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의 나무진료 시대]
이윤지 나무의사
아픈 나무를 건강하게 치료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나무에 나타난 이상 증상을 확인하는 것이다. 잎의 변색, 시듦, 가지 마름 등 수목 외부로 나타난 이상 증상을 ‘병징’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병징이 확인되면 나무가 크게 아프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병징이 나타났다고 해서 모두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소나무 자연낙엽
◇ 상록수의 자연낙엽
수목이 병들었다고 오인하는 증상 중 하나가 상록수의 자연낙엽 증상이다. 단풍이 든 후 낙엽이 지는 낙엽수와 달리 겨울철에도 잎을 달고 있는 나무는 상록수라고 부른다. 상록수는 사시사철 푸른 잎을 가지고 있어 한 번 생긴 잎은 계속 달려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상록수 잎도 수명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3~4년, 잣나무는 4~5년, 동백나무는 3~4년 정도 유지하다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잎의 수명은 수종별로 고정돼 있는 것은 아니며, 일반적으로 추운 지방이나 고산지대로 갈수록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신초가 아닌 묵은 잎이 갈색으로 변해있다면 자연적으로 낙엽지는 증상인 경우가 많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산수유 도마티아
◇ 해충으로 오인되는 산수유 도마티아
산수유 잎 뒷면을 보면, 주맥 주변으로 거뭇하게 털 같은 것이 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나무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증상은 아니기에 병이나 해충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도마티아(domatia)로 불리는 산수유의 정상적인 구조이다. 도마티아는 home 또는 dwelling을 뜻하는 라틴어 ‘domus’에서 유래된 용어로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의 보금자리라는 의미다.
나무가 해충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발달시킨 것이다. 산수유 잎 뒷면의 검은 무늬가 있다 하더라도 피해증상이 아니니 안심하자.
향나무 꽃/출처=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 벌레혹처럼 보이는 향나무 꽃
향나무는 암수딴그루로 4월쯤 꽃이 핀다. 일반적으로 꽃이 화려하지 않아 꽃이 피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관심 있게 봐야 꽃을 확인할 수 있다. 수꽃은 가지 끝에 노란색의 타원형으로 피는데, 꽃처럼 생기지 않아 간혹 벌레혹으로 오인된다. 봄철 향나무 가지 끝에서 노랗게 무언가가 나오더라도 놀라지 말자.
일반적인 잎 크기(왼쪽), 종자결실에 따른 잎 왜소화
◇ 느티나무 잎 왜소화
느티나무의 잎이 평년보다 작아져도 종자가 많이 맺혀있다면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생리 현상이다. 수목은 한정된 에너지로 잎과 꽃, 열매를 맺는데 종자가 과다하게 결실될 경우 잎에 전달될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잎의 크기가 작아질 수 있다.
수세가 쇠약하다면 추가로 영양공급을 해 줄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잎이 나오는 시기에 관수를 충분히 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사진=이윤지
이 윤 지 l 두솔나무병원 원장. 산림청 정책자문위원회 청년특별위원. 한국가로수협회, 전통숲과나무연구회 총무. ‘나무의사이야기’ 공저.
첫댓글 나무에 대하여 좀 더 많이 알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