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페인 남부에서 태어났다. 열여섯 살 때 하루는 아버지가 외출을 하시면서 나에게 차를 몰고 함께 가자고 하셨다.
당시 갓 운전을 배운 터라 평소에 운전을 해 볼 기회가 거의 없었던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 대략 30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였다.
가는 길에 근처에 한 주유소에 들러 기름도 넣었다. 나는 아버지를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리고 오후 4시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나는 다시 주유소로 가 차를 세워두었다.
오후 4시가 되려면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나는 주유소 부근에 있는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
영화관에 간 나는그만 영화 속의 줄거리에 빠져들어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마지막 한 편까지 다 보고 시계를 보았을 때는 이미 오후 6시였다. 아버지와 약속한 시간보다 무려 두 시간이 나 늦은 것이 었다.
화가 나신 아버지께서 다시는 나에게 운전을 맡기지 않으실 것을 걱정한 나는 아버지에게 차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수리를하느라 늦었다고 말씀 드리기로 마음 먹었다.
차를 가지고 아버지와 약속한 장소로 가보니 아버지는 길모퉁이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나는 먼저 늦게 온 사실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차가 고장이 났었다고 말씀드렸다. 그 순간 나를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눈빛은 그로부터 내가 평생 동안 잊을 수 없는모습이었다.
"네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다니, 너무 실망스럽구나."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말씀드린 건 다 사실이에요."
아버지는 다시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약속한 시간이 되어도 네가 오지 않기에 나는 주유소에 전화를 걸어 무슨 문제가생긴 건 아닌지 물어보았다. 주유소에서는 네가 차를 가지러 오지 않는다고 말해 주더구나. 차는 처음부터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
순간 나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고, 하는 수 없이 영화를 보러 간 것과 영화를 보다가 약속 시간을 어기게 된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내 이야기를 듣고 계시던 아버지의 얼굴은 슬픈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정말 화가 나는 것은 네가 아니라 나 자신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로서 실패한 사람이구나. 내 아들이 나에게 거짓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괴롭다. 너를 아버지에게조차 거짓말을 하는 아들로 키우다니 모두 내 잘못이다. 나에게 반성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오늘은 걸어서 집에 가련다.
"하지만 아버지, 집까지는 30키로미터나 되는걸요. 날도 어두워졌는데 어떻게 걸어간다는 말씀이세요.
내가 아무리 용서를 빌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 다짐을 하여도 모두가 헛수고였다.
나는 묵묵히 어둠속을 걷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인생에서 가장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나는 차를 타고 아버지를 뒤따르면서 어서 아버지의 화가 풀리시기만을 기다렸다. 계속해서 잘못했다고 말씀드렸지만 아버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으셨다.
장장 30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그렇게 아버지를 따라 시속 5킬로미터로 운전했다.
몸과 마음 모두 괴로워하는 아버지를 보는 것은 내가 겪어본 일 중에 가장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은 내 인생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되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거짓말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는 서로 신뢰하기 때문에 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가 돌아가는 것이다. 신뢰의 수준이 높을수록 삶의 질이 높아지고, 조직의 생산성 또한 높아진다.
신뢰는 만들어지는데 평범한 시간이 들지만 무너지는데는 단 5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걸 명심하면 당신의 행동이 달라질것이다.
"거짓은 또다른 거짓을 부르기 마련이다. 때문에 거짓없는 배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