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省心篇 上
11-1. 景行錄에 云하되 寶貨는 用之有盡하되 忠孝는 享之無窮이니라
(경행록 운 보화 용지유진 충효 향지무궁)
경행록에 이르길 “보화는 쓰면 다함이 있지만, 충성과 효성은 이를 누려도 다함이 없다.”고 하였다.
(해설)
세상에 이치는 차면 넘치고 오르면 내려와야 함이 순리인데 가끔은 오기가 발동하여 역으로 해보려는 용기도 필요할 때도 있다. 그것이 오래가지는 않아도 잘못되어진 행태를 바로잡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흔히 많은 재산을 두고 쓰지 않고 더 인색하게 굴 때에 하는 말이 죽을 때 가지고 가려느냐? 며 빈정대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담아 한마디 던지게 된다. 한 푼 두 푼 늘어나는 재미로 산다고 말을 하는데 무엇이 든 쌓아 놓든가, 아니면 흐르는 것을 막아 놓게 되면 탈이 생기기 마련이다. 필요한 양은 늘 쓰고 흐르게 만들어야 괴사하거나 썩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물질적인 것은 언제인가는 바닥을 들어내는 유한성이라 아껴 써야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이를 망각하고 흥청망청 소비한다. 자신은 그렇지만 그 누군가가 대신해 주리라 믿으며 “늑대들의 소풍이야기”에 나오는 점심이야기와 같다. 설마 하는 마음이 안전의식에 가장 위험한 요인이라 하는데 한정된 자원이나 지켜야 하는 규율을 나 하나쯤은 하며 가볍게 넘기며 이탈하는 행위가 커다란 위해요소가 된다. 그래서 이를 잘 준수하고 모범이 되는 사회가 바로 선진국이라 부르질 않는가? 선진국인가를 판단하는 요소는 많다. 물질적이건 정신적이건 자연적인 것이건 이 모든 것을 조정하고 통제하며 조화시키는 몫은 결국 사람이다. 따라서 그 사회나 국가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일반 사회인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실행하며 준수하는 높은 이상과 가치관이 어떠한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행복지수도 물질적 풍요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국민소득이 낮아도 행복지수는 높을 수 있고, 반대로 국민소득은 높아도 행복지수는 낮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마음을 어디에서 찾고, 무엇을 행복의 근원으로 삼는가에 따라 피부로 체감하거나 정신적으로 느끼는 감도는 궤를 달리할 수도 있다. 절대 가치를 무엇으로 하는가? 풍요를 먼저 떠올리지만(기아나 식수난을 겪는 지역)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세 가지가 衣 , 食, 住(의, 식, 주)라 하지요. 헌데 이 세 가지가 충족되었을 때 다음으로 필요하고 간절히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각자가 뚜렷한 개성이 있듯이 다양한 분야가 거론될 것입니다. 그도 결국 요약하면 부귀, 권력, 명예가 되겠지요. 욕망은 끝이 없다 하지요. 그 욕망의 한계를 정하고 그곳에 도달하였을 때 만족하는 自足(자족)의 상태가 행복이 아닐까요.
현대에 와서 많이 퇴색되어지고 또한 새롭게 해석을 하고자 하는 忠(충)과 孝(효)입니다. 작금에 와서도 효는 외국 사람들도 부러워하는 덕목입니다. 그러나 빠르고 급격하게 변화되는 사회현실은 점차 서구화 형태로 바뀌어 가면서 효에 대한 의식도 현실에 맞게 재해석되고 실행하는 단계에 와있습니다. 충 또한 무조건적이고 강제적이던 원칙을 벗어나 현실에 적용되는 가치관으로 새롭게 태여 나고 있습니다.
자원입니다.
寶(보배 보)는 옥(玉)과 자패(貝)를 넣어둔 보물단지(缶 : 장군 부)는 그 집(宀)의 보배. 혹은 임금의 옥새. 보배는 寶貝(보패)가 변한 말임.
盡(다될 진)은 먹을 듬뿍 찍은 붓(聿 : 붓 율)에서 벼루(皿 : 그릇 명)로 먹물방울(灬 : 불 화)이 똑똑 떨어지는 모양. 남는 한 방울까지 다 떨어진 후에야 종이로 옮겨 글을 쓰다.
窮(다할 궁)은 몸(身)을 활(弓)처럼 구부려 몸소(躬 : 몸 궁) 구멍(穴)을 깊이 파고 들어감.
破鏡重圓(파경중원)
중국 남북조시대 남조의 마지막 진나라가 수나라의 침공으로 멸망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진 왕실의 시종을 지내다 왕실의 공주를 아내로 맞은 서덕언은 사랑하는 아내 낙창공주를 불러 말하였다. “당신은 재색이 뛰어나니 나라가 망하면 권세가 있는 집으로 보내질 것이 틀림없소, 혹시라도 우리 둘의 연을 끊지 않고 재회를 바란다면 약속의 징표가 필요 할게요.”하며 거울을 반으로 깨어 나누어 가지고는 훗날 정월 보름날이 되면 꼭 그 거울을 도성의 시장에 내놓도록 아내에게 당부하였다. 진이 망하자 낙창공주는 수나라의 공신인 양소의 집에 들어가게 되고 덕언은 몸을 피해 이리저리 떠도는 처지가 되었다. 마침내 정월 보름이 돌아오자 덕언은 도성의 시장을 찾아서 곳곳을 돌아보다 어떤 노비가 깨진 거울을 팔고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가 자신의 거울과 맞추어 보니 꼭 맞는 것이 아닌가. 감회를 이기지 못한 덕언은 받은 반쪽 거울에 다음과 같은 시를 적었다.
“鏡與人俱去/鏡歸人不歸/無復姮娥影/空留明月輝 : 경여인구거/경귀인불귀/무복항아영/공유명월휘 - 거울과 사람이 함께 가더니/ 거울은 돌아왔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네/ 항아의 모습은 다시 보이지 않고/ 빈 달만 밝게 비추는구나.”
이 시를 접한 그의 처가 식음을 전폐하고 울기만 하는지라 그 사정을 전해들은 양소가 둘의 애절한 사랑에 감동하여 그녀를 덕언에게 다시 돌려보내주었다.
(출전 太平廣記 本事詩篇 : 태평광기 본사시편)
八道人性(팔도인성)과 氣質(기질) - 大院君(대원군) 評(평) -
咸鏡道(함경도) - 泥田鬪狗(이전투구) - 堅忍(견인)
平安道(평안도) - 猛虎出林(맹호출림) - 勇氣(용기)
黃海道(황해도) - 石田耕牛(석전경우) - 勤勉(근면)
京畿道(경기도) - 鏡中美人(경중미인) - 理智(이지)
江原道(강원도) - 岩下老佛(암하노불) - 沈着(침착)
忠淸道(충청도) - 淸風明月(청풍명월) - 理想(이상)
全羅道(전라도) - 風前細柳(풍전세류) - 風流(풍류)
慶尙道(경상도 - 泰山峻嶺(태산준령) 혹은 松竹大節(송죽대절) - 意志(의지)
11-2. 家和면 貧也好이니와 不義면 富如何오 但存一子孝면 何用子孫多리오
(가화 빈야호 불의 부여하 단존일자효 하용자손다)
집안이 화목하면 가난해도 좋거니와 의롭지 아니하면 부자인들 무엇 하리오, 한 자식이라도 효도하는 자가 있다면 자손이 많아서 무엇에 쓰랴.
⋇ 如何(여하) : 무엇 하리오.
⋇ 但(다만, 무릇 단) : 다만. 오직. 단지.
⋇ 何用(하용) : 무엇에 쓰리오.
(해설)
家和萬事成(가화만사성)이라 가정이 화목하면 그 무엇이 부러우며, 그 무엇이 두려우랴, 멀건 죽을 한 그릇씩 먹어도 배부르고 김치 한쪽만으로도 온갖 산해진미 보다 더 맛있음을. 부모를 존경하고 형제간에는 도타운 우애로 서로를 위하면 가난도 문제되지 않는다. 대문 밖으로는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고 대문 안으로는 따뜻한 온기가 훈훈하게 감싸며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기운이 가득 차 있으며 좋지 않았던 나쁜 감정들이 순간에 사라지는 청량함이 가슴 가득 차 들어오는 사람의 향기가 물씬 나는 정말로 행복 넘치는 가정이 아니겠는가?
진정으로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가슴 깊이 사랑하며 자신의 몸처럼 감싸고 따뜻한 손을 내밀며 같이 아파하고 같이 기뻐하는 가정은 재물로서 살 수가 없다. 늘 모든 것에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겸손하며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을 때 가능하다. 조금도 양심에 거리끼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남의 눈에 눈물이 흐르게 한다거나, 작은 이익을 위해 남을 기만하거나 거짓말을 해서도 안 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에게 미루거나 탓으로 돌리지도 말아야 한다. 하늘 바라다보아 한 점 부끄럼 없는 진솔한 삶이 되어야 한다. 남의 눈치도 이목도 볼 필요가 없이 스스로 판단한 바른길을 걸어가야 한다.
스스로 피와 땀을 흘려 모은 재산이 아닌 불의나 횡재로 비축된 재물은 화가 따른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남에게 베푼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아까운 줄 모르고 엉뚱하거나 불필요한 곳에 소비하거나 형제간에 다툼이나 친척간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부모의 유산에 대한 형제간의 다툼이나 자식이 유산상속을 위해 부모에 대한 위해 등이 간혹 지면을 장식하는 세태는 재물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통적인 위계질서나 예의범절에 대한 실종으로 인한 가치관에 변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자본주의에 극단적인 성향인 배금사상이 인격형성에 앞서 정신을 지배한 소이가 아닐까?
인생사 자기의 마음먹기 달렸다고 말을 하는데 그 마음이 어떠한 환경과 교육 그리고 인간관계를 통하여 고착되었는가가 중요하다. 앞서 나왔던 “種瓜得瓜 種豆得豆 天網恢恢 疎而不漏(종과득과 종두득두 천망회회 소이불루)”에서 보듯이 콩 심우면 콩을 수확할 수 있지 다른 팥이나 녹두를 수확할 수는 없다. 다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기에 가정에서 부모의 언행과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으며 어떠한 친구를 사귀었는가에 따라 형성되어지는 인격과 가치관은 극과 극을 달리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모든 자식들이 똑 같이 효도하고 진정으로 부모를 공경한다면 이상적인 모양새가 되지만 대개의 경우 바람일 뿐 각자의 사정에 따라 욕심에 따라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한 명의 자식이라도 뜻을 받들고 효도하면 족하다 한 것이 아닐까?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하는 말이 있지만 여러 가지 핑계를 들어 외면하거나 챙기지 못하거나 잠시 잊거나 하여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친해야 하는 거리를 자꾸 멀게 만든다.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며 차곡차곡 가슴에 저장하는 자식이 있음을 망각한 채로. 모든 일은 어느 한 순간에 벌어지지는 않는다. 무언가 연관되어 쌓여오다 그 한계점에 도달하는 순간 폭발하게 되는데 그 때가 되어 막아 보려 애를 써보아도 쉽게 수습이 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래서 한꺼번에 왕창 쏟아 붙는다고 할 도리를 다 했다 손을 탈탈 털어서는 되지 않고 평소에 사소한 일이라도 하나하나씩 챙기고 신경을 써야만 된다. 늘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자원입니다.
孝(효도 효)는 자식(子)이 늙은 부모(老)를 업은 모양. 어머니가 자식을 안고 있는 것은 好(호).
用(쓸 용)은 나무를 이어서 둘러친 나무울타리(木柵). 울처럼 둘레를 나무로 둘러친 통.
脣齒輔車(순치보거)
춘추시대 말, 진(晉)나라 헌공은 괵나라를 치려고 두 나라 사이에 있는 우나라 우공에게 길을 빌려 달라고 요청하였다. 우나라 신하 궁지기는 헌공의 속셈을 간파하고 우공에게 간했다. “괵나라와 우나라는 한 몸과 같은 사이라 괵나라가 망하면 우리나라도 망할 것입니다. 옛 속담에도 輔와 車는 서로의지하고(輔車相依 : 보거상의),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 : 순망치한)고 했습니다. 이는 바로 우리 두 나라의 관계를 말한 것입니다. 결코 길을 빌려 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뇌물에 눈이 어두워진 우공이 끝내 궁지기의 말을 듣지 않자 후환이 두려워진 궁지기는 나라의 멸망을 예언하며 일족을 이끌고 망명길에 올랐다. 그 후 진나라는 궁지기의 예언대로 괵나라를 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를 쳐서 멸망시키니 우공은 사로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 輔(덧방나무 보)는 수레에 짐을 실을 때 바퀴에 덧대어 힘을 보강하는 부목
『강화 유수 조태로가 아뢰기를, “통진은 강도와 실로 순치보거의 형세가 있는데, 문수산성이 통진으로 가는 요해지에 있어 그 위에 올라가면 강도의 형세가 환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없으므로, 같이 지키면서 기세를 합친 다음에야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총융사에 소속되었으니 강도에 대해서는 실로 서로 의지할 길이 없어졌습니다. 또한 군정을 들어 보건대, 모두 강도에 소속되기를 바란다고 하니, 하문하여 처결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였다. ; 江華留守趙泰老曰 通津與江都 實有脣齒輔車之勢 而文殊山城 在津路要害 登其上則江都形勢 無不洞見並守 合勢然後可以得力 而今乃見屬於摠戎使於江都 實無相苻之道 且聞軍情 皆願屬於江都云 下詢而處之似宜 : 강화유수조태로왈 통진여강도 실유순치보거지세 이문수산성 재진로요해 등기상즉강도형세 무불동견병수 합세연후가이득력 이금내견속어총융사어강도 실무상부지도 차문군정 개원속어강도운 하순이처지사의』[숙종실록 권제52, 31장 뒤쪽, 숙종 38년 11월 5일(갑신)](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摠(거느릴 총), 戎(오랑캐 융), 符(껍질 부), 詢(물을 순).
燕雀安知鴻鵠之志哉(연작안지홍곡지지재)
- 통일왕국 진나라의 가혹한 정치에 최초로 반기를 들고 蹶起(궐기)한 품팔이 농사꾼 출신 진승이 한 말. -
진승이 어느 날 동료와 함께 밭에서 일하다 곡괭이를 던지고 먼 하늘을 응시하다가 친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 다음에 출세하는 일이 있더라도 서로 잊지 않기로 하세.” 이 말을 들은 친구들은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고 그를 비웃었다. “아 제비나 燕雀(참새) 따위가 어찌 기러기나 鴻鵠(홍곡 : 고니) 같은 큰 새의 뜻을 알랴!” 진승은 혼자 탄식하며 중얼거렸다. 그 후 그는 만리장성을 경비하는 농민군으로 징집되어 가던 도중 동료 오광과 함께 징용병들을 선동하여 철통과 같던 진나라에 대항하여 蜂起(봉기)하고 마침내 스스로 왕이 되었다. 이는 중국 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봉기요, 혁명정권으로 기록되는 것이다(B.C 209년). 그는 징용병들을 선동하면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王侯將相 寧有種乎 : 왕후장상 영유종호).”
西都(서도) - 鄭知常(정지상) -
紫陌春風細雨過(자백춘풍세우과) 화사한 봄바람에 보슬비 내려
輕塵不動柳絲斜(경진부동류사사) 거리엔 먼지 자고 버들가지 늘어졌네.
綠窓朱戶笙歌咽(녹창주호생가인) 사방에서 노래 소리 들려오니
盡是梨園弟子家(진시이원제자가) 이 모두 가객들이 사는 집인가
⋇ 陌(거리 백), 笙(생황 생).
11-3. 父不憂心은 因子孝요 父無煩惱는 是妻賢이라 言多語失은 皆因酒요 義斷
(부불우심 인자효 부무번뇌 시처현 언다어실 개인주 의단
親疎는 只爲錢이라
친소 지위전)
아버지가 근심하지 않음은 자식이 효도하기 때문이요, 남편이 번뇌하지 않음은 부인이 어질기 때문이다. 말이 많아 말을 실수함은 모두 술 때문이요, 의가 끊어지고 친함이 성기어짐(친하지 않음)은 오직 돈 때문이다.
⋇ 語失(말씀 어. 잃을 실) : 말에 실수함.
⋇ 義斷(옳을 의. 끊을 단) : 의가 끊어짐.
⋇ 只(다만, 뿐 지) : 다만. 단지 .오직.
(해설)
이 세상에 벌어지는 모든 일이 스스로 일어나지는 않고 무언가 원인이 있어 벌어진다고 합니다. 대가없는 자유는 없듯이 모든 일은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소위 “감나무 밑에 누워 입 벌리고 감 떨어지길 기다린다.” 혹은 “누워서 떡 먹기.”식의 표현으로 수고하지 않고 득을 보는 행태를 비웃지요. 막상 현실을 직시하면 그러한 마음을 먹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늘 경계하는 말 “설마 내게” “나 하나쯤이야” “ 나 하나 없어도” “나는 다른 이들 하고는 달라” 등의 유혹에 잠시 자신을 맡긴 적이 없었는지요. 지치고 피곤하고 힘들고 고통스럽고 외롭고 의욕을 상실하고 방황하거나 답답하고 암울할 때에도 잠시 자신을 내 팽개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는지요.
자기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닙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만나 가정을 이루고 너와 내가 함께 손잡고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도움주고 도움 받고 슬플 때 같이 슬퍼해 주고 기쁠 때 같이 기뻐해 주는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게 사람입니다. 인간관계도 씨줄 날줄처럼 상하좌우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지요. 태여 나는 순간부터 맺어지는 혈연이건 배움을 길로 들어서는 학교를 통해 맺어지는 학연이건 태어난 고향을 중심으로 맺어지는 지연이건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절망적인 상황이나 방황할 때 손잡아 주고 바른 길로 인도해 주는 선연이 있는가 하면 질기고 질긴 惡緣(악연)도 파도처럼 줄기차게 밀려옵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또는 싫어한다고 해도 따지지 않고 눈치 보지도 않고 자연 그대로인 벌거숭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생각하고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이고 대부분은 급작스럽게 오거나 예측불허하게 옵니다.
부모가 편안하고 안락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공은 자식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반듯하게 자라나 제 몫을 충분하게 수행하면서 늘 모든 일에 제일로 생각하며 행하는 것이 효도이고 매사에 지극정성으로 공경하며 한 치의 소홀함도 없다면 그 무엇을 근심하겠습니까? 부모의 눈에는 아무리 자식이 나이를 먹어도 늘 어린아이로 보인다고 하지요. “팔십 먹은 아버지가 육십 먹은 자식에게 길 건널 때 차 조심하라.”건네는 말 한마디에 깊은 정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자식을 늘 가슴에 품고 산다고 하지 않습니까? 부모가 걱정하고 베푸는 마음의 반만 따라가도 효자가 된다고 말하지요. 부모의 마음은 결혼하여 자식을 낳아 키워봐야 비로소 안다고도 말하지만 바쁜 일상에 자주 잊어먹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술로 인한 잘못도 있지만 화를 참지 못하거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말이나 인격을 무시하는 말을 참지 못하고 폭발하여 일을 저지르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또한 재물이나 명예 혹은 직장에서 승진 등에 泥田鬪狗(이전투구)하여 信望(신망)과 友誼(우의)를 저버리는 예도 왕왕 벌어집니다. 많이 싸울수록 더 친해진다는 말도 있습니다. 한바탕 격하게 대립할 때는 철 천지 원수처럼 양보를 하지 않지만 그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동류의식을 공유함으로써 밋밋한 사이에서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성인이 되어 이해타산이나 목숨보다 더 중요한 일에 맞서게 되면 어느 한 쪽이 양보할 수 없어 결국에는 영원히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너가는 사태가 발생하며 평생의 不俱戴天(불구대천)이 되고 말지요.
친한 사람일수록 돈거래를 하지 말라는 교훈이 있는데, 이는 혈족(친척)에도 해당됩니다. 사람이 거짓말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사람으로 하여금 거짓말을 하도록 한다 하지 않습니까? 형제지간은 물론이요, 부자지간에도 거리를 멀게 만드는 것이 바로 금전입니다. 어려서 한 이불 덮고 자랄 때야 세상에서 둘도 없는 형제요 자매간으로 肝(간)도 빼줄 수 있는 소중한 존재이었던 관계가 서로가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며 세파에 물드는 순간 그 깨질 것 같지 않은 관계가 서서히 금이 가고 급기야는 이웃사촌보다도 못한 존재로 전락하고 마는 예를 주변에서 흔히 목격하게 됩니다. 모든 문제가 바로 돈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고 남처럼 외면하고 살 수는 없기에 고민이 생기게 됩니다. 남에게도 베푸는데 형제, 자매지간에 눈에 보이고 귀로 들리는 걸 입 싹 닦고 나 몰라라 시치미 뚝 떼고 외면하기는 양심이 허락하지 않지요. 도울 능력의 범위 안에서 도움을 주나 받는 쪽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때 주고도 욕먹는 일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 선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자원입니다.
憂(근심할 우)는 덮여서(冖 : 덮을 멱) 답답한 마음(心), 그늘 드리운(冖) 얼굴(頁), 그리고 무거운 발걸음(夊: 천천히 걸을 쇠).
煩(괴로워할 번)은 열(火)이 나서 머리(頁)가 아프다. 따라서 골치가 아프다. 번민하다. 번거롭다.
惱(괴로워할 뇌)는 마음(忄) 따로 머리(甾 : 꿩 치. 田 = 囟) 따로, 甾는 두개골(囟 : 정수리 신)과 털(巛 : 개미허리 변 천).
妻(아내 처)는 틀어 올린 머리채(丨 : 뚫을 곤)를 잡고(又) 비녀(一)를 꽂은 여자(女). 시집온 아내.
賢(어질 현)은 꼭 잡고( 臤 : 굳을, 어질 현) 놓치지 않아야 할 참 보배(貝)는 현명한 인재.
막걸리
“太平御覽(태평어람)”이란 중국문헌에 보면 옛날 중국에서 맛 좋기로 손꼽는 曲阿酒(곡아주)는 바로 술 잘 빚기로 소문난 고구려 여인이 빚은 술로 나온다. 이미 당나라 때부터 新羅酒(신라주)하면 그 마셔본 자체만으로도 자랑거리가 돼 있으며 명사나 부자들은 해안에 사람을 고용하여 신라의 뱃사람이 오면 신라주를 구해서 빨리 올려 보내기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당대 시인들의 시 속에 이따금 신라주가 등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굴지의 명시인 李商隱(이상은)의 신라주란 시를 보자. “한 잔 신라주의 기운이/ 새벽바람에 사라질까 두렵구나.(一盞 新羅酒 浚晨恐易鎖 : 일잔 신라주 준신공이소)” 아마도 고대 중국에서는 대부분이 기장으로 술을 빚었기에 쌀로 빚은 청주나 탁주 맛이 그들의 입맛에 별나게 와 닿았음직도 하다. 한국 술의 명성은 중국에 국한되지 않았다. 일본의 고대 문헌인 “古事記(고사기)”에 보면 3세기께 應神天皇(응신천황)때 백제에서 須須保利(수수보리)라는 이가 와서 누룩으로 술 빚는 법을 처음으로 전하고서 일본의 酒神(주신)으로 좌정하고 있다. 이 응신천황이 수수보리가 빚은 백제 술을 마시고 읊은 노래가 전해지기까지 하고 있다. “수수보리가 빚어준 술에 내가 취했네/ 마음을 달래주는 술 웃음을 불러주는 술에 내가 취했네.”
우리 술 문화와 술의 명성을 지탱해 온 막걸리는 이름도 많다. 탁하다 해서 濁酒(탁주), 빛깔이 희다하여 白酒(백주),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 하여 國酒(국주), 집집마다 담가 먹지 않는 집이 없다 하여 家酒(가주), 농사 지을 때 새참으로 필수라 하여 農酒(농주), 시골에서 가장 많이 마셔 내린 술이라 하여 鄕酒(향주) 등. 건강에도 더없이 좋은 술로 인식돼 내린 막걸리다. 조선조 중엽에 이씨 성의 판서 한 분이 좋은 소주며 가양주가 많은데 반드시 막걸리만 찾아 마시곤 하기에 아들들이 그 연유를 물었다. 이에 이판서는 소 쓸개 세 개를 구해오라 시키더니 담즙을 쏟아버리고 약주와 소주 그리고 막걸리로 갈라 담아 매어달아 두었다. 며칠 후 열어보니 소주 쓸개는 구멍이 송송 나있고 약주 쓸개는 많이 상해 있었는데 막걸리 쓸개는 오히려 두터워져 있었다 한다. 한국 막걸리가 동양권을 벗어나 서양권까지 그 명성이 비약하게 되었다. 퀼른에서 있었던 국제식품박람회(1993년)에서 서양 사람들의 혓바닥을 매료시켰고, 프랑스에서 막걸리 수입 요청이 와 팩 막걸리가 대량 선적되었다는 소식이다. 김치가 세계적 식품으로 도약됐듯이 막걸리도 세계적 술로 도약하게 될 판이다. 국제화란 우리 것을 버리고 남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우리 것을 보다 많이 내보내어 국제화에 이바지시키는 일인 것이다. 잠시 값비싼 양주와 소주, 맥주 등에 밀려 천대받던 막걸리가 건강과 특유의 맛으로 젊은 층은 물론 여성층까지 선호하는 등 새롭게 그 위력을 재삼 들어내니 파이팅 막걸리다.(이규태 코너 1993년)
閨怨(규원) - 林悌(임제) -
十五越溪女(십오월계녀) 십 오세 아리따운 소녀
羞人無語別(수인무어별) 수줍어 말 못하고 보냈네.
歸來掩重門(귀래엄중문) 돌아와 덧문 닫더니
泣向梨花月(읍향이화월) 배꽃 달 바라보며 눈물짓네.
⋇ 掩(가릴 엄)
11-4. 旣取非常樂이어든 須防不測憂니라
(기취비상락 수방불측우)
이미 심상치 못한 즐거움을 가졌거든 모름지기 헤아릴 수 없는 근심을 방비할 것이니라.
⋇ 非常(아닐 비. 항상 상) : 보통이 아님. 심상치 않음.
⋇ 須(모름지기 수. 마땅히) : 모름지기 ~해야 함.
⋇ 不惻憂(불. 슬퍼할 측. 근심 우) : 예측이 불가능한 근심.
(해설)
산을 오르면 내려와야 하고 비 그치면 햇살은 더 따사한 것이 진리다. 苦盡甘來(고진감래)요 실패의 끝에는 성공이란 달콤한 열매가 기다린다. 雪上加霜(설상가상)이란 불행의 겹치기도 있지만 고통과 어려움의 파고를 넘으면 기쁨과 안락의 행복한 시간이 다가온다. 그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자위하며 희망의 끈을 내려놓지 못하고 길고도 긴 어둠의 터널을 터벅터벅 걸어간다. 해맑은 빛이 밝게 비추는 그 순간을 기원하면서 두려움과 외로움과 막막함을 극복하는 주문을 읊으며 최면도 걸어가면서 굳건한 자세를 유지한다.
누릴 수 있는 모든 영화를 다 누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가올 불행을 대비하여야 하는데, 아직도 끝에 도달하려면 멀었다는 안이하고 태평스런 생각에 더 몰두하려 몸부림치지 하루아침에 돌변할 수는 없는 것이 통상의 심리상태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비로소 아이쿠 하며 난리법석을 떨어대니 때는 늦으리란 어느 가요의 가사처럼 허둥거리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만다. 맨 하늘에 웬 날벼락이냐며 오히려 투덜거리며 작금의 상태에 대한 심한 거부감만 표시하고 모두 남의 탓으로 돌려버리며 원망의 목소리만 높인다.
영화는 누구나 좋아하고 그렇게 살기를 바라지만 고난은 누구나 기피하며 자신에게만은 오지 않기를 빈다. 그러나 행복과 영화는 쉽사리 그 문을 열어주지도 않지만 노력 없는 대가로 오면 자아를 무섭게 파괴하며 그 후유증 또한 오랜 기간 동안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중독성을 가진다.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이요 權不十年(권불십년)이라 하지 않습니까? 육십 평생도 짧다고 하는데 강산이 한번 바뀌는 시간에 달콤하고 꿈같은 영화는 막을 내린다 하니 어쩜 허망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이니 누가 막을 수 있을까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 늘 진화해 나왔지만 그 진행속도는 매우 느리고 당대에는 누리지 못하고 몇 세대가 흘러야 조금씩 혜택을 누리는 결과물이 탄생합니다. 특히나 영생과 不老(불노)에 대한 욕망은 먼 옛날부터 꿈꾸어 많은 시행착오와 방법에 대한 숱한 이야기를 남기고 있고 지금도 끊임없이 연구되어지는 분야이지요. 그러한 노력의 결과는 과학의 발달과 식생활의 개선을 가져와 옛날에 비해 평균수명이 많이 늘어났지요. 반면에 옛날에는 증세는 있었으나 병명을 모르던 희귀한 질환들이 속속 원인과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맹위를 떨치든 전염병들이 살졌는데 대표적인 것이 천연두입니다. 또한 치료약으로 개발된 약에 대한 내성을 갖는 새로운 바이러스 등이 출현하고 이름도 전혀 생소한 병들이 또한 유행하기도 합니다. 의료수준과 치료약에 대한 개발이 많은 진전을 가져왔지만 아직도 병명은 정하였으나 발병원인을 규명하지 못하여 치료약의 개발이 되지 않은 희귀병들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즐거움과 행복을 누렸으면 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그에 버금가는 슬픔과 불행이 될 것입니다. 이를 미리 알고 대처한다면 그 충격파는 그리 크지 않겠지만 살아생전에 오지 않으리라는 간절한 소망과 바람 때문에 소홀하거나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행태이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 같다고 하거나, 종이 한 장의 차이처럼 미세하기에 서서히 다가서기에 피부로 체감할 정도가 되면 뒤집기는 어려운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 모든 일이 그렇게 천천히 오는 것은 아니다. 재앙이나 재해처럼 일순간에 덮쳐 생각할 겨를조차 주지 않는 경우도 왕왕 벌어진다. 안 되는 놈은 앞으로 넘어져도 뒤통수 까지고, 돌 뿌리에 이마 찍는다고 죽어라 하며 안 풀리고 악재가 계속 겹쳐 벌어진다. 한 발 뒤로 물러서 객관적인 안목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데 기를 쓰고 앞으로만 나가려 안간힘을 쓴다. 어디 한번 내가 쓸어 지는가 네가 쓸어 지는가 해보자는 오기로.
기쁘나 즐겁거나 슬프나 괴로워도 늘 안락하고 평온하다 생각하고 변함없이 마음을 지켜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알면서도 그를 실천하기는 쉽지가 않다. 평상심 혹은 부동심이라 부르는 경지는 요원하기만 하다.
자원입니다.
測(잴 측)은 일정한 기준(則)에 따라 물(氵)의 깊이를 재다. 則은 제기인 솥(貝 = 鼎)에 새겨서(刂) 후세에 길이 전하는 모범(법)
웃지 않는 美女(미녀) - 不感症(불감증) -
중국 고대국가인 周(주)나라 幽王(유왕) 때의 일이다. 나라 안에 우지 않는 여인이 있었는데 절세의 미녀였다. 유왕은 이 웃지 않는 미녀에게 빠져 왕비를 폐하여 궁에서 내쫓고 그 왕비 소생인 세자마저 폐했다. 오로지 소원이 있다면 그 미녀의 웃는 얼굴을 보는 일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조작의 잘못으로 외적의 침입을 알리는 非常烽火(비상봉화)가 올랐다. 각 지방의 장수들이 무장한 병력을 이끌고 달려왔으나 수도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이를 보고 절세의 그 미녀가 비로소 웃었다. 유왕은 그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 봉화를 올리고 또 다시 올리곤 했다. 허탕이 한 두 번이 아닌지라 봉화가 올라도 장수들은 묵살하기에 이르렀다. 원한을 품고 지냈던 廢妃(폐비)의 아버지는 이 기회를 노리고 오랑캐와 짜고 유왕의 수도를 침범했고 당황한 유왕이 비상봉화를 올렸으나 어느 한 장수도 달려오지 않았다. 물론 유왕의 말로는 처참했고, 망명해 있던 세자를 불러들여 왕통을 잇는다. 웃지 않는 미녀가 바로 傾國之色(경국지색)의 상징으로 곧잘 인용되는 褒姒(포사)다.
포사가 웃지 않았던 이유를 두고 온 연인 때문이라고도 하고 원한을 품고 때를 놀이고 있던 폐비의 아버지 申候(신후)와 내통해 계획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왕실을 뒤엎은 후에 유왕은 驪山(여산)의 어느 두메에서 살해되었다. 허지만 망국의 원흉인 포사에 대한 처리는 史書(사서)에 아무런 언급이 없음으로 미루어 보아 내통설이 싹트게 된 것이라 한다. 만약 내통설이 사실이라면 대단한 병법이 아닐 수 없다. 이솝 우화의 양치기소년의 교훈과는 차원이 다른 웃지 않는 미녀이다. ※ 褒(기릴 포), 姒(동서 사), 驪(산 이름 려).
웃지 않던 포사가 병력이 동원되는 것을 보고 비로소 웃었다는 것은 장수들의 외침불감증을 다지기 위한 계략이요,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듭된 공갈이 마을사람들의 늑대 내습에 대한 불감증을 고질화시키는 계략일 수도 있다는데 착안해야 한다. 그 불감증을 팽배시키는 전략상의 일환으로 지금도 북한이 위협을 거듭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든다느니, 공비침투 이후 인민군이 곧 보복한다느니, 백배 천배로 보복한다느니 하는 협박을 하고 있다. 요즘은 핵실험에 원자로 재가동 등과 서해안의 고속정 간의 교전은 더 현실로 다가 온다. 이에 과민반응은 금물이다. 과민반응일수록 불감증 계략에 넘어가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이규태 코너 1996년)
燕子樓(연자루) - 孟思誠(맹사성) -
駕洛遺墟幾見春(가락유허기견춘) 가락나라 옛 터전에 몇 봄이 오고 갔나
首王文物亦隨塵(수왕문물역수진) 수로왕 세운 문물 티끌 따라 없어졌네.
可憐燕子如懷古(가련연자여회고) 가련타 제비만이 옛 정회 못 잊는지
來傍高樓喚主人(내방고루환주인) 이 다락 찾아와서 주인을 부른다오.
⋇ 墟(큰 언덕 허). 傍(곁 방), 喚(부를 환)
11-5. 得寵思辱하고 居安慮危하라
(득총사욕 거안여위)
사랑을 받거든 욕됨을 생각하고, 편안하게 살거든 위태함을 생각하여라.
⋇ 寵(사랑할 총. 괼 총) : 총애. 사랑.
⋇ 慮危(생각할 여. 위태할 위) : 위태로움을 생각함. 위험이 닥칠까를 생각.
(해설)
여기서 총애는 권력이건 남녀 간의 사랑이건 父子之間(부자지간)의 사랑이건 그 궤를 같이 한다. 즉 한 사람에게 무조건적이며 무소위적인 사랑이 집중하게 되면 당사자야 최고의 기쁨이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곁으로 비켜서 있는 여러 사람들은 그를 쟁취해야 하겠다는 집념과 투지를 불사르고 빈틈을 찾느라 분주하며 치미는 화를 삭이느라 여념이 없다. 그렇게 많은 이의 질시와 시샘은 갖은 비방과 탄핵의 대상이 되며 조그만 잘못이 있더라도 용서하고 넘어가질 않고 절호의 기회가 왔다며 침소봉대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餘桃之罪(여도지죄)란 고사 성어에서 보듯 총애를 받을 때는 기껍던 일들이 그 총애를 잃으면 모두 잘못으로 둔갑하여 더 심한 제재를 받게 된다. 따라서 총애를 받을 때 더욱 행동거지를 바로하고 뒤에 올 욕됨을 생각하여 많이 베풀어야 하며 교만하거나 위세를 보이기보다는 더 겸손하고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쉽게 잊는다. 또한 한번 달콤한 맛에 빠지면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고 영원하리라 착각하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한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것처럼 빈천하다 부귀를 맛보게 되면 빈천했던 시절을 철저하게 감추거나 미화시키려 하고 그 시절의 천대와 멸시 그리고 냉대 등을 잊고 오히려 더 악랄하게 변하는 경우가 많다. 까탈하고 사사건건 발목잡고 고된 시집살이를 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면 그보다 더한 시집살이를 시킨다는 말처럼 처지를 잘 이해하고 그러하지 않을 것 같은데 실제는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한술 더 뜨는 행태를 보이게 된다.
타성에 젖어버리면 게을러지는 것만이 아닌 정신적 나태와 의욕상실은 물론 좀 더 편안하고 꼼짝하기조차 싫어 별별 궁리를 다하게 된다. 그래서 서있다 힘들면 앉고 싶고, 앉으면 더 편안하게 눕고 싶고, 누우면 이불 깔고 잠들고 싶은 것이 욕심은 끝없이 올라가는 현상을 보이게 됩니다. 총애를 받으면 더 확실하고 영원하게 잃지 않으려 기상천외한 방법까지 다 동원하여 유지시키려 몸부림 치고, 편안함은 앞에서와 같이 그 끝이 없이 진행되어 그 뒤에 오는 불행과 고통을 망각하게 됩니다. 달콤하고 편안하고 안락하며 우러름과 존중의 재미에 이 세상을 모두 품안에 품었다는 망상의 늪에서 벗어나질 못하게 되지요.
절제의 미덕을 알아야 합니다. 절제한다는 것은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는데서 또는 풍성하다고 뻥뻥 써대는 것이 아니라 적당하게 쓰고 모든 행동거지와 언어를 과대 포장하는 것이 아닌 진실성을 보이는 진중한 태도를 갖는 것을 말합니다. 평소에는 잘 들어나지 않던 진가는 지위가 높아지거나, 부자가 되었거나, 명예를 얻어 존경을 받는 위치에 올라서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의 인격이 빛을 발하게 됩니다. 한 가지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볼 수가 있다고 합니다만 사람이기에 한 번의 실수는 있게 마련인데 그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고쳐나가는가? 또한 그것을 교훈 삼아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을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성공의 길로 걸어갈 수 있겠지요.
자원입니다.
寵(괼 총)은 집안(宀) 깊숙이(龍) 꼭꼭 감추어 두고 아끼다.
辱(욕되게 할 욕)은 손(寸)에 잡고 흔들다(辰). 辰은 (대합) 대신 별 진으로 표기하지만 숨은 뜻은 움직이다. 흔들다.
不況 必要惡說(불황 필요악설)
경제 불황이 시민의 행동심리에 끼친 수치를 나타낸 “타임”지를 보면 인플레이션이나 불황이 유발한 궁극적인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호황일 때는 이웃에 지지 않으려고 경쟁적으로 소비를 늘리고 필요 이상의 과소비를 초래한다. 한데. 불황이 지속되면 자동차를 이웃과 공동으로 쓰고, 아이 돌보는 것을 비롯해 생활필수품을 공동 구매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중고품교환이 성행하고 싸구려나 세일정보교환, 대리 구매가 활발해져 이상적인 근린정신인 相扶相助(상부상조)와 同病相憐(동병상린)이 부활한다.
외식도 격감한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는 손수 가사노동으로 가정농도가 진해지며 화목과 단란이 살아나며 보수적 노령식구와 물질주의적 젊은 식구간의 결함이 완충되는 장점도 指數(지수)가 말해 주었다. 없었던 것보다는 못하지만 IMF 불황은 이처럼 필요악일수도 있다.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도 20~60대 부부를 상대로 불황이 부부간의 금슬에 끼친 영향을 조사했더니, 나빠졌다 보다는 쌍보다 오히려 좋아졌다는 쌍이 다섯 배나 더 많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는 서로 의지하고 합심하며 돕지 않을 수 없다.
이기적 경제마인드가 이타적으로 전환되고 금슬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황은 물질적으로 고달프고 사회적으로 우울하지만 정신적으로나 가정적으로 구심력을 강화해 주는 묘약인 것이다. 아침에 피어나는 나팔꽃은 햇살을 받고 피어나는 것이 아니다. 꽃잎을 접고 있는 밤중에 아무리 빛을 갖다 대도 나팔꽃은 피어나지 않는다.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은 빛이 아니다. 어느 만큼 어둠을 겪지 않으면 꽃은 피지 않는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가 밤새워 울었듯이 물질만능과 과소비, 묽어진 가정농도로 꽃잎을 접고 있는 나팔꽃을 피우기 위해 불황이란 추운 어둠이 필요했는지도 모를 일이다.(이규태 코너 1998년)
被謫北塞(피적북새) - 尹善道(윤선도) -
歎息狂歌哭失聲(탄식광가곡실성) 미친 노래 불러가며 목 놓아 울어 봐도
男兒志氣意難平(남아지기의난평) 사나이 높은 기개 뜻 펴기가 어렵구나
西山日暮群鴉亂(서산일모군아란) 서산에 해저무니 갈가마귀 떼 흩어 날고
北塞霜寒獨雁鳴(북새상한독안명) 북쪽 변방 찬 서리에 외기러기 울어 댄다
千里客心驚歲晩(천리객심경세만) 천리 밖 나그네는 이 해 다감을 탄식하고
一方民意畏天傾(일방민의외천경) 이 고장 백성들은 하늘 뜻을 근심하오.
不如無目兼無耳(불여무목겸무이) 차라리 듣고 보지 못하는 귀머거리 장님 되어
歸臥林泉畢此生(귀와림천필차생) 시비 없는 산중(山中)에서 숨어 삶이 좋으리라
※ 謫(귀양 보낼 적), 鴉(갈가마귀 아).
자료:-http://cafe.daum.net/sungho52
[성호52회 다모여라] 박광순선생님의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