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거처’ 드디어 히말라야로 나는 간다. (2008년 1월 9일 수요일)
트레킹 첫째 날 (루클라에서 팍딩까지)
드디어 오늘부터 앞으로 13일 동안 트레킹이 시작되는 날이다. 5시30분 된장국에 이른 아침을 먹고 씻는 건 공항에서 하라는 지시를 받고 빠르게 새벽 공기 맞으며 우리들은 다시 공항으로 출발했다. 공항에 6시 까지 도착해야 첫 비행기인 6시 30분 비행기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젠 모두가 짐 들고 이동하는 것이 익숙해 진 듯 대원들은 눈치가 빨라 졌다.
에베레스트는 식민지시대 영국의 측량기사 이름을 딴 것이고 티벳사람들은 “초모룽마” 우주의 어머니란 뜻으로 불리었고 네팔 사람들은 “사가르마타”라고 한다. 그 뜻은 “하늘의 머리”라는 뜻이다. 난 에베레스스트란 이름을 별로 사용하고 싶지가 않다. 그렇게 아름다운 산에 에베레스트라니... 이젠 사가르마타로 가기 위해 다시 경비행기를 타고 고도2804m 의 “루클라”로 가야만 한다. 예전에 루클라에 공항이 없던 시절엔 걸어서 갔던 곳을 우린 경비행기를 타고 40분만에 갈 수 있다. 우리가 가는 곳은 쿰부지역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코스다
안개가 걷혀야 갈 수 있는 비행기를 기다린다.
16인승이기 때문에 1진과 2진으로 나누고 2진인 나는 포터아저씨들이랑 함께 배정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그래도 ‘네팔에 왔으니 공항 화장실은 한번 이용해야 진정한 문화를 아는 법’ 하는 생각에 들어갔다. 물이 귀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정말 물이 나오지 않고 화장실도 달랑 두 개...늘 같은 냄새..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내 앞에 들어가신 할머니가 한참 후에 나오셨는데 정직하고 나오셨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자주 겪은 일이라 당황하지 않으시고 물이 없다며 가신다. 그래 나도 오늘 부터는 네팔스타일로 살아 보리라 마음을 먹는다. 네팔의 명언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말을 마음속에 새겨 보니 투정 할 것도 화낼 것도 없다는 마음이 든다.
9시 30분 드디어 비행장 안으로 들어간다. 금방 비행기 타고 떠날 줄 알았는데 또 기다린다. 지루한 우리는 포터 아저씨들과 사진 찍고 있는데 1진은 비행기타고 출발한다. 부러움에 가득 찬 눈으로 무사히 잘 도착하기를 기도하고 있는데 1진은 날지 못하고 활주로만 돌고 다시 내린다. 이곳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다. 안개는 걷혔지만 루클라에 강풍이 불어 도저히 비행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갑자기 또 무서워진다. 저렇게 작은 비행기가 불안하다. 영화에서 보던 그런 일이 나에게 생기지 않겠지? 다시 대기실로 나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고 운이 안 좋으면 내일 떠나는 상황도 벌어진다. 공항에서는 언제 탑승 할지 모르니 옷을 준비해 두라고 말씀하신 류사장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점점 추워지고 배고파진다. 1진이 떠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1진은 정말로 루클라를 향했다. 또 기다린다.~~기다려도 말이 없다. 1진을 태우고 간 비행기가 돌아와야 우리가 떠날 수 있다고 하신다. 그래도 첫날부터 운이 좋다 12시 6분 드디어 우리도 사가르마타를 향해 출발한다. 갈 때는 왼쪽에 앉으면 지구의 등줄기 히말라야 설산을 바라보며 갈 수 있다. 오마이갓트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설산의 파노라마 분명 신들의 영역이 틀림없다. 말로는 설명이 안 되고 들어도 비슷하게 상상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강한 바람에 비행기가 장난감처럼 심하게 흔들릴 때 마다
심장이 떨어졌다 붙었다 하는데 다시는 타고 싶지가 않다 손에 얼마나 힘을 줬는지 땀이 난다.
루클라 공항에 내리니 사진에서 보았던 청명한 하늘과 주변의 높은 산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세상에 정말 이런 곳이 존재하고 있었구나~~~ 그런데 모든 사물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고 약간 술에 취한 상태로 보인다. 그나마 그런 상태가 익숙해서 바로 적응을 하며 높은 지대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것도 고소의 증상이다. 루클라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 것 같은 히말라야 롯지에 들어서니 1진들이 박수로 환영해 주고 1진들의 점심식사가 나오기 시작한다. 깨끗하고 음식도 맛있어 보인다. 모두가 아직까지는 들뜬 분위기로 생각 보다 맛있는 음식에 즐거워하며 이정도의 음식이라면 날마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신부님께서 위로 올라가면 롯지가 여기 같지 않으며 같은 메뉴라도 음식 맛도 천차만별이라고 하신다. 그래도 좋다 오늘 하루 맛난 거 먹고 아픈 사람 없다면 난 여한이 없다. 히말라야를 봤으니...
포터아저씨들은 우리의 식사를 도와주시고 우리가 다 먹고 나면 드시는데 그래야 싸고 푸짐하게 드실 수 있다고 한다. 트레킹 기간 동안 늘 맘에 걸렸던 부분이다. 아저씨들은 구석진 곳에 앉아 네팔식 백반 달밧을 드신다. 밥에다 카레반찬이 나오고 녹두죽이 나오는데 녹두죽을 밥에 끼얹어 손으로 먹는 음식이다. 그런데 포터 아저씨들은 손으로 드시고 가이드 아저씨는 숟가락과 포크로 드신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달밧은 손으로 먹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한다. 그런데 트레커들이 손으로 먹는 걸 싫어 할까봐 가이드는 숟가락을 사용한다고 한다. 나도 손으로 달밧을 먹어 보리라 다짐을 한다. 여기서는 다짐 할 것이 메뉴결정 할 때 주로 일어난다. ‘내일은 잘 고르리라’
시간이 좀 지체 됐지만 어쨌든 드디어 트레킹의 시작이다. 오늘은 고도가 더 낮은 2600m팍딩까지 가는 것이다. 대부분 루클라 공항에서 포터를 구하지만 우린 카투만두에서 믿을 만한 아저씨들로 구성된 가이드3명, 포터아저씨 7명 야크8마리가 우리와 함께할 식구들이다.
소형배낭만을 지고 이젠 출발이다. 상점들이 늘어선 마을을 빠져나오니 전원풍경이 펼쳐진다. 앞집에 놀러 가려면 강 건너고 산하나 올라야 하는 마을...마을 마다 큰 바위에는 불경을 새겨 놓았고 돌탑을 지날 때는 왼쪽으로 지나가야 하는 것이 예의다.
아름다운 강을 따라 걷는데 파상 아저씨께서 이름을 알려 주신다. “두드 코시” 라며 우유 강 이라는 뜻이다. 우주의 어머니 사가르마타로부터 설산의 눈이 녹아 흐르는 강 어머니의 젖으로 생각했던 네팔사람들은 다 시인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동안 게으르게 살았던 나를 사가르마타가 받아 주실지 은근히 걱정이다. 부족한 운동량으로 몸이 많이 무겁다. 방법은 하나 전문가들이 일러 주시는 대로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론 머리도 감으면 안 된다고 하시는 데 대원들이 잘 지켜 줄지 걱정이다.
아직도 상황 파악 못 하고 왜 머리를 감으면 안 되냐며 설명을 해도 수긍을 안 한다.
낮과 밤의 온도차가 크고 양지와 음지의 온도차가 굉장히 심하다 걸을 땐 따뜻한 봄날 같지만 쉴 때 음지에 앉아 있으면 순식간에 몸이 오싹해 진다.
저 멀리 겹겹이 쌓인 산들을 바라보며 아직도 산을 모르는 내가 과연 산을 알고 갈 수 있을지 정말 산이 좋아질지 의문이 든다. 책에서 보니 자신의 인생이 산을 알기 전과 산을 안 이후의 삶으로 나뉜다고 하던데 나의 첫 산은 산들의 대부님이신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사실 산을 그리 좋아 하지도 않았고 가봐야 소래산, 마니산이 전부인 나였다. 산을 좋아 하진 않았지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무엇을 찾았는지 궁금했고 나 또한 산에서 인생을 배우고 싶다는 욕망은 늘 꿈틀거리고 있어 산서를 읽는 것으로 대신 할 뿐이었다.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나이에 나도 이젠 산에게 배우고 싶다.
어둑어둑해져 드디어 3시간 걸려 팍딩에 도착했다. 쉬운 코스였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걸으니 힘이 든다. 내 몸 하나 이끌고 오는 것도 힘든데 아저씨들은 날아서 오셨는지 먼저 와 계신다. 무거운 짐 두세 개를 지고 걸어온 기특한 야크들...
도착하면 손 하나 까딱 하기 싫은 건 다 똑같은 맘인데 요리사이자 가이드이신 라무아저씨의 지휘아래 포터들은 저녁준비를 하시고 늦은 저녁을 드신다. 부엌은 어떻게 생겼는지 나도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부엌에 마음대로 들어가는 것은 실례라기에 오늘은 아저씨들이 해주시는 대로 잠자코 기다린다.
롯지에 도착하면 에몬 대장님께서 방 배정을 해주시고 짐 옮기고 배운 대로 움직인다. 침낭이 살아나도록 미리 펴 놓고 옷은 갈아입고 몸을 보온한다. 손과 발을 씻고 저녁 먹으러 다이닝 룸으로 모여든다. 난롯가 주변에 앉아 몸도 녹이고 저녁을 기다리는데 메뉴는 잡탕라면이다. 라면에 밥 말아 김치 깍두기에 먹는데 김치가 아직은 전혀 익지가 않아서 맛은 없지만 시장이 반찬이무로 후루룩~~ 식사가 끝나면 내일 일정을 알려 주고 따또파니 뜨거운 물을 물병에 담아 방으로 돌아간다. 침낭 끝으로 물병을 밀어 놓고 자면 발이 따뜻해서 푹 잘 수 있다.
원대장님과 나는 같은 방이고 옆방은 신부님으로 배정되었다. 신부님께서 코를 심하게 고신다는 소문도 들은 적이 없는데 느낌에 심하게 고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함대장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 방에 들어오니 오마이갓뜨 가뜩이나 방음시설이 안 되어 있는데 판자벽 위는 그냥 뻥 뚫려 있어서 옆방과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다. 왜 그런가 했더니 전깃불을 아끼기 위함인 것 같다. 옆방에서 불을 켜면 우리 방도 밝아서 불을 켤 필요가 없다. 암튼 신부님께서 갑자기 방문을 여시며 영어로 말씀하신다. “내가 잠들기 전에 너희들이 잠들지 않으면 너희들은 잠들기 힘들어” 라고 하시며 신부님 방으로 가신다 침낭에 누우시는 소리가 들린다. “준비하시고 고 세요” 하시더니 바로 코고는 소리가 뚫린 천장을 통해 울려 퍼진다. 이럴 땐 함대장이 참 고맙다. 나는 바로 잠들었는데 코를 전혀 골지 않는다는 이호대장님과 사시는 원대장님은 밤새 한숨도 못 주무셨단다. 또 잘 자는 나만 미워하고~~원대장님은 코고는 소리보다도 갑자기 조용해지면 숨을 안 쉬시는 것 같아 그 게 더 잠을 못 자게 했다고 하신다. 스틱으로 벽을 구멍 내서 찌르고 싶었다고 하니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런데
웃을 일만은 아니었다. 다음 여정은 첫 번째 난관인 남체 가는 길이다. 잘 자고 잘 먹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게 이곳이다.
날씨: 햇빛이 고산지대라 더 강렬하다 해만 있다면 봄날이고 해지면 겨울이다.
이동경로: 우리집→공항→루클라→팍딩
첫댓글 내가 뜬눈으로 지샌 힘겨웠던 밤을 이렇게 웃기게 쓰다니...ㅋㅋㅋ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거든.ㅋㅋ
난 절대 코를 골지 않아!!!!!!!!!!!!!!!!!!!!!!!!
신부님은 주무실때 숨을 좀 요란하게 쉬시지 코는 안골아요.....ㅋㅋㅋ 근데 넘 요란하시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