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은 약손 /신 영
엊그제(5월 8일) 한국에서는 어버이날을 맞았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이번 주일(5월 13일 Mother's Day)이 어머니날이다. 가만히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엄마의 약손이 생각났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신기한 일이다. 어릴 때 엄마의 손이 닿으면 아픈 곳이 금방 나았다는 기억, 그것은 당연하다 여겼었는데 갑자기 궁금증이 일어온다. 어릴 적 어머니가 배를 문질러 주시고, 이마를 짚어 주시면 그렇게 아프다고 아우성치던 난 거짓말처럼 금방 낫곤 하였다. 어머니의 열 손가락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그 속에 무엇이 들었기에 그렇게 간단한 치료법으로 아이들의 병을 고치셨을까.
내가 어려서는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좀 아프면 병원을 찾기보다는 간단한 약방이나 침술을 익힌 할아버지를 찾았다. 그래, 약국도 아닌 약방이었다. 한의원도 아닌 대대로 침술을 익힌 노인의 냄새 나는 방이었다. 새벽잠에서 뒤척이다 배가 아파 쩔쩔매면 엄마는 당신의 오른손을 배 위에 얹고 손바닥으로 둥글리며 오래도록 문질러 주셨다. 언제나 듣던 다정한 엄마의 목소리로 "엄마 손은 약손이다, 엄마 손은 약손, 쑥쑥 내려가려무나~!"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시던 어머니의 속삭임이었다. 아마도 중얼거림의 마음속에는 기도가 있었으리라, "빨리 낫게 해달라는 딸을 위한 애절한 어미의 기도"가 말이다. 그러면 어느샌가 쌔근쌔근 잠이 들고 아침을 맞는 것이다.
오래전 그 음성이 오늘 내 귀에 맴맴 돌고 있다. 때로는 힘겹다고, 아이들을 키우며 감당하기 버거울 때면 늘 엄마를 마음속으로 불렀다. 엄마, 엄마 하며 그렇게 마음에서 흘러 입 밖으로 되뇌곤 하였었다. 아마도 엄마가 아픈 배에 손을 얹어 약손으로 문질렀듯이 나는 가슴이 답답하고 힘겨울 때면 늘 내 엄마의 약손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그렇게 한참을 엄마를 부르면 어느샌가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고이다 말고 쭈르륵 흘러내렸었다. 엄마의 약손은 멀리 있는 딸의 가슴에도 찾아와 얹어주곤 하신 것이다. 그렇게 실컷 눈물을 쏟고 나면 마음이 평안을 찾았다. "엄마의 약손은 시공간을 초월한 힘이다" 마음속에 늘 사랑으로 믿음으로 계신 내 어머니의 그 따뜻한 약손이 내게 힘을 주고 꿈을 주고 희망이, 소망이 되는 것이다.
엄마의 약손은 다름 아닌 믿음에서 평안함을 주는 것이리란 생각이다. 나를 위해 애써주시고 당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심을 알기에 이미 병은 마음에서 나은 것이리라. 바로 엄마와 아이와의 믿음이 사랑의 힘이 되어 '기쁨'이 된 것이리라. '기(氣)쁨'은 기(氣)가 뿜어져 나온다는 말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엄마의 간절한 사랑의 기도가 엄마의 손을 통해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이기에 서로의 마음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엄마의 손을 잡고 낯선 곳을 가다가 갑자기 엄마의 모습을 잃었을 때의 아이의 표정을 보라, 두려움에서 떠는 아이 공포의 모습을 말이다. 엄마는 늘 포근함, 따스함, 아늑함, 부드러움을 떠올릴 수 있기에 늘 우리에게 평안의 쉼터처럼 느껴지는 것이리라. 언제 들어도 좋은 이름, 바로 엄마, 어머니이다.
이렇듯 늘 곁에서 자식을 위해 걱정과 염려로 그리고 격려와 힘이 되어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은 어느샌가 깊은 주름과 가냘픈 작은 몸집으로 계신 것이다. 어릴 적 어머니의 그 약손으로 건강하게 잘 자라서 어른이 되었는데, 이제는 그 어머니께 내가 어머니의 약손이 되어드려야 하지 않을까? 크고 높은 주신 은혜를 어찌 다 갚을 수 있을까. 다만, 또 내 자식들에게 그 사랑을 주는 일일 터, 감사의 마음만을 드릴뿐이다. 세상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일, 사람들과 더불어 사랑과 기쁨을 나눠 가는 일이면 어머니도 좋아하실 게다. "서로가 서로에게 약손이 되어주는 일"이면 정말 기쁨이 넘쳐날 것이다. 살아있는 날이, 하루의 삶이 감사하다고 창조주께 매일 감사의 고백을 하는 일이면 어머니께서도 기뻐하시지 않을까.
05/11/2006.
하늘.
첫댓글 어머니를 자주 찾아가 뵈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