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완화 우회 비판
강남3구에서 시작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최근 수도권으로 확대되고 가계 부채 증가폭도 커지는 등 이른바 금융 불균형이 심화된 것은 금리와 부동산정책 간의 정책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한국은행의 지적이 나왔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상해온 반면, 정부는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는 식으로 정책 엇박자가 발생하면서 금리 인상 효과가 희석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14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주요국과 달리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없이 지속적으로 늘어, 거시경제와 금융 안정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105%로, 부채가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임계치(80~100%)를 넘었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배율오 26배로 높은 수준이다. 연간 평균 가계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6년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이 국제통화기금(IMF) 자료 등을 통해 따져보니, 우리나라는 그간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 간 조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고삐 풀린 집값을 잡기 위해 각종 부동산 규제는 강화한 반면, 팬데믹 직후 경기 방어를 위해 금리를 빠르게 내리면서 두 정책이 반대로 갔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잡히지 않았다. 올 들어서도 정부가 청약, 대출, 세금 관련 규제를 대거 완화하면서 금리가 고공행진하는데도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고 집값은 재상승했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13일 특례보금자리론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50년 만기 주택 담보 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일부 완화책을 거둬들였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유지되지 않도록 꺾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국장은 "금융위에서 발표한 정책(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조기 종료 등)은 공급 측면에서 기대를 꺾는 것이라고 본다. 수요 측면에서도 기대를 꺾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선경제 23년 9월 15일 금, 김은정, 한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