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폭설(暴雪)이 세계대회의 대국시작시간을 바꿨다. 11월 1일 제14회 삼성화재배 관계자들은 아침부터 술렁였다. 이유는 다름아닌 베이징의 폭설이었다. 갑작스런 큰눈과 기온하강으로 공항은 꽁꽁 얼어붙었고, 항공의 이착륙이 연기되기 시작했다. 베이징에 있던 중국선수, 구리와 콩지에가 베이징 공항에서 발이 묶여 있다는 연락이 오면서 준결승 공동기자회견 및 준결승 1국이 제대로 열리겠는가 하는 걱정때문이었다.
다행히 중국국가팀 감독 위빈 9단과 치우쥔 8단, 치우쥔 8단의 아버지는 10월 31일 상하이에 도착해 있었다. 공동기자회견은 부랴부랴 이창호 9단과 치우쥔 8단, 그리고 위빈 9단과 삼성화재 오택훈 상무 4인이 하는 것으로 변경돼 진행됐다.
▲왼쪽부터 이창호 9단, 오훈택 상무, 위빈 감독, 치우쥔 8단, 원래보다 규모가 줄어든 공동기자회견
베이징 폭설로 공항마비, 비행기안에서만 다섯시간 이상 대기 결국 상하이에서 오후 4시부터 열리기로 한 공동기자회견에 중국기원 화이강 전(前)원장, 구리 9단, 콩지에 9단은 참석하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비행기에 올라타 있었다. 다만 비행기가 출발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
구리와 콩지에는 5시간 이상 비행기에 탑승해 대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저녁시간이 되자 저녁먹고 오라며 항공사에서 모두 내려놓았다는 소식이다. 아마도 비행기 탑승자들은 아침일찍부터 기다렸으니 '언젠가는 출발하겠지' 하는 오기로 하루종일 공항과 비행기안에서 버텼을 것이다. (재)한국기원과 중국 국가기관인 중국기원 관계자들은 계속 통화를 하며 다음과 같은 순서로 조정안을 내놨다.
1. 이창호 9단과 치우쥔 8단의 준결승은 예정대로 9시 30분(한국시간 10시 30분)에 시작,메인방송. 2. 구리 9단과 콩지에 9단은 아무리 빨라도 11월 2일 새벽 2시 이후에 상하이 도착이 가능할 것 같다. 3. 11월 2일에 도착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11월 2일 정오(12:00)에 구리-콩지에 판을 시작한다. 4. 이창호-치우쥔 판을 중계하는 한국과 중국의 방송사는 찬성, 후원사 삼성화재측도 찬성.
베이징 공항의 비행기는 과연 11월 1일안으로 출발할 수 있을까? 세계대회 역사상 사상초유의 대국시작 지연이 한국과 중국의 양자합의로 공식(?) 처리 된 것인데 말이다. 우연찮게도 두명의 대국자가 같은 도시에 폭설로 갇혀 있기에 분쟁없이 가능한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구리-콩지에 둘다 11월 2일내로 오지 못한다면, 일단 준결승 1국은 양자패로 처리하고, 준결승 2-3국을 진행한 다음, 결승대국 진출자를 결정해야 할 수 도 있다. 그런데 1승1패 동률이 되면 어쩌지? 별 걱정을 다하며 (재)한국기원 담당자의 핸드폰 통화는 하루종일 불을 뿜었다.
한가지 교훈, 폭설(暴雪)은 대국시간도 춤추게 한다.
이창호 9단은 11월 2일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한국시간 10시30분) 중국의 치우쥔 8단과 준결승1국을 겨룬다. 사이버오로에서는 인터넷 대화명 '가리워진꿈'과 '골든글로리'가 준결승1국과 2국을 해설한다.
중앙일보와 한국방송공사(KBS)가 공동주최하고 삼성화재가 후원하며 (재)한국기원이 주관하는 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상금은 2억 5,000만원이다.
◇삼성화재배 준결승 대진표 이창호 9단(한국) vs 치우쥔 8단(중국) - 가리워진꿈 1국해설, 골든글로리 2국해설 구리 9단(중국) vs 콩지에 9단(중국)
◇삼성화재배 일정 준결승 3번기 : 11월 2, 4, 5일 중국 상하이 한국문화원 결승 3번기 : 12월 15, 17, 18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터럴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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