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Parasite)
최용현(수필가)
2020년 2월 9일, LA에서 거행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수상하면서 4관왕에 올랐다. 미국 CNN은 “‘기생충’은 오스카의 새 역사를 썼다.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하여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을 했다. 이 승리는 재능 있는 비백인과 배타적인 캐스팅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크게 비판받아온 문화계에 중요한 의미를 남겼다.”고 평했다.
그 전에, ‘기생충’은 국내 여러 영화제를 거의 석권하면서 역대 한국영화의 매출과 흥행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였고, 세계 각국의 비영어권 및 아시아 영화의 역대 흥행성적도 갱신하였다. 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하여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과 각본상을 받았고, 세자르 영화제에서도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여 그 진가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 扮)의 가족은 아내 충숙(장혜진 扮)과 아들 기우(최우식 扮), 딸 기정(박소담 扮)이 모두 무직이어서 피자박스를 접어서 번 돈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반면, 글로벌 IT기업의 젊은 CEO인 박 사장(이선균 扮)은 아름답고 순진한 아내(조여정 扮)와 여고생 딸 다혜, 막내아들 다송과 함께 여유 있게 살고 있다.
전혀 마주칠 일이 없을 것 같은 두 가족이지만, 기우의 명문대생 친구가 유학을 떠날 때 다혜의 고액과외 자리를 물려주면서 접점(接點)이 생긴다. 기우가 여동생 기정이 포토샵으로 만들어준 명문대 재학증명서를 들고 박 사장의 언덕 위 저택에 도착하자, 가사도우미 문광(이정은 扮)과 사모님이 차례로 기우를 맞이한다.
‘기생충’의 줄거리를 세 단락으로 나누어 1부 2부 3부로 구분해서 살펴보자.
1부는 기택의 네 백수 가족이 반지하 방에서 함께 싸구려 캔 맥주를 마시며 돈독한 가족애를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다혜의 가정교사로 들어간 기우가 미국 명문대 출신이라고 소개한 기정은 다송의 미술교사로 채용된다. 기정은 박 사장의 벤츠 운전기사를 변태로 몰아 해고시키게 하고 그 자리에 아버지를 취직시킨다. 아버지는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가사도우미 문광을 결핵환자로 몰아 내쫓게 하고 그 자리에 아내 충숙이 들어가게 한다. 박 사장의 집에 취업한 네 가족이 다시 반지하 방에서 캔 맥주를 마시며 자축한다.
2부는 박 사장의 가족이 캠핑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기택의 네 가족이 저택에서 양주를 마시며 기우와 다혜의 결혼으로 이 집과 사돈이 될 얘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때 폭우가 쏟아지고 쫓겨났던 문광이 찾아오면서 지하벙커에서 수년간 숨어살았던 남편의 존재가 드러난다. 서로의 약점을 알게 된 두 가족이 격하게 싸우는 사이, 캠핑 떠났던 박 사장의 가족이 홍수 때문에 되돌아온다. 기택은 문광 부부를 지하에 묶어놓고 기우, 기정과 함께 저택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의 반지하 방은 완전히 물바다가 되어있었다.
3부는 수재민수용소인 체육관으로 피신한 기택의 가족이 다송의 생일파티에 초대되면서 시작된다. 지하에 있던 문광의 남편이 기우가 들고 간 수석으로 기우의 머리를 내리치고 지상으로 나와 케익을 들고 있던 기정을 부엌칼로 찔러 가든파티를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이때 기택은 박 사장을 찌르고 충숙은 문광의 남편을 찌른다. 기우와 충숙은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저택의 지하벙커로 들어간 기택은 죽은 문광을 정원에 묻어주고 모스부호로 자신이 잘 지내고 있음을 알리는데, 이것을 기우가 보게 되면서 영화가 끝난다.
‘기생충’(2019년)은 상류층 가족과 하류층 가족의 만남을 통해 사다리 없는 빈부격차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날 선 비판을 담은 봉준호 감독의 희비극 가족드라마이다. 예측을 불허하는 긴박한 스토리가 잠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영화 속의 수석이나 인디언복장, 무전기와 모스부호 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미부여를 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언급을 하지 않으려 한다. ‘기생충’이라는 제목이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기우가 반지하에서 올라와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언덕 위 박 사장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저택으로 올라가는 모습과 다시 돌아갈 때 반지하로 내려가면서 보여주는 계단은 두 가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메타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박 사장의 저택에 반지하보다 더 아래인 지하벙커가 있고, 그곳에도 한 사람이 숨어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숨겨진 민낯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아수라장이 된 가든파티에서 기택이 박 사장을 찔러 죽이는 장면이다. 박 사장 정도면 부자치고 그리 고약한 사람이 아닌데 왜 그랬을까? 생각건대 평소에 냄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박 사장이 문광의 남편이 가까이 오면서 나는 지하실 냄새에 자신의 코를 틀어막자, 이 모습을 본 기택이 격분하여 저지른 일이 아닌가 싶다. 기택도 반지하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전 세계 영화계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실상 셧다운 상태가 되면서 ‘기생충’은 축제를 즐긴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기생충’이 2020년 구글 최다검색영화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되었다. 아마 백년 아니 천년, 만년이 흘러도 그 이름은 남아있을 것이다.
미국의 주간지 ‘버라이어티(Variety)’가 매년 세계 미디어산업에 영향력이 큰 리더를 뽑는 ‘버라이어티 500’에 봉준호 감독의 이름이 올랐다. 또, 미국의 연예정보잡지 배니티 페어(Vanity Fair)는 ‘2020년 새 역사를 쓴 인물’로 봉준호 감독을 선정하면서 그를 표지인물로 장식하였다. 이제 그는 세계적인 명사(名士)가 되었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제2의 기생충으로 꼽히는 ‘미나리’(2020년)의 정이삭 감독과의 온라인 대담과 스페인 외신과의 화상인터뷰에서 ‘코로나는 사라지고 영화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작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재난호러액션물을 준비하고 있다며, 오랜 구상 끝에 시나리오를 완성하여 이제 곧 촬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늘 그랬지만 이번에는 그의 차기작이 더욱 기다려진다.
첫댓글 기생충~~
말이 필요없는 영화지요
소장해 두고 가끔 한번씩 봐도 될만큼 가치있는 영화..
대한민국 뿐 아니라 지구상엔 꼭 존재하는 빈 부의 격차도
생각하게 하고
비 현실적이 아닌 실직적인
우리 시대의 아픔을 보여줍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될 만큼 각본이 탄탄하게 잘 짜여져있죠.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봉준호 감독이
장면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죠.
엄청나게 큰 상을 받아서 토를 달기는 좀 뭣하지만,
현대 가족극치고는 피를 많이 흘려서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과
끝마무리가 약간 허전하다는 생각이...
앞으로도 세계시장에서 호평 받는 영화를 많이 만들기를 기대 합니다.
동감입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