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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필봉산 입구
一晴一雨路乾濕(개이다 비오니 길은 마르다가 젖고)
半淡半濃山疊重(옅고 짙은 산은 첩첩이 겹쳐 있네)
遠草平中見牛背(멀리 넙데데한 풀밭 속으로 소등이 보이고)
新秧疎處有人踪(새로 심은 벼 성긴 곳에 사람 발자국 있구나)
--- 양만리(楊萬里),「백가도를 지나면서 지은 4절구(過百家渡四絶句)」
▶ 산행일시 : 2010년 8월 14일(토), 흐림, 안개
▶ 산행인원 : 21명(영희언니, 버들, memory, 스틸영, 김병금, 숙이, 오연한, 이창숙, 드류, 동산,
대간거사, 감악산, 캐이, 하나늘, 선바위, 사계, 메아리, 곰발톱, 해마, 인샬라,
가은)
▶ 산행시간 : 12시간 19분(휴식시간 포함, 점심과 이동시간은 제외)
▶ 산행거리 : 도상 21.4㎞(1부 14.6㎞, 2부 6.8㎞)
▶ 교 통 편 : 25승 버스와 해마 님의 9인승 봉고차에 분승
▶ 시간별 구간
00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3 : 55 ~ 04 : 48 - 산청군 단성면 방목리(放牧里) 산청휴게소, 산행시작
05 : 50 - 칡밭 벗어남
06 : 56 - △568.3m봉(석대산 남가람봉)
07 : 49 - 1001번 도로
08 : 54 - 791m봉
09 : 32 - 임도, 안부
10 : 26 - 웅석봉(熊石峰, 1,099.3m)
12 : 03 - ┤자 갈림길, 왼쪽은 밤머리재 1.0㎞, 직진은 대장 4.0㎞
12 : 51 - 기산(機山, △611.1m)
13 : 35 ~ 14 : 35 - 59번 도로, 이동하여 평촌에서 점심식사하고 2부 산행들머리 특리로 이동
15 : 32 - 능선 안부 진입(필봉산 0.7㎞)
16 : 15 - 필봉산(筆峰山, 858m)
16 : 54 - 왕산(王山, △923.2m)
17 : 55 - 임도
18 : 07 - 전 구형왕릉(傳 仇衡王陵)
23 : 25 - 동서울 강변역 도착
2. 석대산 남가람봉(石岱山, △568.3m봉)
▶ 웅석봉(熊石峰, 1,099.3m)
산청휴게소는 밤을 잊었다. 피서객들로 북적인다. 우리도 잠깐 그 일원으로 합세하여 간단히 요
기하고 본색 드러낸다. 휴게소 뒤편 산기슭을 기습한다. 안개 자욱하여 공제선 실루엣도 분명하
지 않다. 휴게소 화장실 오른쪽의 울타리 철조망을 넘으려고 부실한 곳 찾는데 열려있는 쪽문을
발견한다. 조짐이 좋다.
너른 농로 따라간다. 밤나무단지를 지나 자리공 무성한 묵밭(?)을 가로지르고 짙은 안개 힘겹게
헤치는 헤드램프 앞세워 야산의 덤불숲을 뚫는다. 안개비가 내린다. 풀숲은 흥건하게 젖었다.
덤불숲 소강한 데는 목장이리라. 소 축사로 내려 그 뒤로 간다. 느닷없는 우리의 기척을 소가 알
았는지 길게 울어 경계한다. 서둘러 대숲으로 들어간다.
가시덤불 이어 칡넝쿨 우거진 야산. 날이 훤하다면 질려 차마 덤비지 못할 것이라며 순전히 수
적(數的) 위력과 어둠에 기대어 한껏 호기부린다. 이렇게 너른 사면을 온통 뒤덮은 칡넝쿨 숲을
만나기는 처음이다. 장관이다. 21명이 줄지어 지나는데 흔적 보이지 않는다. 산행시작한 지 1시
간이 넘은 05시 50분. 비로소 칡넝쿨 숲을 벗어나 산속에 든다. 안개비는 이슬비처럼 내린다.
흐릿한 소로 보이고 가파른 오르막이다. 산허리 도는 길 따라간다. 얕은 골짜기에는 산사태방지
용 담을 쌓았다. 능선 진입. 송전탑을 지난다. 이른 아침인데도 엄청 덥다. 한증막에 들어온 것
같다. 자욱한 안개는 갈데없는 증기다. 숨이 턱턱 막힌다. 소로가 왼쪽 사면으로 방향 튼다. 잠
시 쫓다가 엉뚱한 데로 갈까봐 버리고 직등한다. 그런데 그 길이 맞았다. 괜히 잡목 숲 헤맨다.
행운봉(行雲峰) 현감 지냈다는 분의 무덤 지나고 바로 △568.4m봉이다. 삼각점은 산청 428,
1983 재설. ‘석대산 남가람봉’이라는 오석의 표지석이 있다. 지도에 석대산은 여기서 남쪽으로
3.11㎞ 떨어진 534.5m봉을 말한다. 산 하나를 거저주운 기분이다. 산봉우리에 돌이 층층이 배겨
있으므로 ‘석대산’이라고 했다는 유래는 여기를 두고 그랬나보다. 암릉이 나온다.
외길인 줄 알고 엉금엉금 직등했는데 오른쪽으로 우회로가 보인다. 연속해서 바위를 내린다. 이
런데도 이곳 석대는 石臺가 아니라 石垈다. 오기가 아닐까? 528m봉 넘고 쭉쭉 내리다 주춤한
505m봉에서 왼쪽 사면으로 길 따라 내린다. 금방 1001번 도로다. 이제 웅석봉이다.
도로 건너 산행표지기 달린 소로가 보인다. 캐이 님이 앞장서서 풀숲 빗물 털고 거미줄 걷는다.
오르막 비지땀 훔치며 발동 걸릴만하자 임도가 지난다. 주등로는 임도로 20m정도 가면 여러 산
행표지기가 알려준다. 무턱대고 덤비기보다는 자중할 일이다. 갈지자 등로다. 그래도 가파르다.
한 걸음 한 걸음 호흡 맞춰 오른다. 모자 차양에서 떨어지는 땀방울이 숫제 호우 낙숫물이다.
묵은 헬기장 지나고 가파름은 한결 숙진다. 쉬지 않고 간다. 20분. 791m봉이다. 안개에 가린 웅
석봉이 언뜻언뜻 보인다. 하늘 가린 장벽이다. 저기를 올라야한다니 아니 봄만 못하다. 766m봉
내릴 때 싸리나무숲 헤치다가 지난주에 이어 또 벌에 쐰다. 이번에는 오른손 손등이다. 더 덥다.
오늘 벌에 쏘인 사람은 나 말고도 대간거사 님, 인샬라 님이다. 동병상린. 덜 억울하다.
봉우리 두 개 넘고 임도와 만나는 안부이자 ├자 갈림길. 오른쪽은 어천으로 간다. 배낭 벗어놓
고 쉰다. 캐이 님이 가지고 다니는 목초액을 온몸에 뿌려 벌들의 접근을 예방한다. 등로는 대로
다. 밤머리재까지는 이럴 것. 곧추선 등로다. 고도 350m를 극복해야 한다. 심호흡 한번 크게 하
고 덤빈다.
바람 한 점 없다. 저마다 자기 걸음으로 간다. 혼자 가는 셈이다. 이따금 고개 들어 갈 길 살피면
선두는 아득하다. 이래도 다음에 또 산에 갈 생각이 날까? 시지푸스의 형벌이다. 바윗길 기어오
르기 몇 번. 게거품 물고 헥헥대며 웅석봉 정상에 다다른다. 곰이 되었다. 산에 돌이 많고 절벽
이 심해 사람은 오르지 못하고 곰은 오를 수 있다 하여 웅석봉이라고 했다(국토지리정보원).
3. 사위질빵
4. 웅석봉
5. 원추리
6. 여로
7. 웅석봉 정상 시설물에 달려있는 산행표지기
8. 웅석봉 정상에서, 오른쪽부터 영희언니, 곰발톱, 캐이
▶ 기산(機山, △611.1m)
안개는 사방 가렸다. 웅석봉 바위에 올라도 아무 조망 없다. 당초 가기로 선 그은 기산까지 갈
사람을 모집하여 캐이 님과 나뿐이다. 곰발톱 님마저 고개 내젓는다. 예전의 곰발톱 님이 아니
다. 캐이 님과 둘이서 간다. 하기야 시작부터 그랬다. 달뜨기능선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
1,079m봉을 오르고 완만하게 길게 내려 선녀탕 갈림길이다.
오른쪽 사면은 내려다보면 아찔한 절벽이고 왼쪽 사면은 완만하다. 882m봉은 능선 비켜 왼쪽
사면으로 한참을 지난다. 853m봉은 헬기장. 가도 가도 안개 속이다. ┤자 갈림길. 왼쪽은 밤머
리재 1.0㎞, 직진은 대장 4.0㎞. 허기져서 더 못 걷겠다. 캐이 님과 주저앉아 떡 먹는다. 목이 메
어 가슴 두드려가며.
기산을 경유하여서는 아무리 짧아도 2.5㎞. 그냥 밤머리재로 내려가고 싶은 맘이 굴뚝같은데 차
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한다. 때로는 그저 내지르는 것보다 움츠러드는 것도 용기일 터.
에고, 나의 용기 없음이여. 당해 마땅하다. 잡목 숲속 낙엽 수북한 소로로 내린다. 띄엄띄엄 산
행표지기가 보이더니만 기산 전전 봉우리 넘어서는 인적 없는 덤불숲 헤친다.
기산이 어디일까? 넙데데한 봉우리에 이르러 삼각점 찾으려고 풀숲을 샅샅이 뒤졌으나 찾지 못
하겠다. 삼각점이 꼭 있어야하는 것은 아닐 것. 캐이 님에게 그만 내려가자고 권했으나 더 찾아
보자고 한다. 범위를 넓힌다. 비슷한 지형이 나온다. 넓게 자리 잡은 무덤 뒤에 삼각점이 있다.
산청 310, 1981 재설. 기산이다.
하산. 왼쪽 생사면 친다. 잡목 숲 헤치다 절벽 사이 낙엽 덮인 슬랩을 절반은 미끄러지며 내린
다. 자갈 사면. 저 아래 도로인 듯 보여 살았다하고 다가갔더니 너덜지대다. 헛것이 보인다. 캐
이 님도 도로로 보이더란다. 너덜지대 벗어나 계곡으로 떨어진다. 밀림의 계곡 너덜 엎드려 내
리다가 왼쪽 산등성이로 올라서고 가시덤불 무성한 묵은 임도로 이어진다. 팔다리 호되게 난자
당한 것은 이때였다.
가까스로 밤머리재 넘어오는 도로에 내린다. 오가는 차가 빈번하지만 두 사람의 몰골이 워낙 가
관이라 자진하여 히치하기를 포기하고 대간거사 님에게 전화 건다. 해마 님이 금방 봉고차 몰고
데리러 온다. 밤머리재로 먼저 내린 일행들은 평촌리 도로 옆 정자에 모여 식사 중이다. 반갑다.
서둘러 도시락 푼다.
9. 웅석봉 내려 밤머리재 쪽으로 가는 길
10. 선녀탕 가는 갈림길
11. 밤머리재 쪽으로 가는 길, 캐이 님
12. 기산, 평촌에서, 오른쪽 잘록이는 밤머리재
▶ 필봉산(筆峰山, 858m), 왕산(王山, △923.2m)
2부 산행. 21명중 12명이나 빠지고 9명이 나선다. 필봉산 들머리로 이동한다. 특리 본디올한의
원 앞이다. 지도에는 광구폭포가 있는 곳인데 Y자 계곡의 계류 어디를 광구폭포라고 하는지 모
르겠다. 철철 넘치는 계류가 약간 뽀얗다. 근처가 백토인 고령토(高嶺土) 채취장이어서 그렇다
고 한다. 출렁다리 건너고 등산로 방향표시 따른다. 등산로를 잘 다듬어놓았다. 대로다.
대로인 등산로는 산허리 연신 돌다가 계류 가까이 가서 그 옆 골짜기 소로로 이어진다. 된 오름
길. 긴다. 어느덧 계류 그치고도 이슥 간다. 눈의 초점이 자꾸 흐려지고 정신은 아득해진다. 앞
선 일행들의 수런거리는 소리가 아련히 들린다. 번번이 제자리 반복하는 발걸음은 관성.
능선 진입. 안부다. 필봉산 정상까지 0.7㎞, 고도 220m. 그만 돌아가고 싶다는 스틸영 님 말린
것을 두고두고 후회한다. 동조하여 돌아갈 걸. 필봉(筆峰)이 필봉(筆鋒)이다. 안개가 공제선 가
린 것은 아주 다행한 일이다. 몰라서 오른다. 저 바위 오르면 정상일까? 허탕하기 수차례. 필봉
산 정상 일군 바위는 여느 바위와는 확연히 다르게 웅장하다. 그렇거나 기진맥진하여 암반에 널
브러진다.
천하경점일 필봉산 오른 뜻은 지리산을 보자는 것인데 안개로 사방 가렸다. 아쉽다. 필봉산 내
리는 길. 가파른 슬랩을 지나고 0.3㎞를 쭈욱 내려 ├자 갈림길 안부다. 왕산까지 0.7㎞. 왕산은
필봉산(848m)보다 더 높은 923.2m이지만 길게 오르는 완만한 능선이라 쉬엄쉬엄 걸을만하다.
야트막한 봉봉 오르내리는 바윗길도 부드럽다.
바위 숭숭 솟은 왕산 정상이다. 왕산(王山)이란 이름은 이산 기슭에 금관가야 가락국 10대 구형
왕의 것이라고 전해지는 능이 있어서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산청 21, 1991 복구)이다. 하산.
구형왕릉으로 향한다. 길 좋다. 풀숲 사이로 난 길이다. 안개로 아늑하다. 또 하나의 왕산(‘왕
산’이라는 정상표지석이 있다)인 903m봉을 넘고 본격적인 내림이 시작된다.
왕산 중턱에 갑작스레 나타난 바위는 망경대(望京臺)다. 고려유신인 농은 민안부(農隱 閔安富)
선생이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이곳에 올라 고려의 수도(송경)를 향하여 절하며 그리워했다고 한
다. 이제부터 가파른 내리막이다. ┤자 갈림길. 능선 벗어나 왼쪽 사면으로 내린다. 수로 겸한 등
로는 흙이 쓸어내려 자갈길로 변했다.
콘크리트 포장한 임도 나오고 임도 따라 산기슭 굽이굽이 돌아드니 전 구형왕릉이다. 참배한다.
13. 필봉산 입구 계류
14. 필봉산 입구
15. 필봉산 가는 능선 진입
16. 필봉산에서, 가은 님과 해마 님(오른쪽)
17. 필봉산에서, 캐이 님
18. 왕산에서, 왼쪽부터 사계, 스틸영, 해마, 가은, 캐이, 대간거사
19. 망경대
20. 전 구형왕릉
첫댓글 무덥고 습한 날씨에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자청(自請)해서 하는 고행(苦行)길이, "드류'님의 빛나는 산행기를 통해 그 어떤 의미를 지닌 양 다가옵니다 ....
지는 공부하러 산에간 넘 같네여
습도땜에 더 더웠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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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도 덥다는데 몸조리 잘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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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더워 1부만 해도 하루 일당이 나오는 날이었습니다...구형왕릉 입구에서 기다리는데도 몸에 땀이 베어 모기에 뜯기고,,,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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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탕에 들어앉은 날씨에, 1부,2부 그 힘든 거리를 모두 마치셨으니, 2부 까지 산행하신 9분 모두 고생하셧습니다.
서울 갈 일 없을 줄 알았어요~~~^^ 구형왕릉 앞 계곡 물맞는 맛이 진짜 션하더군요
처음으로 2부를 포기하고 계곡에서 알탕하고 님들을 기다리면서 모기회식에 폭염 차라리 산에서 땀 흘리는게 헐 좋았을거라고 후회 많이했습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수고 많으셧슴다.....긍데...드류님 사진은 오지님들처럼 맑고 투명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