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제목이 언뜻 떠오르지를 않아서 그냥 '갈등'이라곤 했지만...
뭐그리 갈등스러울 것도 없는 일인지도 몰랐다.
하여간 기분이 조금 묘했다.
이 나이에...???
좋아해야 할 지... 아니면 서글퍼해야 할 지조차 잘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연인 즉슨... 이랬다.
벌써 내가 그 곳에 출근을 한지 몇 일 되지도 않았을 때부터...
박반장(감독)은 슬그머니 나에게 소장에게 월급을 좀더 올려 주라는 얘기를 했었다고 했고
그 다음 날 소장은 내게 다른 사람들이 먼저 들어 와 근무를 한 세월이 있으니...
명분없이 월급을 더 많이 주기는 좀 뭣하고...
어디 다른 곳에 가실 계획(?)이 없으시다면 한 3개월 뒤에는
직급을 반장으로 품의를 올려서 조금이나마 생활에 보탬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하면서...
반장 수당이라야 그리 많지는 않지만 아마도 교통비 정도는 해결 될거라고
종내 미안한 표정을 지었었다.
그런데 그저께 밤에 야식을 먹은 후에...
모두들 사무실에서 쉬고 있을 때 나혼자서 매장의 '무빙워커' 발판을
진공청소기로 말끔하게 빨아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계가
순간적으로 꺼졌다가 다시 켜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냥 잠시 기계가 오(誤)작동을 하였거나 아니면 전기에 문제가 있나보다'라고
여기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내 할 일만 하고 있다가...
문득 인기척이 느껴져서 되돌아보니 바로 내 등 뒤에
소장이 씩~하니 웃으면서 서 있는 것이었다.
주간반 퇴근길에 함께 나가 쇠주를 한잔 걸쳤는지...???
입에서는 '단내'가 솔 솔 풍겼다.
아무리 나보다는 젊다고 하나 명색이 상관인지라 반색을 하며 인사치례를 했더니...
소장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었다.
'혹시 주간반을 맡아서 반장을 해주실 수 없겠느냐...???'고...
나는 그냥 못할 거야 없지만 주간반에는 나보다도 오래 된(근무한) 젊은 사람들도 있는데
오히려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었다.
소장은 지금의 반장이 다른 팀원들과 너무나 갈등이 심해서 어떻게든 조만간에
정리를 않고 놓아두면 주간반 전체가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
나같으면 충분히 수습을 하고 이끌 수가 있으리라고... 했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었다.
'주간만 근무... 반장... 월급......'
하지만 섣불리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첫째는 지금 주간반 반장을 밀어내기 위해 누군가가 바람(?)을 잡고 있다면...???
과연 나에게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었고...
(한사람 나무 위에 올려두고 흔드는 건 쉬운 일이니)
둘째... 나에게 각별(?)한 기대를 거는 듯한 박반장(이제는 감독)의 의견을
그냥 무시해서는 안될 것 같아서였다.
솔직히 첫번째 문제는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지만...
(그 정도의 인원을 주무르고 통솔하는 것쯤이야 별로 어려울 것도 없으니)
두번째 문제가 더욱 더 마음에 걸렸었다.
그래서 소장더러 먼저 박반장과 의논을 해보라고 했었다.
모두들 좋다면 그렇게 해볼 수도 있다면서......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내 짐작이 맞아 떨어졌다.
어젯밤 아직 초저녁 무렵에 박반장이 매장 입구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는 나를
슬그머니 밖으로 불러 냈었다.
그리고는 나무벤취에 걸터 앉아서 아주 심각하고 진지하게 내게 물었다.
'혹시 소장에게 들은 말이 없느냐...???'고...
나는 있는 그대로를 말해 주었고 그는 내게 다시 물었다.
'그러면 신선생님 생각은 어떠시냐...???'고...
나는 아직 결정을 못했지만 모두가 괜찮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박반장(감독)이 정색을 하면서...
어차피 야간반에 있어도 조만간 반장은 될 것이고...
야간반 반장이 조금(?) 육체적으로 힘은 더 들겠지만 모든 기술을
(장비를 사용하고 매장을 관리하는) 보유하고 있어서 월급도 당연히 더 많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그 말에 가장 귀가 솔깃했었다.
어차피 힘들 거라면 조금이라도 더 받아서 생활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그리고 자신도 그렇게 오래 근무할 생각은 아니니...???
야간에 있어야만 자신의 뒤를 이어 감독으로 오를 수 있다면서...
(주간 반장을 사실 별로 하는 일이 없으니)
솔직히 내가 함께 있는 것이 자기가 더욱 편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될 수 있으면 그냥 자기와 함께 야간반에 있자고 간곡한 투로
부탁 아닌 부탁을 하는데 그 눈빛이 얼마나 진지해 보이든지...
차마 나는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그럼 그렇게 할 터이니 소장에게 말해 보라고 했었다.
그리고 새벽녘에 일을 하다가 잠시 마주친 아주머니 한분에게서...
박반장이 글이 너무 짧고 컴퓨터를 전혀 할 줄 모르는 등의 이유로 인하여
본디 감독직을 맡지 않을 터이니 그냥 반장으로 두고 나를 감독으로 천거한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엄연하게 근무를 한 기간과 직급이 있어서 우선 감독직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나를 곁에 두고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는 것도......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제 겨우 출근한지 3주도 안되었는데... 어떻게 '나'같은 사람을 두고 이런 일이...???
그러나 그 결론을 명확히 내려주는 말을 들었다.
"생각과 몸이 멀쩡하고 무슨 일이 건 할 능력이 있는 젊은 사람이...
어떻게 그 작은 봉급을 받고 이렇게 힘들고, 더럽고, 궂은 일을 하겠느냐...???"고...
'언제부턴가 옳은(?) 사람 하나라도 구해 볼려고 애를 썼었지만...
'오는 사람이라는 게 모두가 이상(?)한 사람만 왔었다'고 하면서
박반장이 신선생(?)을 만난 후로는 나 없는 곳에서도 내 말 밖에는 않는다면서...
잘 알아서 하시라고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기고는 제 갈 길로 제 할 일을 하러 갔었다.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어쩌다가 내가 졸지(?)에 이렇게까지 되었는지도 아직 실감이 나지를 않는데...
이런 일을 두고 좋아해야 하나... 서글퍼해야 하나...???
뭐 생각하기 나름이겠다.
'이 넘의 인기(?)가 어디를 가나 식을 줄을 몰라!'라는 식으로
약간은 푼수(?)처럼 좋게 생각할 수도 있겠고...
'이러다가 앞으로 영원히 용역업체에서 청소나 하다가 말지는 않을까...???'하는
걱정과 우려가 없지를 않다는 게 사실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어떻게든 조만간에 결정은 나겠지만...
그리 서두를 정도의 비전(?)이 있는 직업이나 직장이 아니라면...???
그냥 좋은 게 좋다고... 조금 힘이 들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원하는대로 되었으면... 싶은 마음이었다.
될 수 있으면 나를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기도 하고......
첫댓글 뭔가 조금씩 매듭이 풀려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작은 일이지만 감사하면서 차근 차근 한발 한발 그렇게.........*^^*
인기있는 사람은 어딜가나.....카페에서도 인기 짱! 직장에서도 인기짱!.....행복하세요~~~*^^*
축하합니다..정말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