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결과
이제까지 살펴보았듯이 확률과 결정 가중치의 관계에서 볼 때 전망 이론은 효용 이론과 다르다.
효용 이론에서는 결정 가중치와 확률이 같다.
확실한 사건의 결정 가중치는 100이고, 90퍼센트 가능성에 해당하는 결정 가중치는 정확히 90으로,
10퍼센트 가능성에 대당하는 결정 가중치의 아홉 배다.
전망 이론에서는 확률 변하가 결정 가중치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앞서 언급한 실험에서, 90퍼센트 가능성에 해당하는 결정 가중치는 71.2였고,
10퍼센트 가능성에 대당하는 결정 가중치는 18.6이었다.
확률은 아홉 배 차이가 나지만 결정 가중치는 고작 3.83배 차이여서,
이 구간에서는 확률에 다소 둔감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이론 모두 결정 가중치는 결과가 아닌 확률에 의존한다고 본다.
따라서 90퍼센트 가능성에 해당하는 결정 가중치는 100달러를 받을 때나,
장미 열두 송이를 받을 때나, 전기 충격을 받을 때나 모두 똑같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이 예상은 틀린 것으로 드러난다.
시카고대학 심리학자들은 눈길을 끄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돈, 키스, 전기 충격: 위험을 대하는 감정 심리에 관하여(Money, Kisses, and Electric Shocks: On the Affecdtive Psychology of Risk)〉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돈을 따거나 잃는 결과보다 (가상의 ) 감정적 결과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배우와 키스하기" 또는 "고통스럽지만 위험하지 않은 전기 충격 받기") 확률에 헐씬 더 둔감했다.
이런 결과는 이 외에도 더 있다.
심장박동 측정 같은 생리 측정을 이용한 다른 연구에서는
곧 닥칠 전기 충격에 대한 두려움은 본질적으로 그 충격을 받을 확률과 무관했다.
전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두려움은 극대화된다.
앞서 시카고대학 연구팀은 "감정이 지배하는 이미지"는 확률에 대한 반응을 압도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프리스턴대학 심리학자 팀이 이 결론에 도전했다.
프린스턴 팀은 감정적 결과에서 확률에 둔감한 것은 정상저이고 흔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돈을 건 도박이 예외다. 도박에서는 확률에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확실한 기댓값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를 건다면 아래 도박을 해볼 만하겠는가?
A. 59달러를 딸 확률 84퍼센트
B. 유리 꽃병에 붉은 장미 열두 송이를 받을 확률 84퍼센트
여기서는 무엇에 주목할까?
두 문제의 두드러진 차이는 문제 A가 문제 B보다 훨씬 쉽다는 것이다. A에서 내기의 기댓값은
정확히 계산하지 않아도 얼추 50달러 근처라고 금방 알아챘을 테고(정확히 49.56달러),
이 정도 추정치로도 얼마를 걸어야 이 내기가 할 만한지 고민하는 데 유용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B에서는 그런 기준점을 구할 수 없고, 따라서 대답하기가 훨씬 어렵다,
응답자들은 똑같은 상황을 두고 확률이 21퍼센트라면 얼마을 걸지도 평가했다.
예상대로 확률이 높은 도박과 낮은 도박의 차이는 장미보다 돈이 걸린 경우에 훨씬 두드러졌다.
프린스턴 팀은 확률에 둔감한 것은 감정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목적으로 ,
아래의 도박을 피하기 위해 돈을 선뜻 지불한 의향을 비교했다.
다른 사람의 방 세 개짜리 아파트에 페인트칠을 하면서 주말을 보낼 확률 21퍼센트(또는 84퍼센트)
주말에 기숙사를 이용한 뒤, 그곳 샤워실 세 곳을 청소할 확률 21퍼센트(또는 84퍼센트)
위에서 두 번째 상황은 첫 번째보다 감정적 요소가 훨씬 많이 들어간 게 분명하지만,
두 결과에 매긴 결정 가중치는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감정의 세기는 답이 아닌 게 분명하다.
다음 실험에서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여기서는 참가자들에게 상품을 말로 설명해주고 명확한 가격 정보도 주었다.
받을 확률 84퍼센트 : 유리 꽃병에 붉은 장미 열두 송이, 59달러 가치,
받을 확률 21퍼센트 : 유리 꽃병에 붉은 장미 열두 송이. 59달러 가치.
이런 도박은 화폐가치를 쉽게 평가할 수 있는데,
여기에 구체적인 화폐가치를 명시해도 애초의 평가는 달라지지 않은채 여전히 확률에 둔감했다.
사람들은 장미를 받는 도박을 평가할 때 가격 정보를 기준점으로 이용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이 이따금씩 하는 말처럼,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해주려는 놀라운 결과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걸까?
내 생각에 , 그것은 감정적 결과든 그렇지 않은 결과든 어떤 결과를 생생하게 표현하면
불확실한 전망을 평가할 때 확률의 역할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내가 굳게 믿는 한 가지 예측을 시사한다.
즉 금전적 결과에 그와 무관한 생생한 설명을 자세히 덧붙이면 계산을 망칠 수 있다.
다음 상황에서 내기 금액으로 얼마가 적당할지 비교, 평가해보라.
다음 우러요일에 59달러를 받을 확률 21퍼센트(또는 84퍼센트)
다음 월요일 아침에 59달러가 담긴 커다란 파란색 보드지 봉투를 받을 확률 21펴센트(또는 84펴센트)
이 새로운 가설로 보자면, 두 번째 경우에 확률에 덜 민감해지는데,
파란색 봉투가 추상적 개념의 일정한 금액보다 더 생생하고 유려한 묘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이 사건을 구성한다.
이때 사건의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지만, 그 이미지는 생생하게 머릿속에 들어와 박힌다.
인지적 편안함 역시 확실성 효과에 기여해서, 머릿속에 어떤 사건의 생생한 이미지가 있으면
그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 역시 생생하게 재현되고 가중치도 부풀려진다.
이처럼 과장된 가능성 효과와 과장된 확실성 효과가 합쳐지면
결정 가중치는 21퍼센트와 84퍼센트라는 확률 차이에도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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