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땅 끝자락 해남에는 땅끝 지명을 가진 곳이 두 군데 있다. 송지면 갈두리 땅끝과 화원반도의 끝인 화원면 매월리 땅끝이 그 곳이다. 목포항을 드나드는 배들의 길라잡이가 되어준 매월리 땅끝에 있는 목포구등대로 가는 야트막하고 고즈넉한 길이 정겹다.
12월도 벌써 중순을 향하고 있다.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서서히 저물어가는 한 해를 정리해 볼 때다.
조용한 바닷가로 간다. 밤에는 칠흑 같은 바다를 헤치며 나아가는 선박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곳, 날이 밝으면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하는 등대를 찾아간다.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위에 차고 한겨울에 거센 파도…. 등대를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동요다. 그 때문일까. 등대는 늘 낭만과 동경의 대상이다.
뭍사람들에겐 더욱 그렇다. 어쩌다 뱃길에서 만나는 등대가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것도 이런 연유다.
목포구등대(木浦口燈臺)로 간다. 목포의 오래 된 등대가 아니다. 한자로 입 구(口)자를 쓴다. 목포 외달도와 달리도 앞 해상에 있다. 절묘한 위치다. 목포항을 드나드는 배들은 이 등대를 보지 않고선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나가면 곧바로 만난다.
행정구역상 해남군 화원면 매월리에 속한다. 자동차를 타고도 찾아갈 수 있다. 서남권에 있는 유인등대 가운데 유일하게 뭍에 설치돼 있다. 공식명칭은 목포구항로표지관리소다.
목포구등대로 가는 길은 영암방조제와 금호방조제를 지난다. 바람 매서운 들녘에선 겨울배추 수확이 한창이다. 수확한 배추를 싣느라 분주한 대형트럭도 여기저기 보인다. 등대는 만남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목포에서 진도로 가는 도로에서 바다쪽으로 14㎞나 들어가야 한다.
길도 적막하다. 야트막한 구릉과 배추밭이 지천이다. 대파도 자라고 있다. 흡사 섬에 들어가는 것 같다. 길은 바다와 만나면서 오른편으로 구부러진다. 바다가 왼쪽에서 동행한다. 여기서부터 걸을만하다. 길도 다소곳하다. 포장되지 않아 더 정겹다. 빛바랜 억새와 칡덩굴이 어우러진 풍경도 입체적으로 살아있다.
목포구등대 입구다. 출입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해상용 등명기가 줄지어 반긴다. 오래 전에 썼던 등명기들이 오른편으로 시대에 따라 전시돼 있다. 등명기의 변천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미니 등대박물관이다. 아이들의 체험학습에도 맞춤이다.
바다를 향해 우뚝 솟은 유럽 스타일의 등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키가 꽤 크다. 높이가 36.5m나 된다. 등롱이 닭의 벼슬처럼 붉은 빛을 띠고 있다. 등대는 매월리 바닷가에 바짝 기대 서 있다. 자신을 붙잡고 있는 반도를 박차고 바다를 향해 나아갈 것 같은 자세를 하고 있다. 항해하는 배의 형상을 닮았다. 2003년에 들어선 것이다.
등대지기를 따라 등대로 들어간다. 나선형의 내부 층계가 눈길을 끈다. 예술적 조형미와 품위가 느껴진다. 계단을 빙빙 돌아 등탑까지 오르다보니 다리가 팍팍해진다. 그것도 잠시, 올망졸망한 섬들이 피로를 한순간에 씻어준다. 해남과 완도, 진도 앞바다. 등탑에서 내려다보는 다도해 정취가 색다르다.
바다 건너 암초에 똑같이 생긴 조그마한 등대도 보인다. 이 등대의 동생 아니면 자식 같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바다에는 배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목포항으로 가거나 거기서 나오는 배들이다. 일제강점기에 이 바다 길목이 수탈의 관문이었다.
옛 등대는 언덕 위에 서 있다. 겉모양에서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대부분의 등대처럼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것이다. 수탈을 원활히 하고 대륙 침략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하여, 어떤 문인은 등대를 '제국의 불빛'이라 불렀다. 1908년 1월 불을 밝혔다.
등대는 높이 7m 밖에 되지 않는 원형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하지만 여기서 뿜어내는 불빛은 30여㎞ 떨어진 안좌도에서도 보였다고 한다. 그만큼 선박의 안전 운항엔 큰 도움이 됐다. GPS(인공위성 자동 위치측정 시스템)가 없던 시절, 선박들은 이 불빛에 의지해 목포항으로 드나들었다.
이 등대는 무인등대로 운영되다가 1964년 유인등대로 바뀌었다. 2003년엔 새 등대에 책임을 넘기고 현역에서 물러났다. 지난 2008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대한제국의 대표적인 등대인데다 외형이 아름다워서다. 우리나라 등대건축의 전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요즘엔 등대의 불빛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줄었다. 그러나 등대는 여전히 바다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오늘도 여전히 불을 밝히는 이유다. 요즘엔 관광명소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바닷길과 어우러진 풍광이 빼어난 데다 역사ㆍ문화적으로도 가치가 높아서다. 목포구등대가 그 앞자리에 서 있다.
여행전문 시민기자ㆍ전남도 대변인실
여행팁
가는 길 서해안고속국도 죽림나들목에서 국도대체우회도로를 타고 서영암나들목으로 나가 F1경주장 방면으로 가야 한다. 여기서 현대삼호중공업과 영암방조제, 금호방조제를 차례로 지나 만나는 구지삼거리에서 오른편으로 매월리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등대에 닿기 전 1㎞는 비포장도로다. 내비게이션에 의지할 경우 '해남군 화원면 매월리 696-1'을 입력하면 된다.
먹을 곳 금호방조제 부근 바닷가에 있는 신창손순대국밥(061-537-3388)이 소문나 있다. 순대와 국밥 맛이 개운하고 담백하다. 돌고래횟집(061-533-1450)은 활어회, 너랑나랑(061-537-5857)은 장어탕, 미송회관(534-1005)은 닭요리가 맛있다. 경양식집 자연과사람들(061-533-9596)도 있다. 문내면에 있는 금강산횟집(061-535-5114)과 명승(061-534-7770)은 활어회를 알아준다.
묵을 곳 문내면에 우수영유스호스텔(533-2114)이 있다. 대흥사 앞 집단시설지구와 지구 밖의 매정마을과 무선동마을에 묵을 곳이 많다. 대흥사 부근의 머무르고싶은민박(061-536-3121)과 거목장민박(061-535-1456), 남쪽나라민박(061-535-3233), 일출민박(061-533-8766), 새금다정자(061-532-5070)도 괜찮다.
가볼 곳 목포구등대에서 진도대교가 가깝다. 화원에서 77번국도를 타면 된다. 황산면 우항리에 있는 공룡박물관도 지척이다. 해남 대흥사도 그리 멀지 않다. 자동차로 30여분 걸린다. 해남읍 연동에 녹우당도 있다. 고산 윤선도와 공재 윤두서를 배출한 유서 깊은 고택이다. 영암 삼호에 있는 전남농업박물관도 가볼만 하다.
첫댓글 목포가 그렇군요~~
목포하면 갈치가 생각이 나네요 은빛을 가르고 요동치는 감동^^;;
아직 목포를 구경못해봣어요 함가봐야겟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