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어 놓은 책
다윈의 ‘종의 기원’은 창조론이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던 당시로서는 생명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자 시각이었다. 당시에는 창조론을 비판한다는 것은 종교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며 도전을 극복하지 못하면 파멸에 이를 수도 있었다.
그의 연구 결과는 창조론이 잘못된 것임을 너무도 선명히 드러내고 있었다. 다윈은 연구 과정에서 창조론으로는 도무지 설명하기 어려운 수많은 동식물들의 변화 사례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종의 기원’은 창조론에 대한 도전이자 신념의 표출이었다고 할 것이다.
그의 연구는 지성사의 거대한 지각변동이었다. 그는 연구와 관찰을 통해 지구상에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는 모든 유기체는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이유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어떤 하나의 원시형태에서부터 출발했다고 믿었다. ‘종의 기원’의 핵심어는 자연 선택이다.
자연 선택은 인간 선택에 대비한 용어다. 인간이 사육과 재배를 통해 체계적이거나 무의식적인 선택으로 인간에게 유용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면, ‘하물며’ 자연이 그러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역자는 이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하물며’라고 극찬한다.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 초기 지구에는 생명 형태들이 더 적은 수로 존재했고 더 단순했을 것이다. 또한 생명이 처음 출현했을 때는 아주 단순한 구조를 가진 극소수의 형태만이 존재했을 것이고, 변화의 속도는 극도로 느렸을 것이라고 보았다.
여기에 그의 탁월한 업적이 있다. 자연 선택을 거슬러 올라가면 당연히 맞닥뜨리는 귀결이지만 창조론을 그야말로 지성사에서 퇴장시킬 수 있는 카운터펀치였기 때문이다. 이제 자연 선택 이론으로 미래로 바라보면 살아있는 생명체들을 미래를 예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자연 선택은 오로지 각 유기체에 의해 유기체의 이득을 위해 작용하므로,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모든 자질은 완벽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그의 지적은 완벽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마지막 구절이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대상인 고등 동물은 이 법칙들의 직접적인 결과물로서 자연의 전쟁 및 기근과 죽음으로부터 탄생한 것들이다. 처음에 몇몇 또는 하나의 형태로 숨결이 불어넣어진 생명이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라 행성이 회전하는 동안 여러 가지 힘을 통해 그토록 단순한 시작에서부터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한계가 없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고 지금도 전개되고 있다는,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한편으로, 다윈의 ‘종의 기원’은 마르크스의 ‘자본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더불어 인류사에 혁명을 몰고 온 책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이미 과학자 범주를 넘어서 혁명적 사상가로 평가받고 있다는 덧붙임 역시 당연해 보인다.
인상 깊은 책 속의 말들
“인간이 체계적인 선택과 무의식적인 선택의 방법을 통해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실제로도 그랬다면, 하물며 자연이 그리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대상인 고등 동물은 이 법칙들의 직접적인 결과물로서 자연의 전쟁 및 기근과 죽음으로부터 탄생한 것들이다. 처음에 몇몇 또는 하나의 형태로 숨결이 불어넣어진 생명이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라 행성이 회전하는 동안 여러 가지 힘을 통해 그토록 단순한 시작에서부터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한계가 없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고 지금도 전개되고 있다는,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