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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鄭州(정주)에 갔었다. 아시다시피 중국의 중원인 정주는 西로는 소림사, 낙양, 서안, 東으로는 개봉<예전엔 卞梁, 동쪽에 있는 수도란 의미로 東京(동경)이라 불리웠음>이 위치한 하남성의 성도이다.
업무를 보고 저녁식사를 하는데, 업체들은 벌써 한잔 먹일 기세였다. 그 회사에서 술 꽤나하는 직원들 5~6명을 벌써 수배해 놓은 것 같았다. 함께 간 중국 현지인은 술을 못하는 직원인데 혼자서 술을 마셔야 하는 안타까운 순간이 무시로 다가오고 있었다.<중국인들은 손님 접대를 위해 둥근 탁자에 둘러앉아 보통 7~10여명이 함께 식사함. 손님이 오면 술로 집중 공격에 들어감>
몇 시간 후, 난 멀쩡하게 호텔 식당을 걸어 나오고 있었다.
날 구해준 사람은 바로 Serving하는 음식점 종업원 이었다. 그녀는 이전에 온적이 있는 날 기억하곤, 한국인이 중국인에 둘러싸여 술 세례를 받는 것이 측은해 보였는지 그날따라 술과 물을 각각 하얀 백자 주전자에 붓고는 나에겐 물 주전자를 현지인에게는 술 주전자로 술을 따라 주었다. 난 그날 저녁 식사를 ~~척하면서 술 마시듯 물을 마셔야 했고, 주변 중국인들로 부터 주량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한국인으로 각인 되었다.
중국은 4,000여가지 술이 있다고 한다.
기후 조건에 따라 술도 특색이 있는데, 추운 북방지역에는 추위를 녹여주는 독주인 “白酒(백주)”는 40도 이상, 온화한 남방은 순한 양조주인 “黃酒(황주)” 15~20도, 내륙지역은 자연 식물을 이용해 만든 혼성주인 “藥味酒(약미주)”이다. 중국 술은 순도가 높아 숙취에 시달리지 않지만 많이 먹으면 부지불식간에 순환기, 내장 기관들이 망가지게 된다.
중국의 술에 대해서는 아마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것 같아 생략한다. 최근 중국 국가 통계국 조사에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술의 순위는 사천(四川)의 오량액, 귀주(貴州)의 마오타이(茅台), 사천 여주(濾州)의 노교특곡(老蕎特曲), 강소 양하대곡(江蘇 洋河大曲), 사천의 첨장(尖庄), 섬서의
최근 중국도 음주로 인한 대형 사고들이 많아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면, 바로 구류 15일 들어가면서, 당연히 면허 취소되며, 벌금 2,000위옌 가량 부과된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 곡주생산 및 가정 양조가 제한되었고, 해방 후 보릿고개 영향으로 먹을 식량도 없는데, 술을 만들 수 없어 전통 주조법들이 많이 사라졌다. 일본도 각 지방 현마다 돌아다녀 보면, 양조장이 있고 지방 특색의 정종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중국도 문화혁명등의 변혁을 거치면서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대해 부러운 감도 든다. 그나마 최근 막걸리나 우리의 전통주들이 조금씩 그 가치를 찾아가는 것은 고무적인 것 같다.
술은 우리의 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 중국도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 기본적인 음주 문화는 우리와 비슷한 것 같다. 인간이 태어나서 보름달이 뜨면 “滿月酒(만월주)”를, 백일이 되면 “百日酒(백일주)”를, 이름을 지으면 “寄名酒(
술을 권하는 것도 여러 방법이 있는데, 敬酒(文敬)은 공식적으로 젊잖게 덕담을 하면서 술을 권하고, 回酒(회주)는 주인으로부터 덕담을 받고 客(객)이 답주하는 형식으로 권주를, 罰酒(벌주)는 그야말로 꼬투리를 잡아 술을 억지로 먹게 하는 권주이다. 代飮(대음)은 중국의 지도자급 인사가 자기 몸을 사린다던가, 몸이 아파 본인을 대신하여 소위, 술 상무를 데리고 나와 대신 술 마시게 하는 방법인데, 가끔씩 볼 수 있는 풍경이다.
“酒以成礼,酒以治病,酒以成欢”<술은 예절을 이루고, 병을 치료하며, 즐거움을 준다> 이는 예로부터 중국에서 내려오는 말이다. 사실 술은 고대사회에서 신과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필수 불가결한 음료였다.
술을 뜻하는 한자 酒(주)는 酉(유)라는 글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酉는 밑이 뾰족하고 목이 긴 항아리의 겉모양에서 따온 상형문자이며 이 항아리에 물을 뜻하는 삼수(水)변이 붙어 오늘의 酒자를 이루게 되었으니 액체(술)를 담은 항아리라는 뜻이다.
비슷한 글자인, 酋長(추장)의 酋자는 항아리의 주둥아리 위로 무엇인가 흘러 나오는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술을 담그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다. 원시시대 제사를 받드는 사람이 무리의 으뜸으로 고대 중,남미의 제사장이, 중국의 고대 임금들이 우리의 왕들이 그랬다.
난 중국인과의 술자리에서 40대가량 되는 아줌마(들)가 나타나면 불안하다. 바로 경계대상 1호인 셈이다. 이 아줌마(들)는 초반전에는 술을 못 마신다고 뺀다. 근데 모두가 거나하게 취해 후반전에 접어들 때 불쑥 우리가 카드칠 때 처럼 “레이스 감으며~~”들어온다. 이런식으로 얘기하며 말이다,,,”본인은 원래 술을 못하는데 오늘 손님이 오셔서 너무 분위기 좋고, 기분이 좋아 이렇게 한잔 乾杯(건배)를 제의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누가 감히 건배를 거절하겠는가? 바로 이때부터 소위 그들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셈이 된다.
중국은 지역에 따라 술 문화가 조금씩 다르다. 장강(양자강)이남은 기온이 다소 따뜻하여
본인이 중국에서 의아하다고 생각한 것 중에 하나는, 중국 여자들이 의외로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건강을 생각해서, 타인을 의식해서 그런지 좀처럼 술을 마시지 않는다. 특히 白酒(백주)를 쉽게 마시는 여성은 아주 드물다. 돈을 위해서 술집에 다니는 여성은 예외지만 말이다.
중국인들과 술을 마실 때 통상 어떤 예절 또는 습관으로 마시는지 차근차근 살펴 보기로 하자. 여러분들도 혹시 중국 출장시 하기 방식대로 중국인들과 술자리를 가진다면 일단 큰 결례는 없을 것이다.
첫째:자리 앉기
먼저 음식점에 들어가 자리를 잡을 때 어딜 앉아야 하나 망설여진다. 일단 손님으로 갈 때는 그냥 안내해 주는 자리에 앉는 것이 제일 무난하다. 그러나 손님을 주인이 앉는 자리에 안내해 준다고 무턱대고 앉는 것도 결례이므로 본인이 앉아야 될 곳은 미리 알아 놓아야 제일 좋다.
둘째:요리 시키기
중국 식당은 대부분 입구나 1층에 음식을 진열해 놓거나, 어항이 있어 재료를 보면서 주문을 한다. 주인은 손님에게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묻거나, 가리는 음식이 있는지를 자꾸 묻는다. 대부분 香菜(향채-샹차이-)가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므로 빼달라 얘기하거나, 너무 짜게 하지 말아달라고 하면 된다.
나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현지의 특산물(特色菜-터서차이-)을 요청한다.
셋째:음료 시키기
이때가 중요하다. 너 뭘 마실래? 보통 你要喝什么(니야오허션머?) 이렇게 묻는다. 그럼 대답을 제대로 해야 한다. 맥주,白酒(백주) 또는 紅酒(홍주/포도주를 말함) 아님 아예 못 마신다던가 확실하게 얘기 해야 한다. 우물쭈물 하다간 북쪽에서는 白酒(백주)나 도수도 모르는 담근술(보통 65도 넘음)을, 남쪽에서는 맥주를 주문해 버린다.
넷째:술 마시기
손님으로 중국에 온다면 술잔과 술병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손님은 술에 있어서 피동적이 된다. 한마디로 놀아난다고 해야 맞다. 적어도 술이 상대방보다 세지 않다면 말이다. 그래도 술자리가 무르익기 전까지는 상대방에게 그날 술자리의 주도권을 주는 것이 중국 예법에 맞다.
항상 중국인들은 술을 권하면서 한마디씩 하는데.
“感情深,一口闷、感情厚,喝个够, “感情浅,舔一舔” “감정대로 마셔, 정이 깊으면 원샷, 아님 조금만 마셔” 등의 말로 건배를 유도한다.
아울러, 한국 사람들은 음식을 먹다가 술잔을 혼자 들고 홀짝 마신다, 또 기분 내키면 건배도 하고 술잔 이동에 대해서는 좀 자유스럽다. 그러나 중국의 술잔은 모두가 지켜 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술잔을 잡게 되면 최소 옆 사람, 술자리를 마련해준 관련자, 아님 전체를 대상으로 잔을 부딪쳐야 한다. 금방 중국 온 한국인들은 이 부분 만큼은 적응이 쉽지 않은 듯 하다.
<습관적 차이>
*중국에서 “건배”는 진짜 건배이다. 정말 잔을 말려야 한다. 다 마시기 힘들면 隨意(편한 대로 조금만 마시겠다는 뜻-수이이-)라고 사전에 얘기하고 마셔야지 그렇지 않고 건배해 놓고 술을 남기면 큰 결례가 된다.
*중국에서 아랫사람은 스스로 술을 따른다.<우린 이러한 행동을 예법을 모르는 사람이라 하는데, 중국인 나름대로 예법이라 생각하는 것이, 윗사람에게 번거롭게 아랫사람에게 술을 따르게 하는 것은 무례하고,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함>
*중국에서 다른 테이블에서 술을 권하러 본인에게 오면, 그날 술자리 끝나기 전에 반드시 본인도 술잔을 들고 권한 사람에게 다가가 좀전에 말한 回酒(회주-답례주-)를 해야 예의에 합당하다.
*중국인은 첨잔(술잔에 술이 남은 상태에서 다시 따르는 것)방식으로 마신다, 그러나 최근 한국 스타일로 일부 바뀌어 건배를 요청하고 따라주기도 한다.
* 중국인은 술에 취해 실수하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아울러 식사와 술을 함께한다. 이는 우리와 다를 바 없지만, 2차, 3차는 좀처럼 가질 않는다.
*이들은 주량과 체중을 斤(근)으로 얘기한다. 너 주량이 얼마냐? 그러면 한량이니, 한근이니 이렇게 대답한다. “여기 술 한근 주세요”이렇게 얘기하진 않는다.ㅎㅎㅎ
*포도주도 찰랑찰랑하게 해서 단숨에 들이키는 스타일이다. 포도주라 해서 건배에 예외가 될수 없다.
중국인들이 인정하는 주당들은 죽림칠현, 동진시대의 陶淵明, 白居易, 李白, 蘇軾, 歐陽脩 현대 인물로는 周恩來를 든다. 이들은 모두 중국에서 존경받는 명인들이다. 술은 어떤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주는 파괴자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다. 자연과 인간, 선과 악, 현실과 미래, 삶과 죽음… 나쁜 것만 파괴하면 괜찮은데 괜히 좋은 것까지도 부순다면 결국 술에 의해 자신이 무너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내가 기억하기론 88올림픽 전후하여 이전의 잔디밭 막걸리 한잔 문화가 캠퍼스에서 서서히 사라진 듯 하다. 회색빛 낭만, 나이브한 열정, 어둠속 아카펠라, 깨뜨리다만 침묵… 그래도 아날로그 시대가 그리운 건 나 혼자만의 괴벽일까…
기원
첫댓글 정말 멋진 글이네요...저도 중국가서 몇번 당한적이 있었는데, 진작에 이글을 읽고 갔더라면 하는 후회가 되네요...^^
향후 중국 출장 기회가 되시면 지역을 먼저 알려주시면 준비사항(?)알려 드릴께요...ㅎㅎㅎ
진짜 좋은 내용이다... 점차 우리가 중국문화권으로 들어간다면... 상식 처럼 알고있어야 할 내용이네... 기원아 긴글 고생했다..화이팅이다....~~ 미소/
상문이는 사무실에 술과 차를 전시해뒀다가 참새 방앗간 손님들 접대하면 좋겠다야~~
술 안그래도 있다....먹으면 되... ㅎㅎㅎ 글이 참 조아... 아주 아주~~~
기원이형. 잘 계시죠. 역시 대단한 내공의 글. 또 한가지 배우고 갑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글 쭈욱 ~~~ 올려주시길...
이런 카페를 통해 "내공의 보편화"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이야. 너도 건강 잘 지켜...
술에 대해서 찐하게 한말씀 하셨네... 아직도 어제마신술이 채 깨기도 전에 기원이 글보다가 다시 취한다...
잘 지내지... 늘 건강하고...^^
취하는건 좋은 일이지...모든 일에 너처럼 그렇게 취하면 정말 행복하겠다. 카페에, 가정에, 일에, 사랑에~~ 제발 깨어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