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숭실대학교 문예창작과 20학번이 된 강연주입니다. 작년 이 즈음에는 선배님들의 합격 후기를 보면서 내가 과연 대학교에 갈 수 있을지, 현역으로 입학할 수 있을지에 대해 두려움에 떨었는데, 드디어 제가 이 자리에 앉아서 합격 후기를 쓰고 있네요.
할 수 있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제가 붙었으니 이 후기를 보고 계시는 분들도 자신감을 가지시고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2018년 11월, 고등학교 2학년의 막바지에 처음으로 고도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사실 조금 늦은 편이었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다녔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늘 글을 써왔지만 제가 써왔던 글과 학원에 들어와서 쓰게 되는 글은 사뭇 달랐어요.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저는 글을 놓지 않고 계속 썼습니다. 이게 이 합격 후기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점이고, 강조하고 싶은 점이에요.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결국 결실이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고도를 다니는 15개월 동안 산문 300여편, 단편 소설 8편, 인장스 100편, 독서일지 40편을 썼습니다. 딱 한 번 시험 기간 때 빼고는 지각도, 결석도 하지 않았어요. 과제도 미제출한 적 없었고, 꼭 초고를 써갔습니다. 과제는 최대 20쪽까지 한 적 있는 것 같아요. 글의 갈피를 잡을 수 없던 초반에는 필사도 많이 했습니다. 4일만에 검은색 잉크펜 한 자루를 쓸 때도 있었어요. 주로 단편 소설을 필사했습니다. 필사가 문장력을 늘리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3학년이 돼서는 매일이 스트레스였습니다. 3월 후반부터는 백일장을 하나 둘 나가야 됐으니까요. 내신은 내신대로 챙겨야 되고, 전국 곳곳으로 백일장을 다니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그때 옆에 학원 친구들이 없었다면 정말 버티기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먼 곳도 친구들과 함께 가고, 웃고 떠들다 보면 힘든 걸 조금 잊을 수 있었습니다. 수상 여부에 상관없이 백일장을 많이 돌아다닌 경험이 실기 때도 발휘된 것 같아요. 실제로도 가장 백일장스럽게 실기 주제가 나온 숭실대학교에 합격하게 되었으니까요.
저는 산문 150편을 넘을 때까지도 동그라미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게 참 힘들었어요. 친구들을 보면 nn편에서도 동그라미를 받는데, 저만 계속 제자리에 멈춰 서 있는 것 같아서 멘탈이 흔들렸어요. 그래도 저는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쓰기만 했습니다. 언젠가는 되겠지,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다보니 176편째에 동그라미를 받았어요. 그때는 참 기뻤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동그라미와 세모에 그렇게 연연해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원장 선생님이 늘 말씀하셨는데, 세상에 퇴고하지 못하는 글은 없다고 하셨거든요. 퇴고를 게을리하지 않으시길 바라요.
저는 상이 많은 편은 아니었어요. 가장 큰 상이 연세대학교 윤동주 백일장 2등상이고, 나머지는 전부 3등, 4등상이었어요. 자랑하기도 부끄러우니 이만하겠습니다. 상은 총 여덟 갠가, 일곱 갠가 그래요. 그래서 수시에서 전부 떨어진 걸지도 모르죠. 수시는 대부분이 특기자 전형이거든요.
3학년 1학기까지의 내신 총괄은 4등급 후반대였습니다. 그렇게 좋지는 않았어요. 수시 7광탈을 하고, 덤덤하게 정시의 길로 들어갔습니다. 덤덤한 척하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불안했어요. 글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졌고, 수시 실기에서 모두 떨어졌기 때문에 정시 때도 그럴 것만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막 수시 발표가 수능 10일 전인가 그랬어요. 설마, 하면서 정시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다가 마지막으로 수시 발표가 난 대학에 불합격한 사실을 알고 벼락치기를 시작했어요. 원래도 모의고사 성적이 막 나쁘지는 않았어요. 국어는 2-3등급, 영어는 3-4등급이었거든요. 수능은 실전과 다르다는 소리를 들어서 엄청 긴장했던 기억이 나는데, 수시를 다 떨어진 데에 대한 보상인지 수능은 꽤 잘 봤습니다. 평소보다요. 국어 3등급 극초반, 영어 3등급, 한국사 1등급, 사탐은 5등급이었어요.
그 전까지 저와 함께하던 친구들이 한두 명씩 대학을 붙어서 떠나기 시작하고, 자괴감이 밀려와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정시 실기 준비를 했습니다. 두려웠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글을 썼어요. 수시 때보다는 의욕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게으르지도 않았어요.
사실 숭실대학교에 붙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가군, 나군 실기를 더 잘 봤다고 생각했거든요. 숭실대학교 실기 때는 도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거의 삼십 분만에 글을 쓰고 나머지는 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숭실대학교 실기는 완전히 망쳐서 하나도 기대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낮에 가군, 나군(예비) 불합격을 받고 완전히 실의에 빠져 있었어요. 꽤 잘 쓴 것 같다고 생각한 가, 나군을 다 떨어졌으니 당연히 숭실대도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재수의 길로 걸어가나... 했는데... 마지막 4년제 학교인 이곳에 붙었네요.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어안이 벙벙합니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지난 기간 항상 무서웠지만 늘 저를 밀어주시고 글에 대해 가르쳐주신 원장 선생님 감사드려요.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많이 배워갈 수 있었어요. 제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릴 때 조언해주셨던 것들, 전부 잊지 않고 앞으로도 늘 마음속에 새기고 살겠습니다. 글에 대해 얘기할 때는 따끔하셨지만 늘 언니같이 저를 보듬어주신 남쌤께도 많이 감사드려요. 선생님 덕분에 정시를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장쌤, 늘 밝은 미소로 맞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가끔 해주시는 조언과 위로가 큰 도움이 됐어요. 명지쌤, 수업을 듣지는 않았지만 면접 중비할 때 정말 감사했어요. 그리고 지금 안 계시지만 혜림쌤, 혜인쌤께도 감사드려요. 덕분에 이 학원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학원 친구들에게도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수시 전까지 저와 볼트와 너트처럼 붙어 다니던 다정한 미희, 늘 제 정신적 지주였던 다원이, 힘들 때마다 저를 지탱해준 가빈이, 누구보다 속이 깊은 예림이, 추합 전까지 맘고생 심하게 하던 우리 민지, 정시 때 저와 함께해준 서현이, 비슷한 시기에 들어와 함께 노력하던 정윤이, 학원 끝난 후에 농담 따먹기를 하거나 진지한 얘기를 주고받던 은솔이, 밝은 얘기만 해주곤 하던 혜주, 학원 생활을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준 은서, 늘 좋은 말만 해주고 저를 위로해준 예리, 항상 저를 걱정해주던 효진이, 실기 전에 응원을 아끼지 않던 영은이 고맙습니다.
많이 성장하고, 배워갈 수 있었던 입시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이제 또 새로운 시작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선배님들께 많은 도움을 받은 것처럼,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연락해주세요. 다들 건승하시길 빕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나 왜 눈물이 나지?😭😭 연주야 내가 동덕여대 붙은 날 네가 전화로 울먹이면서 축하해주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정말 너무너무 고마웠어ㅠㅠ 그리고 지금 이렇게 너를 축하할 수 있게 돼서 그것의 배로 기뻐😭😭❤️❤️❤️ 연주는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 좋아하는 것에 가장 열심이었기 때문에 네가 원하는 것을 꼭 이루길 바랐었는데 이렇게! 멋지게 합격을 하다니!😭💕💕💕 정말정말 기쁘다 연듕양 난 네가 정말정말 좋앙❤️ 정특때 내가 일찍 학원에 가면 종종 너랑 쇼파에 앉아서 얘기하곤 했었는데~ 그때 알게모르게 너에게서 진짜 많은 힘을 얻었어! 앞으로도 우린 칭긔칭긔지~❤️ 고맙구 쨔랑해요💕💕
나도 너랑 있을 때마다 너무 좋았어... 물론 네가 먼저 떠나기는 했지만 네가 원하는 대학으로 간다는 게 부럽기도 하고 멋지기도 했어 그때도 지금도 진심이지만 지금은 한 층 더 후련한 마음으로 기뻐할 수 있어서 좋다 우리 이제 서울의 한중간에서 술 먹는 거야 그동안 고생 많았어 고맙고 사랑해
연주야!!!!! 숭실대 합격 너무너무 축하해 😭😭 너랑 김승일 시인 낭독회를 마지막으로,, 이것저것 얘기했었는데 ㅠㅡㅠ 너랑은 진지한 얘기, 문학얘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너가 얼마나 노력했고 고생했는지 알고 이제는 제발 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글구 !! 개강하기 전에 한번 보자구🥰🥰 김승일 시인 낭독회때 못마셧던 설움... 앞으로 맨날 놀자구•••❗️❗️❣️❣️
예림아아 강하기 전에 우리 개 강해져서(ㅎㅎ) 빨리 술 먹자 나 지금 너무 후련하고 행복한데 그게 다 너희가 있어서인 거... 알아? 너 합격 후기를 학원에서 읽었는데 이제 나도 집에서 이걸 쓰고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 너 버스 같이 기다리면서 문학 얘기 사랑 얘기 하는 게 좋았어 조만간 만나쟈 사랑해!
옆에서 보면서 쟤는 진짜 왜이리 성실하지? 생각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연주야 숭실대 간 거 정말 너무 축하해ㅠㅠ 너도 힘들었을텐데 내가 합격하자마자 축하해주고 너무 고마웠어ㅠ 수시 때도 정시 때도 항상 같은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꾸준히 색다른 글을 쓰는 너를 보면서 옆에서 나도 많은 영향을 받은 거 같아! 나 아직도 너가 적어준 시랑 창작 주의사항 책상에 붙여놨다??ㅎㅎ 연주야 진짜 입시하면서 고마웠고 앞으로도 우리 계속 만나서 놀자!!ㅎㅎ 연쥬야 너무너무 축하해😘😘😘👍🏻👍🏻👍🏻👍🏻👍🏻😘😘👍🏻💞💕💞💕❤️❤️❤️💞💕
진짜 너희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었어 우리 둘 다 비슷한 시기에 들어와서 대학을 가네... 서울 4년제를... 너무 신기해 내가 될 줄 몰랐어 나도 항상 네 모습에 자극도 많이 받고 힘도 많이 얻었어 우리 자주 만나서 술 먹는 거야ㅎㅎ 나 진짜 많이 먹일 거야,,, 각오하고 만나,,, 진짜 고마웠어 너무너무 축하하고 얼른 만나자
이제 와서 말하지만 알뜰살뜰 나 챙기느라 고생했어 누구보다 가까이서 네가 무너지기 직전까지 가는 거 보면서, 내가 뭘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정말 답답했었어 교대에서 강남 가던 길, 같이 돌던 교대운동장, 그리고 밤새워서 면접 준비 하던 것까지, 전부 잊지 못 할 열아홉의 분위기였던 것 같아 이제 생각해 보니까 너 약간 내 짝사랑녀 같음 ㅋ 으휴 언니가 좀 푸근하고 듬직하긴 하지 ㅋ 고생했어 넌 숭실대학교 갈 자격 충분해 행복해라
너가 나 챙기느라 고생했지 내가 너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 학원 다니면서 가장 잘 한 일은 너랑 친구가 된 것 같다 너는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냥 네가 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위로였어 네가 내 버팀목이었잖아 열아홉을 떠올리면 네가 가장 먼저 피어오를 거야~ 너랑 함께한 모든 순간이 참 인상적이야 이제 학교도 멀어서 지금처럼 자주 보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가끔 만나 너도 고생했고 미안하고 고마웠어 사랑해 행복하자 같이
고생했어 ㅜㅜ 300편을 넘었다니..... 저번에도 말했지만 내가 학원 다니는 동안 내 편수 무섭게 쫓아오는 사람도 언니뿐이었구 내 편수 넘어선 사람도 언니뿐이었어서 나한테 진짜 자극 많이 됐어 언니 얼굴도 모르는데 매일 언니 과제 들여다 보고 괜히 아 나도 더 써야지, 이렇게 생각했었는데ㅋㅋㅋㅋㅋ(지금 와서 과제 본 거 말하니까 좀 쪽팔리네) 언니는 진짜 내가 본 사람 중에 제일 성실했던 것 같아 정말 축하하구!!!!!저번에 김승일 낭독회 때 넘 잼썼지 증말...그런 낭독회 어디에도 없을 듯...나중에 기회 되면 또 가자 김승일 시인 보러ㅋㅎㅋ 성실 대마왕 강연주 씨 앞으로도 화이팅!!!!!❤️
아 그리구 술 좀 줄입시다 연주찌 하지만 난 알구 있어..내가 이렇게 말해도 언니는 대학 친구들과 더 즐겁게 술을 마실 거라는 걸.......ㅎㅎ
@18이영은 아 과제 조회수가 왜 이렇게 높나 했더만... 너였구나 그때는 창작편수가 전부라고 생각했어 뭐 지금도 그 생각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긴 하다 성실 빼면 나는 시체였던 것 같다 내가 입시할 때 나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들어서 많이 못 챙겨준 것 같다 그래도 이제 언니 시간 많으니까 필요할 때마다 연락하고 뜯어 먹어 얼른 성인 돼서 언니랑 술 먹자^__^ 술 줄이는 건... 생각해볼게 영은이도 좋은 결과 있을 거야 넌 정말!! 성실하고 언니는 네 글을 정말 사랑했어 일 년만 힘내자 사랑해 고마웠어
울 연주 수고했어 ㅠㅠㅠㅠ 우리 마지막날에 소파에 같이 앉아 있을 때 기분 엄청 이상했는데 ㅠㅠㅠ 항상 성실한 모습 보여줘서 옆에서 진짜 보고 배운 게 많았어 증말 흑흑 맨날 너 숙제 몇번까지 썼는지 몰래 염탐하고는 애들이랑 맨날 너 존경한더고 이야기했는데 울 연주랑 같이 있어서 정시 때 많이 위로 받았어 특히 우리 같이 학원 끝나고 집 갈 때 그때 사실 별 이야기 안했지만 그냥 옆에서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더라고 고맙당!!! 아무튼 사랑 없이 못사는 강연주씨 항상 사랑합니당❤❤❤❤
내가 정시까지 갈 줄 몰랐었는데... 막상 다시 고도로 돌아가니까 너무 막막했는데 네가 있어서 그나마 위로가 됐던 것 같아 가끔 탈출해서 너랑 몰래 얘기하는 것도, 원장쌤한테 시끄럽다고 혼나던 것도 다 추억이 된 것 같아 나도 너 덕분에 정신 차리고 글 쓸 수 있었던 것 같아 우리 다음 주에 술 졸라 먹자 나는 앞으로 사랑하면서 살게 그 사람들을 사랑한 것처럼 너도 사랑해 행복하자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