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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감악산 2014/08/23 백운, 벽암, 벽초 원주시 신림면 장촌동 만남의 광장-장촌교-능선 등산로-691삼각점-재사동갈림길-1봉-마당바위 갈림길-2봉-3봉(원주 감악산 정상석)-삼거리-일출봉-나무가지다리-월출봉-나무가지다리-일출봉-백련사-감악고개-계곡 등산로-만남의 광장
경기도 파주의 감악산을 염두에 두다가 방향을 틀어 강원도로 향한다. 중앙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원주의 신림면 황둔리 만남의 광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만남의 광장에 차를 세우니 개인이 운영하는 주차공간인지 주차비를 징수한다. 관광지마다 천태만상의 입장료나 주차비는 참 묘한 인상을 심는다. 산에만 오르는 데도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입구가 있는가 하면, 입장료 대신 주차비를 받는 곳,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있어도 개방하고 관람료를 받지 않는 곳 등 국립공원입장료가 없어진 대신 각양각색의 이상한 풍속도가 생긴 게다. 장촌교를 건너 식당에서 대략의 산행로를 점검하고 식당을 지나 등산로로 들어선다.
초입의 산행로는 다소 경사가 있으나 숨을 가쁘게 할 정도는 아니고, 때마침 습도가 알맞아서인지 이름모르는 온갖 버섯이 양 옆의 산비탈에 빼곡하다. 버섯 종류는 수십이나 이름을 알 수 없어 사진으로만 담는다. 산행의 진행정도를 짐작할 수 있는 이정표와 봉우리 이름을 알리는 팻말이 귀해서 산객의 불편함이 크다. 1봉인지 몰라도 지나던 산객이 돌맹이에 낙서처럼 쓴 1봉이란 글씨가 보이지만 믿을 수가 없고, 봉우리 오를 때마다 짐작만 한다. 여름의 끝자락이니 짙은 녹음도 기운이 떨어지는 듯 위축된 느낌을 주고 짙은 안개는 멀리까지 시야를 열 기세가 없어 능선 주변의 풍경만 배경으로 차용한다.
'악'자가 딸린 산은 쉬운 산이 아니라던가. 자주 밧줄이 매어있는 경사로가 다가선다. 도상에는 1봉에서 삼봉 그리고 일출, 월출봉까지 다섯 봉우리가 오늘 목적지로 표시되어 있으나 어렵게 오른 곳에 서면 다시 작은 봉우리가 있어 산으로 깊이 들어가는 길에 흠뻑 빠진다. 봉우리의 기슭을 돌아 다음 봉우리로 가기 전에 지나친 봉우리에 되올라보기도 한다. 혹시 빠트리고 가는 풍경이 있을까 하여.
암릉이 이어져 수직벽과 같은 급경사를 밧줄에 의지하여 오르기를 반복한다. 오르면 바위 평상이나 멋진 소나무가 반기고, 작은 휴식으로 숨을 돌린다. 의리와 충절, 절개, 영원 등의 상징이 된 소나무들이 고사한 걸 자주 만나는 게 아쉽지만, 바위를 푸르름과 곧은 줄기로 장식하여 암릉의 소나무는 암릉에 선 우리를 선경에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한다.
바위를 오르면서 자신의 물리적 무게를 생각하기보다 무념무상의 상태가 더 매력이다. 밧줄을 잡은 두 팔에 자신을 맡기면 바위 위에 당그라니 올려져 자신의 푸른 삶을 일궈가는 노송처럼 바위와 혼연일체가 되어 생각이 없는 상태인 게다. 오른 후에 돌아보면 한발 한발의 소중함과 오름이 가져다준 풍경들 그리고 다시 오를 바위의 위용이 보이고, 자신에 대한 경외감도 함께 느낀다. 감악은 쉬운 오름길이 아니다. 산행하는 암릉 위에 솟은 작은 봉우리가 까다로운 바윗길이기에 잠시라도 긴장을 놓을 수 없지만, 반면에 긴장감을 가질 수도 없는 묘한 감정이 교차하게 한다. 길은 우회길이 있는 곳이 많으나 우리는 암릉 위를 고집한다. 우회하는 비탈은 우리네 발길로 자꾸만 토사가 망가지기에 암릉위를 가는 게 덜 미안하다는 생각을 더해서.
감악산은 원주시와 제천시의 경계에 닿아 있어서인지 정상이 둘이다. 원주시가 세운 정상석과 제천시가 세운 정상석은 위치도 각기 다른 봉우리를 지칭한다. 경남 거창의 비계산도 정상석을 두가지 가지고 있고 전국 곳곳의 경계선 위에서 정상에 대한 지역들의 갈등이 엿보인다. 우리는 원주시 감악산에 먼저 도착한다. 지도에 의하면 감악산 제1봉인지, 제3봉인지 알쏭달쏭하지만, 930 원주시 감악산 정상에 선다. 지방 자치제가 시행되고 각 지역마다 갈등상황들이 빈번하다는 걸 산릉을 두고도 자주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랴. 과연 좁은 땅덩이에 사는 사람들 간의 갈등의 원인 제공은 누가 하고 있는가. 참 안타깝다.
감악산을 내려와 다시 충북 제천의 감악산으로 향한다. 도중에 만난 하늘문은 문을 통하여 보는 또하나의 색다른 세상을 선사한다. 자연이 만든 바위의 조화에 우리는 색다른 의미를 부여하여 지리산에도 통천문이 있고 금산에는 쌍홍문과 통천문이, 두륜산의 무지개 다리와 같은 산에 따라 전설을 다르게 만들어 간다. 자연은 영겁의 시간 흐름으로 만든 풍경일 뿐이지만 우리는 감동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다. 하늘문을 지나 백련사로 가는 삼거리를 지나니 거대한 바위벽이 버티고 서서 돌아가란다. 제천의 감악산, 즉 지도에 표기된 일출봉이다. 일출봉을 지나 어설픈 나무 다리를 건너면 바로 월출봉인 동자바위의 너른 광장에 선다. 여기서 보이는 사방의 풍경은 거침이 없이 시원하게 눈 앞으로 다가온다. 오름의 능선, 아래 백련사 조감, 석기암으로 이어지는 감악의 줄기가 한눈에 잡힌다. 정상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네가 '우리 아버지 연세 쯤 되어 보인다.'는 말이 서운하단다. 아서라 세월은 나이를 어떻게 보던 관계하지 않으니 나이를 많이 보던 적게 보던 한 순간일 뿐인 걸. 뭐가 그리 애통할 일인가. 정상 옆의 준비가 잘된 식탁에 베낭에서 꺼낸 음식을 늘어놓고 점심식사를 한다.
땀을 꽤 흘린 뒤이기에 점심은 영양과 맛 그리고 멋이 어우러진 성찬이 된다. 암릉을 오르내리면서 소진한 힘이 재충전되어 가벼워진 베낭 무게 만큼 내림의 걸음이 가쁜하다. 내림은 오름길보다 평탄한 백련사를 경유하여 감악고개를 넘어, 계곡을 따라 오는 길이다. 백련사로 내려오는 길에 누군가 쌓은 돌탑을 만난다. 길 섶의 돌을 하나하나 주워 정성스레 쌓은 돌탑에는 어떤 사연이 담겼는지 모르나, 오가는 이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되고 있으니 세상 살아가면서 남긴 작은 봉사가 아니랴. 백련사는 특이하게 쌓은 돌문만 눈에 들어올 뿐 미동없는 적막에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거대한 적막의 백련사에 모두 모아놓은 것 같아 경내를 돌아볼 생각을 접고 감악고개에 올라선다.
고개를 넘어 계곡의 물소리에 맞춰 내림길은 오름의 암릉과 퍽 대조적이다. 아래로 흐르는 물을 따라가는 길이 편안한 것은 사람들의 삶의 이치를 깨우쳐 주는 것이 아니랴. 흐르는대로 몸을 맡기는 물은 결국 가장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암릉으로 힘겨운 오름을 하여 정상에 서도 다시 내려오는 게 순리이거늘 오름이 뒤섞여 흙탕물의 자리 다툼은 몇몇의 욕심이 발단인 게지. 내림길도 오름도 물이면 어떨까. 물이 주는 많은 의미를 되새김질하다보니 산행 들머리가 날머리로 원점 회귀한다.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로 생맥주 한컵은 피로와 하루의 추억을 삭힌다.
'청산은 나를보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라 하네.' 우리는, 아니 나는 자연에서 어떤 메세지를 받고 살아가고 있는가. 2014/09/23 아침도시의 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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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청산이 산돌보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라고 하는 모양세 일세.......잘 보았소.
우리네 모두가 자연에 다가가고 있는 중이니,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은 게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