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
오도송(悟道頌)
忽聞人語無鼻孔(홀문인어무비공) 仄仄平仄平仄仄
頓覺三千是我家(돈각삼천시아가) 仄仄平平仄仄平
六月燕巖山下路(유월연암산하로) 仄仄仄平平仄仄
野人無事太平歌(야인무사태평가) 仄平平仄仄平平
경허선사(鏡虛禪師)
홀연히 콧구멍 없는 소라는 사람 말 듣고
퍼뜩 삼천세계가 내 집임을 깨달았네.
6월 연암산 아래의 길에서
일 없는 들 사람이 태평가를 부르네.
이 시(詩)은 경허선사(鏡虛禪師) 칠언절구(七言絶句) 측기식(仄起式) 오도송(悟道頌)이다. 압운(押韻)은 공(孔)은 상성(上聲) 측성(仄聲) 동운(董韻) 운족(韻族)이고, 가(家)는 하평성(下平聲) 마통(麻統) 운족(韻族)이고, 가(歌)는 하평성(下平聲) 가운목(家韻目)이다. 세 운통(韻統)으로 작게(作偈)하였다. 칠언절구(七言絶句) 근체시(近體詩) 작법(作法)에는 반(反)한다. 평측(平仄) 운(韻)도 맞지 않는다. 선사(禪師)들의 게송(偈頌)을 보통 보면 평측(平仄) 운통(韻統)과는 거리가 멀다. 서산대사(西山大師)나 사명대사(四溟大師)나 진묵대사(震黙大師)는 당시(唐詩) 근체시(近體詩) 작법(作)에 따라 작게(作偈)하였다. 경허선사(鏡虛禪師)는 선교(禪敎)를 겸한 강백(講伯)까지 하셨는데 운통(韻統) 작게(作偈)하지 않는 것이 의문(疑問)으로 남는다. 석녀심중겁외(石女心中劫外歌)도 보면. 속세와 청산 중에 어느 것이 옳은가? 봄볕 드는 곳에 꽃피지 않은 곳이 없구나. 누가 나에게 성우(惺牛)의 일을 물어온다면, 돌계집의 마음에 시절 밖의 노래를 부른다, 하리라.<世與靑山何者是 春光無處不開花 傍人若問惺牛事 石女心中劫外歌> 이게송도 칠언절구(七言絶句) 측기식(仄起式) 게송(偈頌)인데, 평측운(平仄韻)은 맞지 않는다. 임종게(臨終偈) 사구(四句) 게송(偈頌)이다. 마음 달이 외로이 밝으니, 빛이 만상을 삼켰다, 빛과 경계를 모두 잊으니, 다시 이것이 무슨 물건인고?<心月孤圓 光呑萬像 光境俱忘 復是何物> 경허선사는 근래 선지식으로 한국 선불교를 중흥하신 큰 선지식이다. 만공선사(滿空禪師), 수월선사(水月禪師)의 스승이기도 하다. 경허선사 하면 참선곡(參禪曲)이 유명하다. 경허선사는 64세 되던 해 4월 25일 갑산의 옹이방 도화동에서 입적(入寂)했다. 선사의 마지막 생애는 제자 수월선사(水月禪師)의 추적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수월은 스승처럼 떠돌다가 북쪽으로 발길을 돌려 강계 자북사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그리고 강계에서 탁발을 하다가 우연히 경허선사의 소문을 들었다. 수월스님은 김탁의 집으로 갔으나 그곳에서 경허선사가 갑산 도화동에서 서당을 열고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말을 듣고 도화동에 찾아 가보니, 방앞 댓돌에 짚신 한 컬레가 놓여 있어 간절하게 스승을 불렀으나 난 수월이란 사람 모르니, 사람을 잘못 찾아온 것 같소, 하고 끝내 만나지 못하고 짚신 한 컬레만 삼아서 덋돌 위에 놓고 돌아왔다고 한다. 경허선사가 열반에, 든지, 1년 4개월 만에 수월스님이 듣고 예산 정혜사 만공스님에게 편지로 알려서 만공스님이 경허선사가 묻혀있는 묘소 관에서 담뱃대와 담배쌈지를 보고 스승 경허선사임을 확인하고 다비(茶毗)를 했다고 한다. 담배대 쌈지는 만공스님이 선물한 유품이라 한다. 다비하려고 보니, 관속에 경허선사 왼쪽 호주머니에 쪽지가 칠언절구(七言絶句) 시(詩) 나왔는데 내용은 이렇다. 삼수갑산 깊은 골에 비승비속 송경허(宋鏡虛)라, 고향 천리에 인편이 없으니, 세상 떠나는 슬픈 소식 흰 구름에 부치노라( 三水甲山長谷裏 非僧非俗宋鏡虛 故鄕千里無人便 別世悲報付白雲) 유생 옷을 입고 서당 훈장을 하면서 천리 타향에서 임종을 맞아서 인편으로 죽음을 알릴 방법도 없어서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에게 당신의 입적을 알린다고 했다. 선사는 만년은 서당 훈장으로 타향에서 살다가 입적(入寂)한 후에 제자 만공스님이 불교식으로 다비화장(茶毗火葬) 했다고 한다.
경허선사 참선곡;
홀연히 생각하니 도시몽중(都是夢中)이로다. 천만고 영웅호걸(英雄豪傑)도 북망산(北邙山) 무덤이요. 부귀(富貴) 문장(文章) 쓸데없다, 황천객(黃泉客)을 면할소냐? 오호라, 나의 몸이 풀끝에 이슬이요, 바람 속에 등불이라. 삼계대사(三界大師) 부처님이 정녕히, 이르시되, 마음 깨쳐 성불하여 생사윤회(生死輪回) 영단(永斷)하고 불생불멸(不生不滅) 저 국토에 상락아정(常樂我淨) 무위도(無爲道)를 사람마다 다 할 줄로 팔만장경(八萬藏經) 유전하니 사람 되어 못 닦으면 다시 공부 어려우니 나도 어서 닦아 보세. 닦는 길을 말하려면 허다히 많건마는 대강 추려 적어보세. 앉고 서고 보고 듣고 착의끽반(着衣喫飯) 대인접어(對人接語) 일체 처 일체 시에 소소영령(昭昭靈靈) 지각(知覺)하는 이것이 무엇인고? 몸뚱이는 송장이요, 망상번뇌(妄想煩惱) 본공(本空)하고 천진면목(天眞面目) 나의 부처, 보고 듣고 앉고 눕고, 잠도 자고 일도 하고 눈 한번 깜짝할 새, 천리 만 리 다녀오고, 허다한 신통묘용(神通妙用) 분명한 나의 마음 어떻게 생겼는가? 의심하고 의심하되 고양이가 쥐 잡듯이 주린 사람 밥 찾듯이 목마른 이 물 찾듯이 육칠십(六七) 늙은 과부(寡婦) 자식을 잃은 후에 자식 생각 간절하듯 생각 생각 잊지 말고 깊이 궁구하여가되 일념만년(一念萬年) 되게 하여 폐침망찬(廢寢忘饌) 할지경에 대오(大悟)하기 가깝도다. 홀연히 깨달으면 본래 생긴 나의 부처, 천진면목(天眞面目) 절묘하다. 아미타불(阿彌陀佛)이 아니며, 석가여래 이 아닌가?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고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고 본래 생긴 자기영광(自己靈光) 개천개지(蓋天蓋地) 이러하고, 열반진락(涅槃眞樂) 지옥천당(地獄天堂) 본공(本空)하고 생사윤회(生死輪回) 본래 없다. 선지식(善知識)을 찾아가서 요연(了然)히 인가(印可)받아 다시 의심 없앤 후에 세상만사 망각(忘却)하고 수연방광(隨緣放曠) 지나가되 빈 배같이, 떠 놀면서 유연중생(有緣衆生) 제도하면 보불은덕(報佛恩德) 이 아닌가?
일체계행(一切戒行) 지켜가면 천상인간(天上人間) 복수(福壽)하고 대원력(大願力)을 발하여서 항수불학(恒隨佛學) 생각하고, 동체대비(同體大悲) 마음먹어 빈병걸인(貧病乞人) 괄시(恝視) 말고, 오온색신(五蘊色身) 생각하되 거품같이 관(觀)을 하고, 바깥으로 역순경계(逆順境界) 몽중(夢中)으로 생각하여 희로심(喜怒心)을 내지 말고 허령(虛靈)한 나의 마음 허공과 같은 줄로 진실히 생각하여 팔풍(八風) 오욕(五慾) 일체 경계 부동(不動)한 이 마음을 태산(泰山)같이 써나가세. 허튼소리 우스개로 이날 저 날 헛보내고 늙는 줄을 망각하니 무슨 공부 하여볼까? 죽을 제 고통 중에 후회한들 무엇하리. 사지백절(四肢百節) 오려내어 머릿골을 쪼개는 듯 오장육부(五臟六腑) 찢는 중에 앞길이 캄캄하니, 한심참혹(寒心慘酷) 내 노릇이 이럴 줄을 뉘가 알꼬. 저 지옥과 저 축생(畜生)에 나의 신세 참혹(慘酷)하다. 백천만겁(百千萬劫) 차타(蹉跎)하여 다시 인신 망연(茫然)하다. 참선 잘한 저 도인은 오래 살고 곧 죽기를 마음대로 자재하며, 항하사수(恒河沙數) 신통묘용(神通妙用) 임의쾌락(任意快樂) 자재하니, 아무쪼록 이 세상에 눈코를 쥐어뜯고 부지런히 하여보세. 오늘내일 가는 것이, 죽을 날이 당도(當到)하니 푸줏간에 가는 소가 자국, 자국 사지로세. 예전 사람 참선(參禪)할 제 마디 그늘 아꼈거늘 나는 어이 방일(放逸)하며, 예전 사람 참선할 제 잠 오는 것 성화하여 송곳으로 찔렀거늘 나는 어이 방일(放逸)하며, 예전 사람 참선할 제 하루해가 가게 되면 다리 뻗고 울었거늘 나는 어이 방일(放逸) 한고. 무명업식(無明業識) 독한 술에 혼혼불각(昏昏不覺) 지나가니, 오호(嗚呼)라 슬프도다. 타일러도 아니 듣고 꾸짖어도 조심(操心) 않고 심상(尋常)히 지나가니 혼미(昏迷)한 이 마음을 어이하여 인도(引導)할꼬. 쓸데없는 탐심(貪心) 진심(嗔心) 공연히 일으키고 쓸데없는 허다분별(許多分別) 날마다 분요(紛擾)하니 우습도다 나의 지혜, 누구를 한탄할꼬? 지각없는 저 나비가 불빛을 탐하여서 저 죽을 줄 모르도다. 내 마음을 못 닦으면 여간계행(如干戒行) 소분복덕(小分福德) 도무지 허사(虛事)로세. 오호(嗚呼)라 한심(寒心)하다 이 글을 자세(仔細) 보아 부지런히 공부하소. 이 노래를 깊이 믿어 책상 위에 펴어놓고 시시(時時)때때 경책(警責)하소. 할, 말을 다하려면 해묵사이부진(海墨寫而不盡)이라. 이만 적고 그치 오니 부디부디 깊이 아소. 다시 할 말 있사오니, 돌장승이 아이 낳으면 그, 때에 말, 하리라. 오늘은 경허선사 오도송과 임종게와 참선곡을 운통(韻統)을 맞추어 보았다. 여여법당 화옹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