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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식 ⑤ - 장례/천도의식
[5.장례/천도의식]
1 시다림(尸陀林)
2 영결식(永訣式)
3 다비의식(茶毘儀式)
4 천도의식(薦度儀式)
5 시식(施食)
6 49재(四十九齋)/100일재(百日齋)
7 제사(祭祀)와 영반(靈飯)
1 시다림(尸陀林)
죽은 이를 위해 장례전에서 행하는 의식이다. 원래 인도의시타림(sita-vana, 寒林)에서 연유한 말로 추운 숲, 시체를 버리는 곳이란 뜻이다. 왕사성 옆에 있던 곳으로 죽은 시신을 이 숲에 버리면 독수리 떼들이 날아와 먹어 치우는 조장(鳥葬)에서 유래한 말이다.
뜻이 바뀌어 우리나라에서는 망자를 위하여 설법하는 것을 시다림이라고 하고 이를 시다림법문이라 한다. 신라시대 이후로 관습화되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성행하였고오늘날에도 불자들의 가정에서 관습으로 행해지고 있다.
<석문의범>에 보면 사람이 죽으면 영단과 오방번을 설치한 뒤 오방례를 올린다. 그리고 무상계를 일러주고 입관하기 전에 삭발.목욕의식을 행해 준다. 경은 보통 <금강경> <반야심경> 등을 독경하고
아미타불이나 지장보살을 염송한다. 오방례(五方禮)란 동.서.남.북.중앙에 있는 화장세계 노사나불과 동방 만월세계 약사불과 서방 극락세계 아미타불과 남방 환희세계 보승불, 북방 무우세계 부동존불(不動尊佛)께 예배드리고 영가를 부탁하는 것이다.
불교는 다른 종교와 달리 극락세계가 일정한 장소 한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방세계 어느 곳이나 부처님 없는 곳이 없으나 특히 오방세계의 관념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오방 부처님을 안내해 주고어느 곳으로 가든지 걱정하지 말고 그곳의 부처님께 귀의하도록 일러주는 것이다.
무상계는 무상의 원리를 깨닫도록 법문을 일러주는 것이다. 삭발.목욕편에 이어 세수. 세족으로 유체를 청결히 하고 속옷과 겉옷을 입혀 주는 착군(着裙)과 착의.복건을 쓰는 착관(着冠)을 행하고 정좌시식이 있다. 모든 의식을 집행할 때에는 거기에 알맞은 법문이 있게 되는데 정좌편에서는 '영가시여! 신령스러운 빛이 홀로 드러나 근진(根塵)을 벗고 또렷하게 나타나 있으니 문자와 언어에 구애될 것이 없다.
참다운 성품은 물듦이 없이 본래부터 원만하니 단지 망념만을 여의면 곧 부처님의 경지이다.'라는 법문이 있고 안좌게를 한 후 입관하게 된다. 영결식을 한 뒤 화장장이나 매장장에 이르는 의식을 함으로써 시다림을 완수하게 된다.
2 영결식(永訣式)
죽은 사람을 전송하는 의식으로 발인식(發靷式)이라고도 한다. 임시로 단을 만들고 제물을 정돈한 뒤 영안실에 모셨던 영구를 모시고 나와 제단 악에 모신다. 법주가 12불을 외우면서 극락세계 아미타불과 좌우보처 관음.세지 대성인로왕보살들께 예불을 하고 제문을 낭독한다.
"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 재자(齋者) 누구누구는 삼가 다과의 전을 올려 모당 대화상을 청하오니 이 자리에 내려오셔서 저희들의 정성을 받으소서.몸은 부평초와 같아 소리를 질러도 들을 수 없게 되었으니 효도와 신찬(神贊)의 정성도 효험이 나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주가 잔을 올리면 법주가 착어를 한 후 '보방광명향장엄(普放光明香莊嚴) 종종묘향집위장(種種妙香集爲帳) 보산시방제국토(普散十方諸國土) 공양일체대덕존(供養一切大德尊)' 등을 하며 다장엄(茶莊嚴).미장엄(米莊嚴)을 통하여 영가와 고혼들께 올리고 '법력난사의(法力難思議) 대비무장애(大悲無障애) 입립변시방(粒粒遍十方) 보시주법계(普施周法界) 금이소수복(今以所修福) 보첨어귀취(普沾於鬼趣) 식이면극고(食已免極苦) 사신생락처(捨身生樂處)' 법문을 일러준다.
대중이 다같이 <반야심경>을 독송한 뒤 추도문을 낭독하고 동참자들이 순서대로 소향한다. 소향은 먼저 상제부터 하여 가까운 일가친척 친지 순으로 하고 꼭 올려야 할 분이 있으면 잔을 올리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의 장례식은 개식.삼귀의례.약력보고.소향.헌다.독경.추도의노래.발원문 낭독.사홍서원의 순서로 하기도 한다. 발인재가 끝나면 인로왕번을 든 사람이 앞장서고 명정.사진.법주.상제.일가친척.조문객의 순으로 따라간다.
3 다비의식(茶毘儀式)
불교 장례의식 가운데 특히 화장(火葬)의식을 이르는 말이다. 범어 jhapita로서 사비.사유.사비다라 음역하고 분소(焚燒).연소(燃燒)라 번역하니 곧 시체를 화장하는 일이다. 다비는 나무와 숯.가마니 등으로 화장장을 만들고 거기에 관을 올려 놓은 뒤 거화편을 외운다.
'이 불은 삼독의 불이 아니라 여래일등삼매(如來一燈三昧)의 불이니…, 이 빛을 보고 자성의 광명을 돌이켜 무생을 깨달으라.'불은 5월.9월에는 서쪽부터 거화하고 2월.6월.10월은 북쪽부터 놓으며 3월.7월.11월에는 동쪽에서부터 놓고 4월.8월.12월에는 남쪽에서부터 놓는다.
불이 타면 미타단에서 불공을 드리고 영가를 일단 봉송한 뒤에 위패를 만들어 창의(唱衣)한다. 시신이 어느 정도 타면 뼈를 뒤집으며 기골편(起骨篇)을 하고 완전히 다 타서 불이 꺼지면 재 속에서 뼈를 수습하며 습골편(拾骨篇)을 하고, 뼈를 부수면서는 쇄골편(碎骨篇)을 하고, 마지막 재를 날리면서 산골편(散骨篇)을 한다.
'한번 뒤집으니 허망한 몸뚱이가 마음대로 구르며 찬바람을 일으킨다. 취해도 얻지 못하고 버려도 얻지 못하니 이것이 무엇인가. 뜨거운 불 속에 한줌의 황금뼈를 이제 쇠소리가 찡그렁하며 뼈들을 부수어 청산 녹수에 뿌리노니 불생불멸의 심성만이 천지를 덮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이렇게 법문을 외우면서 환귀본토진언(還歸本土眞言) '옴 바자나 사다모'를 하여 마지막으로 보련대(寶連臺)에 오르도록 권한다.
법신은 온 세계에 가득 차서 法身遍滿百億界
인간과 천상을 비추고 있습니다. 普放金色照人天
물 따라 달 그림자 못 속에 나타나듯 應物現形潭底月
바른 몸을 연대에 앉히소서. 體圓正坐寶蓮臺
4 천도의식(薦度儀式)
망자의 영혼을 좋은 극락으로 보내기 위한 의식이다.주로 독경.각종 법회.시식.불공 등으로 행해지며 그 종류도 49재.100일재.연년기제.소상.대상 등 정기적 천도재와수륙재, 특별히 필요에 따라 시설하는 부정기적인 천도재 등이 있다.
정기적인 재의 경우 7일부터 7.7일재와 100일재.소상.대상을 합하여10번을 하는데 이는 명부시왕(冥府十王)에게 심판을 받는다는 명부왕 신앙에 근거한 것이다. 이 중에서도 49재를 가장 중시하는 것은 명부시왕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염라대옹이 49일째 되는 날 심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행하는 의식절차에 따라서 상주권공재(常住勸供齋).각배재(各拜齋).영산재 (靈山齋) 등의 몇 가지로 나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상주권공이고, 여기에 명부신앙 의례를 첨가한 것이 각배재이며 법화신앙을 가미한 것이 영산재이다.
절차는 시련(侍輦)에서 영가를 맞아들이고, 대령(對靈)에서는 영가를 간단히 대접하여 예배케 한다. 관욕에서 불보살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영가를 목욕시키고 신중작법으로 불법의 도량을 잘 수호하도록 모든 신중들을 맞아들인다.
상단권공에서 불단에 공양드리고 법식을 베풀어 받게 한다. 각 시식으로 영가를 대접하고 봉송편에서 불보살을 배송하고 영가를 배송한다.
※ 1. 대령(對靈): 대령은 각종 재의식에 악서 영가에 대하여 설하는 모든 법문으로, 영단 악에 서서 상단을 향하여 행한다. 거불로 아미타불과 좌우보처 관음.세지보살.인로왕보살을 모시고,대령소를 하여 영가에게 이 의식이 어느 재인지를 알리고 불법의 가피력을 입도록 어서 이 도량에 와서 법식의 공양을 받도록 스님이 아뢴다.
다음은 영가를 청하는 청혼.착어.진령게. 보소청진언을 하고 고혼청.향연청 등으로 불러서 영가가 공양을 받는데 부처님께 지심으로 예배하고 법문을 듣도록 아뢰는 의식이다.
※ 2. 관욕(灌浴): 영혼을 목욕시키는 의식이다. 수설수륙대회소(修設水陸大會疏)의 욕실방에 보면 '감로의 향탕에서 다생의 죄구를 씻고 청정한 법수로써 누겁의 진로를 씻는다.' 라고 하였다. 관욕을 행하는 곳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도록 병풍으로 둘러치고 밖에는 관욕방이라 써서 붙이고 관욕단에는 남신구(男身軀).여신구를 먹으로 써서 병풍에 붙인다.
관욕수는 두 대야를 준비하여 하나에는 버드나무 발을 걸치고 기왓장 위에 종이 옷을 준비하며 위패 주위에 촛불을 밝혀 관욕수에 비치도록 한다. 관욕의 절차는 먼저 목욕탕으로 안내하는 인예향욕편(引詣香浴篇)과 불보살의 힘을 빌어 목욕하는 가지조욕편(加持操浴篇) 그리고 영혼의 옷을 갈아 입히는 가지화의편(加持化衣篇), 목욕탕을 나와 성현을 뵙는 출욕참성편(出浴參聖篇)의 네 가지 절차가 있다.
인예향욕편에서는 대비주(大悲呪)와 <반야심경>을 외우고, 길을 인도하는 정로진언(淨路眞言)과 욕실에 들게 하는 입실게(入室偈)를 한다. 다음 가지조욕편에서는 직접 목욕을 시키는 목욕진언(沐浴眞言)과 이를 닦고 입을 헹구는 작양지진언(嚼楊枝眞言).수구진언(漱口眞言)을 하고 손을 씻고 얼굴을 씻는 세수면진언(洗手面眞言)을 한다.
이어 가지화의편에서는 종이로 만든 옷을 태워 영혼의 옷을 만든 뒤 옷을 입게 하는 수의진언(授衣眞言).착의진언 (着衣眞言). 정의진언(整衣眞言)을 외우고, 출욕참성편에서는 불단을 일러주는 지단진언(指壇眞言)을 외우면 인로왕보살이 나타나 인도하게 된다.
법주가 각 진언을 외우면 관욕단의 법사는 각기 거기에 해당하는 인지를 나타내어 그때 그때의 동작을 행한다. 뜰을 지나 법당문을 열고 불단을 향하여 삼보께 예배를 드린다.
이렇게 출욕참성편이 끝나면 법성게를 외우며 도량을 돌아 본래의 영단에 자리하고 제사를 받는다. 대개 이 의식을 집행할 때에는 천수바라와 나비춤을 추는데 특별히 영혼을 위해 명바라(冥鉢羅)를 울리는 경우도 있다.
※ 3 봉송(奉送): 도량에서 법식을 받은 영가를 전송하는 의식이다.주인공 영가와 그 시식에서 청하여 같이 공양을 받은 일체 유주무주 고혼 영가들에게 법력에 힘입어 법다운 공양을 하고 법문을 들었으니, 이제 극락세계로 떠나야 할 것임을 알리는 차례이다.
이 편에서는 도량의 제불보살께 하직인사를 드리고 가족의 인사를 받은 후 소대(燒臺)의 위패를 불사름으로써 마친다.(위패를 절에 모실 때에는 봉송게와 법성게를 하고 마친다.) 의식은 봉송게를 하여 일체 고혼을 전송하고, 보례삼보로 불단에 하직인사를 하며 행보게.산화락.법성게를 하여 소대를 향한다.
소대에 다다르면 마지막으로 영가에게 전송하는 의식으로 삼보에 귀의하여 염불.독경의 공덕으로 이런 저런 인연과 속세의 번뇌를 끊고 무릇 극락왕생하도록 축원하고 법문을 들려 주어 왕생을 기원한 다음 소전진언과 함께 위패를 태운다.
이어 상품상생진언.보회향진언.회향게로 일체의 의식이 끝나게 된다. 회향게는 다음과 같다.
불로 소탕하고 바람으로 흔들어 천지 무너지나. 火蕩風搖天地壞
고요하고 당당히 흰구름 사이에 있네. 廖廖長在白雲間
한소리에 금성의 벽을 흔들어 부수고 一聲揮破金城壁
오직 부처님 앞 칠보산으로 향하도다. 但向佛前七寶山
5 시식(施食)
죽은 자를 천도하여 극락정토에 왕생시키기 위해 재를 올리고 법식(法食)을 주면서 법문을 들려 주고 경전을 읽어 주며 염불을 해 주는 의식 또는 스님에게 재식(齋食)을 공양하는 것과 아귀(餓鬼)에게 음식을 베풀어 먹이는 의식 등을 말한다.
그 유래는 <소아귀경(召餓鬼經)>에 아난존자가 길을 나섰다가 돌아올 때 갠지스 강가에서 아귀들이 불타 죽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 여쭈니 다라니의 법식으로 그들에게 시식을 베풀면 모든 귀신들이 주림을 벗고 포만을 얻어서 해탈할 수 있다.'고 한 데서 연유한다.
일반의 재인 경우 그 의식절차는 먼저 사찰의 입구에서 죽은 이의 영가를 맞아들이는 시련(侍輦)을 하고, 먼 곳에서 온 영가에게 우선 간단한 다과를 대접하고 예불하게 하는 대령을 행하고,다음으로는 영가가 세세생생에 걸쳐 생사업보의 때를 씻고 법문을 듣는 관욕을 한다.
이어 시식을 통하여 법식을 받는다. 이때 일체의 아귀.유주무주고혼도 함께 청하여 법식을 받도록 한다. 끝으로 봉송편에서는 불전에 하직인사를 하고 유족의 인사를 받고 극락에 돌아가도록 한다.
그 종류로는 전시식(奠施食).관음시식(觀音施食).화엄시식(華嚴施食). 구병시식(救病施食)이 있다. 전시식은 일체의 외로운 영혼을 지장보살의 위신에 의탁하여 음식을 베푸는 것이다. 시식은 영혼에 올리는 불교식 제사의례로서 반드시 시식 전에 불보살께 귀의하는 일반적인 의식을 하고 나서 하단(霞壇)에서 행한다.
※ 1. 관음시식(觀音施食)과 화엄시식(華嚴施食): 관음시식은 선망부모.친속.일체 고혼을 위해서 사명일(四明日 ; 불탄일. 성도일.열반일.백중일).재일(齋日;49재.백일재.忌日) 그 밖에 좋은 날을 택하여 행하며, 화엄시식은 관음시식과 마찬가지이나 화엄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초하루나 보름게 간단히 의식을 집행한다.
관음시식의 절차는 관세음보살께 귀의하는 거불 축원을 하고, 영가에게 생사의 영원한 진리를 일러주는 착어, 법문을 듣고 그 가피로 진리를 깨치도록 영가에게 설하는 진령게, 천수다라니, 파지옥진언을 한다.
이어 불보살들을 청하는 보소청진언, 정례.증명청을 차례로 하고 불덕을 찬하는 향화청, 불보살을 청하여 보리좌에 앉히는 현좌진언을 한다.
영가에게는 고혼청.향연청 등을 하고 수위안좌진언.변식진언 등 사다라니를 한 후에 성스러운 불명을 칭념하여 영가가 법식을 잘 받고 정토에 왕생할 것을 발원한다.
다음으로 여러 귀신에게 널리 재식을 베풀고 회향한다. 이러한 시식으로 영가가 왕생하게 되므로 이제 아미타불과 그 공덕을 찬탄하는 염불 및 여래십호를 하고 마친다.
※ 2. 구병시식(救病施食): 병든 사람을 구원하기 위하여 귀신들에게 베푸는 시식이다. 옛사람들은 병의 깊이와 원인을 잘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 이외의 어떤 특수한 것(귀신)의 침범으로 병이 생겼다고 생각하여 굿을 하여 물리치거나 시식을 하여 귀신을 쫓아내기도 하였다.
아난존자에 의하여 비롯된 불교의 시식은 배고픈 귀신들에게 법식을 통해 포만을 알게 하는 의식이지 귀신을 쫓아내거나 겁을 주는 행위가 아니다. 반면에 유교와 도교에서는 귀신을 불러 응징하기도 하고 또 귀신의 포악으로 사람이 당하는 일도 종종 있었으며,무속에서는 귀신의 한을 풀어주거나 무섭게 하여 쫓아내거나 독경으로 귀신을 가두는 의례를 행하였다.
<석문의범>에 보면 구병의식은 삼귀의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께 귀의하여 그의 위신력으로 책주귀신영가(책主鬼神靈駕)를 천도한다.
<천수경>을 외우고, 멸악취진언을 하여 악취로부터 아귀들을 불러내어 병자의 내력을 유치로 설명한다. 상에는 오방신들을 상징하여 다섯 접시의 밤과 찬 그리고 삼색 과일을 놓고 간절하게 시식을 베푼 다음 노자 몇 푼과 함께 채반에 음식을 부어 문 밖에서 봉송한다.
이 음식은 동네 개들도 잘 먹지 않으나 갔다 놓자마자 무엇인가가 먹어서 없어지면 병이 속히 낫는다고 생각하였다. 이제 영혼에게 드리는 노래(香花請 歌詠)를 들어 보면 아래와 같으며 전생의 빚을 갚고 원한을 푸는 것이 구병시식임을 알 수 있다.
빚진 사람 원수가 되어 債有主人寃有頭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 그치지 못해 只因憎愛未曾休
지금 시식을 베풀어 법식을 제공하니 如今設食兼揚法
무릇 깨달아 원한을 푸소서. 頓悟無生解結讐
6. 49재(四十九齋)/100일재(百日齋)
49재는 사람이 죽은 날로부터 매 7일째마다 7회에 걸쳐서 49일 동안 개최하여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천도의식이다. 사람이 죽으면 49일 동안 중음신(中陰神)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이 기간에 다음 생이 정해질 때까지 불공을 드리고 재를 올려 선근공덕을 지어 주면 좋은 곳에 태어난다고 한다.
재를 지내는 절차는 시련(侍輦)을 하여 영가와 신중과 제불보살들을 모셔 재장으로 향한다. 재장에 이르러 극락도사 아미타불과 좌우보처 관음.세지보살께 예불드리고 재를 지내게 된 동기를 밝힌다.
"생사의 어두운 길은 부처님의 등불을 의지하여야만 밝힐 수 있고 고해의 깊은 파도는 진리의 배를 타야만 건널 수 있습니다. 사생육도가 진리에 어두어 개미가 쳇바퀴 돌듯 하고 팔난삼도가 뜻을 방자히 하여 누에가 제 집 속에 안주하여 죽어가는 것 같습니다. 슬픕니다.
생사의 멀고 먼 감옥이여!
마음의 근원을 깨닫지 못하였으니 어떻게 능히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의 힘을 빌리지 아니하고는 벗어나기 어려우므로 지금 사바세계 모소에서 누구누구가 49재를 지내 영가를 천도하고자 하오니 한 생각 분명히 하여 이 도량에 내려오셔서 저희들의 공양을 맛보시고 전생 빚을 갚고 깨달음을 얻으소서!"
이렇게 소(疏)를 읽어 재의 내용을 밝힌 뒤에 대령.착어를 하고 요령을 흔들어 고혼을 청한다.
'인연은 모였다 흩어지는 것, 툭 터진 마음으로 왕래가 자재하여 부처님의 가피로써 법공을 받으소서.'하고는 꽃을 올리고 차를 대접한 뒤 관욕을 하여 전생에 지은 모든 업의 때를 씻는다.
이어 부처님께 예배하고 법문을 듣고 불공을 드린 뒤 시식을 한다.시식이 끝나면 앞서 시령으로 영가를 모시듯 다시 연대에 싣고 봉송장에 이르러 봉송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49재는 시련으로 시작하여 관욕.청법.불공.시식으로 끝나는 긴 의식이 집중적으로 행해져 바라춤이나 착복(나비춤).하청(下請)을 하지 않아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전반적인 불교의식이라 볼 수 있으나 이 속에 민속신앙도 가미되어 있는 장엄한 재의식이다. 100일재는 100일 만에 49재에 준하여 행한다.
7 제사(祭祀)와 영반(靈飯)
신령에게 음식을 바치며 기원을 드리거나 돌아가신 이를 위해 추모의식을 갖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천지 자연의 변화에 대하여 경이로움을 갖고 여기에 초월자 또는 절대자를 상정하고 삶의 안락을 기원하기 위하여 제사를 지냈으며, 하늘과 땅.해와 달.별과 산.강에도초인적인 힘이 있다고 믿고 거기에 안녕과 복을 빌었다.
또 인간이 죽은 뒤에는 혼령(魂靈)이 있다고 하여 혼령을 숭배하였는데 이로부터 조상숭배의 의식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부여에서는 영고(迎鼓), 고구려에서는 동맹(東盟),예맥에서는 무천(舞天) 등의 제천의식이 유행하였고, 국가의 형태를 갖춘 뒤에는 사직과 종묘.원구(園丘).방택(方澤).선농(先農).잠단(蠶壇)에서 제사들 드렸으며 사가(私家)에서는 초하루와 보름에 사당에 신위를 봉안하고 분향하였다.
불교에서는 윤회를 믿기 때문에 조상이나 영가의 위패를 절의 법당에 모시고 조석예불에 독경을 빼지 않고 있으며 7월 백중에는 이들을 위해 특별 법회를 열기도 한다.
이것은 목련존자가 그 어머니를 천도한 우란분재(盂蘭盆齋)에서 연유된 것이지만 불교에서의 제례의식은 장엄하고도 장중하다. 대령(對靈).관욕(灌浴)은 물론 법사스님들을 초청하여 법문을 일러주는 경우도 있고 가족이 함께 독경의식이 더 있고 유교처럼 형식을 강조하지 않고 정성을 중시하고 있으며, 제사시간도 특별히 밤과 낮을 구별하지 않고 행한다.
출가자인 승려의 제사는 일반 속인의 제사와 구분하여 영반이라 한다. 영반에도 종사영반(宗師靈飯)과 일반적인 상용영반(常用靈飯)이 있다. 먼저 종사영반은 거불로 시작하여 종사의 혼을 청한다. 착어와 진령게.소청진언을 하고 제자들이 청하오니 강림하셔서 공양을 받으시라고 아뢴다.
향화청.가영. 다게를 하여 공양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고 <반야심경>으로 공양하고 여러 진언을 한 뒤 소대 앞에 이르러 귀령편(歸靈篇)을 한다. 상용영반의 거불과 청혼은 종사영반과 같고 착어를 한 뒤의 진령게 등도 그 순서는 종사영반과 같으나 그 내용이 조금 다르다.
도량에 와서 법식을 받고 극락왕생하라는 내용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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