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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암, 신선대, 우이암… 암릉의 향연 사패산-도봉산 종주
1. 일자: 2014. 9. 9 (추석)
2. 장소: 사패산(552m), 도봉산(740m)
3. 행로/시간
[회룡역(07:25, 40m, 사패산 4km) -> 회룡탐방센터(07:40) -> (범골능선) -> 392봉(08:21, 사패산 1.4km) -> (편안한 길) -> 사패능선 삼거리(08:40/09:23) -> 사패산(08:53~09:13, 자운봉 3.8km) -> 포대능선 시작(09:34, 자운봉 2.5km) -> (된비알) -> 산불초소/전망대(10:04, 611m) -> 헬기장/다락능선 갈림(10:35) -> Y계곡(10:45~57) -> 자운봉/신선대(11:08, 우이암 2.2km) -> (주봉) -> (도봉주능선) -> 오봉갈림1/2(11:41/12:06) -> 헬기장(12:12) -> 우이암 계단전망대(12:22) -> 우이암 갈림(12:32, 543m, 우이동 2.9km) -> 원통사 갈림(13:02, 우이동 1.9km) -> (우이남부능선) -> 방학동 갈림(13:10) -> 우이동(13:40, 40m)]
< 사패산-도봉산 종주 산행을 준비하며 >
추석맞이 '북수사도북' 2탄이다. 지난 토요일 불암산-수락산 산행은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바위 능선 길을 걸으며 본 도봉산과 북한산의 원경은 도심 산 풍경의 진수였다. 그 감동을 이어가고자 한다.
사패산과 도봉산, 개별적으로 오른 경험이 있는 산들이나 기억이 가물거린다. 정보를 끌어 모은다. 우선 사패산, 북한산 국립공원 북쪽 끝, 장흥, 송추, 의정부에 맞닿아 있는 후미진 위치로 인해 깨끗한 속살을 간직하고 있다. 도봉산 포대능선과 연결돼 있는 사패산이 자연미를 지킬 수 있었던 건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일반인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덕분이다. 다음 도봉산, 최고봉인 자운봉을 비롯 만장봉, 선인봉, 신선대, 주봉 등의 암봉과 서쪽으로 다섯 개의 암봉이 나란히 줄지어 있는 오봉 등 화려한 암릉의 향연이 펼쳐진 도심의 명산이다. 선인봉, 만장봉, 주봉, 우이암은 각기 거대한 암벽이다. 산이 깊은데 물이 없을 수 있겠는가? 문사동계곡, 망월사계곡, 무수골 이 도봉의 3대 계곡이다. 이 계곡들은 대개 산행기점과 연결된다. 오늘은 능선 산행이라 계곡과의 만남은 후일에 기약한다.
코스 인도어 클라이밍에 들어간다. 회룡역을 기점으로 밤골능선을 지나 사패능선과 만나는 안부에 접속한 후 사패산에 닿는다. 90분간쯤을 예상한다. 아침은 사패산 정상에서 불암-수락 능선의 풍경을 반찬 삼아 해야겠다. ㅎㅎ 식후경은 사패능선과 포대능선을 따라 신선대까지 가는 능선 길에서 만끽할 것이다. 여유로운 2시간을 예상한다. 이후 도봉 주능선 바위 길을 따라 우이암에 닿고, 암릉 코스를 타고 쉼터 삼거리까지 100분. 마무리는 우이남부능선을 따라 우이동으로 이어지는 길로 60분을 예상한다. 전체적으로 6시간 30분이 소요될 것이다. 코스의 대강을 머릿속으로 그리지만 워낙 갈림이 많아 지도를 살피는 횟수가 평소보다 많을 듯하다.
< 희망사항 >
오랜 만에 도봉능선에 오른다. 사패산은 2008년 5월 이후니 7년 만이다. 도봉산도 3년만이다. 2010년쯤인가, 동네 산을 넘어 원거리 산에 맛을 들여가는 때, 새로 산 등산안내서 표지에 오른 기묘한 바위와 그 위에 오른 사람들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래 해 지던 경험을 잊을 수 없다. 이리도 기묘하고 멋진 바위가 국내에 정말로 존재한단 말인가? 사람들은 그 험한 정수리에는 어찌 올랐을까? 바위의 위치를 알아보았으나 초보인 내겐 어려운 숙제였다. 그 후로 우연한 기회에 그곳이 도봉산 자운봉인 것을 알고는 곧바로 찾아나선 것이 2011년 9월이다. 인파에 떠 밀려 가며 주봉 밑 전망대에 올라 사진 속 암봉의 실체를 확인했을 때의 감동이란, 대단했다. 더욱이 그 주변에 주봉에 못지 않은 선인봉, 만장봉의 정체도 확인하고는 도봉산의 매력에 푹 빠졌었다. 접근 거리가 먼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한 때 동경의 대상이었던 곳을 다시 찾는다. 추석 명절의 첫날 느긋한 마음으로 새벽 첫 전철에 몸을 실어야겠다.
(여기까지는 산행 전 준비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실제 산행은 이와는 달랐다.)
< 회룡역 가는 길에 >
5시 눈은 떳으나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싫다. 미적거리다 드디어 행동 계시, 만사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행장을 꾸리고 집을 나선다. 반팔 옷이 어색하지 않게 여름날씨다. 전철들이 시간을 맞추어 곧바로 온다. 들머리 회룡역 도착시간은 7시 20분, 지난 토요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파트 숲 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 밤골능선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 나선다.
< 회룡역에서 사패산 >
7시 40분, 회룡탐방센터 앞에 도착했다. 회룡골로 향하는 널따란 길을 버리고, 우측 둘레 길을 택해 오름을 시작한다. 혹, 길을 잘못 갈까 바 아예 지도를 들고 범골능선을 찾는다. 연무가 짙게 낀 흐린 날씨, 바람도 없어 초반부터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바지를 무릎 위까지 올린다. 시원한 기운이 전해진다. 된비알 수준은 아니어도 오르막 능선이 꽤 길다.
길가 바위의 수가 하나 둘 늘어난다. 제2보루 간판을 지나자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어디서 굴러 내려왔는지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떼지어 있다. 굴을 지나듯 바위를 헤치고 올라서자 다시 2보루 표식이 나타난다. 밑에 것과 표식이 같다. 위에 것에는 ‘1’이라 붙여주면 더 좋으련만. 보루가 있는 곳이 392봉이다. 사패능선까지는 0.9km, 사패산까지는 1.4km 거리다. 부지런히 가야겠다.
< 들머리와 보루 >
392봉을 지나며 길은 평탄해진다. 정상이 가까워지는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걷기에 그만이다. 고도 차가 크게 나지 않는다. 한고비 넘긴 셈이다. 사패능선 갈림까지 20여분은 여유를 부리며 걸었다. 사패능선 갈림, 이제나 저제나 하며 연무가 걷히기를 바래보아도 감감이다. 사패산 정상으로 가기 전 작은 오름이 있었다. 평탄한 길을 걷다가 만나는 오름은 힘에 겹다.
8시 53분 사패산 정상, 너른 반석 위에 도착했다. 짙은 잿빛 하늘 아래 연한 회색의 화강암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시간이 일러 그런지 아직은 정상을 찾은 이가 몇 되지 않는다. 소나무 그늘 밑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옆에는 양푼이에 나물과 고추장을 넣고 비빔밥을 만들고 있는 이들이 있다. 부럽다. 고추장이 입맛을 돋운다. 이럴 땐 혼자 온 비애를 느낀다. ㅋㅋ
배를 채우고 나서 정상 주변을 둘러본다. 도봉산 방향의 풍광은 흐릿하다. 사패산을 찾은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명절을 맞아 가족끼리 산을 찾은 이들과 바위 난간에 앉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남자의 모습, 훗날 사패산이라는 이름으로 내 뇌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으리라.
< 사패산 정상에서 >
20여분의 휴식을 끝내고 왔던 길로 내려간다. 암릉 초입 잘 자란 소나무들이 서로 마주보며 서 있다. 솔의 푸른 기운이 안개를 걷어 가기를 바래본다.
< 사패산에서 자운봉 >
사패산에서 자운봉까지는 3.8km, 2시간을 예상하고 왔는데 초반 길 사정이 편하니 내심 1시간 30을 목표로 길을 나선다. 밤골 갈림을 지나 포대능선 시작지점까지는 가볍게 왔다. 포대능선 길에 접어들자 마자 암릉이 시작되고 긴 된비알이 이어진다. 고도가 순식간에 높아진다. 그러면 그런지 명세기 포대능선인데 말이다. 별 풍경 없이 산불감시초소까지는 힘겹게 걸었다. 다행인 것은 연무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발 611미터 산불감시초소 부근은 그 자체가 훌륭한 도봉산 전망대다. 흐릿하게나마 선인봉과 만장봉의 암괴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람에 따라 안개가 이리저리 떠다녀 자못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망대에 서서 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연무가 사라지면 선인봉의 모습을 담아보려 하지만 쉬이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는다. 건너편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산꾼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보였다 한다. 그래도 날씨는 대세 맑음이다. 머지 않아 햇살이 쏟아져 내린 것이다.
< 산불초소 전망대에서 >
망월사 갈림을 지나고, 대세 오르막 암릉 길이 한동안 계속된다. 먼 풍경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곳곳이 전망대다. 포대능선이 다락능선과 갈라지는 곳에 헬기장이 있다. Y계곡 부근이다. 위험하니 우회하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마음은 위험한 곳으로 가지 말아야지 하지만 발은 Y계곡으로 향한다. 눈이란 놈이 좋은 경치를 보고파 다리를 이끈 결과이리라. 자운봉 0.3km, 통신탑 주변으로 전망대가 있다.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신선대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도봉을 대표하는 바위들이 우뚝 솟아 있다. 도봉의 정수리가 지척이다.
< 연무에 젖은 바위 >
10시 45분, Y계곡 초입에 섰다. 길 사정이 어떤가 하여 주변을 살피다, 떠 밀리듯 쇠줄을 잡고 말았다. 어쩌겠는가, 일단 가보는 수 밖에, 7년 전인가 멋모르고 왔다가 오르던 Y계곡, 떨어트린 수통이 바위에 부딪혀 내는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세월이 흐르고 그간 많은 산행 경험을 했지만 막상 발 디딜 곳이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쇠줄을 잡으니 다리가 또 후들거린다. 젠장, 경험을 쌓으면 뭘 하나, 여전히 겁이 사라지지 않는데 말이다. 공염불이란 말이 뇌리를 스친다. 그래도 일단은 살아서 죽음의 계곡을 건너야 한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간다. 내리막을 겨우 내려섰다. 오름은 그래도 수월했다. 뒤따라 오던 아저씨는 지체를 참지 못하고 우회해 간다. 12~13분 정도 낑낑거리며 Y계곡 정상에 올랐다. 보상은 만세를 부르며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시원한 풍광을 만끽했다. 지나온 사패산 정상이 아스라하다.
< 도봉의 정수리를 배경으로 >
< Y계곡 길 >
두 개의 거대한 바위 위에 섰다. 하나는 크기와 모양이 다른 사각형의 공기돌을 포개어 높은 형상인데 조형미가 천하 제일이다, 바로 도봉의 최고봉 자운봉이다. 그 옆으로는 원추형 모양의 거대한 바위가 서 있다. 정상에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오를 수 있는 도봉의 최고봉, 신선대다. 두 거봉을 한 샷에 잡아본다. 감개가 무량하다. 곧바로 신선대로 향한다. 인파에 섞여 정상에 섰다. 반대편 자운봉은 그 보는 각도에 따라 무한히 변한다. 인파 속에서 틈을 내 자운봉 배경 사진을 찍었다. 근래 최고의 사진이다. 배경이 훌륭하니 대충 찍어도 명품이다. 내심 자운봉 사진으로 핸드폰 대문을 갈아보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집에 돌아 와 실행했다. ㅎㅎ)
< 자운봉과 신선대 >
다시 보아도 자운봉은 명품이다. 어느 솜씨 좋은 거인 장인이 다듬은 돌을 켜켜이 쌓아 배치한 구도가 압권이다. 사각의 돌 틈을 꿰어 맞추듯 부드러운 삼각형의 돌이 끼어 있는 걸 보면 이는 분명 자연의 산물이 아니라 신의 손길이 어루만진 결과라 믿고 싶다.
자운봉 풍광에 취해 시간가는 줄 모르다 허기가 느껴져 아쉬운 발걸음을 내려놓는다. 내려와서도 자운암이 올려다 보이는 쉼터에 앉아 송편 몇 개를 입을 쑤셔 넣으며 눈은 여전히 바위에서 떠나지 못한다.
< 자운봉에서 우이암 >
부시불식간에 시간이 꽤 흘렸다. 사패산에서 자운봉까지 2시간이 걸렸다. 휴식시간으로 사패산과 신선대에서 30분을 썼으니 서둘러야겠다. 주봉삼거리에 섰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 주봉을 감상한다. 자운봉의 축소판이다. 다만 개개의 돌의 사이즈는 자운봉보다 커 남성미가 느껴진다. 올려다 본 신선대에 개미마냥 꿈틀거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제 도봉의 정상과는 이별이다.
< 돌아본 / 가야 할 봉우리 풍경 >
가야 할 방향으로도 기이한 형상의 바위가 지천이다. 멀리 오봉의 모습도 보인다. 아직은 아스라하다. 첫 오봉 갈림에 도착했다. 우이암까지 1.4km 거리다. 계단이 길게 이어진다. 대세 내리막이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오르내리막이 반복된다. 다리가 묵직하다. 12시 무렵 작은 전망대에 당도했다. 아빠와 아들이 다정스레 사진을 찍고 있길래, 포즈를 취하라 한다. 부자의 모습이 부러웠다. 햇살이 눈부시다. 덩달아 화강암 암괴가 빛을 발한다. 도봉은 도처에 천하제일급의 풍광을 품고 있다.
< 바위 전망대에서 / 오봉 전경 >
길을 이어감에 따라 오봉이 커진다. 반석 위에 올라 앉은 공기돌의 크기가 점점 커진다. 멀리 희미하게나마 삼각산의 정수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오봉 갈림을 지나고 머지 않아 헬기장에 당도했다. 헬기장을 지나며 잠시 길이 순해진다. 도봉탐방센터 갈림을 지나자 우이암이 지척이다. 긴 계단 오르막이 시작된다. 계단 중간에 전망대가 있다. 커다란 사진 입간판은 도봉의 주요 봉우리를 설명해 준다. 우측으로부터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신선대, 주봉 멀리 칼바위까지 제각기 한 인물 하는 자태를 뽐내고 있다. 햇살마저 눈부셔 복 받은 하루다.
< 오봉 / 도봉 정수리 풍경 >
우이암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소의 귀를 닮아 명명된 이름인데, 실제의 모습에서는 그 연유를 찾지 못했다. 소나무 밑 그늘 쉼터에서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우이암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명풍이다.
< 우이암 전경 >
망설인다. 원통암을 거쳐 갈까, 아니면 조금 위험하더라도 바로 우이남능선을 탈까? 처녀 길로 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는다. 뒤따르던 분들에게 길의 사정을 묻는다. 선뜻 앞장서 준단다. 그래, 명세기 종주산행에 나섰는데 우회로로 갈 수 없지 않은가!
< 우이암에서 우이동 >
인적이 드물다. 길도 희미하다. 10여분 내려가자, 올 것이 왔다. 암괴를 둘러싸고 긴 밧줄이 쳐 있다. 횡으로 줄을 잡고 걸어 간다. 팔의 묵직하다. 이어 나타나는 직벽, 다행히 거리가 짧아 무리 없이 내려왔다. 그렇게 30여분을 조심스레 내려오자, 원통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당도했다. 이곳부터는 대로 수준의 등로가 이어진다. 오후 1시, 우이동까지는 1.9km 거리란다. 방학동 갈림을 지나며 길은 더 순해진다, 계곡의 물소리가 들린다. 소금기가 번지르르 한 얼굴을 씻고 간다. 햇살이 따갑다. 도로를 만난다. 우이동이다. 버스 소리가 들린다. 다시 사람 사는 곳으로 내려왔다. ㅎㅎ
< 우이남능선 바위 길 / 우이동 원경 >
< 에필로그 >
명불허전이란 말을 좋아한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칭송을 받는 건 사람이든, 사물이든, 자연이든 다 이유가 있다. 도봉은 암괴의 전시장이었다. 단순히 그 양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 뛰어난 조형미는 이 세상 그 어디에 내놓아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우이동에 내려와서도 자운봉의 그 기묘한 아름다움이 잊혀지지 않는다. 도봉과 앞으로 자주 만나리라
< 산행 궤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