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0년 전만해도 국악과 서양악은 별개의 분야로 취급되어 악곡이나 악기류, 그리고 다루는 연주자 따로 존재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퓨전 국악' 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여 서로 상대 분야의 악곡을 연주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대부분은 국악기로 서양음악을 연주하게 되는데요, 주로 팝 계열의 힛트곡이나 간단한 클래식 소품을 연주하는 것을 방송이나 공연을 통해 보게 됩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국악기로는 표현에 한계가 있는데, 정확한 음정이나 음역, 특히 반음연주에 어려움이 있어
따로 새로운 주법을 개발하거나 가능한 범위에서 편곡하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국악기의 개량에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60년대 중반부터 국악기 개량 작업을 해 왔는데, 그게 너무 지나치다보니 국악기로서의 특징을 많이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개량대금은 몸체만 목재일 뿐 얼핏보면 완전히 플룻을 만들어버렸고,
개량 해금이란 것은 몸통만 비슷한 모앙이고 나머지는 완전히 바이올린입니다. (음색은 중국의 얼후와 비슷, 장윤정의 '첫사랑' 반주에 응용)
게다가 태평소 (쇄납) 를 개량하여 음역 확대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오보에나 클라리넷으로 변형되었고 (장쇄납),
독자 개발했다는 옥류금은 눕혀놓은 하프입니다. (개량 가야금 계통이란 것 믿어지지 않음)
우리도 얼마 전부터 국악기 개량에 힘써왔는데, 주 목적은 표준화된 음정 (Key) 와 음역의 확장 및 음량의 확대가 그 목적입니다.
또한 반음 연주 가능하여 서양음악도 연주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아직 여러가지 문제점도 있습니다.
특히 보수적인 전통국악 연주자에겐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네요.
이러한 추세를 보면서 한편 그 반대인 경우 (서양악기로 국악 느낌을 연주) 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기타를 눕여놓고 뜯으면 가야금 비스무리 하고, 드럼으로 풍물놀이 비슷한 사운드를 만들 수 있겠지만...
바이올린에 명주실 (가야금 현) 을 매면 해금 소리가 날까? 시도해 봤지만 신통치 않습니다.
아주 예전에 어느 라디오 프로에서 얼핏 듣던 바 인도에서는 전통을 매우 중시하여 자녀들에게 피아노 등 서양악기를 가르치면서도 악곡은 반드시 전통음악인 '라가' 를 연주하도록 한다는데, (즉 피아노로 라가를 연주)
그럼 우리도 피아노로 정악인 '영산회상' 이나'수제천' 등 표현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제 맛이 안납니다.
국악곡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밀어 올리고 내리고 깊게 떨고 하는 장식음 및 미분음 표현인데, 건반악기로는 절대 불가능하죠.
바이올린 등 현악기로는 주법만 개발하면 어느정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또한 플룻의 헤드 부분만 대나무로 하여 취구와 청공을 만들어 연결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막연히 구상했지만 아직 해보지 못햇습니다 (멀쩡한 악기 망가뜨리기가 내키지 않음. 혹시 벼룩시장에서 Junk 라도 구하고 나면...)
일전에 TV 에 소개되었던 피아니스트 임동창이 국악기 음색을 닮은 "피앗고' 를 개발했다고 소개했는데,
피아노' 와 '가얏고' 의 합성어로서 해머를 개조, Attack 을 다소 강하게 하므로 음색은 비슷하지만 역시 미분음 표현은 안됩니다.
대신 빠른 장식음 연타 등의 주법 개발로 또 다른 국악의 맛을 보여줍니다.
나는 여기에 착안하여 서양악기인 색소폰의 음색을 변형하여 피리와 비슷한 소리를 만들어 보려 합니다.
같은 리드 계열의 악기이지만 음색은 사뭇 달라서 피리의 경우 매우 거칠은 음색을 가집니다 (보통 씩씩한 음색이라 표현)
역시 피스와 리드의 조합이 관건인데, 거친 사운드에는 하이배플의 메탈피스가 유리하겠지만,
당장 없으므로 듣보잡 번들 피스 중에 재질이 딱딱한 '베이클라이트' 재질의 것으로 오프닝을 다소 크게 리페이싱 하고,
얇은 리드를 쓰면 좀더 가까운 소리가 납니다.
그러나 너무 얇은 케인 리드는 내구성이 없으므로 아예 탄성있는 수지 재료를 얇게 깎아 만들어 봤습니다. (유리나 탄소 섬유질)
소리는 매우 크고 거칠어졌지만 아직 갈길이 먼 것이 미분음 표현이 여전히 미흡한 점입니다. (특히 계면조의 꺾는 음 표현)
한편 향피리에 쓰이는 서 (리드) 를 알토 색소폰 네크에 연결하도록 아답터를 만들어 붙여봤는데, 과연 국악의 멋이 생깁니다.
꺾는 음, 떠는 음 등 미분음도 상당히 가능한데, 다만 음역이 좁아져서 진짜 향피리의 최저음 (Bb) 이하는 잘 안납니다 (삑사리).
리드가 좀 더 큰 놈이면 (F 조 대피리용) 될듯 싶은데 차츰 연구해 볼 예정입니다.
잘만 된다면 국악팀과 어울려 정악합주도 해 볼만하지 아니할까?...
첫댓글 아주 재미있는 발상이십니다.
맘에 드시면 윈드에서 발표하실거죠?
항상 도전하는 창의력 대단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