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겨놓았던 비밀의 섬, 세어도가 문을 열었어요
하루 한번 행정선으로, 일반여행객은 단 5명만 허용하는 은둔의 섬
함께 걷는 건 바람 뿐, 바람과 속삭이듯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었지요.
지난 6월 10일, 인천 서구에 있는 ‘세어도’라는 섬에 다녀왔습니다. 인천 바닷길로 15분이면 만날 수 있는데 참 가기 어려운 섬입니다. 인천 서구의 유일한 유인도이지요. 인천 서구청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해야 하지만 하루에 주민이 아닌 일반여행객은 단 5명 만 허용합니다. 이 섬에는 여객선도 없습니다. 주민운송을 위한 12명 정원의 ‘정서진호’라는 행정선 만 하루 한번 다니지요.
그나마 지난 몇 년간은 코로나 및 선착장 공사 등 때문에 아예 문을 닫았었지요. 일반여행객들은 일체 예약이 불가능했답니다. 그런데 지난 5월 중순, 드디어 세어도가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여전히 일반여행객은 하루 5명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암튼 예약은 가능해졌습니다.
매월 25일부터 다음달 예약을 받는데 하루 늦은 다음날 들어가 보니 이미 한달 예약이 마감되고 겨우 한 좌석만 남았더군요. 만사 제치고 바로 예약, 드디어 오래전부터 벼르던 신비의 섬, 세어도에 갈 수 있게됐지요. 혼자 가야 해서 무척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지요. 무인도를 개척하는 심정으로 배를 탔지요.
섬 전체적으로 개발이 이루어지지않아 자연경관이 살아있고, 총 6.2km의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어 트레킹하기에 정말 좋더군요.
선착장 주변에만 마을이 조성돼 있고 섬의 대부분은 울창한 숲입니다. 그 원시림 사이로 예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더군요. 서측 산책로 끝에는 ‘소세어도’라는 새끼섬 무인도도 있지요. 바닷물이 빠지는 간조 시에는 약 130m 거리의 노둣길을 걸어서 건너갈 수 있더군요.
세어도에는 민박집도 식당, 슈퍼도 없습니다. 실제 거주 주민은 15명 정도. 최근에 카페가 하나 생겨 그곳에서 커피 등 음료수는 물론, 간단한 빵과 라면은 가능했습니다. 여행객들에겐 유일한 쉼터인 셈이지요. 섬 둘레길을 돌다 보면 중간에 해돋이전망대, 해넘이전망대도 있고, 섬 끝에는 ‘해암정’이라고 부르는 정자도 있더군요. 어제는 마침 간조시간이 13시 51분이어서 소세어도를 건너가 볼 수 있었고 세어도 사방의 광활한 갯벌경관도 맘껏 즐길 수 있었지요.
마을을 벗어나 몇시간을 혼자 걷는 동안 단 한사람도 만나지못했습니다. 섬끝 해암정에 가서야 겨우 한 사람 정자에서 쉬고 있는 젊은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둘레길을 거의 다 돌고 다시 해암정에 가보니 그 젊은이는 여전히 그곳에 있더군요.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노트북까지 펴놓고 몇시간을 그곳에만 머물고 있더군요. 하긴 이렇게 조용한 섬 정자가 글 쓰는 사람에겐 최고의 쉼터가 되겠지요. 죽음같이 적막한 섬끝에 앉아있으면 누구든 시를 쓰고 싶고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도 보내고싶지 않을까요?
완전 무인도 같았지요. 함께 걷는 건 바람 뿐이었습니다. 바람의 손을 잡고 바람과 속삭이듯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었습니다. 그냥 서너시간을 꿈길을 가듯, 구름 위를 걷듯 혼자 걸었습니다. 너무 호젓해서 슬펐습니다.(글,사진/임윤식)
섬끝 갯벌
세어도-배 위에서
세어도선착장
세어도 산책코스
카페 오아시스
카페 오아시스 실내
꽃밭을 가꾸고 있는 주민 한 분 - 모자가 특이하다.
문패가 이색적인 집 - 주인의 집과 바다풍경사진을 문패로 걸어놓았다.
메인산책로 소나무숲길
세어나무쉼터 - 영화의 한 장면같은,
섬끝 정자 '해암정'
해암정 앞 갯벌 - 동검도가 가깝게 보인다. 마을의 한 여인이 외간남자와 불륜을 일으키다 발각되자 섬을 탈출코자 간조 때 이 갯벌을 건너기 시작했는데 미쳐 동검도에 다다르기 전에 바닷물이 들어와 익사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소세어도 가는 노둣길 이정표 - 본섬으로부터 130m
소세어도 노둣길-소세어도에는 소나무가 군락으로 울창하며, 정자와 전망대도 있다.
소세어도 정자
서쪽둘레길
해넘이전망대 앞 갯벌
동쪽 해안둘레길
소나무군락지
인동초
갈대숲
마을 벽화
세어도는 꽃대궐이기도 하다 - 진달래군락지, 찔레군락지, 참나리군락지, 가는잎처녀고사리군락지, 현호색군락지, 두루미천남성군락지, 조개풀군락지 등이 있다. '인천 세어도 꽃나들이 - 세어도의 숨겨진 보물 야생화를 찾아라' 라는 팜플렛도 있다. 단, 드믈게 뱀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주민의 조언) 반바지차림이나 둘레길이 조성되지않은 풀밭에는 들어가지 말 것. 둘레길의 경우에도 등산화를 신고 발 아래를 조심하면서 걸을 것.
물 빠진 선착장에 누워 있는 작은 배들
선착장 앞 해안선
정서진호
경인항컨테이너부두 - 세어도 임시선착장 안내문
세어도 위치 지도(경인항관리부두 주소 : 인천 서구 오류동 1554, 문의 010-6336-9885, 032-560-4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