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운다
최은경
아버지는 오늘 새벽에도 어김없이 미용실에 간다. 칼바람에 동태처
럼 꽁꽁 얼어붙은 셔터를 올리고 쩍 금이 간 얼굴을 누런 테이프로 대
충 꿰맨 진선미 미용실의 문을 힘을 주어 밀어젖힌다.
미용실 한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앉은 난로가 매캐한 연탄가스 냄새
로 아버지를 열렬히 반긴다. 아버지는 서둘러 난로의 둥그런 뚜껑을
열고 가물가물, 홍시 빛 선잠을 자는 허연 놈 위에 묵직하고 새까만
녀석 한 장을 살포시 얹는다. 다이얼 같은 22개의 구멍도 빈틈없이 딱
맞춘다.
연탄가스 냄새가 진해지면 가슴이 아픈 아버지는 언제나처럼 난로와
마주앉는다. 목장갑 낀 두 손은 깍지 끼고 고개는 푹 숙인채로 5학년
겨울 방학 이후로는 좀처럼 자라지 않는 마흔여덟 살의 막내딸에게
고해성사를 바친다.
-도둑질을 해서라도 너를 업고 병원에 갔어야 한디, 주인집에서 얻
은 동치미 국물만 어린 속에다 미친놈처럼 들이붓고 또 들이부었다.
아부지가 이리 죽일 놈이다, 처 죽일 놈이여.
가난이라는 죄 때문에, 맥없이 꺾여가는 새끼손가락을 지키지 못한
늙은 아버지의 한스러운 눈물이 뜨거운 난로 위에서 지글거리며 타들
어갈 때 진선미 미용실 원장이 헐레벌떡 미용실로 뛰어든다. 어젯밤,
새끼손가락 걸고 한 약속을 안 지키고 또 연탄불을 갈러 나온 아버지
를 타박하다 눈이 둥그레진다.
-아빠, 울어?
미처 눈물자국을 다 못 지운 아버지가 순순히 자백을 한다.
-잉, 운다. 연탄가스가 징하게 매워서, 그려서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