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공간의 ‘복사꽃’ 이미지 산책
한 상 훈(문학평론가)
‘소월시 문학상’(2011)을 수상한 배한봉(1962~) 시인의 시는 특별한 구석이 엿보인다. “천년을 걸어가는 꽃잎도 있었다. 나도 가만가만 천년을 걸어가는 사랑이 되고 싶었다. 한 우주가 되고 싶었다.”(「복사꽃 아래 천년」) 화자는 우주와의 교감을 통해 일상의 일탈을 꿈꾼다. 이 시가 지닌 환상적인 분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현실의 장벽을 해체시키는 ‘천년’과 ‘우주’라는 언어일 것이다. 이 시어들이 지닌 시공간의 무한 확장은 시인의 사유의 깊이를 드러낸다. 하지만 답답한 현실을 초월하여 낭만적 상상에 홀로 머물고 있는 시인의 모습은 어딘지 불온하고 위험해 보인다. 이 시는 평범한 시어의 자연스런 조합을 통해 독자들을 환상적인 세계관으로 인도하고 있다. 도연명의 유토피아적 이상향을 떠올릴 수도 있는 작품이다.
▲한상훈 문학평론가
[약력]
□서울 출생, 1986년 《현대문학》 평론 추천
□평론집 『꽃은 말을 하지 않지만』 『현대소설과 영화의 새로운 지평』
□『문학의 숲에서 새를 만나다』 『아웃사이더의 시선』 등 출간.
□ 한국문인협회,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 hansan53@naver.com
출처: '문학공간의 꽃 이미지 산책' (2 ) - 포스트24 - http://www.post24.kr/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