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8(토) 대학 사학과 동문회 가을답사로 군산 지방을 다녀왔다. 날씨가 잔득 찌프려서 우울한 느낌도 들었지만 오히려 해가 나질 않아 돌아다니기는 더 좋았다. ^^
강남역 앞에서 출발한 버스는 가을 단풍 관광객들이 도로를 꽉 차지하고 있어서 매우 느린 속도로 나아갔다. 정안 휴게소에 도착하니 웬 버스들이 그리도 많은지...듣자니 이날이 내장산 단풍이 절정에 달하는 때라고 한다. 남자 화장실을 두 줄로 늘어서서 입장하기도 처음이다. 여성들은 화장실 바깥으로 100여 미터나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어휴~!
군산 지역은 멀리 삼국시대에는 나당연합군과 백제일본 연합군이 사활을 걸고 싸웠던 백촌강 전투(혹은 기벌포 전투 : 663년)가 벌어졌던 금강 하구에 놓여 있다.
고려말기에는 왜구들이 극성스럽게 쳐들어와 약탈을 일삼던 곳으로 500척의 왜구가 쳐드러오자 조정에서는 최무선 장군을 보내어 화포와 화공술을 써서 다 태워 죽인 진포대첩의 격전지이기도 하다. 또한 일제 때에는 전라북도의 쌀을 수탈해가던 기지로서(군산항 개항 1899년) 일본인들은 값싸게 쌀을 사가고(일제의 1/3 가격), 농지마저 헐값에 사들여(일제의 1/4 가격) 일본인 농장도 많았던 곳이다. 우리는 진포해양공원으로 나가 부잔교부터 답사를 시작했다. 마침 이날은 "진포대첩 재현행사"의 날이어서 왜구 복장을 한 사람들, 사무라이, 고려인과 고려 군사 모습의 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아침이라서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 부잔교 너머 왜구와 고려군사들이 격전을 치를 장소엔 왜구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부잔교(뜬다리) 위에서 마주친 왜구들과 함께 ㅋ~
고려 군사의 위용(?) 재현은 재현일뿐, 당시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할 것이다. 옷차림이나 얼굴이 너무 스마트하다.(^^) 고맙게도 우리를 위해 포즈를 취해 주었다. 진포해양공원에 놓여진 6.25 때의 전차, 비행기, 군함들... 현지에서 미리 모신 최정옥 문화해설사님은 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교육에도 좋다고 강조하신다. 부잔교(뜬다리). 일제는 쌀을 수탈하기 위해 밀물과 썰물의 차가 큰 이곳에 뜬다리를 설치했다. 1차로는 강변에 석축을 쌓아 접안시설을 만들고, 2차로는 군산역까지 만들어진 철도를 내항까지 연결했으며, 3차에 대형 부잔교 1기를 증설하여 3천톤급 기선 4척을 동시에 접안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군산은 1899년 개항했다. 일본인들은 토지수탈과 간척사업을 통하여 자신들의 거대한 농장을 속속 건설하였다. 그들은 조선인 소작농을 부렸으며 소작료로 받은 쌀을 군산항에서 오사카로 날랐다. 군산항은 일제강점기 국내 3대 항구로 곡물수탈의 상징이었다. 6.25 때 사용했던 해군상륙함(위봉함)은 현재 역사 전시관이 되어 있다.
위봉함 내부 1층의 모습. 진포대첩과 한국전쟁에 관한 역사 모형 전시품이 많고, 맨 뒤쪽에는 디지털 상영관이 있어서 진포대첩을 보여주고 있었다. 썰물로 빠져나간 뻘 위로 어선들이 묵묵히 앉아있다.
금강 건너편은 충남 장항이다.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현 군산근대건축관 옆에서 최정옥 해설사의 말씀을 들었다. 군산근대건축관 2층 내부 2층 내부에 전시된 구건물의 모형 아래층 바닥의 거대한 대형 화면에서 군산의 역사를 보여준다. 최정옥 문화해설사님은 복원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커다란 불만을 토로했다. 원래의 모습을 알 수 없게 변형시켜버린 탓이다. ㅉㅉㅉ
2층에서 내다본 바닷가. 증기기관차 모형 2층 입구에 설치된 일제 수탈의 조형물
1층 사진 전시실 바삐 둘러보고 나가느라 연도리 학교만 클로즈업 시켰다. ^^
고속도로가 막힌 탓에 1시간 늦게 도착한 우리는 오후 1시 넘어서 식당 '한일옥'으로 갔다. 소고기 무국으로 유명한 이곳에는 관광객들이 엄청나 우리는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왜냐면 예약이 안되기 때문이다. 한일옥 2층은 민속박물관이다. 캬~ 오늘 답사의 지도부 권태운 선생과 최정옥 해설사가 담소를 나누며 기다리고 있다. 소고기 무국. 참으로 담백하고 고소하고 시원한 맛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캬~ 한 번 맛보면 꼭 다시 찾는다는 명품 식사다~~ !!! ^^ 과연 30분을 기다릴만도 했다. 한석규, 심은경이 주연한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초원사진관에 관광객들이 밀려든다. 한일옥 바로 앞에 있다. 초원사진관 안에도 관광객이 많아서 들어가보니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사진들이 걸려 있다. 히로쓰 가옥 앞에서...엄청난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일제 강점기 군산 재계의실력자 히로쓰 요시사부로의 집. 두 채의 건물을 복도로 연결시켜 놓았음. 다다미방 12개. 일본식 정원이 남아 있다. 해방 후 호남제분(한국제분) 이용구 회장이 사들여 사택으로 이용. 영화 '장군의 아들' 촬영지
해설사님 말씀으로는 히로쓰는 이 집에서 살기를 바랬고 조선인들도 동의하였으나, 결국은 쫓겨났다고 한다. 비교적 조선인과의 관계가 좋은 편이었나 보다. ^^ 두 채의 건물을 복도로 연결시켜 놓았음. 다다미방 12개. 일본식 정원이 남아 있다. 해설사님은 이곳의 일본식 목조주택이 일본식이라기 보다는 당대 유럽풍의 모방이라고 한다. 국제적인 조류를 따라가면서 일본식 주택이 변화하고 있었나? 두 채의 건물을 복도로 연결시켜 놓았음. 다다미방 12개. 일본식 정원이 남아 있다. 일본 조동종 사찰 동국사 대웅전. 일본식 주택 답게 지붕이 높고 가파르다. 1913년 일본인 승려 우치다가 모든 건축자재를 일본에서 들여와 금강사라는 이름으로 건립. 대웅전은 정면 5칸, 측면 5칸의 단층 팔작 지붕이다. 용마루가 일직선이고 창문이 많다. 원래 있던 불상은 일인들이 가져갔고 지금은 금산사에서 모셔온 소조석가여래상이 안치되어 있다. 현재는 조계종 사찰이 되었다. 금강 하구둑 바로 앞에 위치한 채만식문학관. 최정옥 해설사님은 여기에 소속되어 있다고 한다. 백릉 채만식은 1902~1950 생애 소설, 희곡, 평론, 수필 등 200여편의 많은 작품을 저술했다. 대표작은 장편소설 <탁류>이다. 가운데 첨탑이 달린 이층집은 지금은 사라진 일제 때의 환락과 도박의 장소 <미두장>이다. 일본인들이 한인 지주를 술과 여자, 도박으로 취하게 만들어 많은 땅을 빼았던 곳이다. 소설 <탁류>의 주 무대... 해설사님은 이 앞에서 <탁류>의 소설이 실제적인 내용을 담은 소설임을 힘주어 말하고 일제시대를 이해하는데 꼭 읽어봐야할 책이라고 추천했다.
미두장은 주식을 사고파는 증권시장처럼 쌀을 현물이 아닌 쌀표로 거래하던 곳으로 군산항 언저리 영화동에 있었다고 한다. 철새도래지로도 유명한 금강하구둑은 11월 중순이면 철새 탐방 축제를 이곳에서 개최한다고... 채만식문학관 에서 내다본 풍경이다. 개정면 발산리 발산초등학교 교정에는 보물급 역사 유적이 자리하고 있다. 일제 때 시마다니 농장이 있던 이곳에 일본에서 주조업으로 돈을 번 시마다니는 조선으로 와서 486정보의 거대한 농장을 세웠다. 자신의 저택용 장식으로 많은 역사 유물들을 수집 약탈하였다. 사진은 보물 제234호로 용무늬 간주석이 특징인 석등이다.
초등학교 뒷편 교정에 널려진 유물들... 오른쪽에 보물 제276호 고려시대 5층 석탑이 4층만 남아 있다. 일제 강점기 대농장을 경영하던 구마모토 리헤이가 지은 별장주택. 봄철과 추수철에 이용했음. 서구식과 일식 한식이 결합된 독특한 양식이다. 세브란스를 나온 이영춘이 구마모도 농장의 2만 소작농을 돌보기 위하여 자혜의원 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살게된 집이라서 이영춘 가옥이라 부른다. 영화 '빙점', '모래시계', '야인시대' 등의 촬영지로 알려졌다. 군산 세관 건물은 오후 5시가 지나면 문을 닫는다. 안에 들어가보지 못하고 바깥 외관만을 찍었다. 이날의 답사를 기획하고 자료를 준비하고 안내하였던 후배 권태운 선생과 함께...가을날 단풍 구경도 마다하고 군산기행을 다녀올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두 번 째 군산 땅을 밟으니 좀더 친해진 느낌이다. 기행을 마련하고 준비해주신 동문회장 강병식 교수, 총무 추창호 선배, 총괄 권태운 선생께 깊이 감사드린다...^^ |
출처: nature&love 원문보기 글쓴이: 나무사랑
첫댓글 좋은 곳에 다녀오셨군요.
지난 가을방학 때 우리 초록동아리 아이들과 학부모들과 함께 마지막날 군산에서 자유기행을 하였는데, 동국사, 일본식 가옥, 근대박물관 등을 둘러보고 이생당 빵집도 다녀왔답니다.
아하, 그렇군요 ~ ^^ 이성당 빵집은 문밖으로 늘어선 고객이 7~80미터나 되어서 포기했습니다. ..쩝!!
마침 진포대첩 재현축제일과 겹쳐서 관광객들이 엄청났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