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문화가 우리나라에 유입된다는 것에 대하여 마치 그것이 해일이 몰려오는 것과 같은 불안감에서 두 가지의 시비가 엇갈리고 있다. 400여 년 전 일본을 다녀온 두 대표가 상반된 의견을 진술한 것과 유사하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풍신수길을 보고 왔지만 황윤길은 일본이 쳐들어 올 것이니 대비를 하여야 하겠다고 하였고 김성일은 풍신수길의 사람됨이 대군을 몰고 올 사람이 아니라 하였다. 오늘 우리는 꼭 4백여 년 전 엇갈린 시비를 듣는 것과 같다. 일본의 대중문화가 개방이 되면 한국은 순식간에 일본에 정복되어 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보다 우세한 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문화개방에 조금도 우려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우려의 대상은 일제시대 초등학교를 다닌 노인층이다. 이들은 일본에 대한 동경심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에 향수에 젖은 이들이 일본문화를 조건 없이 좋아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동경심은 하나의 호기심이고 그 호기심은 바로 사라질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김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였을 때 일본인 은사를 만나게 하였다. 그러나 선생이었고 살아 있으니 한번 만났을 뿐이지 이것이 감격을 주고 충격사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노인층은 우려할 바가 못 된다.
노인보다 우려하는 것은 청소년층이다. 현재도 일본 것을 좋아하고 일본 것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청소년들에게 대중문화가 개방되면 완전히 일본인과 같이 될 것이라 한다. 그러나 청소년들도 못하게 하고 말리니 더욱 갖고 싶을 뿐이지 자유로이 가지라 하면 염려하는 것보다 심하게 일본문화에 빠져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일본문화가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것에서 매력이 있지 진지하게 사람을 또는 청년을 진심에서 사로잡을 것이 못되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
일본의 현대 문화는 서양의 것을 모방한 것이고 감각적인 것이 발달한 것이기에 심오한 맛이 없다. 문화의 문호를 개방할 때 오히려 일본이 한국을 두려워할지 모른다. 한국과 일본이 아직 서구문화를 수용하는 단계에 있다면 한국이 일본을 앞서고 있다 하겠다. 그것은 서울의 모 대학 교수의 학력을 보니 95%가 미국 대학의 박사학위를 가졌고 나머지 5%가 유럽의 학위를 갖고 있었다. 일본 동경의 대학을 보았던바 일본 대학 졸업자가 대부분이고 미국의 학위를 가진 교수가 3%에 불과하였다. 미국의 모 대학의 교환교수로 온 학국 교수의 부인 전부가 대학졸업을 한 사람이었는데 일본 교수 부인은 20%만이 대학을 졸업하였고 40%는 전문대 그리고 40%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이러한 형상을 일본 교수들이 자인하고 한국 교수를 부러워하였으며 일본 교수와 한국 교수가 영어를 하는 것은 비교를 할 수 없었고 일본 교수 부인은 서양 사람들을 보면 피하고 한국 교수 부인들은 당당하게 대하는 것이었다.
미국 대학에서 유학생 수로 많은 것이 한국과 중국 학생이다. 한국 학생에는 교포 학생도 포함되지만 많은 대학에서 중국 학생 수보다 많다. 중국 학생은 미국에서 장학금을 한 사람이 받으면 세 명, 네 명이 그 비용으로 같이 공부를 하고 장학금이 끝나면 돌아간다. 그러나 한국 학생은 학위를 끝내야 돌아간다. 따라서 미국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나라가 한국과 중국이라고 미국사람이 말한다. 일본 학생은1년 내지 2년 어학연수만 하고 미국에서 학위를 받지 않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이것은 일본 대학이 미국보다 나아서가 아니라 일본 사회의 인맥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일본 대학을 졸업해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반세기 동안 일본문화의 유입을 반대하였고 이제 이것을 개방하면서 과거 식민지 시대의 악몽으로 돌아가려는 성향이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 하는 것과 같이 반세기만에 일본문화에 문을 여는 우리도 서구문화를 직수입하면서 많은 성장을 하였다. 우리 자신에 대하여 너무 움츠리고 자신없어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생각이야 말로 소아병적인 우리의 못난 사고의 잔재이다. 오히려 우리는 당당하게 일본문화에 대해 자신을 갖고 대하여야 한다. 그리고 외형적인 일본 문화만을 모방하려 하지 말고 일본문화의 본질을 파악하고 또 좋은 점은 배우려 노력하여 우리 문화를 살찌우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광규ㆍ안토니오ㆍ서울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