도 악수할 시간도 없는 사람이야. 대학원 시험공부하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문이 벌컥 열리더니 마이클이 신나서 뛰어듣다.
마이클 : 오우 에브리바디. 들었어? 알았어?
민재 : 얜 또 왜 이래?
마이클 : 옥주가 귀신 봤대. 기숙사에서 봤대. 그래서 지금 아파. 그래서 재명이가 막 화났어.
오우 귀신 나도 보고싶어. 왜 나만 안 만나주는거야. 프리즈 컴 투 미..
민재 한숨을 쉬며 마이클을 본다.
S#35. 서교수 강의실
강의가 마악 끝나가고 있다.
서교수 : 아마 우리가 가장 늦게까지 보강수업을 한거 같은데 여러분 다 수고했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질문 있어요?
학생들 주욱... 그 중에는 민재와 정태, 지원의 모습이 보인다.
그 때 정태가 손을 번쩍 든다.
서교수 : (바라보면)
정태 : 언젠가 책을 봤는데요. 귀신의 존재를 물리적으로 증명해 보는 이론이었거든요.
교수님께선 그런 증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학생들 더러 웃는다. 그러나 지원, 웃지 못하고 정태를 돌아본다.
서교수 : (역시 웃더니) 나도 하나 물어볼까요? 학생은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정태 : (멀뚱해서 보는)
서교수 : 외계인을 증명하기는 쉽습니다. 단 하나의 존재사례만 보여주면 되죠. 그런데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증명하려면
한가지의 사례만으로는 불충분해요. 우주 전체를 다 조사해보지 않는다면 외계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는걸
증명할 수가 없으니까요.
학생들 : (조용한데..)
지원 : (불쑥) 귀신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일반사물과는 다른 존재양식을 지닌 존재라고 나와있든데요.
그럼 교수님께선 다른 차원들을 다 조사해보기전엔 귀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 할 수 없다.. 그런 말씀이신가요?
정태와 민재가 그런 질문을 하는 지원을 돌아본다.
서교수 : (웃으며 지원을 보더니) 난 어디까지나 21세기를 살고 있는 평범한 물리학자에요.
그리고 내가 증명할 가능성이 있는 명제에 매달리는 것만으로도 벅차구요. 자아.. 다른 질문 없죠?
S#36. 강의실 앞 복도
수업이 끝난 아이들 나오고 있다.
지원과 민재, 정태가 나란히 걸어온다. 정태, 지원을 슬쩍 보면 지원은 굳은 얼굴이다.
정태 : 지원이 너도 옥주 얘기 들은거냐?
지원 : 옥주? 옥주가 뭐.
정태 : 옥주가 어제 기숙사에 귀신을 봤댄다. 그래서..
지원이 걸음을 딱 멈추는 바람에 모두 같이 선다. 민재, 정태 이상해서 지원을 보면.
지원 : 어떤.. 귀신이었대?
정태 : (지원의 반응이 어이없어서) 어떤 귀신이라니. 그럼 넌 귀신이 있대는거야?
지원 : (대답이 없는)
민재 :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 귀신은 아니고.. 아까 옥주 만나서 얘길 들어봤는데 아마 환청을 들은 모양이야.
지원 : 환청?
민재 : 뭐랬드라.. 애 우는 소리를 들었다구 했나? (정태를 보는)
정태 : 환각도 봤대잖아. 무슨 손이 불쑥 나왔대매.
지원, 갑자기 훽 몸을 돌리더니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민재, 정태 이상해서 보다가 따라잡으며.
민재 : 구지원. 설마 너.. 그런 얘기 무서워하냐? (웃는) 넌 그런 거 절대로 안 믿을 줄 알았는데.
지원 : (계속 빠르게 걸으며) 옥주 지금 어디 있는지 알어?
정태 : 애들이랑 같이 동아리방에 있을걸.
민재 : 무서워서 혼자 못 있겠다구 보는 애들마다 끌어잡아놓고 있다.
지원 거의 뛰다시피 총총 먼저 가버린다.
남은 민재와 정태, 멈춰서 가는 지원을 본다.
민재 : 지원이 쟤, 좀 이상한거 같지?
정태 : 니 눈에도 그렇게 보이냐?
민재 : 저 녀석, 아무래도 뭔가 숨기고 있는 거 같은데... (돌아보면)
정태 : (말없이 지원이 간 쪽만 보고 있다)
S#37. 동아리방
진수와 대욱, 재명과 옥주, 지민, 만수 등이 앉아있다. 모두 지금 흥분되서 토론을 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마이클 : 고스트는 적외선 카메라에 잡힌대. 그러니까 그 카메라가 있어야 돼.
만수 : 적외선 카메라. 오케이. 빌릴 수 있어.
대욱 : 근데 귀신이 바봅니까? 카메라로 찍는데 그 앞에 와서 김치이.. 하고 웃어 줄 거 같애요?
만수 : 그 귀신이 언제 죽은 귀신인데. 그 당시에 적외선 카메라가 있었겠냐. 당연히 그게 뭔지 모를걸.
진수 : 잠깐만.. 이건 어디까지나 만수형의 목격이 허구라는 걸 증명하자는거야. 그러니까..
만수 : 넌 어째 말을 해도 꼭 그렇개 얄밉게 하냐.. (좀 더 말하려는데..)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지원. 모두 말을 멈추고 보며..
진수 : 누나. 잘 왔어요. 우리 지금 재밌는 얘기하고 있는데요.
만수 : 재밌는 얘기라니. 우린 지금 심도있는 세미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원아.
지원 : (옥주에게) 옥주야 나하고 얘기 좀 할래?
옥주 : (재명의 옆에 바싹 붙어있다가) 무슨 얘기?
지원 : (다른 애들 둘러보고) 좀 나올래? 조용히 말하고 싶은데.
모두 바라본다. 옥주 머뭇거리더니 재명을 돌아본다.
옥주 : 재명아 너두 같이 가자.
재명 : 그러지뭐. (일어서는)
지원, 못마땅해서 보다가 포기하고 먼저 나간다. 뒤를 따라나가는 재명과 옥주.
그들이 나가자마자 다시 떠드는 마이클.
마이클 : 그럼 고스트 아니면 뭐야. 고스트 아니면 재미없잖아.
진수 : 마이켈슨 간섭계 같은 거 있음 좋은데.
지민 : 그게 뭔데요.
진수 : 레이저를 이용한 간섭계의 일종이야.
지민 : 그걸로 뭘 어떻게 할건데요?
진수 : 만수형이 본 게 귀신이 아니고 아지랑이 같은 거란 걸 확인해 줄 수 있을거야.
지민 : (여전히 모르겠는 얼굴로 불퉁해진다)
S#38. 동아리방 앞 복도
정태와 민재가 오다 보면 지원과 옥주, 재명이 마주 오고 있다.
민재 : 오옥주. 이제 좀 괜찮어?
옥주 : 몰라. 지금은 재명이가 같이 있으니까 뭐..
정태 : (지원에게) 어디 가냐?
지원 : 응 좀.. (멈추지 않고 정태네를 지나쳐 가버린다)
재명 : 지원이 누나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 형들. 동아리방에 가봐. 지금 재밌는 거 하구 있어.
아이들, 지원을 따라 가버리고.
정태와 민재 마주본다.
S#39. 동아리방
문이 열리며 민재와 정태가 들어선다.
마이클 : 오우 민재형. 정태형. 내 말좀 들어봐줘.
민재 : 니들 웬일루 다 모여있는거야. 만수형까지..
지민 : 우리 귀신 잡을 작전 짜고 있어요.
민재 : 귀신?
대욱 : 형도 붙어요. 우리끼린 아무래도 진행이 잘 안됩니다.
민재 : (정태를 보더니) 난 도서관 가있을게. 도망가야지. 도망. (얼른 놔두었던 책을 챙긴다)
정태 : 무슨 소리야. 귀신을 잡는다니.
만수 : 오리연못 부근에다가 귀신을 검출할만한 장치를 설치해보자 이거지. 어떠냐. 이 정만수의 과학적 접근방식이.
진수 : 귀신이 아니고. 귀신으로 보여지는 현상을 밝혀보자는 거에요.
정태 : 그래서. 무슨 장비를 설치할건데.
마이클 : 적외선 카메라. 오 예..
진수 : 레이저를 이용한 간섭계가 있으면 공기 중의 변화를 조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태 : (웃는) 그걸 오리연못에다가 설치한다고?
진수 : 만수형이 자꾸 귀신이 있다고 하니까..
만수 : 있대니까아.
정태 : 레이저 간섭계를 어떻게 설치하려고? 보통 레이저 간섭계는 광학테이블이 있어야 되는데 그걸 연못까지 옮긴다고?
그 무거운 걸?
민재 : 레이저는 별 효과 없지 않나. 야외라서 레이저나 반사경을 안정시키기 어려울거야.
정태 : 하긴 그래. 약간의 진동만 있어도 간섭패턴이 불안정하게 나올 걸.
민재 : 그거보다 전파를 사용하면 어떨까. 전파를 이용한 간섭계라면 설치도 쉽고,
어차피 빛도 전자기파니까 간섭파형을 얻어내는 원리는 같잖아.
정태 : 근데 넌 도서관 간대매?
민재 : (멀뚱...) 혹시 모르지. 대학원 면접 시험에 나올지 아냐. 귀신을 확인하고 싶을 땐 어떤 장치를 설치하는 게 좋은가..
(자기가 말해놓고 자기도 웃기다)
S#40. 캠퍼스 일각
양지바른 야외. 지원과 옥주 재명이 앉아서..
지원 : 니가 환청을 들은 게 언제였니?
옥주 : 환청이 아니야. 언니. 내 귀로 분명히 들었어. 그것두 두 번이나 들었다구.
지원 : 그게 언제야?
옥주 : 어제 밤.
재명 : 한번은 산디과 작업실에서 들었구. 또 한번은 기숙사 방문 앞에서 들었대.
옥주 : 기숙사 방앞에선 문을 여니까. (으으.. 다시 무서워서 움추리며 울려고 한다)
재명 : (얼른 옥주의 어깨를 감싸주며) 생각하지 마. 그런 건 생각 안해도 돼. 그냥 나만 생각해.
지원 : 환각도 본거야?
옥주 : (벌컥) 환각이 아니래니까. 내가 미친 애야? 헛걸 왜 봐. 난 이제까지 한번두 이런 적 없단 말야.
S#41. 동아리방
정태가 칠판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오리연못을 길죽한 동그라미로 그리고.
정태 : 그러니까 귀신이 보인 게 연못 어디쯤이라고 했어?
만수 : (옆에서 그림 위에 출현지역을 빨간 분필로 그려넣으며) 요기. 바로 요기서 봤어. 나하구 같은 귀신을 목격했다는 애들
찾아 가서 다 물어봤거든. 거의 비슷해. 바로 요 위야.
진수 : 그 부근에 뭔가 기온이나 습도의 변화가 극심하거나. 그런 이유가 있을거에요.
민재 : 좋아좋아. 어쨌든 그걸 전파간섭계를 이용해서 간섭강도를 기록해보자는 거 아니냐.
만수 : 그러니까 뭐뭐가 필요한거야. 시간 없어. 금방 또 밤 된다구. 밤.. 귀신들의 활동 시간.
정태 : 우선은 안테나가 필요한데. (안테나 설치 장소를 그린다) 이렇게 두 개. 그리고 이쯤에 반사체를 놔야되고.
만수 : 오케오케. 그거 우리 전자과 실험실에 있어. 안테나 오케이.
진수 : 수신은 우리 로봇들의 RF 송수신부를 이용한다는거죠.
민재 : 그렇지. (그림에 첨가하며) 여기는 데이터 송신기. 그리고 동아리방에 수신기를 놓는거야.
이건 우리 로봇들을 좀 개조하면 될 거 같은데?
진수 : 그건 대욱이하고 내가 맡을게요.
민재 : 그 담에 고주파 발생기. 주파수가 90기가 이상은 되야 할 거야. (그림에 첨가해서) 이쪽 안테나 뒤에 놓으면 되는데..
근데 이걸 어디서 구하냐.
마이클 : 그건 실험실에 없어?
정태 : (만수를 본다) 만수형. 없어?
만수 : 그런 건 본 적이 없는데. 우리 학교 실험실마다 돌아볼까?
민재 : 고물 레이더같은데 들어있을텐데..
대욱 : 아아.. 그 선배한테 물어보면 되겠다.
정태 : 선배 누구.
대욱 : 고물들을 아주 좋아하는 선배요. 흐흐흐
S#42. 교내 식당 / 낮
자현이 혼자 밥을 먹고 있다. 테이블 옆에 도면을 펼쳐놓고 숫가락으로 선을 따라 그려보기도 하면서 퍽퍽 먹고 있다.
그 앞에 와 앉는 대욱.
대욱 : 맛있어?
자현 : (대욱을 보더니 얼른 한 팔로 식판을 가리며) 니 돈 주고 사먹어. 남의 꺼 넘보지 말고.
대욱 : 야아. 줘도 안먹는다. 치사하게 먹는 거 가지고..
자현 : 먹는데 건드는 놈이야말로 제일 치사한 놈이지. 야야 저얼루 가라.
대욱 : 선배. 고주파 발진기가 뭔지 알어?
자현 : 뭐야. 이론적으로 설명해달라는거야? 그런거면 가봐. (손짓하고 다시 먹기 시작하는)
대욱 : 아니. 그거 구할 수 없을까?
자현 : 구해서 뭐할라고.
대욱 : 귀신 잡을라고.
자현 : (멈춰서 입에 있는 거 꿀떡 삼키고) 뭘 잡어?
대욱 : 그거 구해주면 껴줄게. 90기가 이상의 초고주파 발진기. D데이는 내일 밤. 새벽 한시. 어때?
자현 : 밤? 새벽 한시?
대욱 : 아참 자동차 밧데리도 필요하다구 하던데...
자현 : (의심스러워 보다가) 느네 혹시... 오리 연못에.. 그거 잡을거냐?
대욱 : 으하하하 과연 우린 통하는데가 있어. 나 선배 진짜 맘에 들어.
S#43. 도서관 전경 / 밤
S#44. 도서관 내부
재명이 종이컵 커피 두잔을 들고 온다.
옥주가 테이블에 엎드려 잠이 들어있다.
재명이 그 앞에 커피를 놔주며..
재명 : (작게) 옥주야.
옥주 화들짝 놀라 잠이 깬다. 그 바람에 앞에 있던 커피가 엎질러진다.
옥주 놀라서 얼른 손으로 닦으며.
옥주 : 어머 재명아 미안해. 니가 사온거야?
재명 : (한숨 쉬고 테이블에 있던 휴지로 옥주의 손을 잡아 닦아주며) 너 어제 몇시간 잤어.
옥주 : 안 잤어. 근데 너 나 혼자 놔두고 커피 뽑아 온거야? 나 혼자 놔두지 말라고 했잖아.
재명 : 그래서. 너 언제까지 계속 안 자고 내 옆에서 버틸거야?
옥주 : 자려구 그랬지. 어제는 지원이 언니 방에 가서 같이 잘려고 그랬단 말이야. 그런데 자꾸 우는 소리가 들리잖아.
재명 : 너 그냥 집에 가는 게 어때. 가서 엄마랑 같이 있으면..
옥주 : 안돼. 못 가. 나 아직 과제물 못 냈단 말야.
재명 : 그래봤자 너 작업실 근처엔 가지도 못하잖아. 어떻게 과제물 만들거야.
옥주 : (울상이 되며) 나도 몰라.. 나 어뜩하지?
재명 : (옥주의 손을 잡아주며) 옥주야.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책을 찾아봤는데 너 아무래도 신경과민인 거 같애.
신경 과민이 되면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옥주 : 재명아.
재명 : 어?
옥주 : 너 재명이 맞지?
재명 : 무슨 소리야.
옥주 : 아냐. 그냥.. 니가 재명이가 아니면 어뜩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재명 : (좀 화가 난다. 언성이 좀 높아져서) 너 진짜 좀 심한 거 아냐?
옥주 : 화내지 마. 너까지 화내면 나 어뜩해.
재명 : (주위를 둘러보면)
옆에서 공부하던 학생들 중의 한둘이 이쪽을 돌아보고 있다.
재명 : (할수없이 다시 낮은 목소리로 달래며) 나 재명이야. 최재명. 그러니까. 너 잠 좀 자.
저기 복도에 긴 의자로 갈까? 거기 누워서 좀 잘래?
옥주 : 안돼. 사람들 많은 데 있을거야. ... (애처롭게) 여기 있어두 괜찮지?
S#45. 지원의 방 / 밤
지원 혼자 앉아서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다. 화면에는 심령과학에 대한 페이지가 열려있다.
지원의 등 뒤.. 아무도 없는 공간..
S#46. 건물 앞 / 밤
자동차 밧데리를 든 대욱이 입구를 기웃거리며 기다리고 있다.
대욱, 괜히 기분이 이상해서 어두운 주위를 둘러본다.
그런데 입구에서 자현이 고주파 발진기를 들고 부리나케 나온다.
대욱 : 야아 진짜로 구했네.
자현 : (뒤도 안보고 카터를 밀어 뛰며) 튀어!
대욱 : 뭐?
자현 : 뭐해 자식아. 빨랑 도망치란 말야.
대욱 엉겁결에 자현을 따라 뛰기 시작한다.
S#47. 캠퍼스 일각 외진 곳.
접시형 안테나. 반사판 등의 장비를 놓고 기다리던 민재와 정태.
달려오는 자현과 대욱을 본다. 둘은 달려와서 퍼질러 앉더니 가쁜 숨을 내쉰다.
민재 : 둘이 도둑질이래도 하고 온거야? 왜 그래?
자현 : 대강 비슷한거야.
민재 : 뭐?
자현 : (발진기를 탕탕 치더니) 쓸만한 놈이라서 전에부터 찜해뒀었거든. 기술실 창고에서 잠시 빌려왔지. 으흐흐.
민재 : 야 추자현.
자현 : 어차피 아무도 안 쓰니까 창고에 박혀있던 건데 뭐. 슬쩍 쓰고 도로 갖다 놓으면 돼.
대욱 : 돌려줄 땐 나도 도와줄게. 망만 봐주면 되지?
자현 : 먼저 귀신부터 잡아야 되잖아. 다른 부품들은 다 준비된거야?
정태 : 그럼 슬슬 움직일까. 세팅하고 시험 가동해볼려면 시간 없어.
하는데 갑자기 그들의 얼굴 위로 비춰지는 손전등 불빛. 모두 놀라 긴장하고. 자현은 재빨리 발진기 앞을 막아서는데.
백곰이 전등을 흔들며 다가온다.
백곰 : 여기가 집결지 맞습니까?
민재 : ...예?
백곰 : 정만수 말로는 여기서 귀신체포조가 집결한다고 하던데. 학생들이 그 체포좁니까? (불빛으로 도구들을 비춰본다)
민재 : 만수형이요?
백곰 : 오늘 밤, 여러분이 귀신체포작전을 펼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귀신의 존재는 절대로 결코 믿지 않습니다만..
어디까지나 학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동행할 생각입니다. 이의 있습니까?
아이들 어이없다가..
대욱 : 근데 만수형님은 어디 계신데요?
백곰 : 대단히 중요한 수신업무를 한다고 하던데요.
S#48. 동아리방
진수와 마이클이 오실로스코프며 모니터 화면등을 조작하고 있고.
만수는 그 뒤에 지민과 앉아서 김밥을 먹어가며.
만수 : 내가 미쳤냐. 거길 또 가게. 그래서 나 대신 든든한 경호요원을 보내놨지. 이 얼마나 자상한 선배인고.
지민아. 단무지 남았니?
지민 : (자기 앞의 김밥 그릇을 밀어주며) 여깄어요.
만수 : 그래 고맙다. (진수네를 향해) 그 기계들은 제대로 움직이는 거야? 차질 없겠지? 마이클. 제대로 기록해.
마이클 : 만수형. 치킨.
만수 : 뭐?
마이클 : (닭음소리를 요란하게 낸다)
S#49. 지원의 방 / 밤
지원 뻣뻣한 목을 움직이며 주물러본다. 다시 화면을 보며 타자를 치기 시작한다.
화면에는 인터넷에서 갈무리한 화면을 한쪽에 띄워 놓고, 타자를 쳐서 요약 정리를 하고 있는 중.
그 때 타닥타닥 타자 소리와 섞여서 들리기 시작하는 피아노 소리.
지원, 흠칫해서 타자를 멈춘다. 피아노 소리 역시 멈췄다.
지원 잘못 들었는가해서 다시 타자를 치는데 다시 들리기 시작하는 피아노 소리.
점점 거칠게 타자를 친다. 점점 커지는 피아노 소리.
손을 멈췄는데도 피아노 소리는 계속된다.
지원 그만 키보드를 쾅 치며 벌떡 일어난다. 조용하다.
지원, 용기를 내어 후딱 돌아선다. 방안에는 아무도 없다.
지원, 가쁜 숨을 쉬며 빈 방안을 보다가 후다닥 방을 나서 버린다. 문이 콰앙 닫긴다.
S#50. 기숙사 복도 / 밤
지원, 빠른 걸음으로 걸어온다.
S#51. 기숙사 계단 3--2층
지원 빠르게 계단을 내려온다. 형광등이 맛이 갔는지 음침한 빛으로 껌벅이고 있다.
지나쳐가는 지원의 옆으로 보이는 3/2층 계단 표시.
S#52. 계단 2--1층
지원 내려오고 있다. 2/1층 계단 표시.
S#53. 계단
지원 더욱 빠르게 내려온다. 그 옆의 계단 표시는 다시 3/2층
S#54. 계단 밑
계단을 다 내려선 지원, 주위를 둘러본다.
분명 일층까지 내려왓어야 하지만 주위는 여전히 방들이 주루루 늘어서있는 3층이다.
지원 기절할 것 같은 심정이다. 비틀거려 난간을 잡으며 옆을 돌아보면 다시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이어져있다.
S#55. 오리연못 주변
아이들이 기기들을 설치하고 있다. 민재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다.
백곰은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고 있고.
민재 : 여긴 다 되가. 끝나는대로 다시 전화할게. 시험가동해보자고....뭐? ...잠시만..
(정태를 향해) 김정태. 적외선 카메라 갖고 왔어?
정태 : (돌아보며) 맞다. 그거 우리 방에 있는데. 어째 뭔가 잊어버린 거 같드라..
민재 : (전화에 대고) 정태가 가져올거야.
정태 : 내가?
민재 : 모니터 수신 체크해보고 있어. 금방 설치할거니까. (전화 끊는)
정태 : 내가 갖고 와야 된다고?
민재 : 마. 난 대학원 면접 시험 공부 중이잖아.
정태 할 수 없이 들고 있던 전선을 던져놓는다.
S#56. 대강당 앞
정태 어슬렁거리며 걸어오다가 문득 멈춘다.
저 앞에 보이는 어둠 속을 걸어오고 있는 지원.
정태 이름을 부르려다가 이상해서 지켜본다.
지원은 넋이 나간 듯한 표정과 발걸음으로 주춤주춤 강당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 지원에게 가까이.. 지원의 시각으로 보이는 강당. 그리고 들리는 피아노 소리.
// 정태의 시각. 물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지원이 강당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S#57. 강당 로비
바깥의 조명이 어슴프레 비치는 로비.
안으로 들어온 지원의 발소리가 실내에 울려퍼진다.
문 앞에서 멈춰 서는 지원. 안쪽의 동정에 귀를 기울인다.
끊어질 듯 말 듯 이어지는 어설픈 피아노 소리.
지원, 강당의 문을 연다.
S#58. 강당 안
어두운 실내. 무대 구석에 피아노가 있고 그 곳만 조명이 비치고 있다.
지원, 통로를 천천히 내려가면서 연주자를 보려하지만 지원이 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조금씩 가까이 가는 지원, 거의 무대 아래까지 온다.
연주자의 발이 보인다. 리본장식이 달린 분홍구두를 신은 소녀의 발.
자세히 보기 위해 옆으로 가는 지원. 그제서야 연주자가 시야에 들어온다.
분홍드레스를 입은 10살 남짓한 소녀다. (방에서 봤던 그 옷차림)
고개를 숙인채 연주에 열중하는 소녀.
지원,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소녀가 갑자기 연주를 멈추더니 고개를 들고 지원을 응시한다.
소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허억 숨을 들이쉬며 뒷걸음질을 치는 지원.
소녀는 무표정하게 지원을 가만 보고 있다.
놀라움과 공포에 질린 지원, 어느새 뒤를 돌아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바로 앞을 가로막는 사람에게 막힌다. 정태다.
잡아주려는 정태를 뿌리치며 비명을 지르며 마구 때리는 지원.
정태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태 : (지원의 두 손목을 잡아) 구지원! 나야, 김정태. 너 왜 그래.
그제야 멈칫하며 정태를 바라보는 지원, 초점이 없는 눈이다.
지원 : 저기... 무대....
정태, 무대를 보지만 아무 것도 없다. 뚜껑이 닫혀진 피아노만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다.
정태 : 저기 무대에 뭐?
지원 : 내가 저기 있어. 무대에... 저기 피아노 앞에 앉은 애. 저앤 나야. 내가 저기 있어.
지원, 가까스로 다시 무대를 돌아본다. 무대 위 피아노 앞에 앉아 지원을 보고 있는 소녀.
지원, 힘이 빠진 듯 무너져내리는데, 정태 그런 지원을 안아 받쳐주며 황당해서 다시 무대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