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自超菴 夏日 자초암에서 여름날
菴在仁旺山上 암자는 인왕산 위에 있다. 1)
人間己厭屑如談
인간은 좋은 얘기에도 싫증이 나게 되니
滌暑登臨有兩三
더위 씻으려 산에 오른 지도 사나흘일세.
飮澗淸如滁水醴
맑은 시냇물을 마시니 저수의 단물 같고 2)
哦松閒似縣丞藍
아 솔숲엔 관리들의 모습 보이는 듯하네. 3)
扶餘大刹依城北
부여의 큰 절은 도성의 북산을 의탁하고 4)
溫祚靑山走漢南
온조왕의 푸른 산은 한강 남쪽에 뻗었네.
萬丈紅塵抛不得
세속의 먼지를 떨어버리지 않을 수 없어
我心多怪見空潭
내 마음의 부끄러움 맑은 못에 드러나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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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초암(自超菴): 자초는 이성계에게 인왕산(仁王山)을 진산(鎭山)으로 삼아 수도를 정하기를 원했던 무학대사(無學大師)의 세속 이름이 박자초(朴自超)였고 인왕산에 거처한 적도 있다니 무학대사의 암자 이름 같다.
2) 저수례(滁水醴): 저수의 단 물로, 저하(滁河)는 안휘성(安徽省)에서 강소성(江蘇省)의 장강(長江)으로 들어가는 강인데 구양수(歐陽脩)의 풍락정기(豐樂亭記)에 나오는 샘물 이름이니 그 물을 마시니 달더라[始飮滁水而甘]는 의미에서 나왔다.
3) 현승람(縣丞藍): 현승은 예전 현령(縣令) 밑에 두었던 지방관리, 람(藍)은 이 시의 운을 맞추기 위한 글자로 현승이 입었을 남색 옷을 표현했다.
4) 부여대찰, 온조청산(扶餘大刹, 溫祚靑山): 역사에 조예가 깊은 시인은 인왕산에서도 옛 역사를 회상한다. 여기 부여(夫餘)는 백제를 세운 온조(溫祚)가 멀리 내려온 북부여를 말하니 그 백제 때의 큰 사찰들은 한강 북쪽에 지어져있음을 말하고, 이에 다음 대귀(對句)에서 온조왕이 세운 백제의 푸른 산들[온조청산]은 한강 남쪽으로 뻗었다고 잇고 있다.
5) 공담(空潭): 빈 못인데, 너무나 맑아 밑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먼지 한 점 도무지 없는 깊은 못이다. 만당(晩唐) 시인 사공도(司空圖/ 837-908)의 시구(詩句)에 “맑은 못에 봄이 드러나고, 묵은 거울에 정신이 비춘다(空潭瀉春 古镜照神)”는 내면의 깊이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