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추억(追憶)이 있는 고향역(故鄕驛)
시인 박해수(朴海水) 님과 대구MBC가 경부선 철도 개통 100주년과, 현대시 도입 100주년을 맞아 함께 벌이는 간이역 시비(詩碑) 건립사업이 2006년 12월 28일 10회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사라져 가는 간이역마다 낭만과 추억의 시비를 세우자는 뜻에서 출발한 이 사업은 지난해 2월16일 대구 고모역을 시작으로, 영천 화산역(4월 7일), 칠곡 지천역(7월 6일), 김천 직시사역(9월 22일), 경산 삼성역(12월 22일)에 시비를 세웠고, 올해 들어서 군위 우보역(3월 30일), 칠곡 신동역(6월 21일), 영천 임포역(9월 26일), 김천 대신역(11월 14일), 군위 화본역에는 열번째 시비가 세워졌다.
시비에는 박해수 님의 작품이 서예가 류영희 님의 글씨로 쓰여져 있고, 한국 최고의 석공예 명장 윤만걸 님이 제작을 했다.
▲ 박해수(朴海水) 시인
<화본역>
경북 군위군 산성면에 위치하며 1938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하였으며, 주변에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제2석굴암과 유황온천이 있다.
박해수 님은 화본역(花本역)이 꽃의 근본이라는 뜻에 착안, 생명의 근원인 어머니를 소재로 한 <화본역>에 희망과 추억, 그리움을 담았다.
꽃 진 물자리 젖꼭지 달렸네
자다가 잠 깬 꽃물 든 목숨이네
선 자리 꽃자리 꽃 뿌리 눈물 뿌리
방울새 어디서서 우나, 배꽃 메밀꽃 매꽃
배꼽 눈 보이네, 배꼽도 서 있네
녹물 든 급수탑, 억새풀
고개 숙인 목덜미, 눈물 포갠 기다림
설렘은 흰 겨울 눈꽃에 젖네
어머니 젖꽃 어머니 젖꽃
젖꽃 실뿌리 실 실 실 웃는 실뿌리
오솔길 저녁 낮달로 떴네
어머니 삶꽃, 젖빛으로 뜬 낮달,
오솔길 꽃 진 길가네, 산모롱 굽이굽이 따라 가네,
돌아누운 낮달 따라가네, 낮달 따라 꽃 진 자리 찾아가네.
<대신역>
경북 김천시 아포읍에 위치하는 대신역은 1916. 11. 1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하여, 1942년 2월 24일 역사 신축 준공, 2002년 8월 31일 역내 내부 개수공사 후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운전취급를 주로 하는 역이다. 지명은 이조시대 함골이라 칭하였으나 행정구역 변경으로 대신이라 개명한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임포역>
1918년 9월 20일 보통역으로 영업개시 하여 1959년 8월 1일 현역사를 신축 하였으며, 1993년 12월 25일 C.T.C 원격제어 공사 완료. 1997년 6월 1일 아화역(간이역)을 관리하고 있다. 경북 영천시 북안면 중앙선 청량리 기점 354.2㎞ 지점에 위치하며, 역세권 인구는 17.000명이고, 면사무소. 파출소. 우체국. 농협 등 기관과, 만불산과 돌할머니 및 박인로 선생 유적지 등 관광지가 있다.
<신동역>
칠곡군 지천면에 자리하고 있는 신동역은 1918년 10월 25일 보통역으로 문을 열었고, 현재 여객수송과 화물취급을 하고 있지만, 하루 7차례 밖에 열차가 서지 않는 사실상 간이역이다.
마음 천근, 만근 내려앉을 때, 해가 지는데
맨손으로 흔들던 미루나무, 거기 그 자리
마음 피 주먹 되어, 국도 위로 올라 온, 그 옛날 신동 역
꿈속에 꿈 물푸레나무, 그 잎사귀
아카시아 꽃, 콧등에 휘날리네
건듯건듯 건들바람에 시달려, 흔들리는 바람 한켠에
봉선화 보다 더 붉은, 네 마음 知天命 안에서
서서 우는 사람, 우는 사람의 마음 역인가
살갗 스치는 인연, 스치는 點, 點
점과 선으로 이어져,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가, 신동 역 거기 그 자리
아픈 네 사랑의 석류꽃, 그 자리 아직 네가 살고 있기에
아픈 네 사랑의 석류 알 같은, 알뜰한 그대 살고 있기에
아 네 사랑 타고 있네.
<우보역>
우보 역은 1938년 12월 1일 청량리∼경주간 중앙선 개통과 함께 문을 열었다. 경북 군위군 우보면에 소재해 있으며, 지방의 명칭을 따라 영업개시 당시부터 우보역이라 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삼성역>
1921년 9월 20일 경부선 개통 당시 서울기점 346.6㎞에 삼성역을 설치하여 신호소로 업무개시. 1926년 10월 1일부터 삼성역으로 승격하여 운수업무을 개시하여 1974년 3월 11일 수소화물, 1976년 7월 10일 화물 취급 중지로 지금은 운전과 여객취급을 주업무로 하고 있다.
<직지사역>
1925년 9월 15일 역사가 소재한 동명을 따라 <세송신호장>으로 개설되었으며, 1927년 4월 1일 보통역으로 승격하면서 역세권 내의 사찰 직지사의 명칭을 따라 <직지사역>으로 개명하였다. 1990년 2월 1일 운전간이역으로 변경되고, 1990년 7월 21일 여객취급중지역으로 격하되었다.
산이 산을 껴안고, 절이 절을 껴안고
빈 들판의 살 냄새, 사람이 껴안고
달빛은 김천 직지사, 스님을 껴안고 있더라.
못난 사랑 못난 그리운 절망이, 껴안고 있더라.
숯이 된 나무, 통 큰 나무가 되었다.
사람이 절을 이고, 절이 사람 위에 있으니
떠나지 마라 떠나지 마라
산 돌고 물 돌고 돌아오지, 않던 길 돌아오지 않더라.
바람도 눕고 산도 눕고, 하늘도 눕고 달도 누워 가는 길
꾸겨진 꿈만 가득, 허욕의 부스러기로 남았다.
이승의 두꺼운 바람, 이승의 소리 없는 바람만, 속절없이 맴돌 뿐
직지사역 나그네 새로 남다.
나그네새 푸른 넋으로 날다.
나그네새 푸른 넋으로 남다.
<지천역>
1936년 1월 16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하여(서울기점314.1㎞) 여객수송을 주업무로 하였으나, 여객이 점차 감소하여 1990년 2월 1일 역원배치간이역으로 격하되었다.
갈잎이 지천으로 깔렸다, 그리움이 지천으로 깔렸다.
오 사모치는 지천의 절정
푸른잎 푸른 청춘이, 대나무 순처럼 자랐다
지천으로 깔렸다 이제는, 가랑잎 슬픔이 지천으로 내렸다.
아직은 사랑을 사랑이라 부르지 마라
격정을 이기고 눈물을 이기고
분분 날리는 가랑잎처럼, 네 영혼과 슬픈 사연이 남았다.
헤어지자 손 흔들던 옛 그리움은 숨고, 통학기차는 눈이 어두웠다.
가을비가 지천으로 날렸다, 말없이 울고 내리는 사랑길
지천역에서 이대로 외로운, 갈잎이 되어 눈물 여미고 간다
<화산역>
화산역은 1938년 11월 1일 역원 무배치 간이역을 시작으로, 1942년 4월 1일 역사와 화물상옥 준공, 1948년 8월 1일 보통역 승격, 1986년 9월 21일 새 역사 준공, 1995년 4월 20일 여객취급 중지 등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쑥 꽃처럼 피어올라, 거슬러 대나무 살,
푸른 살 순이, 꽃 산을 이루어 멀리 달빛을 안고,
달빛 어린 쑥 꽃에 꽃 산만 보이네.
꽃잎에 눈물이 많다는 것은, 영천을 지나와 홀연히 적시는
네 마음에서 죽음 꽃을 만지게 되었다.
죽어서도 꽃은 죽음을 넘어 피고 있을 것이다.
꽃은 시들어 머리를 내리고, 사람은 죽어서 머리를 든다
화산 들녘 끝에 불던 바람은, 수수 이삭 머리끝에 건들바람 건들로 남았고
화산에 화산 보다 더 아름다운, 신부(神父)가 산다.
새벽기도 같은 쑥 꽃, 백년의 사랑은 짧아도 백년의 기도는 길다.
안식년을 넘어 바다를 넘고 산을 넘어 온,
세월의 뒤안길은 길다 꽃 산을 넘어 온,
저 백년의 이끼 낀 원두막 너머 원추리 꽃 주변에,
원추리 꽃 눈물을 만지고 싶다 화산 역.
꽃 산을 넘어 온 긴 산, 긴 잠에서 깨어나,
까까머리 다시 그 삶의 발자국을 찍고 싶다.
침묵보다 더 긴, 일찍 피어난 원추리 꽃,
숨 트는 원추리 꽃 입 여는 화산 역에서.
<고모역>
1925년 11월 1일 간이역으로 영업을 개시하여 고모역이라 불렀다. 경부선 서울기점 332.7㎞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 대구선 이설공사가 진행중에 있어 완공이 되면 고모역을 통과하여 대구선이 연결된다. 운전취급과 여객, 화물수송을 주업무로 하고있다.
고모역에 가면, 옛날 어머니의 눈물이 모여 산다.
뒤 돌아보면 옛 역은 스러지고,
시래기 줄에 얽혀 살던, 허기진 시절의 허기진 가족들.
아, 바스라지고 부서진 옛 기억들, 부엉새 소리만 녹슨다.
논두렁 사라진 달빛, 호물열차는 몸 무거워
달빛까지 함께 싣고, 쉬어가던 역이다.
고모역에 가면, 어머니의 손재봉틀처럼
덜커덩 덜커덩거리는 화물열차만
꽁지 빠진 새처럼, 검은 물새 떼처럼
허기지게 날아가는 그 옛날 고모역에서
아, 이즈러진 저 달이, 어머니의 눈물처럼 그렁그렁
옛 달처럼 덩그라니 걸려 있구나, 옛 달처럼 덩그라니 걸려 있는,
슬픔처럼 비껴 서 있는 그 옛날 고모 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