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일상의 한순간을 마법처럼 포착해 내는 시선
여름 한 철 가장 완벽한 휴식의 시간
상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상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 자크 레다(시인)
『여름의 빛』은 상페가 뜨겁게 빛나는 한 계절, 여름을 주제로 그린 그림을 모은 작품집이다. 이 책은 상페만의 고유한 빛깔로 반짝이는 가장 완벽한 여름휴가의 시간으로 우리를 이끈다. 여름의 해변 생활, 그늘에서의 낮잠, 수영장에서의 음악 연주, 별장에서의 휴식, 자전거 타는 풍경, 해 질 녘의 산책, 달빛 아래에서 춤추기까지…… 상페의 그림은 일상의 한순간을 마법처럼 경험하게 한다. 그림 속 사랑스러운 인물들이 보여 주는 여유롭고 경쾌한 여름의 정서는 우리를 찬란한 여름날의 추억으로 데려간다.
이 책은 한낮의 열기가 가득한 바다에서의 시간뿐만 아니라, 해 질 녘의 푸르스름한 시간인 〈블루 아워〉의 뉘앙스까지 담아내며 〈여름의 빛〉을 특히 탁월하고 아름답게 묘사한다. 바캉스가 끝난 후에 돌아온 숙소의 보랏빛 실내 풍경을 비롯해, 모두가 떠난 밤의 수영장에서 푸른 달빛을 받으며 악기를 연주하는 친구들의 시간, 주인이 떠난 방에서 홀로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고양이의 시간까지……, 상페는 여름 속에서 시간마다 미세하게 달라지는 빛과 순간을 아우른다. 이 빛나는 순간들은 아스라한 여운을 남기며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여름의 한순간을 펼쳐 보인다.
세계적 삽화가 장자크 상페가 선사하는
시원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여름의 풍경
장자크 상페는 『꼬마 니콜라』로 대성공을 거둔 다음, 첫 번째 작품집이 나올 때 이미 프랑스에서 데생의 일인자로 꼽혔다. 또한 미국 『뉴요커』지의 표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가장 중요한 기고 작가이기도 했다. 그는 〈순간을, 몸짓을, 태도를, 상황을 포착하는 하나의 선으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만화가〉였다.『여름의 빛』은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인물들과 함께 특유의 부드러운 수채화 빛깔로 가득 채워, 상페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시원하고 찬란한 여름의 풍경이 한껏 돋보이는 작품집이다.
소박한 일상을 담는 유머러스한 드로잉의 대가
상페가 그려 낸 평범하고 사랑스러운 인물
상페는 그의 그림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금세 푸근함과 친밀함을 느끼게 만들며, 그의 인물들은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도 쉽게 마음에 와닿는다. 『여름의 빛』 속 인물 묘사 또한 탁월하다. 휴가를 보내는 주인의 발치 아래 조그맣게 표현된 잠든 개, 샌들을 들고 맨발로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는 노년의 옆모습, 줄을 지어 헤엄치는 개구쟁이 아이들의 움직임, 잔디에 배를 깔고 누워 책을 보는 소녀, 떼를 지어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무리. 사소한 디테일을 꼼꼼히 보다 보면 작은 웃음이 터져 나온다.
상페는 이처럼 평범하고 익숙한 인물을 사랑스럽게 아우르며 따스한 시선이 전해 주는 여운을 놓치지 않는다. 이 책은 바로 우리가 보내고 싶었던 여름휴가의 모습, 빛나는 여름의 한가운데 완벽한 휴식의 시간을 선사한다. 특히 마지막 장의 그림과 같이 위트 있는 반전까지 지켜본다면 못내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름의 빛』의 서문에는 시인이자 비평가였던 자크 레다가 〈상페의 인물〉에 관해 쓴 짧은 비평이 실려 있다. 이 글은 독자들에게 상페 특유의 인물 표현과 더불어 상페가 갖춘 예술에 대한 태도와 미학에 관한 풍성한 이해를 전달해 준다.
장자크 상페
가냘픈 선과 담담한 채색으로, 절대적인 고립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그리움과 아쉬움을 통해 인간의 고독한 모습을 표현하는 프랑스의 그림 작가. 1932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난 그는 데생 화가이다. 소년 시절 악단에서 연주하는 것을 꿈꾸며 재즈 음악가들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960년 르네 고시니와 함께 『꼬마 니꼴라』를 만들어 대성공을 거두었고, 1962년에 작품집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다』가 나올 무렵에는 그는 이미 프랑스에서 데생의 1인자가 되었다. 지금까지 30여 권의 작품집들이 발표되었고, 유수한 잡지들에 기고를 하고 있다. 1991년 상뻬가 1960년부터 30여 년간 그려 온 데생과 수채화가 빠삐용 데 자르에서 전시되었을 때 현대 사회에 대해서 사회학 논문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 준다는 평을 들었다. 프랑스 그래픽 미술대상도 수상했다. 산뜻한 그림, 익살스런 유머, 간결한 글로 사랑을 받고 있는 장 자끄 상뻬는 92년 11월 초판이 발간돼 48쇄까지, 99년 신판이 10쇄까지 나오는 등 총 80만부가 팔린 『좀머씨 이야기』의 삽화를 그린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정치니 성(性)을 소재로 삼지 않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삼지 않으면서도 성인층에까지 두터운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기본적인 관심은 끊임없이 고독을 생산해 내는 인간과 사회의 모순을 하나의 유머러스하고 깊이 있는 장면으로 포착하는 것으로써 글과 그림이 잘 어울리는 그림 소설들은 아주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렉스프레스」, 「빠리 마치」 같은 유수한 잡지에 기고할 뿐 아니라 미국 「뉴요커」의 가장 중요한 기고자이다. 그는 이 잡지의 표지만 53점을 그렸다(9년 간의 「뉴요커) 기고는 나중에 『쌍뻬의 뉴욕 기행』이라는 작품집으로 묶여 나왔다). 그는 파리 외에도 뮌헨, 뉴욕, 런던, 잘츠부르크 등 주요 도시에서 데생과 수채화 전시회를 열었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랑베르씨』, 『얼굴 빨개지는 아이』, 『가벼운 일탈』, 『아침 일찍』, 『사치와 평온과 쾌락』, 『뉴욕 스케치』, 『여름 휴가』, 『속 깊은 이성 친구』, 『풀리지 않는 몇 개의 신지』, 『라울 따뷔랭』, 『까트린 이야기』, 『거창한 꿈들』, 『각별한 마음』,『상뻬의 어린 시절』 등이 있다. 2022년 8월 11일 목요일, 89세의 나이로 여름 별장에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