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번째 편지
멀리서 손님이 왔어요
부평거리를 구경 시켜주니, 신기하단 듯 고개를 가만히 두지 않던 친구놈.
든든한 것이 먹고 싶다길래 깡시장으로 안내 합니다

할머니가 '깡시장'으로 장보러 다니실 적만 해도_
아버지랑 할머니 모시고 이 순대골목에서 밥을 말고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 손을 잡고 다녔던 그때도
이 골목에서 나는 익숙치 않은 관경과 냄새 때문에
손자락에 코를 묻었던 기억이 있어요
-
시장 골목 안을 들어 섰을 때
돼지 머리며, 내장..누린 냄새를 오랜만에 만나니까 (너무 직접적으로 만나긴 했어요)
이게 또 서먹한 거에요
언제부터 그랬다고 서먹함을 느끼는 제 자신을 채찍질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사람이란게 참 ..
그러지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먹었습니다.
오늘 찾은 집은 친구 '제영'이의 오랜 단골집.
그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공되지 않은 거친 순댓국 맛이 그리울 때 마다' 들리는 곳이라고 합니다.
군대 다녀와서는 통 한번 들린 적이 없어서
'이모님'이 기억해 주실까 했는데
역시나.
' 총각, 오랜만이네. '
2년이 훨씬 지났는데 얼굴을 기억하고 계세요
사람 냄새 좀 나려면
이런 집 한군데 정도는 알고 있어줘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시끄러운 자리에 몸을 섞어 앉았습니다
순댓국 보통(6,000)

어느정도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데
머릿고기, 내장부속, 순대의 비율을 맞추실 수 있고_ ( 보시다시 시피 저는 순대를 안 넣고 머릿고기 쪽으로만 듬뿍)
장을 풀것인가 말것인가,
심지어는 양까지 거래(?)가 가능합니다
뚝배기 맛은 장맛이라지 않답니까.
꽤 많은 양의 장이 같이 나오는데,
칼칼하게 다 풀어서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잡내도 없애주고,

음식이 거칠어 지면
사람은 더 따뜻해 지는 법
" 짠 "
추위 조심하시구요
- 김삿갓 올림 -

+ 부평시장 순대골목 _ 왕포순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