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분
사실 화장의 기본은 현대나 지금이나 다름없습니다. 당시 화장의 가장 베이스가 되는 것은, 「오시로이(白粉)」라고 하여, 피부를 희게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는 하얀 분이었죠. 이 분은 귀족들뿐만이 아니고, 일반 서민들에게까지 널리 퍼져있었는데, 납을 원료로 한 것, 또 수은을 원료로 한 것이 주종을 이루었고, 이 외에도 쌀가루로 만든 분도 있었는데, 쌀가루로 만든 건 질이 나쁜 걸로 취급되었습니다. 현대의 지식으로 생각하면, 수은이나 납을 얼굴에 직접 바른다는 것은 상상이 안되지만,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당시에는 그런 종류의 분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기록에는 볼 수 없지만 그런 것들의 독으로 피부를 망치고 병을 얻은 사람도 많았으리라 생각되는군요.
또 화장은 여자들의 전유물인 것 같지만, 당시는 귀족 남자들도 얼굴에 엷게 분칠을 하고 향을 태워 옷이나 머리에 배이게 하는 등, 상당히 외모에 신경을 썼었답니다.
2. 눈썹
당시 얼굴화장의 가장 특징적인 것은 바로 눈썹입니다. 헤이안(平安) 시대에는 성인식을 지낸 여자들은 전부 원래의 눈썹을 전부 뽑아버리고, 원래 눈썹 위치보다 훨씬 위의 이마 부분에 눈썹을 그려 넣었던 거죠. 이는 원래 중국에서 전해진 문화였는데, 헤이안(平安) 시대에는 가늘고 활과 같은 모양의 당나라 풍의 눈썹이 유행했고, 이후 중세로 가면서 눈썹의 유행도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눈썹을 그리는 먹으로는, 자초꽃을 검게 태운 재나, 기름의 그을음, 또 금가루를 참기름으로 개어서 쓰는 것 등 여러 종류가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3. 검게 물들인 이빨
눈썹과 더불어 당시 화장법의 가장 특징적인 것은, 바로 이빨을 검게 물들이는 「하구로메(歯黒め)」였습니다. 우리는 하얀 이빨을 최고로 치는데, 누가 씩 웃었을 때 얼굴은 분칠을 해서 허옇고 이빨은 전부 까맣다면 완전히 눈사람 수준이죠. 문헌상으로 보면 이 「하구로메(歯黒め)」는 헤이안(平安) 시대 이후에 처음 등장하여 근세시대까지 계속된 풍습으로, 철을 술에다 담구어서 산화시킨 물을 이에다 발라 검게 물들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이를 검게 물들이는 풍습이 언제부터, 어디에 유래해서 시작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에 12-3세의 성인식을 끝낸 사람은 여자든 남자든 누구나 다 이를 검게 물들였었는데, 이것이 아름다워지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 충치를 예방하는 데도 좋은 효과가 있었다고 하네요. 이빨을 닦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지 않은 당시에, 이처럼 철을 산화시킨 물로 이를 검게 물들이는 풍습은 잇몸을 튼튼하게 하고, 이에 이물질에 끼어 충치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생활의 지혜가 겸비된 미의식이었겠죠.
4. 연지
분칠을 했으면 연지도 찍고, 입술을 붉게 칠해야 화장이 되죠. 얼굴의 분 위에 연지를 바르는 풍습이 당시에도 있었는데, 이 원료가 되는 게 뭔지 아세요? 바로 「베니바나(紅花)」라고 하는, 잇꽃이랍니다. 잇꽃의 꽃잎을 짜서 그 액에 매실의 산을 더하면, 선명하고 붉은 진홍색으로 변하는데, 이를 볼에 바르는 연지에도 쓰고, 또 입술에 바르는 입술연지로도 사용했었죠.
지금도 여자들의 화장에는 붉은 색이 빠질 수 없는데, 이것을 민속학적인 측면에서 그 기원을 보면, 붉은 색은 신성한 색으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고 믿어졌었기 때문에 화장에도 붉은 색이 도입이 된거죠. 그래서 원시시대 사람들은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고, 건강한 생명력을 나타내는 의미로 붉은 색을 몸 전신에 칠하기도 했답니다.
첫댓글 검게 물들인 이빨 ... 재밌네요. 언제 없어졌을까요.... 예뻐 보이고 싶은 맘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ㅎㅎ 그러게 말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