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취득시효에 있어서 소유의 의사(악의의 무단점유)

[강변]

부동산 취득시효에 있어서 소유의 의사 -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판결 이후의 판례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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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_ 일. 서 론
_ 이. 소유의 의사
_ 1. 의 미
_ 2. 소유의 의사의 추정과 번복
_ 삼. 유형적 고찰
_ 1. 소유권취득의 법률행위에 의한 경우
_ 2. 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인 경우
_ 3. 무단점유
_ 4. 자신의 소유물처럼 배타적으로 지배할 의사가 없었다고 본 사례
_ 5. 경계침범
_ 6.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토지를 도로로 편입시킨 경우
_ 7. 상 속
_ 사. 판례를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 것인가
_ 오. 여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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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서 론

_ 우리 민법상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부동산을 취득하고(민법 제245조 제1항),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민법 제197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_ 위 추정규정의 해석, 특히 무단점유자에게도 소유의 의사가 추정되는지에 관하여 여러 학설, 판례가 대립되어 있었는데, 주지하는 바와 같이 대법원은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판결로서,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있는 자주점유인지 아니면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인지의 여부는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하여 외형적, 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었거나,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 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증명된 경우에도 그 추정은 깨어진다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없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이 입증되는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주장은 깨어졌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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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그러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하고 실무상 어느 경우가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이고, 어느 경우가 아닌지를 판단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래에서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의 판례를 중심으로 종래 논의되어 온 여러 경우에 대하여 어느 경우가 자주점유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이. 소유의 의사

1. 의 미
_ 소유의 의사라 함은 소유자가 할 수 있는 배타적 지배를 사실상 행사하려고 하는 의사를 말하며, 법률상 그러한 지배를 할 수 있는 권한, 즉 소유권을 가지고 있거나 또는 소유권이 있다고 믿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주1) 위와 같은 소유의 의사 자체는 자연적, 사실적 의사이고 법률행위적 의사가 아니므로 행위능력이나 특별한 의사표시를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주2)
주1)

윤진수, 민법주해 물권(2) 375쪽, 대법원 1987. 4. 24. 선고 85다카2230 판결

주2)

유남석, 부동산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 소유의 의사의 추정과 무단점유, 인권과 정의 255호

_ 소유의 의사를 어느 경우에 인정할 것인가에 관하여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에 의하여서가 아니라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하여 외형적, 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여기서 권원이라고 함은 본래 '점유를 취득하는 근거로서의 법률행위 기타의 법률요건'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통설과 판례는 이를 본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점유취득의 원인인 사실'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주3)
주3)

송덕수, 악의의 무단점유와 취득시효, 인권과 정의 243호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의 다수의견에 대한 김형선 대법관님의 보충의견에서도 점유권원이라고 함은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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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유의 의사의 추정과 번복
_ 가. 민법 제197조 제1항의 추정규정으로 인하여 증명책임의 전환이 일어난다.주4) 즉 취득시효의 효과를 주장하는 자는 소유의 의사가 그 요건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점유만을 입증하면 소유의 의사가 추정되어 소유의 의사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고, 반대로 이를 다투는 상대방이 점유자에게 소유의 의사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이에 관하여 종전에는 판례가 서로 엇갈리고 있었으나 대법원은 1983. 7. 12. 선고 82다708, 709, 82다카1792, 1793 전원합의체 판결로서 '취득시효에 있어서 자주점유의 요건인 소유의 의사는 객관적으로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점유권원의 성질에 의하여 그 존부를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나, 다만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자가 스스로 그 점유권원의 성질에 의하여 자주점유임을 입증할 책임이 없고,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없는 타주점유임을 주장하는 상대방에게 타주점유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점유자가 스스로 매매 또는 증여와 같은 자주점유의 권원을 주장하였으나 이것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원래 위와 같은 자주점유의 권원에 관한 입증책임이 점유자에게 있지 아니한 이상 그 점유권원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거나 또는 그 점유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하면서 이와는 달리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 자주점유의 추정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자주점유를 주장하는 점유자에게 그 점유권원의 성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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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한 입증책임이 있다고 하는 취지의 판결과 점유자가 매수 또는 증여 받은 사실이 인정되지 않은 경우에 자주점유로 추정되지 않는다고 하는 취지의 판결을 폐기하였다.
주4)

민법 제197조 제1항의 추정은 법률상 추정 중 유사적 추정의 일종인 잠정적 진실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 통설의 입장이라고 한다. 정재훈, 점유자의 소유의사의 추정과 번복, 대구판례연구회편 재판과 판례 제7집

_ 위 추정규정으로 인하여 주장책임까지 전환되는가.
_ 판례주5) 는 점유자에게 자주점유의 입증책임 뿐만 아니라 주장책임도 없음을 명백히 하였으나, 학설은 나뉘어져 있다.주6)
주5)

대법원 1984. 1. 31. 선고 83다615 판결은 '민법 제197조의 규정에 의하여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자에게 적극적으로 그 점유권원이 자주점유임을 주장입증할 책임이 없고, 점유자의 점유가 타주점유임을 주장하는 상대방에게 이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설시하고 있다.

주6)

부정설의 논거는 첫째, 위 판결의 사안 자체가 주장책임의 소재가 쟁점으로 된 것이 아니고, 위 판결이 인용하고 있는 전원합의체 판결 등에도 주장책임의 소재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판시가 없으며, 둘째, 소유의사의 추정규정은 자유심증주의와 증명책임의 한계영역에서 기능하는, 즉 자유심증으로도 사실의 진부가 판단되지 아니하여 증명책임으로 해결하려는 마당에 기능하는 것임에 반하여, 주장책임은 자유심증주의가 기능하기 전 단계인 변론주의의 활동영역(즉 입증단계가 아닌 사실주장의 단계)에 관한 것이므로 위 추정규정을 이유로 주장책임까지 전환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정재훈, 전게논문

_ 나. 추정의 번복
_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기 위하여서는 ①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을 증명하거나, ②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 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느 경우가 그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항을 바꾸어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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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유형적 고찰

1. 소유권취득의 법률행위에 의한 경우
_ 매매, 증여, 교환 등의 법률행위에 의하여 부동산을 양수한 자의 점유는 원칙적으로 자주점유이다.
_ 그러나, 법령상 주무관청의 허가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처분이 허용되고 그 허가 없이는 처분이 금지된 부동산에 대하여 처분허가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 점유하는 자는 이미 자신이 그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의 소유권을 배제하고 마치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점유하는 자이므로 점유 개시 당시에 그 부동산에 대하여 소유자의 소유권을 배제하고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주7)
주7)

대법원 1998. 5. 8. 선고 98다2945 판결

2. 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인 경우
_ 임차인, 소작인, 데릴사위로서 처가의 토지를 경작한 자, 지상권자, 전세권자, 명의수탁자, 타인 토지상에 분묘를 설치, 소유하는 자주8) 등의 점유는 타주점유이다. 동거가족은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가옥이나 그 부지를 점유하는 호주 또는 세대주의 점유 범위 내에서 이를 점유하는데 불과하여 독립된 점유자가 아니다.주9)
주8)

대법원 1997. 3. 28. 선고 97다3651,3668 판결

주9)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7다26241, 26258 판결

_ 귀속재산에 대한 점유는 그 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에 해당하나, 귀속재산처리에관한특별조치법(1963. 5. 29. 법률 제1346호)에 의하면 1964. 12. 말일까지 매매계약이 처리되지 아니한 귀속재산은 무상으로 국유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같은 날까지 매각되지 아니한 귀속재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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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 1. 1.부터 국유재산이 되고, 귀속재산인 토지를 매수하여 점유하여 온 경우 그 토지가 국유재산으로 된 1965. 1. 1.부터는 그 토지에 대한 점유는 자주점유로 된다.주10)
주10)

대법원 1963. 9. 14. 선고 93다23572 판결

_ 공유부동산은 공유자 한 사람이 전부를 점유하고 있다고 하여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원의 성질상 다른 공유자의 지분비율의 범위 내에서는 타주점유이다.주11) 공동상속인의 경우에도 같다.주12)
주11)

대법원 1996. 7. 26. 선고 95다51861 판결

주12)

대법원 1997. 6. 24. 선고 97다2993 판결

_ 그러나, 공유자들이 토지의 전체면적 중 각 점유부분을 구분소유하게 된다고 믿고서 그 각 점유부분의 대략적인 면적에 해당하는 만큼의 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경우에는 등기부상 공유자들이 각 토지의 일부 공유자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점유가 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라고 할 수는 없다.주13)
주13)

대법원 1996. 3. 22. 선고 95다53768 판결

3. 무단점유
_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없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되면 자주점유의 추정은 깨어진다.
_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갑이 둑실리 189의 2 토지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같은리 189의 1 토지를 조금씩 개간하여 계쟁 부분 전체를 밭으로 개간한 다음 이를 경작하였다면 그 권원의 성질상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볼 수 없고,주14) 계쟁 토지상의 무허가 건물을 매수할 당시 그 토지가 타인의 소유임을 알면서 건물만을 매수하여 부지인 토지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였다면 소유의 의사로 그 토지를 점유하였다는 추정은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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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고,주15) 무허가건물을 매수할 당시 그 부지가 귀속재산이라서 매수하지 못하고 건물만을 매수한 것이라면 그 점유에 대한 자주점유의 추정은 깨어지며,주16) 갑이 을로부터 자신이 점유한 주택부지를 점유현황대로 매수하였는데, 당시 갑의 주택이 여주읍 하리 199의 5 및 199의 9 토지상에 건립되어 있었고, 갑의 장독대와 향나무가 같은리 199의 5 토지와 계쟁 토지와의 경계선 부근에 있었으며, 여주군이 1971년경 계쟁 토지가 포함된 같은리 199의 14 토지를 임차하여 그 지상에 보건소 건물벽을 축조하자 갑은 보건소 건물벽에 나무판을 설치하여 빨래를 너는 등의 방법으로 보건소 건물벽과 갑의 주택사이에 있는 계쟁토지를 주택마당으로 점유, 사용하여 왔다면 주택부지를 현황대로 매수하였던 갑으로서는 계쟁토지를 매수하지 아니한 사실을 알고서 이를 무단점유하였다고 볼 것이어서 자주점유의 추정이 유지되기 어렵다주17) 고 하고 있다.
주14)

대법원 1998. 2. 13. 선고 96다56108 판결, 대법원 1979. 4. 24. 선고 78다2373 판결

주15)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6다29991 판결,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7다7905 판결

주16)

대법원 1997. 11. 11. 선고 96다17486 판결

주17)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12204 판결

4. 자신의 소유물처럼 배타적으로 지배할 의사가 없었다고 본 사례
_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 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증명되면 자주점유의 추정은 깨어진다.
_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① 점유자가 시효기간 중에 그 점유하는 국유재산에 관하여 대부계약신청을 하여 관리청과의 사이에 대부계약을 체결한 경우,주18) ② 갑이 그 점유토지가 국유인 사실을 알고 나라에 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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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그 토지를 매수하겠다고 요청하고, 나아가 그 지적공부의 정리를 요구하면서 스스로 그 토지의 등기명의가 피고 앞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하였으며, 이에 따라 그 토지가 장차 갑에게 매각될 국유재산으로 관리되기에 이른 경우,주19) ③ 점유자가 점유토지에 대하여 국유지불하 신청을 하고, 위 토지에 대한 초창기 재산세부과처분에 대하여 그 납입을 거부하고 그 후 위 토지 점유에 대한 변상금부과처분에 대하여 다투지 아니한 경우,주20) ④ 점유자가 1985. 4.경 및 1991. 11.경 실시된 국유재산실태조사시 그 점유토지가 국유재산이라고 주장하는 담당공무원에게 위 토지에 대한 등기관계의 해결방편으로 불하를 받을 의향도 있음을 구두로 표시하였고, 점유자의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그가 위 토지를 점유하기 시작할 무렵에 위 토지의 등기부상 소유자 명의가 일본회사인 홍산식산 주식회사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여기에 더하여 점유자가 주장하는 위 토지의 매수사실까지 인정되지 않는다면 자주점유의 추정을 번복할 만한 외형적, 객관적인 사정은 입증되었다고 볼 여지가 많고,주21) ⑤ 갑이 계쟁 토지를 소유자이던 을로부터 인도받을 당시 이를 매수할 자력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반면 을은 상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어서 특별히 위 토지를 갑에게 매도할 이유가 없었고, 갑이 위 토지의 인근에 있는 을의 상속인 소유의 임야에 식재된 밤나무를 을의 상속인을 위하여 별다른 보수 없이 관리한 일이 있었으며, 비록 갑이 위 토지를 분할하여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이를 인도받은 후 25년 동안 여러 차례 특별조치법이 시행됨에 따라 등기를 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을의 상속인이 특별조치법에 의하여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와 근저당권 및 지상권설정등기를 경료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그에 관하여 별다른 이의를 하지 않은 경우,주22) ⑥ 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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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계가 농지개량시설인 저수지를 관리하는 것은 수익자로서 그에 상응하는 관리의무를 부담한다는 측면이 강하고 저수지 또는 그 부지를 소유한다는 관념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농지개량계가 저수지를 관리하면서 그 부지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 없이 하는 점유라고 보아야 하고,주23) ⑦ 원고들이나 그 전 점유자들이 그 판시 토지의 각 해당 토지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거나 그 점유를 승계할 당시 위 각 토지가 서울특별시의 토지이고 그 지상가옥이 무허가건물로서 관계법령에 위반되어 철거되어야 할 것임을 알면서 이를 매수 또는 상속하여 점유하였고, 위와 같은 매매 계약시 그 계약서상 매매목적건물의 대체적인 지번과 면적만을 기재하였으며 매매목적물에 대지를 기재한 경우에도 시유지라고 표시한 사례도 있는 경우,주24) ⑧ 구 개간촉진법에 의하면 국유미개간지에 대하여 개간허가를 받아 공사를 완공하고 준공인가를 받았다 하여 바로 그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매수절차를 밟아 그 대가의 상환을 완료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야 비로소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위 법률에 따른 매수절차가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국유의 개간지에 대한 개간허가권을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양수하여 이를 권원으로 그 토지를 점유하여 온 경우주25) 등이 있다.
주18)

대법원 1998. 6. 23. 선고 98다11758 판결

주19)

대법관 1997. 10. 24. 선고 97다32901 판결

주20)

대법관 1995. 9. 29. 선고 95다12057 판결

주21)

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다35603 판결

주22)

대법원 1998. 6. 23. 선고 98다10618 판결

주23)

대법원 1997. 12. 9. 선고 97다18547 판결

주24)

대법원 1990. 11. 27. 선고 97누2337 판결

주25)

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다17329 판결

5. 경계침범
_ 지상건물과 함께 그 대지를 매수취득하여 점유를 개시함에 있어서 매수인이 인접토지와의 경계선을 정확하게 확인하여 보지 아니하여 착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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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인접토지의 일부를 그가 매수취득한 대지에 속하는 것으로 믿고 점유를 하여 온 경우, 그가 위 인접토지의 일부를 현실적으로 인도받아 점유하고 있는 이상 위 인접토지에 대한 점유 역시 소유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주26)
주26)

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다45730, 45747 판결

_ 그러나, 매매대상 대지의 면적이 등기부상의 면적을 상당히 초과하는 경우에는 통상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사람은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그 등기부등본이나 지적공부 등에 의하여 소유관계 및 면적 등을 확인한 다음 매매계약을 체결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당사자들이 그 초과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그러한 경우에는 매도인이 그 초과부분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여 이전하여 주기로 약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초과부분은 단순한 점용권의 매매로 보아야 하므로 그 점유는 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에 해당한다.주27)
주27)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다41335 판결,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다32878 판결

_ 상당부분 초과의 기준에 관하여 보면, 위 96다41335 판결은 매매대상 대지의 면적이 각각 40㎡, 36㎡, 43㎡인데 초과부분 면적이 각각 40㎡, 23㎡, 8㎡인 경우 각각 상당부분을 초과하였다 하여 모두 타주점유로 인정하였고, 위 98다32878 판결은 매매대상 대지의 공부상 면적이 228㎡이고 인도받은 토지의 면적이 270㎡로서 공부상 면적의 118.4% 정도이고 토지의 주변이 경사지인 사안에서 매수인이 인도받은 대지의 면적이 공부상의 면적을 초과하여 이 사건 토지를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6.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토지를 도로로 편입시킨 경우
_ 위 1997. 8. 21.의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는, 자주점유의 추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점유하는 도로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이므로 그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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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개설 당시 도로법이나 도시계획법 등 관계법령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점유권원을 취득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어 그 점유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주류적인 판례주28) 이었으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 판례의 견해를 모두 변경하였다.
주28)

대법원 1991. 7. 12. 선고 91다6139 판결, 대법원 1993. 4. 13. 선고 92다45506 판결,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다23591 판결 등

_ 그후의 판례는, 사인의 소유토지를 포함한 폭 2m 정도의 오솔길이 오래 전부터 나 있던 것을 주위에 인구가 늘어나면서 사람과 차량의 통행량이 늘어남에 따라 통행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부산직할시가 그 오솔길을 포장하고 하수도를 설치하였다면 당시 부산직할시로서는 도로 부지의 일부인 위 사인의 소유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나 그 밖에 아무런 법률요건 없이, 또 그와 같은 사정을 잘 알면서 위 토지를 점유하기 시작한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사정이 드러난 이상 위 토지에 대한 부산직할시의 점유가 자주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지고 그 점유는 일시적 또는 제한적으로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타주점유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주29) 라거나, 옥천군이 그 점유개시 당시에 점유토지들에 관하여 자신의 부담이나 기부채납 등 지방재정법이 정한 공공용재산으로서의 취득절차를 밟는 등 이를 점유할 수 있는 아무런 권원도 취득하지 아니하였다면 옥천군은 위 토지들에 관하여 그 점유를 개시할 당시 장차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사용수익의 대가를 지불할 의사로 무단점유하였다고 볼 것이어서 그 점유는 타주점유주30) 라거나,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자신의 부담이나 기부의 채납 등 지방재정법 또는 국유재산법 등에 정한 공공용재산의 취득절차를 밟거나 그 소유자들의 사용승낙을 받는 등 토지를 점유할 일정한 권원 없이 사유토지를 도로부지에 편입시킨 경우에도 자주점유의 추정은 깨어

[78]

지고 타주점유로 보아야 한다주31) 고 하고 있다.
주29)

대법원 1997. 10.24. 선고 97다34327 판결

주30)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56587 판결

주31)

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다30349 판결

_ 그러나, 각 토지가 군산시가 시행한 토지구획정리사업의 시행 결과 군산시 내 간선도로인 미원로의 일부와 그 옆에 위치한 골목길의 일부로서 군산시가 관리하는 공공시설의 하나인 도로의 용지가 된 사안에서는, 위 각 토지는 적어도 군산시의 토지구획정리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공공시설의 목적에 제공하는 토지가 된 것이므로 그 도로가 환지계획의 내용과 달리 위법하게 설치된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완료되어 환지처분의 공고가 있은 다음날에 그 관리자인 군산시에게 귀속하였다고 볼 것이고,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지는 무단점유라 함은 점유자가 점유개시 당시에 소유권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비록 종전의 소유자에게 그에 대한 보상이 행하여지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군산시가 토지구획정리사업의 시행자로서 그 사업완료로 인하여 시행구역 안에 설치된 도로를 점유한 것이라면 이를 두고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지는 무단점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 하였다.주32)
주32)

대법원 1998. 8. 21. 선고 98다1607, 1614 판결

7. 상 속
_ 판례주33) 는 상속에 의하여 점유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상속인이 새로운 권원에 의하여 자기 고유의 점유를 시작하지 않는 한 피상속인의 점유를 떠나 자기만의 점유를 주장할 수 없고,주34) 또 선대의 점유가 타주점유인 경우 선대로부터 상속에 의하여 점유를 승계한 자의 점유도 그 성질

[79]

내지 태양을 달리 하는 것이 아니어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점유가 자주점유로 될 수 없고, 그 점유가 자주점유로 되기 위하여서는 점유자가 소유자에 대하여 소유의 의사가 있는 것을 표시하거나 새로운 권원에 의하여 다시 소유의 의사로써 점유를 시작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주33)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7다22157 판결,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40100 판결, 대법원 1998. 8. 21. 선고 98다1607, 1614 판결

주34)

이에 관하여는 황형모, 점유권을 상속한 자의 자기만의 점유주장의 가부, 부산판례연구회편 판례연구 제4집

_ 그러나, 오상상속의 경우에 관하여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7다22409 판결은, 원고의 시아버지인 갑이 1956. 5. 15. 사망하고 그 호주상속인인 장남 을도 1959. 1. 15. 사망하였는바, 을의 사망 당시 을에게는 직계비속 남자가 없고 딸, 아내인 원고, 조모, 모 등이 있어 구관습에 따라 갑의 유산은 을에게 상속되었다가 다시 사후양자가 상속하기까지 을의 조모에게 상속되었는데도, 원고가 갑의 유산을 을이 상속하고 을의 유산을 다시 원고가 상속한 것으로 알고 점유한 사안에서, 원고는 유산인 부동산을 점유하게 된 때인 1959. 1. 15.에 자기에게 위 부동산의 소유권이 귀속된 것으로 믿고 현실로 점유를 시작한 것이므로 소유의 의사로 이를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시하였다.


사. 판례를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 것인가

1.
_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에 관하여.
_ 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_ I. 물건의 점유자는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자가 취득시효를 주장함에 있어서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입증할 책임은 없고, 오히려 점유자의 취득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자에게 그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임의 입증책임이 있다.
_ II. 점유자의 점유가 자주점유인지 타주점유인지의 여부는 점유자의

[80]

내심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하여 외형적, 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①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었거나, ②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 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증명된 경우에는 모두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진다.
_ III. 따라서, ①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없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된 경우와, ②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로 편입시킨 토지에 관하여 공공용 재산으로서의 취득절차를 밟지 않은 채 이를 알면서 점유한 경우는 위 II의 ②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진다.
_ 나. 위 I 의 판시 내용은 대법원이 종전부터 취하여 온 입장으로서 이에 대하여 별다른 의문은 없을 것이나, 위 II, III의 판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하여는 먼저 '권원'과 무단점유의 의미에 관하여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_ 판례가 취득시효에서 사용하는 권원의 개념에 대하여는 연혁적으로는 '점유취득의 원인이 되는 법률행위 내지 상속 등의 법률요건'을 말하는 것인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의 판례나 학설은 권원의 의미를 그보다는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

[81]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주35) 그러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권원의 의미가 본래의 의미대로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고,주36) 주37) 이러한 권원이 없는 점유가 무단점유라고 보고 있다.주38)
주35)

윤진수, 민법주해(V), 377면; 박해성, 무권점유자의 점유가 자주점유인가, 인권과 정의 제243호; 전하은, 전게 논문; 송덕수, 전게 논문 등

위 대상판결에서도 김형선 대법관께서는 보충의견에서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로, 박준서 대법관께서는 별개의견에서 '적법한 점유권원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점유권의 원인이 된 사실'로, 천경송 대법관께서는 '부동산을 사용할 본권자체나 본권의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 내지 법률관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로 규정하시고 있다.

주36)

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도 이재성, 자주점유의 추정, 이재성판례평석집 8권, 343면과 김욱곤, 이기형, 주석 물권법(상) 573면은 권원의 의미를 위와 같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한다. 박해성, 전게 논문

주37)

유남석, 전게논문은 법률요건이라고 함은 일정한 법률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법률행위, 준법률행위, 사건 등의 원인사실을 말하는 것이고, '기타'라는 표현에 비추어 보면 '소유권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라는 것은 법률요건의 한 예시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주38)

동지 유남석, 전게 논문

_ 이에 따르면, 위 판례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_ ① 점유의 권원이 밝혀진 경우에는 그 권원의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있다고 보여지면 자주점유로, 소유의 의사가 없다고 보여지면 타주점유로 보고,
_ ② 점유권원의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불분명하거나 점유권원 자체가 밝혀지지 아니한 경우, 점유권원 없이 점유(무단점유)한 경우에는 모두 그 점유를 자주점유로 추정하되,주39)
주39)

박해성, 전게 논문은 권원의 의미를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 또는 법률요건'이라고 이해할 경우 무단점유의 경우에는 권원 그 자체가 없는 점유가 되므로 그러한 점유를 자주점유라고 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무단점유자가 목적물을 시효취득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게 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논자가 말하는 무단점유가 선의의 무단점유를 제외한 악의의 무단점유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 논지가 정당하다 하겠으나, 선의의 무단점유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라면 그 논지에 찬동하기 어렵다.

_ ③ 무단점유자가 권원 없음을 알면서 점유를 개시한 경우, 즉 악의의

[82]

무단점유의 경우에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진다.주40)
주40)

김형선 대법관님은 보충의견에서, 권원의 의미를 '점유취득의 원인이 되는 사실관계'라고 보고,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가 없는 무단점유는 권원 그 자체가 없는 점유로서 그 점유 권원의 성질의 불분명 여부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타주점유라고 보아야 된다고 하시고 있다.

_ 따라서 악의의 무단점유임에도 불구하고 소유의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점유자는 그러하였음을 인정하는 다른 특별한 사실을 주장, 입증하여 자주점유이었음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그러한 경우로는 불법영득의사로 부동산을 점유한 자를 상정하여 볼 수 있다.).
_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종전의 견해를 변경한 또 한 가지 경우인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로 편입시킨 토지에 관하여 공공용 재산으로서의 취득절차를 밟지 않은 채 이를 알면서 점유하였다고 인정된 사안'도 지방자치단체가 타인의 토지를 도로로 편입시킬 당시 취득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터이므로 악의의 무단점유의 한 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_ 이와 관련하여, 부동산에 관한 매매 등의 법률행위가 무효인 경우나 그러한 법률행위가 무권리자나 무권대리인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경우도 무단점유에 포함시킬 것인가의 문제에 관하여, 무효인 법률행위 자체 또는 무권리자나 무권대리인과의 사이의 법률행위 자체는 존재하고 있으므로 무단점유에서는 제외된다고 보는 견해주41) 도 있으나, 당해 부동산 소유자와의 사이에 유효한 법률요건이 존재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위의 경우도 모두 무단점유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주41)

유남석, 전게 논문

_ 이에 대하여, 민법 제197조 제1항이 점유자의 선의, 악의를 가리지 않고 소유의 의사를 추정하고 있으므로 악의의 무단점유라는 사실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을 번복하는 것은 위 민법 규정에 반한다는 견해주42) 도 있으나, 위 민법 규정은 점유권원 등 점유에 이르게 된 사정이 밝혀지지

[83]

않은 단계에서 점유 그 자체로부터 소유의 의사를 추정한다는 규정이어서 악의의 무단점유라는 사정이 밝혀지면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진다고 해석한다고 하여 위 규정과 모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주43)
주42)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 조성민, 무단점유의 경우에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지는지 여부, 판례월보 제326호

주43)

동지 유남석, 전게 논문

2. 앞서 본 판례에 대한 검토
_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를 위와 같이 이해하여 앞서 유형별 고찰에서 본 판례들을 검토하여 보자.
_ 가. 먼저, 점유권원이 밝혀진 경우로서, 매매, 증여, 교환 등의 법률행위에 의하여 부동산을 양수한 자의 점유는 그 점유권원의 성질상 자주점유이고, 임차인, 소작인, 데릴사위로서 처가의 토지를 경작한 자, 지상권자, 전세권자, 명의수탁자, 타인 토지상에 분묘를 설치, 소유하는 자의 점유는 그 점유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임에는 별다른 의문이 없다.
_ 주무관청의 허가 없이 처분된 부동산의 점유자의 경우, 점유자가 그 사실을 알면서 점유를 개시한 경우에는 악의의 무단점유자로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주44)
주44)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원고가 계쟁 건물을 매수하여 계쟁 토지인 그 부지에 대한 점유를 개시할 당시 또는 그 이후에 계쟁토지가 국가 또는 피고의 소유임을 알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다18956 판결(박준서 대법관님께서 별개의견에서 인용하신 판결이다), 부동산매수인이 부동산을 매수하여 그 점유를 개시하였다면 설사 매매계약에 무효사유가 있어 그 소유권을 적법히 취득하지 못한다는 사정을 인식하였다 하더라도 그 점유 자체에 소유의 의사가 없다고 한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30375 판결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판지를 변경한다고 하지는 않고 있으나 판지가 변경된 판례에 속하는 것으로 봄이 옳지 않을까 한다.

_ 나. 전형적인 타주점유의 경우가 아니고, 권원의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 불분명한데도 판례가 그 성질상 타주점유라고 인정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로는 동거가족의 점유, 귀속재산에 대

[84]

한 점유, 공유자 또는 공동상속인 1인의 점유(다른 공유자 또는 공동상속인의 지분비율의 범위 내에서), 농지개량계의 저수지 부지에 대한 점유(주 23판결 참조) 등을 들 수 있다.주45)
주45)

박해성, 전게 논문에 의하면, 판례가 '소유의 의사는 권원의 성질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는 것은 권원에 대한 입증은 취득시효를 다투는 당사자의 몫이고, 그 권원의 성질로부터 점유자에게 소유의 의사가 있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소유의 의사가 없다고 볼 것인지의 판단은 법원의 몫이 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_ 구분소유적 공유의 경우에는 점유자의 선의, 악의 여부에 따라 자주점유인지의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주46)
주46)

최병조, 민법주해(IV) 328면은, 구분소유적 공유의 경우 상호명의신탁이므로 특정부분의 양수인의 점유는 명의수탁자의 점유로서 타주점유라고 하고 있으나 찬동하기 어렵다.

_ 다. 악의의 무단점유
_ 무단개간의 경우, 건물만을 매수하고 부지를 매수하지 아니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_ 경계침범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는 무단점유사실을 알지 못한, 즉 선의의 무단점유자로서 자주점유가 추정되나, 매매대상 대지의 면적이 공부상의 면적을 상당히 초과하는 경우에는 악의이었을 것으로 인정되고, 따라서 타주점유이다.
_ 오상상속의 경우에는 무단점유이나 앞서 본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7다22409 판결의 사안에서는 원고가 선의이었다고 보여지므로 자주점유로 추정된다고 한 결론을 수긍할 수 있다.


오. 여 론

_ 부동산 취득시효에 관한 사건에서 소유의 의사를 인정할 것인지의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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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 관하여 위 전원합의체 판결로서 종전 판례가 상반되던 부분이 상당부분 정리되었으므로 그에 관하여 판례 전체를 통하여 나타나는 통일적인 기준을 찾아볼 수는 없을까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으나, 모자라는 능력으로 너무 크고 예민한 주제를 선택하여 판례의 의미나 배경에 관하여 함부로 독단적인 판단을 한 것이나 아닌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질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