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릉도 찰방과 눈으로 볼 수 있는 ‘세월’

[김수형]

평릉도 찰방

이 가사로 봐서, 화랑5계가 면면히 녹아 내린 근덕면이고, 수백 년 전부터 지명에 큰 德자를 써서 덕을 숭

상한 것이 근덕의 포인트이고, 덕봉산이 그 중심이다.

덕봉은 근덕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가에도 등장하고, 중학교 축제 이름도 ‘덕봉제’니, 특히 커나가는 어린

학생들에게 그 의미가 상당히 깊게 새겨질 것이다.

이처럼 근덕은 오랜 세월 德봉산, 德산리, 德산대교, 관德정 등 德을 중시한 지방이다.

또 역대 찰방들의 선정비(善政碑)가 14기 정도 있는데, 이 비석들은 본래 관로변에 있던 것을 1925년

삼척 김씨 김상국이 주선하여 지금의 자리인 옛 평릉관 뒷산 중턱으로 옮겼다.(출처:향토문화전자대전).

어릴 때, 관덕정을 건립하기 이전에, 산 길 가에 비석이 있었다. 그 오른쪽 벼랑 아래 무릉천변에 ‘무릉동천’

글자를 새긴 암벽이 있었고.

대부분 찰방(察訪)을 지내신 분들을 기리는 것이고, 지금은 관덕정 정자 부근으로 다시 옮겼다가, 충혼탑이

건립되면서 또 옮겼다.(사진).

찰방? 조선조에는 전국에 41개 역도(驛道)가 있었고, 그 중 하나가 평릉도(平陵道)다.

지금의 7번 국도와 비슷한 강원도 동해안 북쪽에서 남쪽 경상북도까지 16개 역을 잇는 도로가 평릉도인데,

그 총책임자가 찰방이다. ‘평릉도 찰방’이 주둔하던 청사 건물이 ‘산호벽수관’이니, ‘교가’는 바로 동해안의 교통 중심지였다.

주민들에게 선정을 베푼 분들의 업적은 훌륭하고, 그것을 기리는 주민의 마음은 고맙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세월’

여보소 당신아 구두나 사 주소.

무슨 구두? 빼딱 구두!

그것을 신고서 가다를 못 내면

너도 망신 나도 망신 동네 다 망신.

나이 드니 이런 옛 노래도 회상하게 되네. 아이고 머스마(사내)가 돈이 없으니 그 빼딱구두(하이 힐) 하나

못 사주고 ‘가다’핑계를 댄다. 가다는 “폼을 재다”라는 일본어다. 해방 직후라 그런 말도 썼다.

그 땐 라면도 없고, TV는커녕 라디오는 무릉동에 딱 한 집에만 있었고, 키즈 카페도 없고, 영어 학원도 없었지.

그래도 야학(夜學)이 있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서당에 다니던 형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었다.

삼척읍 봉황촌에 ‘고등공민학교’가 있어, 공립 중학교에 못 간 동네 누나들이 그 먼 길 근덕에서 걸어서 통학했다.

그러다 좀 지나 ‘재건중학교’가 생겨서 나도 선생님을 좀 했어. 그 때 내가 ‘판장 갈매기’ 제목의 웅변을 가르친

학생이 삼척군 대회와 강원도 대회에서 우승했지.

가난과 병마, 6.25-4.19-5.16 등, 별 일 다 겪으며 살아도 이만큼 보람되게 살고 있으니, ‘세월’이 가져다 준 애환에

대해 남다른 감회가 있다.

이 참에 삼척에서 세월 한 번 타보자.

(사진: 김수남. 사유인어상(思惟人魚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