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독일이야기-동물보호소(Tierheim)
이전에 한 번 가보았던 첫 번째 동물보호소는 다소 규모가 작아 운영 시간이 짧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어서 시설 내부를 둘러 보는 것은 물론 직원과의 면담이 불가능 했다. 그러나 새로 방문한 보호소의 경우, 프랑크푸르트에서 제일 큰 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역사가 제일 오래된 동물보호협회다. 1841년에 설립된 이 협회는 현재 150마리의 개와 180마리의 고양이를 수용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토끼와 새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외곽에 또 다른 보호시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농장동물이나 야생동물과 같이 주로 큰 싸이즈에 속하는 동물들을 수용하고 있다고 한다.
170여 년 전에 보호소가 설립되었다는 것은 정말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 당시는 소위 철혈재상이라 불리며 통일 독일의 위업을 이룬 비스마르크가 정치적 야심을 한창 키우고 있을 때다. 프로이센 제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유주의 이념에 근간한 언론이나 다수결 원칙이 아니라 오로지 쇠(鐵)와 피(血)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연설에서 그의 별칭이 유래됐다. 독일은 통일제국을 완성하기 위해 1866년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가 하면, 몇 년 후 동맹국이었던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또 승리한다. 당시 프랑스 황제는 나폴레옹 조카 나폴레옹 3세고, 파리가 함락 당한 후 베르사유궁전에서 항복 서명을 한 것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건이다. 그런 시대적 환경에도 동물보호소가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보호소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의 보호소 설립 취지는 현재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놀라움 이전에 뭔가 잘 못 들은 게 아닌가 귀를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1840년 대에 독일엔 황제가 존재한 시대였다 하더라도 다수결 원칙의 의회민주주의가 상존했던 만큼 동물보호소를 설립하겠다는 의식 또한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짐작된다. 더욱이 1860년 대엔 파리에서 만국 박람회가 열렸고, 수에즈 운하가 유럽의 기술로 개통될 만큼 여러 측면에서 안목이 넓었던 때였다. 조선은 당시 헌종, 철종으로 이어지는 경제적인 암흑기에 더해 세도정치 혹은 외척에 의해 지배되던 폐쇄적인 국가였다. 천주교가 한창 전파되던 시기였으나 무자비한 탄압이 공존하던 때다. 역사적 사실을 통해 당시 상황을 비교해 보았을 때 유럽이 갖고 있는 의식은 조선과 너무 극명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시설의 특징은 역사만큼이나 노하우가 배어있는 모습이었다. 고양이가 생활하는 공간은 크게 두 군데로 나뉘어져 어린 고양이, 접종이 필요한 고양이 등이 생활하고 있는 곳이 있고, 성묘가 된 고양이 들만 모여서 사는 곳이 따로 있다. 동물원 같이 펜스로 둘러 쌓인 공간에는 고양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기도 하고 자신만의 보금자리에 은신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각 방에 배정된 고양이는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분류되어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방 내부는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캣타워, 쿠션, 나무 등 다양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고양이들은 비단 한 공간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복도에도 기웃거리며 자유로운 시간을 갖고 있었다. 일부는 실내와 실외에서 생활하기도 한다. 자원봉사자로 일하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분이 정성껏 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할아버지는 쉬고 있는 고양이에게 계속 빗질을 해 주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이미 익숙해져 있는 듯 순간을 즐기고 있고,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는 또 다른 고양이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실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개들의 공간은 더욱 훌륭했다. 비록 교도소 내부 모습처럼 가운데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방들이 길게 나열 돼 있었지만, 각 방은 적당한 크기의 외부공간에 더해 잠을 잘 수 있는 실내 방도 마련돼 있었다. 지난 추석 때 방문한 남양주 소재 동물학대방지연합의 유기견 보호소와 비교하면 오히려 사치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조그만 견사에서 몇 마리씩 함께 생활 하며 서로 싸우는 일이 번번히 발생하는 열악한 시설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주로 중대형견이 보호되고 있는 이 곳의 시설 수용능력은 150마리 정도이지만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500마리 이상 수용할 정도로 넓고 훌륭한 공간이어서 부러울 따름이다. 그리고 중대형견의 비율이 8:2 정도로 소형견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또한 이 곳에서 보호하고 개들의 경우 한국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유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번식을 목적으로 길러지다 구조되거나, 의도적으로 개를 유기시키는 한국과는 달리 기르던 개를 더 이상 키울 수 없다고 판단하면 주인이 동물보호소에 찾아와 개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 곳에선 개가 태어나면 목 부위에 마이크로 칩을 심고,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정식으로 관청에 등록한다. 등록된 개에겐 종류에 따라 매 분기별 2~30유로 정도의 세금이 부과되며 칩이 내장되지 않거나 관청에 등록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고양이에 대한 세금은 납부하지 않는다. 만약 기르던 개를 주인이 양육을 포기하면 보호시설에 데리고 가서 담당자와 인터뷰를 한다. 보호시설의 여유 공간 유무와 어느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지가 제일 중요한 결정요소라고 한다.
독일에서도 정부의 지원은 충분치 못한 것 같다. 하지만 Lufthansa항공과 같은 대기업을 포함해서 다수의 중소기업과 많은 개인이 후원을 하고 있다. 10명이 넘는 관리사, 1명의 의사, 5명 내외의 지원 인력이 상주하고 있었다. 모두 자부심을 갖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며 보수 또한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후원과 보수가 적은 한국의 동물보호단체에 근무하는 분들은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일 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개와 고양이를 입양시키는 일도 보호소에서 매우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개의 성별, 중성화 여부, 싸이즈에 따라 분양가가 각기 다른데 개의 경우 주로
200~250유로 사이, 고양이는 100~200유로에 이를 정도로 적지 않은 금액을 받고 입양시킨다. 하지만 새로 강아지를 구입할 때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서는 아주 싼 편이다. 웬만한 강아지를 입양하는데 지불하는 금액은 주로 500~1,000 유로 정도 되기 때문이다.
독일에선 동물 보호소 이외에도 반려동물과 관계된 특별한 상품과 시설을 찾아 볼 수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의료보험 상품이 있고, 사망한 반려동물을 위한 공동묘지도 있다. 의료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비싸 가입자는 적은 편이나, 이런 제도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다르다 할 수 있다. 만약 대한민국에 이런 보험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아직 보신탕이 존재하고, 이에 따라 동물학대가 만연하고, 동물에 대한 의식 수준이 선진국만큼 따라가지 못한다면 의료보험제도 같은 것은 아직 거론하기 이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진적으로 반려동물 관련된 정책이 강화되고, 정비된다면 개체수 관리가 용이해 지는 것은 물론 사회적 비용이 줄어 들게 되고, 한 층 더 밝은 환경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등록을 의무화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그리고 사설 동물보호소시설이 자력으로 운영될 수 있고, 정부 유관기관의 관심과 지원이 확대 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도 결코 어둡지 않다. 선진국의 요건에는 우리가 꼭 필요해서 갖고 가야 할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에 존재하는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함께 가져 가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진일보한 정책이 이 중 하나 아닐까? <계속>

<금번에 방문한 프랑크푸르트 동물보호협회 메인 건물 전경>

<작은 동물들이 보호 중인 보조 건물, 앞뒤, 양옆에도 보호시설이 있다>

<고양이 보호시설 탁자 위에서 자원봉사 할아버지의 빛 질을 마친 고양이,
아래에는 또 다른 고양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고양이들이 비교적 자유스럽게 넘나들 수 있도록 고안된 방이다.
바깥과도 연결 돼 있다>

<외부에 마련된 중대형견 보호 시설,
매우 넓은 공간에 조성돼 있었다>

<각 방에는 한 마리씩 수용돼 있었다.
적당한 공간에 더해 안쪽에는 실내 방도 마련되어 있다>

<주인의 포기로 보호소 시설에서 인터뷰 대기 중인 중형견>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위치한 반려동물
묘지 전경. 견해의 차이는 있겠지만
부러운 광경임에 틀림 없다>
첫댓글 반려 동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도 조금씩 더 고민해 봐야 겠습니다.
정말 선진국임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