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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도 안 탔는데 도다리가 내 보고 일기 쓰란다. 그런 기 어데 있노?
북적 갱호가 차안에서 내 폰으로 봉장군에게 장난을 치더라.
오늘 유일하게 잔차 탄 봉장군 니한테 멍게 한 박스 줄테니 일기 쓰라고...
봉장군 답장, 멍게는 잘 묵겠는데 일기는 못 쓰겠단다.
북적이 우리 남쪽 군기를 알아볼 요량으로 상장군 명을 빙자했는데 적군들에게 우리 약점을 드러낸 셈이다. 이를 거울삼아 차제에 남쪽 군율을 좀 손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날 풀리몬 함 보자...
금욜...
내일 아침에 친구들과 통영... 바람쐬러 가자는 도달의 전화를 받고 좀 망설였다.
Y랑 같이 좀 놀아줘야 되는데, 내혼자 새벽같이 나가 한밤에 들어오면 너무 심심해 할거라 고민하다가... 슬쩍 Y에게 도다리쑥국에 통영 얘길 꺼냈다. 내 마음대로 하라면서도 뭔가 좀 이상한 모양이다.
“뭔 남자들끼리 바람을 쐬러 가요? 맨날천날 자전거 타면서 바람쐬고, 산에서 바람, 그리 자주 만나면서... 뭔 바람을? 혹시 어디 여자들하고 미팅을 하는 가? 모철씨 고향에 가면... 멋진 오빠 왔다고... 아줌씨들이 줄줄이 나오는 거 아네요?”
“이 사람이 뭔 그런 말을? 우리 나이에 단체로 무슨... 여자를 만나러 가나? 집에 있는 여자도 감당하기 힘들낀데...”
“아니 그렇잖아요. 당신
맨날 잔차 탄다고 한잔, 산에 간다고 한잔, 카톡 보다가 나가서 한 잔... 한달에 스무번도 더 만나는 것 같은데... 내 말은... 친구들 만나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리 자주 만나는데 여자들처럼 수다떨지도 않을거면서... 또 바람쐬러 통영까지 간다니, 아무래도 좀 수상한데? 당신... 옆으로 새는 것은 아니죠?
“그참, 말도 안되는 소릴... 근 그렇고... 광양에 홍쌍리여사 매실밭에 가는 자리 있는가 알아보소. 그 갱옥언니가 요즘 심신이 많이 피곤하다했잖소? 바람 좀 쐬고 오면 좋을텐데..”
금요일 오후에 간만에 둘이 태평역 보리밥집까지 라이딩, 소주 한잔하면서 나눈 얘기다. 마침 관광버스에 자리가 있다하여 두 자리를 예약을 하곤 도달에게 전화했다. 본래는 정자역에서 해균이랑 같이 픽업 당할라 했던 것을, 고속도로 죽전 갓길 간이 휴게소에서 Y랑 같이 나가는 게 좋을 듯하여 거기서 타겠다 했더니 ok! 싸인.
토욜 아침, 부부가 각각 가는 목적지는 다르지만 나가는 장소가 같은 셈. 둘이 사이좋게 나가서 갱옥 언니도 만나고... 곧 도다리 차도 만났다.
근데 해균이가 없고 학희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우릴 보고 깜짝 놀라 눈이 왕방울보다 더 커지면서, “아~18! 정원초관데?”
크크... 못 들었던 것 같제? 아마 나랑 Y가 같이 통영가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늦게 합류해 자리 비좁게 한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착한 학희가 놀랐을만 하다. 하여간 Y는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저기 버스 기다리는 자리로 돌아가고, 우리는 해균이를 기다렸다.
갱호가 차안에서... 암스트롱이 사실은 달에 간 게 아니고 시에라네바다사막에서 가짜 동영상을 찍었다고 유언을 남겼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도다리가 순간적으로 정자동 해균이를 깜빡 이자뿐 모양, 해서 해균이는 생전 처음 오는 죽전 갓길까지 택시를 타고 오고...
그 와중에 웬 이쁘장하게 생긴 아줌마가 우릴 보고... 자기는 산소 가는 길인데... 여기서 누가 자기를 태워가기로 해놓고... (거기도 도다리 같은 놈이 있었던 모양이다) 여길 지나쳐 가버렸다고, 기흥휴게소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서 택시도 안 잡히고... 거기까지만 좀 태워줄 수 없느냐고 사정을 얘기한다. 차가 만원이라 안 된다하니, 낙심한 표정으로 저쪽으로 가서 승합차를 잡고 사정을 한다. 거기도 안 되는 모양, 저 앞으로 가서 사정사정하는 모습이 참 애처롭다.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산소 간다는데... 그러고 보니 보통 울긋불긋한 놀러가는 옷차림이 아니고 베이지색 바바리를 걸친 단정한 옷차림이다. 산소, 산소... 마음이 짜안해진다.
“가만, 도다라! 기흥휴게소까지 얼마 안 걸리는데 좀 비좁더라도 낑가 태아주몬 안 될까?”
“에이, 정원초과... 모르는 사람인데, 자기가 어찌어찌 해결할낀데?”
“그래도 좀 안됐다 아이가? 가만... 비좁더라도 갈랑가? 물어나보자”
아줌마는 비좁게 끼어가는 거야 자기는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고맙지만... 우리가 불편하지 않을까 미안해한다. 날은 춥고 아직 해균이는 안 오고, 밖에 있는 아줌마가 추워보여서 해균이 자리로 비워뒀던 조수석에 앉아있으라 했다.
아줌마가 조수석에 앉고... 그제서야 내 머리를 스치는...불길한 느낌.
‘어? 가만... 저 앞에 Y가 아직 버스 기다리고 있을건데... 이 모습을 보면... 무슨 생각을? 안 그래도 남자들끼리 가는 걸 좀 이상하게 생각했던 마누란데... 여기서 바바리를 걸친 정장차림의... 그것도 자기보다 젊어 보이는 묘령의 여자를 태워? 아니 이거 마누라 눈에 띄면 뭐라 변명하기도 전에... 바로 오해가 영화 한편 만들어지면서... 어제 혹시나? 하고 의심하던... 그 우려가 현실로... 아이고... 이거 해결하려면 우째 해야.... 아.... 큰일인데...’
해균이가 오자 여자는 내려서 뒷좌석 내 옆에 끼어 앉았다. 저기 사람들 비좁은 틈으로 와이프가 버스 기다린다고 목을 빼어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잔머리가 획 돌아간다.
“잠깐, 잠깐, 아줌마... 죄송하지만 잠시 내리이소. 자리 좀 바꿀라고요. 학희야 니하고 내하고 자리 좀 바꾸자.”
Y 눈에 띄더라도... 내 옆에 여자가 앉아있는 것보다는 학희옆에 여자가 앉아있는 게 그나마 변명의 여지가 조금이나마 더 있을 것 같아, 나랑 학희 자리를 바꾼 것이다.(학희는 학희대로 순간적으로 땡잡았다고 환희에 몸을 떨었을 게다, 아마도.. 확실히...)
왜 그러는지 모르는 여자가 얼떨떨한 상태로 내렸다가 다시 타고... 차가 출발할 때, 나는 몸을 최대한 낮췄는데 순간적으로... Y가 우리 차를 보는 것을... 내 분명히 보았다. 도다리도 내 Y를 보았고, 근데...Y 표정이 좀 의아해하는 눈치다.
“아이고 큰일났다. 이걸 어찌 해결해야 하노?”
그제야 사태를 좀 알아차린 친구들 걱정이 태산이다. 빨리 전화해서 사실을 사실대로 얘기해주라 성화고, 옆에 앉은 여자도 미안한 모양인데 그렇다고 내가 전화를 걸어 이 여자를 바꿔주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이젠... 정원 초과한 에쿠우스 차안에, Y까지 옆에 타서 나를 째려보는 듯한 착각에 시달린다.
기흥휴게소에 내려주니 여자분은 정말 고마웠다고, 자기 신랑도 경상도 사람이라 우리들 대화를 좀 알아들었는데, 이 차에 있는 친구분들 모두 참 좋으신 사람 같다며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한다고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복은 나중에 받을지 몰라도... 당장 Y한테 뭐라 설명을 해야 의혹이 풀릴지...’
휴게소에서 슬쩍 전화를 해보았더니, 우리 차 가는 것 봤다며 자기도 좀 있다가 버스가 와서 지금 잘 가고 있단다.
친구들이 궁금해 하길레, 별 내색이 없었다고 얘길하니, 갱호가 겁을 준다.
“야... 버스 안에서 일행도 있는데, 그래 사람들 있는데서 니한테 따지겠나? 오늘 니는 집에 가면 죽었다.”
그게 아닐 거라고 위로해주는 놈 하나 없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거든다. 적군인지 아군인지, 친구인지 동무인지....
도다리쑥국 먹을 때까지 골이 아푸더니만, 맬치회에 술 몇 잔 들이키니 좀 낫더라. 똥꽈자도 해보고, 동피랑 동네도 보고, 갈매기도 보고, 푸른 바다도 보고, 당구도 치고, 학희 바가지도 씌우고, 멍게도 먹고 굴구이도 먹고 재밌었다.
정자동에 닿았는데도 아직 Y는... ‘자기는 도착했는지? 내가 언제 올지 그게 안 궁금한듯... 아무 소식이 없다.’
괜히 아까 굴구이 먹을 때 운전하기 싫어 학희한테 당구 한 알 올려주기로 약속하고 그 대신 학희는 술을 안마셨는데... 정자동에서 봉장군을 만나니까 꼭 당구 한 판 해야 한단다.
학희랑 내가 5알, 6알이라 하니까.... 최고수 봉장군, 아주 간단명료하게 나를 보며 한 마디, “필패!”
‘아이고, 오늘... 집에 가면 내가 마누라한테 필패인데... 학희야 안되겠다. 여기서나마 니가 내한테 필패! 되야겠다. 우야겠노?’
갱호가 봐서 알겠지만 첫판은 무조건 지는 판이었는데 끝에 쫑이 나더니 빨간 공이 굴러와 맞아주는 바람에 학희 일패!
두 판째는 계속 리드하고 마지막 서로 돛대, 쌍대... 그러다 한방은... 해공과 도다리도 눈이 튀어나오며 감탄한, 54번 당구채널에서 어깨너머 본 세계1위 쿠드롱의 샷!으로... 학희 이패!
집에 가자.
집에 오니... 불이 꺼져있더라...
방문을 열었더니 머리끝까지 이불 덮고... 자는지... 말이 없더라.
살며시 문 닫고 나와, 멍게 까서 소주 한 잔하고... 마루에서 강아지 옆에 잤다.
우리 모두 통영가서 잘 먹고 잘 보고 당구치고 왔다.
잔차는 봉장군만 탔다.
잔차 탄 봉장군은 갱호가 준 멍게 안주로 곁님과 와인 한잔 하는데...
일기는 와 내가 쓰노?
도다리 같은 운짱이 고속도로 지나가버려
애처롭게 이 차 저 차 자리를 애걸하던 애처로운 여자 태워주자 한 게 내 죄가?
2014년 누적주행
상구기 2,396km-227B2K
도다리 2,072km-311B2K
해공 1,379km-302B1K
선사 845(65)km
무공 316km
돌불131km
여행105km
하키160km
선달60 km
마루57km
명예회원 해옥씨 42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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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식당에서 찍은 사진이 내 폰에 저장이 안되네? Y 氣가... 방해한 모양.
사진 넣을라카몬 도다리대장이 화난미소 id로 하소...
카톡에 따운 받은 사진은 작게 나와... 그 참... 하이튼 도달... 잘 묵었소.
하키야... 너무 열 받지마....
역시 상장군이다. 다른 어떤 잔차일기 보다 잼있긴 한데, 집사람이 이 소설같은 잔차일기를 100% 믿어 줄랑가 몰러...다행히 사진에는 우리 다섯 밖에 안 나온걸 잘 골라 올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