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7. 02
한동훈은 미국으로 출장을 떠났고, 문재인 정권 사정(司正)의 화살은 한동훈의 시위를 떠났다.
취임 한 달 반을 맞고 있는 그의 일정은 자로 잰 듯이 치밀하다. 우연의 일치인 경우도 없진 않을 것이나 의도되고 기획된 것으로 보이는, 한 치의 오차조차 보이지 않는 컴퓨터 같은 ‘스타’ ‘소통령’ 장관의 행보다.
49세 2개월 나이의 법무장관 한동훈은 젊고 기백 있는 새 정부의 얼굴답게 취임 직후부터 ‘개혁’ 뉴스거리를 던져왔다. 장관 관용차 의전을 하지 말고, 내부 문건에서 장관 다음에 붙인 ‘님’ 자를 빼고, 부처 홈페이지 단골 ‘톱뉴스’인 장관 동정을 없애라는 것들이다.
아무런 거부감도 없이 대접 받고, 대접 해드리는 행동, 관행들은 의식을 지배한다. 그 대접을 기계적으로 받아온 장관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얼마나 좋은, 큰일을 했을 수 있겠는가?
3공, 5공 때는 물론이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으로 이어진 민주화 정권이라는 시대에도 장관들은 차가 도착하면 누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 그 안에서 기다렸다. 그런 걸 ‘의전’이라 칭하고, 고칠 생각을 아무도 안 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심지어 장관도 아닌 차관이 비가 내리는 날 어느 행사장에서 인사말을 할 때 뒤에서 한 공무원이 무릎 꿇고 우산을 받쳐 준 ‘사건’도 일어났다. 불과 얼마 전 문재인 정권 때의 일이다. 대한민국은 이런 것부터 없애나가야 앞으로 선진국 소리를 들어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려운’ 일을 한동훈이 치고 나왔다. 자기를 위해 자동차 문 여닫아주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이번 미국 출장 비행기 표를 일등석 대신 이등석(비즈니스석)으로 끊으라고 주문했다. 다른 장관들이 섭섭해 할 수도 있는 기득권 포기다.
윤석열 정부 내각 역시 아직까지 한동훈 식 권위 내려놓기에 동참하는 다른 장관들에 대한 보도가 거의 없다. 중독은 무섭고 기득권은 정도가 중증인 중독을 일으킨다.
한동훈은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국민 세금 아끼고 부하 공무원들의 쓸데없는 몸과 마음 쓰기를 줄이는 개혁 추임새를 간간이 날리면서 지난 6주 동안 중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검찰 인사, 즉 과거 정권 실정과 비리 수사 지휘 진용 구축과 검수완박 법 대응이다.
언론과 야당이 예상하고 걱정한 소위 ‘윤석열’ 라인의 전면 등장이다. 취임 하루 만에 서울중앙지검장 등 고위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준비된 쿠데타’였다. 문재인-추미애-박범계가 기용하고 그들을 위해 충견(忠犬) 짓을 보란 듯 해온 ‘검사도 아닌 검사’들을 치우고 조국 수사진 등 ‘특수통’ 검사들을 핵심 지휘관으로 앉혔다.
이어서 중간 간부까지 두 차례의 추가 검찰 인사로 서해 공무원 피살, 산업부 블랙리스트, 여가부 대선 지원, 대장동 게이트, 변호사 대납, 성남 FC 후원금 등 문재인과 이재명 관련사건 담당 지휘부 라인업을 마무리했다. 촛불 정권의 국정 농단 수사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그리고 미국 FBI 방문 길에 오르기 직전 검수완박 법 권한쟁의 심판 청구 소송을 헌법재판소에 냈다. 민주당이 윤석열 취임 전에 국회 다수 의석을 이용해 밀어붙여 통과시킨, 문재인 이재명 보호 목적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농단’(壟斷)에 대해 윤석열 정부를 대표해 헌법 소원(訴願)을 한 것이다.
당 대표로서 요즘 막말 시리즈를 벌이고 있는 ‘인사불성’(人事不省)의 민주당 비대위원장 우상호는 이 소원에 대해 이렇게 아우성쳤다.
“법무부가 국회에서 일어난 결정사항에 대한 위헌 심판 소송을 걸었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드디어 헌법에 정해진 삼권분립, 삼권의 시대를 넘어서서 법무부가 또 하나의 권부로 등장했다. 한동훈 장관의 위세가 대단하다. 이런 오만함이 결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소송을 취하할 것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법무부는 권부가 아니다. 한동훈 장관, 정신 차리기 바란다.”
국회는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부이고 성역인가? 정부는 국민을 위해 한 개인이나 기업, 그리고 나라의 다른 권력 기관과 법적 다툼을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일을 하는 부처가 법무부다. 그래서 법무장관을 ‘정부(대통령) 법정 대리인’(Attorney General)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흥분하는 우상호야말로 정신 차려야 할 사람이다. 그는 머지않은 장래에 자리를 비우고 떠나줘야 할 586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대표 격으로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에서 보인 그의 후안무치하고 적반하장인 운동권 대학생 수준의 말 때문에, 사람들이 직전 비대위원장 26세 젊은 여성 박지현을 오히려 그리워하고 있다.
한동훈은 야당의 ‘검찰총장 패싱’ ‘검찰 장악’ 공격에 국민을 위해 일하는 체제 구축의 시급함과 ‘산적한 업무’를 강조한다. 지난 정권의 농단을 파헤칠 일이 쌓여 있고, 그 수사를 국민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몇 달이 걸리는 총장 인선 이후 모든 인사를 하겠다는 건 일을 제대로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빨리 체제를 갖춰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실력과 함께 정의와 공정에 대한 의지를 갖고 그간 어려운 여건(정권의 압력) 하에서도 이를 실천하기 위해 묵묵히 소임을 다한 검사를 주요 부서에 배치했다.”
한동훈의 사정 준비 작업은 완료됐다. 헌재 결정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므로 2개월 후 검수완박 법 발효 이전에 끝내야만 할 ‘시한부 권한’ 수사들을 시작부터 스퍼트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고난도 수사 돌파 실력도 없어 헤매는 검사들은 뒤로 보내고 소신과 실력파들을 앞세워 놓았다. 속도전 전략이다.
문재인 정권의 농단 수사는 보복이 아니다. 국민 세금으로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정권이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바로잡는 일(사정), 즉 검찰의 고유 업무다.
그것은 또, 작금의 윤석열과 김건희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맹목적이고 양극화된 민주당, 문빠, 명빠 지지자들의 대선 불복 의지를 꺾고 나라를 정상화 시키는 일 추진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숙제다.
정기수 / 자유기고가 ksjung7245@naver.com
데일리안