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푸른 풀 / 에린 핸슨]
건너편 풀이 더 푸른 이유가
그곳에 늘 비가 오기 때문이라면.
언제나 나눠 주는 사람이
사실은 가진 것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면,
가장 환한 미소를 짓는 사람이
눈물 젖은 베개를 가지고 있고
당신이 아는 가장 용감한 사람이
사실은 두려움으로 마비된 사람이라면,
세상은 외로운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함께 있어서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
자신은 진정한 안식처가 없으면서도
당신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라면,
어쩌면 그들의 풀이 더 푸르러 보이는 것은
그들이 그 색으로 칠했기 때문이라면.
다만 기억하라, 건너편에서는
당신의 풀이 더 푸르러 보인다는 것을.
시는 소리 내어 읽어야 좋다. 그때 시의 의미만이 아니라 시가 가진 울림과 언어의 향기가 전해진다. 시는 메시지 전달이 전부가 아니다.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면 산문을 택할 것이다. 시를 감상하는 좋은 방법은 그 시를 숨 쉬는 일이다.
어떤 사람이 늘 웃는다고 해서 그에게는 울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라. 그의 인생에는 눈물 흘릴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용기 있게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해서 두려움이 없다고 추측하지 말라. 그가 절망의 밧줄에 묶인 적이 없을 것이라고. 늘 사람들과 어울리고 즐거워 보인다고 해서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 지어선 안 된다. 불면의 밤이 그를 비켜 갈 것이라고. 그리고 당신에게 많은 걸 나눠 준다고 해서 그에게 모든 것이 넘쳐난다고 오해하지 말라. 당신을 위해 자신의 몫을 양보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에린 핸슨(1995~ )은 호주 브리즈번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시작했으며, 열아홉 살 때 인터넷에 시를 발표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언더그라운드 시집thepoeticunderground』 등 세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평범한 단어들로 시적 운율을 살리는 시를 써서 독자에게 다가간다. 또 다른 시 <모든 가슴에 태풍이 있다Every beart'sa burricane>에서 핸슨은 썼다.
모든 가슴에 태풍이 있고
모든 영혼에 별이 빛나는 바다가 있고
모든 마음에 중력에서 해방된 별똥별이 있다.
모든 삶은 번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삶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지만, 삶이 자신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은 간과한다. 삶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영웅이 되거나 불멸의 인간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으로 마비되어도 한 걸음씩 내딛고, 외로워도 사람들과 함께하라는 것이다. 가진 것이 없어도 나누라는 것.
어떤 사람의 풀이 푸르다고 해서 그 집 정원은 언제나 화창할 것이라고, 흐린 날이 없을 것이라고 가정해선 안 된다. 당신 역시 종종 눈물로 베개를 적시면서도 누구보다 환하게 웃지 않는가? 자신의 인생이 더는 자신의 손에 달려 있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용기를 내어 세상에 손을 내밀지 않는가? 절망에 빠지거나 '풀이 죽으면' 밝게 색을 칠해서라도……. 그래서 당신의 날들은 매일 화창하고 당신의 풀이 자신들의 풀보다 더 푸르다고 사람들은 믿지 않는가?
류시화 《시로 납치하다》 중에서
맹태영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