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화재… 새 성당 짓기 위해 원주민 전통 공연 다닙니다
[선교지에서 온 편지] 대만에서 평신도 선교사 배시현 (하)
본당 행사 때 마당에서 흥겨운 놀이에 참여하고 있다.
도시락과 휴식
대만은 도시락 문화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뭐든지 포장이 가능하고, 들고 이동하기에 편리합니다. 대만에서 가장 많이 먹는 닭다리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종이로 만든 도시락 용기 안에는 밥 위에 닭다리 하나가 올라가 있고, 서너 가지 채소와 반찬들이 함께 있습니다. 정말 대만에서 먹은 어느 도시락보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는 사람들이 종이상자를 들고 각각 어딘가로 향했습니다. 저는 ‘무슨 일이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하고 난감해 하고 있으니, 신자분이 ‘마홍, 조금 쉬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함께 일하던 분들은 각각 적당한 그늘을 찾아 종이상자를 길게 펴고는 눕는 것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그냥 길바닥에 드러누웠습니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저도 따라 누웠습니다. 그야말로 땅이 요가 되고, 하늘이 이불이 되었습니다. 간간이 부는 바람은 눈을 스르르 감게 해주어 휴식하게 만들어줬고,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코끝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의 느낌은 마치 하느님의 부채질 같았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이 못 되어 모두 일어나 다시 오후 귤 수확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절반은 원주민 절반은 대만인
저녁에 출하할 귤의 양을 확인하고는 오후 작업마저 끝내고 우리는 집으로 내려가 귤 포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귤을 상자에 담는 것도 각각 역할을 분담해 일했는데, 수확한 귤 바구니를 분류 기계에 올려놓는 사람, 그 귤을 분류기에서 잘 굴러가도록 돕는 사람, 귤이 크기별로 상자에 잘 담기는지 확인해서 상자를 채우는 사람, 상자에 담긴 귤이 정량으로 담겼는지 확인하는 사람, 상자를 포장하는 사람 등 우리는 각각의 역할에 맞게 일을 해냈습니다.
저는 초보였기 때문에 귤이 크기별로 잘 분류가 되는지, 레일에서 잘 굴러가는지 확인하는 일에 임했습니다. 이것도 중요한 일이었는데, 왜냐하면 상자에 담겨 포장하는 사람들을 위해 속도를 맞춰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귤을 많이, 그리고 빨리 보낸다고 해서 나의 일이 다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 것을 보면서 속도를 맞춰야 했습니다. 이렇게 함께한다는 것은 보람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고, 그것은 나에게 큰 위로와 힘을 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각기 다른 크기와 중량에 맞게 귤은 상자에 가득 채워졌고, 상자들은 높이 쌓였습니다. 그렇게 그날 출하할 귤 포장을 마치고, 우리는 둘러앉아 간단한 간식과 포도주, 맥주로 오늘의 수고를 서로 격려했습니다. 신자분들은 저에게 “절반은 원주민이 됐고, 절반은 대만 사람이 다됐다”며 “다음엔 사냥도 같이 가자”고 좋아하셨습니다. 저는 서투른 손으로 방해되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그 말씀을 들으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농작물을 돌보는 분은 모두 아시겠지만, 자연에 순응하고 하느님께 많이 의지해야 하는 일입니다. 여기 분들은 언제나 주어진 것에 감사합니다. 귤이 많이 열리면 풍족함에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여느 해보다 적어도 함께 나눌 것은 있다며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런 신자분들과 함께하면서 제 삶 또한 풍요로워지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원주민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감사를 배우는 삶입니다. 감사하는 삶은 우리 자신을 풍요롭게 하고, 풍요로워진 우리는 하느님을 닮게 만듭니다.
화재로 전소된 다관성당 모습.
불에 타 전소된 본당 성물들.
목조 성당에 갑자기 화재
감사의 매일을 살던 어느 날 새벽, 이곳 8개 본당 중 하나인 다관(達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새벽 3시 반경 불이 났는데, 모두 자고 있던 시각이라 바로 옆 교회 목사님이 제일 먼저 발견해 LPG 가스통만 겨우 빼내 마을에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성당은 나무로 지어졌고, 성당 내 모든 것이 오래되어 성당 건물은 물론, 모든 성물과 성가 책, 성경, 그리고 미사 경본은 소진되었습니다. 화재 원인은 전기합선으로 인한 것이었지만 정말 안타깝고 슬픈 일이었습니다.
이곳 원주민들의 터전, 산에는 1950~1960년대 많은 수도회가 들어와 선교하며 마을마다 성당을 지었습니다. 대략 50~70년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만큼 성당은 노후화되었고, 겨우 유지만 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도교와 불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리스도교는 개신교를 포함해 전체 인구의 5% 미만입니다. 신자 수도 적지만, 특히 산간 지역이나 원주민 지역은 생활 자체가 녹록지 않기 때문에 교회 공동체를 돌보고 가꾸는 일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많지 않은 신자들이지만, 매주 열심히 미사가 있던 성당에서 믿고 싶지 않은 일이 생긴 것입니다.
배 선교사가 본당 신자들에게 성체 분배를 해주고 있다.
다시 성당을 짓기 위해
우리는 다시 성당을 지어야 했습니다. 몇 안 되는 신자들이 과일과 채소를 팔고 봉헌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교구로부터 큰 도움을 받기로 했지만, 그것도 전부는 아니기에 우리는 성당을 지을 방법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원주민들은 대체로 음주 가무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 원주민 지역 산에 갔을 때, 그리고 그들과 함께했을 때 뭔지 모르는 친근감이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불이 난 다관성당 신자들은 특히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또 잘 부릅니다. 특히 미사 시간에 성가를 부를 때 큰 감동을 줍니다. 원주민들은 노래를 부를 때 자신의 감정을 담아 부르고, 또 자연스럽게 화음을 만들어냅니다. 원주민들은 어릴 적부터 노래하고 춤추는 문화 속에 자라면서 자연스레 원주민의 특별한 문화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다른 본당으로 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6년이 지나 모금액의 절반은 모았지만, 아직 완성되지 못했고, 중간에 코로나로 인한 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서 조금 더 힘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하느님께 기도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음을 모으고 있습니다. 원주민들은 비록 불이 나서 성당이 모두 사라졌지만,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는 것에 감사했고, 또 새로 성당을 지을 힘과 용기를 주심에 하느님께 감사했습니다.
저는 원주민들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어떻게 실천하는지 배웁니다. 이웃이 아프면 정말 그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정말 안타까워하고 함께 마음 아파합니다. 그런 신자들을 통해 저는 살아계신 하느님을 느낄 수 있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저는 하느님께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선교사로 살면서 기쁨과 행복을 많이 느낄 수 있음에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만났다가 헤어질 때, ‘티엔주바후요(天主保佑)’라고 말하면서 서로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주거나, ‘로까’(Lokah, 원주민 말로 ‘힘내세요!’)라고 말하며 응원을 해주기도 합니다. 여러분에게도 항상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로까! 天主保佑.”
후원 계좌 : SC제일은행 225-20-397949
예금주 : (재)천주교성골롬반외방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