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름과 극단 여행자 공동제작 양정웅 각색 이준우 연출의 내 아내의 모든 것
공연명 내 아내의 모든 것
공연단체 수필름 극단 여행자
각색 양정웅
연출 이준우
공연기간 2015년 2월 6일~5월 1일
공연장소 대학로 공간아울
관람일시 2월 15일 오후 2시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수 필름과 극단 여행자 공동제작, 양정웅 각색, 이준우 연출의 <내 여자의 모든 것>을 관람했다.
<내 아내의 남자친구(Un novio para mi mujer)>는 2008년 공개된 아르헨티나의 코미디 영화이다. 2012년 대한민국의 감독 민규동이 리메이크하여 <내 아내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되었다. 이 영화를 2014년 양정웅 각색 연출로 <내 아내의 모든 것>이라는 연극으로 만들었다.
무대는 정면에 커다란 커튼이 드리워져 있고, 오른쪽에는 여러 서너 가지 색상의 네모난 색종이를 오려 붙여놓은 벽이 있다. 무대 중앙에는 정사각의 입체조형물 여러 개를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이동 배치해 의자와 탁자, 그리고 간이침상구실을 하도록 하고, 조명의 강약으로 분위기 상승과 하강을 주도한다. 무대 좌우와 커튼 친 부분이 등퇴장 로가 된다.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아내와 헤어지고 싶어 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로맨틱 코미디답게 대단원에서 헤어지지 않고 다시 결합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기는 하지만, 요리, 외모, 성격까지 뭐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아내 정인과 결혼한 건실한 직장인 두현은 매일 수백 번도 더 이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히스테릭한 아내가 무서워 말도 꺼내지 못한다.
마침 강릉으로 발령이 난 그는 이제야말로 아내에게 벗어날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좋아하지만, 정인은 그를 쫓아 낯선 도시인 강릉까지 내려온다. 두현은 강릉에서 막 은퇴를 준비 중인 희대의 카사노바 성기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한다. 아내의 불륜을 꼬투리 삼아 이 기회에 이혼을 해보려는 심산이다.
유혹을 하려면, 먼저 상대가 뭔가 결핍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상대의 빈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그럴 때는 자신이 없다고, 타고난 전문가를 동원하면 게도 구럭도 잃기 마련이다. 그러나 흔히들 제 구실을 못 하거나 자신이 없으니까, 전문가의 조언을 듣거나 전문서적을 탐독하게 마련인데, 유혹자는 바로 이 점에 관해서는 재능을 보유하고 있다. 필자의 지인 중에도 카사노바를 능가할 정도의 기량이 출중한 인물이 있었는데, 그래서였는지 그만 요절하고 말았다.
연극에서의 카사노바 성기는 스페인어와 불어·영어 등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고, 소젖을 기가 막히게 잘 짜고, 노래는 물론, 요리와 운동에도 능한 인물이다. 하지만 결국 성기가 정인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은, 성기의 비상한 카사노바적 표현력과 언어나 자신의 장끼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정인이라는 여인의 수다스러운 말을 잠자코 오래 동안 들어줄 수 있는 귀라는 것이 이 연극의 주제가 된다. 성기는, 유혹에 필수 불가결한 것은, 상대인 정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따뜻한 귀라는 사실을, 감지한다.
요즘 회자되는 소통이니, 불통이니 하는 단어도, 상대의 의사를 끝까지 듣지 않음으로 해서 생긴다는 것을 이 연극에서 웅변으로 보여준다. 부부간의 이혼이나, 별거 등의 사유도 의사불통과 오해, 그리고 진의 전달의 포기 등에서 파생한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두현이 대단원에서 정인과의 사랑을 되찾게 되고 7년 불임의 원인을 캐내려고, 함께 병원으로 가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김양지, 남승혜, 도광원, 한윤춘, 손승범, 김수정, 박신애, 정종현, 김호준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이 2시간 가까이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받는다.
수 필름과 극단 여행자고 공동제작하고, 한 엔터테인먼트가 주관한 양정웅 각색, 이준우 연출의 <내 여자의 모든 것>을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흥미롭고 감동적인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2월 15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