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의 초충도 병풍
국립춘천박물관 2층 전시실에는 신사임당의 초충도 머리병풍이 전시되어 있다. 신사임당은 우리나라 화폐 중 최고가액인 오만 원 권 지폐의 주인공이며, 실학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 현모양처의 상징으로 존경을 받는 분이다. 시. 서예. 역사적인 지식이 뛰어난 문인이면서 서화가시다. 꽃, 풀벌레, 포도를 잘 그리셨다. 특히 풀벌레는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이 생동감이 있고 정밀하고 묘사가 되어 마당을 노닐던 닭이 달려들어 쪼았다는 일화가 있다. 유교적인 규범을 내세웠던 조선왕조시대에 부모님은 신사임당의 재능을 알고 어려서부터 키워주셨다.
병풍은 바람을 막아주고 공간을 나누거나 가리기 위하여 또는 의례 때 장식용으로 두 폭부터 열두 폭까지 잇달아 펴고 접을 수 있게 만들었다. 초충도 병풍은 바람을 막기 위해 머리맡에 치는 머리병풍으로 높이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초충도 병풍은 열 폭으로 되어 있는데 신경과 오세창의 발문이 두 폭이고 여덟 폭에는 신사임당의 초충도가 들어 있다. 폭 마다 화면 중앙에는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두세 가지의 식물을 그린 후 도마뱀과 쥐나 개구리 같은 작은 동물과 곤충을 좌, 우에 균형을 맞춰 적당히 배치를 하였다. 단순하고 간결한 구도로 화려하지 않으면서 한국적인 멋과 색을 지녔다.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선명한 필선은 산뜻한 맛을 더해 준다.
첫 폭은 매미와 원추리, 개구리, 벌 등이 있다. 원추리는 봄에 어린순을 나물로 먹고 뿌리는 한약재로 쓰는데 근심을 잊는다하여 훤초라 부르고, 임신한 여자가 원추리 꽃을 허리에 차고 있으면 아들을 낳는다하여 의남초라 부른다. 또한 황하채. 광채, 금침채, 록초, 넘나물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매미는 익선관이 매미의 날개를 상징하듯 선비의 덕을 지녔다. 이슬만 먹어 깨끗하고, 곡식을 축내지 않으니 염치가 있고, 집이 없어 검소하고, 때가 되면 허물을 벗고 철에 맞게 울어 절도가 있다며 매미의 덕을 칭송하였다.
둘째 폭은 여귀와 개구리, 메꽃 등이 있다. 메꽃은 분홍색 통꽃이며 뿌리는 이른 봄 구황식품으로 부족한 밥그릇을 채워 주던 은혜의 꽃이다. 메뚜기는 알을 많이 낳아 다산을 상징한다.
셋째 폭은 맨드라미, 산국, 나비, 쇠똥벌레등이 있다. 맨드라미는 떡 위에 얌전히 얹혀 화려한 꽃으로 다시 태어난다. 풍뎅이는 무관을 상징한다. 앞발을 들면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모습이 무관의 모습이다. 갑충은 과거에 나가 갑에 합격하라는 뜻으로 갑의합격은 곧 장원급제를 뜻한다. 장원급제는 3등급 올려 6품에 해당되며 현령에 임명된다.
넷째 폭은 도라지와 접시꽃, 나비 등이 있다. 나비는 완전탈바꿈을 하는 곤충으로 변화와 발전을 상징한다. 나비나 나방이 완전 탈바꿈을 하듯이 사람도 어린아이가 자라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된다. 번데기가 허물을 벗고 나와 하늘을 날듯이 열심히 공부하여 뜻을 펼치라는 뜻이 담겨있다.
다섯째 폭은 양귀비와 패랭이. 땅강아지, 귀뚜라미, 도마뱀 등이 있다. 도마뱀이 머리를 돌려 곧 귀뚜리미를 덮칠 것 같은 긴장감이 흐른다. 땅강아지는 한자로 누고라 쓴다. 넓적하고 강한 앞다리로 땅을 잘 파며, 날개를 가지고 있어 날수 있고, 타 오르고, 건너뛰는 온갖 재능을 지녔다는 뜻으로 아직은 미숙하나 재능을 갖추라 한다.
여섯째 폭은 오이, 조, 귀뚜라미, 벌, 등이 있다. 오이는 성장 속도처럼 쑥쑥 크라는 뜻과 덩굴이 퍼지듯 자손이 퍼지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조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기 때문에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베개 속으로 썼다. 나나니벌은 한자로 세요봉(細偠蜂) 이라 쓴다. 시경에 나나니벌은 남의 자식을 데려다가 부단한 노력으로 훌륭하게 키워 자신의 학문을 잇게 하는 인재양성자로 비유하는 곤충이다. 부모를 닮아 똑똑한 아이를 낳으라는 뜻이다. 풀이하면 지금은 미숙하고 부족하지만(땅강아지) 부지런히 노력하여(나나니벌) 결실을 주렁주렁 맺어(오이) 옛날을 돌아볼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개구리) 자신을 낮추고 덕을 가춘 사람이 되라(조이삭).
일곱 번째 폭은 가지와 쇠뜨기, 방아깨비, 무당벌레, 벌, 나비, 개미 등이 있다. 가지는 한문으로 가자(嘉子)를 소리대로 가자(加子)로 읽어 자식을 더 나으라는 뜻이고 흰 가지(백은가)는 귀한 자식을 뜻하며 무당벌레의 점 7개는 북두별과 같은 의미로 높은 지위에 오르길 바라는 정성이 담겨 있다. 쇠뜨기를 뽑으면 뿌리가 뽑히지 않고 마디가 끊어져 땅속뿌리에서 새 잎이 돋는 생명력이 강한 풀이다. 방아깨비는 한 번에 알을 100개 정도 낳아 다산을 상징하며, 한 집에 두 마리의 여왕개미와 여왕벌은 있을 수 없다. 임금과 신하의 예의를 지켜 임금께 충성을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면 “우~우” 한꺼번에 일어나는 벌떼 같이 협동심을 키우라 한다.
여덟 번째 폭은 수박과 쥐, 나비, 등이 있다. 수박은 씨가 많아 다산을 상징하고, 쥐는 한 달에 한 번씩 새끼를 낳으니 이보다 더 번식률이 빠른 동물이 있을까? 다산을 상징한다.
사물이 지닌 속성을 인간의 도덕적이나 미적 가치에 견주어 의미를 부여하였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과 곤충들이 의미를 부여하니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새롭게 닥아 온다. 덕망 높은 자식 두기를 원하는 부모라면 그것들을 항상 눈높이에 두고 뜻을 새겨야 한다. 수를 놓거나, 그림의 교본으로서 대를 이어가며 태교부터 힘써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