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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할아버지
백화 문상희 (단편소설)
여기는 경기도 광주땅의 조그만 시골 마을이다.
오늘은 초록 초등학교 입학식 날이다.
"다빈아~,
오늘은 예쁜 옷 입고 가자꾸나!"
"예~, 할아버지
오늘도 저 따라서 가실 거지요?"
"그래, 이 할아비는 우리 다빈이가 제일 좋아!
그동안 유치원에서 배운 것 입학하면 까먹지 말고
공부 잘해야지?"
"예~, 할아버지!
우리 할아버지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그래, 지금 시간이 여덟 시니까 이제 가볼까?"
다빈이와 할아버지는 1km 거리의 초록
초등학교로 향했다.
학교 앞에는 입학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손녀가 입학을 하나 봐요?"
"예~, 그렇습니다 보안관 선생님!
다빈아, 보안관 선생님께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선생님!"
다빈이는 유치원에서 배운 대로 배꼽인사를 했다
"다빈아, 저기가 입학식을 하는 다목적실 인가보다."
"예~, 할아버지!
학교 운동장이 엄청나게 넓네요!"
"그래, 다빈아!
앞으로 6년 동안 여기서 뛰어놀며 공부를 한단다."
"아이 좋아라!
제가 여기서 놀다가 늦어도 이리로 데리러 오세요
아셨지요?"
"그래그래!
아프지 말고 튼튼하게 잘 자라거라 알았지?"
"예~, 할아버지!"
다빈이와 할아버지는 강당으로 들어갔다.
강당에는 벌써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가득했다.
"자~, 지금부터 2015년 입학식을 거행하겠습니다.
부모님들은 뒤쪽 의자에 앉아주세요!"
다빈이 할아버지는 잠시 옛 생각에 젖어들었다.
"30년 전 다빈이 에미가 입학할 때는 입학생이
백 명이 넘었으나 이제는 스무 명도 안되는구먼!
다들 도시로 떠났으니 쯔쯔쯔 "
"다빈아,
입학식도 끝났으니 오늘은 할아비가 맛있는 것 사줄게!
오늘은 뭐 먹고 싶으냐 다빈아!
"예, 할아버지 떡볶이 하고 어묵이요!
저는 그게 제일 맛있어요!
"그래 그러면 잘 됐구나!
마침 시장 근처에 떡볶이 전문점이 생겼더구나!"
"예, 할아버지 빨리 가요!"
다빈이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은 채 좋아서
깡충깡충 뛰었다.
다빈이는 초등학교 입학을 하고 학교 가는데
재미가 들렸다.
다빈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고 한 달쯤 지났다.
"다빈아, 집에서 공부할래 아니면 할부지 따라서
시장으로 갈래?"
"예~ 할아버지, 저는 오늘 그림 그리기 숙제를
해야 해요!
그러니까 할아버지 혼자서 다녀오세요!"
"그럼, 우리 다빈이 공부하고 있거라~!"
"예, 할아버지 다녀오세요!"
다빈이 할아버지는 다빈이를 다독거리고
시장으로 나갔다.
다빈이 할아버지는 시장을 다녀와서도 부엌에서
두세 시간 동안 음식을 만들었다.
"자~, 다빈아.
이제 다 됐으니 음식을 차려보자꾸나!"
다빈이 할아버지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차렸다.
"할아버지, 저기 고, 이윤재 지수연 신위가 뭐예요?"
"그래, 이윤재는 너의 아빠이고 지수연은
우리 다빈이 엄마란다."
"근데요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우리 엄마 아빠는 먼 나라에서 산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저기에 이름을 써놨어요?"
"그래, 우리 다빈이가 이제는 글씨도 잘 읽는구나!
나중에 다빈이가 크면 얘기하려고 했단다.
다빈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으니 이제는 얘기를
해도 될 것 같구나!"
"예, 할아버지 얘기해 주세요!"
"그래, 5년 전 다빈이 네가 4살 때였구나!
이 할아비 환갑이라고 다빈이 너와 엄마 아빠
셋이서 시골로 내려오다가 교통사고가 났단다.
너의 엄마 아빠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다른 차가 앞에서 너의 아빠 차를 들이받았단다.
그때 어린이 카시트에 앉은 너만 살고 엄마
아빠는 돌아가셨지!
그날이 5년 전 오늘이라서 이렇게 제사를 지낸단다.
예전에도 네가 잘 때 이 할아비가 제사를 지냈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느냐?"
"예, 그럼 엄마 아빠는 저 종이 글씨 속에서
사는 거예요?:
"그래, 그럼 유치원에서 배운 대로 절을 두 번 하거라!"
"그런데 할아버지, 왜 절을 두 번 해야 돼요?"
"엄마 아빠 두 분이니까 두 번 해야지!"
"예, 알겠습니다 할아버지!"
다빈이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다빈이가 잘 때
제사상을 차리고 눈물을 흘리며 젯밥을 먹었다.
자식과 사위의 제사를 지내고 또 한 달이 지나서
어린이날이 되었다.
"그래, 우리 다빈이 선물은 뭘 사줄까?"
"아~, 어린이날 선물이요?
저는 피아노가 제일 좋아요!
유치원 선생님이 피아노 칠 때가 제일 좋았어요!"
"그래, 피아노는 비싸고 지금은 이 할아비가
돈이 없으니 저축을 해서 네가 중학교 들어가면 사 주도록하마!
그 대신 내일은 학용품과 네가 좋아하는 떡볶이와
어묵을 사줄게 알겠지!"
"예,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이튿날 다빈이 할아버지는 다빈이를 데리고
어린이대공원으로 갔다.
마침 하남 버스 공영주차장에서 어린이대공원으로
가는 버스가 있어 손쉽게 다녀왔다.
다빈이 할아버지는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맞은편 골목에 재활용 장터를 보았다.
할아버지는 다빈이를 데리고 건너편으로 갔다.
"저기, 사장님!
혹시 중고로 나온 키보드는 없나요?"
"예~, 손님!
이때까지 키보드를 찾는 사람이 없어서 구석에
처박아 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럼 고장은 나지 않았나요?"
"예, 처음에 올 때 소리가 잘 울렸는데 전기를
한번 꽂아볼게요!"
주인은 비닐을 벗기고 아답타를 소켓에 꽂았다.
"어르신 이거 칠 줄 아세요?"
"예, 우리 손녀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요!
제가 젊었을 때 딴따라 생활을 한 적이 있답니다."
"아이고 이 고물이 임자를 만났군요!
여기 전원에 불이 들어왔네요 한번 쳐보세요!"
다빈이 할아버지는 능숙하게 산토끼와 학교종
노래를 연주했다.
"와~!
할아버지 너무 잘하세요!
유치원 선생님보다 더 잘해요!"
"그래, 다빈이 네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니
이 할아비가 가르쳐주마!"
"와~, 할아버지 짱이에요 짱!"
"저~, 사장님 얼마 드리면 되지요?"
"예, 그거 5년 전에 이사 가는 집에서 버리는걸
주었답니다.
어차피 임자도 없던 고물이니까 그냥 3만 원만
주시고 가져가세요!"
"아이고, 사장님이 제가 가난한걸 눈치채셨나
봅니다 그려! 하하하하"
다빈이와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할아버지가 피아노를 그렇게 잘 칠 줄은 몰랐어요!"
"그래, 이 할아비가 젊은 시절 오르간 연주를
했었단다!
우리 다빈이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니까
이 할아비가 매주 일요일에 가르쳐주마!"
할아버지는 다빈이를 학원에 보낼 형편이
되지를 않아 집에서 키보드로 가르치기로 했다.
다빈이도 피아노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할아버지는
열심히 가르쳤다.
다빈이가 5학년이 되었을 때는 교내 학예회
대회에서 1등을 했다.
선생님들은 6학년 졸업식 때도 피아노 연주를
다빈이에게 맡기도록 하고 연습을 시켰다.
그날도 다빈이는 연습을 마치고 혼자서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다빈이는 언제나처럼 콘크리트로 된 지름길로
집으로 가던 중 오복하게 모인 냉이를 보고
앉아서 나물을 캐고 있었다.
그때 좁은 길에 화물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그 화물차 기사는 조그만 나무뒤에 가려진 왜소한
다빈이를 보지 못하고 휙 지나가버렸다.
다빈이는 화물차를 피하느라 발을 헛디뎌서
농로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넘어지면서 다리가 부러진 다빈이는 1m나 되는
콘크리트 수렁을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쳤다.
다빈이는 부러진 다리로 기어서 올라가려 했으나
기운만 빠져서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
할아버지는 해가 졌는데도 다빈이가 오지를 않아
대문 밖에서 서성거리며 다빈이를 기다렸다.
날이 어두 어둑해지자 할아버지는 불안했다.
할아버지는 학교로 가보기로 결정을 하고
농로길을 따라서 학교로 향했다.
그때 어디선가 우는소리가 들렸다.
"거기 누구야?
누가 울고 있는 거야?
혹시 우리 다빈이냐?"
할아버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빈이를 불렀다.
"예, 할아버지 저 다빈이예요!"
할아버지는 농수로 아래를 쳐다보고 화들짝 놀랐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예, 할아버지!
화물차 피하다가 아래로 떨어졌어요!"
"그래, 어디 다친 데는 없는 거냐?"
"할아버지, 다리가 너무 아파서 일어설 수가 없어요!"
할아버지도 아래를 바라보고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빈아, 안 되겠다. 조금만 기다려라!
할아비가 집에 가서 119 신고를 하고 올게 알았지?"
할아버지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서 소방서에
신고를 했다.
잠시 후 왱왱거리며 119 구급차가 왔다.
할아버지는 소방대원에게 위치를 가르쳐주고
함께 농로길을 달렸다.
다빈이는 병원으로 이송되어 다리 깁스를 하고
할아버지와 함께 입원을 했다.
"보호자분, 학생이 부러진 곳 외에는 크게 다친 곳이
없어 다행입니다.
의료보험으로 계산을 하시고요 나중에 파출소에
신고를 해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의사 선생님!"
할아버지는 입원실로 들어와 다빈이를 달랬다.
"아이고 큰일 날 뻔했구나 다빈아!
"예, 할아버지!
할아버지 오실 때까지 너무 아프고 무서워서
울었답니다."
"그래, 다빈아!
사실 너 엄마와 아버지 차를 들이받은 차도
무보험 차라서 보상도 못 받고 치료를 했단다.
그나저나 이만하길 큰 다행이다 다빈아!"
이튿날 할아버지는 파출소에 찾아가 신고를 했다.
그다음 학교로 가서 결석에 대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다음 날 파출소에서 순경이 나와서 조서를
꾸몄지만 대답은 허망했다.
"주변에 cctv도 없고 또 직접 충격한 것도 아니라서
수사가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일단 의료보험으로 치료를 하시고
나중에 단서가 잡히면 집 전화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렇게 사건은 흐지부지 되었다.
할아버지는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병원으로 오가며
다빈이 간호를 했다.
다빈이는 4주간 입원 후 반 깁스로 교체해서
퇴원을 했다.
할아버지는 결국 다빈이에게 피아노를 사주기
위해 모아둔 적금을 깨서 치료비를 결재했다.
집으로 돌아은 다빈이는 목발을 짚고
학교에 다녀야 했다.
다빈이의 사고 소식은 교무실에도 소문이 돌았다.
"5학년 1반 담임선생님!
다빈이 그 아이가 학예회에서 1등 한 학생 아닌가요?"
"예~, 맞아요 선생님!
다빈이 할아버지가 다빈이에게 피아노를 사주려고 모아둔
적금을 깨서 치료비를 냈다고 합니다!"
"에구, 다빈이 치료비 모금운동이라도 할걸 그랬네요!"
"아, 우리 집에 쓰지 않는 피아노가 있어요!
아이들 대학교 졸업하고는 그냥 방치했는데
다빈이에게 선물로 주면 어떨까요"!
"아이고 학생 과장님!
그것 참 고마운 일이네요!"
"그럼 담임선생님이 다빈이 집 주소와 전화번호도
알아보시고 제게 알려주세요!
제가 이송비도 다 부담할게요!"
"아이고 학생 과장님, 고맙습니다.
다빈이가 이 소식을 들으면 무척이나 좋아할 것
같아요!"
며칠 후 토요일 다빈이의 집에 용달차가 들어왔다.
용달차엔 학생과장이 보낸 피아노 조율 기사도
따라왔다.
용달차 기사와 조율 기사는 마루에 피아노를
들여놓고 건반 조율도 마치고 돌아갔다.
피아노에 앉은 다빈이는 뛸 듯이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우리 집에도 드디어 피아노가 생겨서 너무 좋았요!"
"그래 다빈아!
피아노를 선물하신 선생님을 찾아가서 고맙다는
인사를 드려야겠구나!"
"예, 할아버지!
저도 월요일에 등교하면 선생님 찾아가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릴게요!"
"그래, 그렇게 하거라 다빈아!"
다빈이는 할아버지의 지도아래 열심히 피아노
연습을 했다.
정통적인 피아노를 전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무대에서 에드립으로 연주를 한 방식대로
다빈이를 가르친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
다빈이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교내 학예회
콩쿠르에서도 1등을 했다.
고등학교 교장선생님과 음악 선생님의 추천으로
드디어 다빈이는 전국 피아노 콩쿠르에 출전을
했다.
머리가 비상한 다빈이는 할아버지의 가르침과
교본만 가지고도 연습이 충분했다.
드디어 콩쿠르 본선에서 다빈이는 미친 듯이
건반을 두드렸다.
"아~, 저 학생은 피아노에 신들린 것 같아요!"
"맞아요, 정통적인 연주를 벗어난 듯하면서도
뭔가 성인이 연주하는 것 이상의 실력입니다."
심사위원 들은 다빈이의 연주를 들으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마지막으로 대망의 우승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전국 피아노 콩쿠르 그랑프리는 평점 99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경광 고등학교 2학년 지다빈 양입니다."
트로피를 받아 든 다빈이는 피아노를 선물해 주신
중학교 선생님과 할아버지의 지도로 피아노를
배웠다는 우승 소감을 밝혔다.
객석에 앉아있던 할아버지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에미 아비도 없는 우리 다빈이가 우승을 했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할아버지는 박수를 치며 속으로 그렇게 되뇌었다.
"다빈이 너를 피아노 학원에 보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네가 우승을 해서 이 할아비는
무척이나 기쁘구나!"
"할아버지, 학원에 안 가도 할아버지가 지도를
해주신 덕분에 제가 우승을 한 겁니다.
할아버지 정말 고맙습니다.
또 저를 지금까지 키워주신 은공은 두고두고
보답을 하겠습니다."
"그래그래 장하구나 우리 다빈이!"
다음 주 토요일 할아버지는 다빈이를 데리고
구리시 동구릉에 있는 공동묘지를 찾았다.
"다빈아~,
여기가 너의 엄마와 아빠가 묻힌 산소란다.
다빈이 네가 성인이 되면 함께 오려고 아직까지
너에게 알려주지 않았단다.
여기 술잔에 술을 따르고 부모님께 절을 하거라!"
할아버지는 미리 준비한 북어와 술병을
꺼내놓았고 다빈이는 상패와 꽃다발을
엄마 아빠 산소에 놓고 공손하게 절을 했다.
할아버지는 먼 산을 바라보며 흐뭇한 눈물을
흘렸다.ㅁ
첫댓글
어제 오늘 이틀만에 완성한
감동 드라마 단편소설 입니다.
오지랍이라 생각치 마시고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